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82)
특성 쌓는 김전사-82화(82/300)
콜로세움 -4-
“무쇠주먹이라뇨? 그게 뭡니까?”
파괴왕은 급히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늦었어.
놀란 거 다 봤다고.
“없으면 다이아 만들어 주시면 됩니다.”
“10개로 부족하면 20개를 드리겠습니다!”
“됐어요. 다이아 10개에 무쇠주먹. 그 조건 아니면 거부합니다. 다이아 만드세요.”
내가 보는 이익에 정신 팔리면 안 된다.
상대, 즉 파괴왕이 입을 손해가 중요하다.
나처럼 넥타르가 있다면 모르겠으나 다이아만으로는 부족하지.
아무리 다이아가 미니 넥타르 소리를 듣는다고 해도 넥타르처럼 환골탈태 효과까진 없으니까.
여기서 마력 회로를 덜어주고 나면 한동안 정양해야겠지.
으드득!
파괴왕이 이를 갈아붙였다.
단호한 내 태도에서 여지가 없다는 사실을 느낀 것.
“정말로, 정말로 그 조건이어야만 합니까? 다른 조건은 안 됩니까?”
“안 됩니다.”
성질 더러운 인간이라면 엿 먹어라 하고 마력 회로를 쨌을 것이다.
파괴왕은 그런 류의 인간이 아니다.
자기 실리가 더 중요하다.
대신 자존심이 드높은 만큼 내게 한 가지 조건을 달겠지.
“······좋습니다. 대신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이것까지 안 받으신다면 원하시는 대로 다이아를 만들어 드리지요. 제가 직접!”
“뭡니까?”
“나중에 제가 원하는 때, 이 콜로세움 최심부에서 무제한전을 치렀으면 합니다. 무쇠주먹을 걸고요.”
예측대로였다.
파괴왕은 게임에서 보던 것과 똑같이 행동했다.
“좋습니다. 단, 일정은 서로 협의하는 것으로 하죠. 저도 바쁜 몸이라서요. 그렇다고 차일피일 미루지는 않겠습니다. 분명히 약속드리지요.”
“믿겠습니다.”
파괴왕이 휘청휘청 일어났다.
씁쓸히 퇴장하는 뒷모습.
무대 위에서 약간의 시간을 보낸 다음 대기실로 돌아왔다.
고물상이 잔뜩 흥분해서는 기다리고 있었다.
“초인님! 아니, 전사왕님! 정말로 엄청나십니다! 와, 그 깔끔한 회피에 불꽃 튀는 맞대결이라니요! 벌써 소문이 자자합니다. 초신성이, 전사왕이 등장했다고요!”
“다 좋은데 그 별명은 부르지 마세요.”
“예? 왜요? 멋있잖아요?”
“전혀 안 멋있습니다. 유치해요. 제 앞에서는 절대 그 별명 쓰지 마세요.”
“멋있는데······”
“한 번만 더 부르시면 다른 중개자 찾아가겠습니다.”
“허억! 절대, 절대 안 쓰겠습니다. 절대로요!”
투자한 다이아가 얼만데 절대 날 못 놔주겠지.
나지막한 협박에 고물상이 머리를 수그렸다.
그것도 잠시. 문이 열리고 고풍스러운 상자가 들어오자 받아들고는 내게 가져온다.
“파괴왕이 보낸 겁니다. 특약으로 받으셨다면서요? 다이아 10개랑 무쇠주먹······ 허억! 무쇠주먹? 이야, 초인님 제대로 한 건 하셨네요. 상위 아티팩트 무쇠주먹입니다.”
콜로세움 직원 입회하에 상자를 개봉했다.
파괴왕이 동봉한 핏방울을 떨어뜨리고,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USB를 꽂고, 아날로그 열쇠까지 돌린 다음에야 상자가 열렸다.
그리고 드러나는 투박한 강철 장갑 하나.
손부터 아래팔까지 싹 보호하는 형태.
얇은 강철판이 물고기 비늘처럼 촘촘히 배치되어 있다.
이음새 안쪽에서는 청회색 마력광이 숨쉬듯 박동했다.
철컥.
손에 차자 저절로 크기가 줄어들며 딱 맞춰진다.
보유한 능력은 [무쇠주먹].
한 번 사용해 보았다.
촤아악!
강철판이 펼쳐지며 마력광이 내 전신을 감싼다.
마치 판금 갑옷을 껴입은 중세 기사를 보는 것 같다.
그래서 무쇠주먹.
평소에는 힘과 체력을 강화하는 수준에서 그치지만, 딱 10초에 한해 모든 피해를 어마어마하게 감소시킨다.
재충전에 24시간이 걸린다는 게 단점이지만 여벌의 목숨이라고 생각하면 싸다.
‘드디어 흡혈 장갑을 벗겠네.’
그 자리에서 고물상에게 넘겼다.
“잘 썼습니다.”
“어······”
고물상이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제가 팔았던 물건이네요. 다시 매입해드릴까요?”
“그럼 좋죠.”
“흐흐. 그냥 주시면 더 좋고요.”
“계산은 확실히 합시다.”
“어휴, 그럼요. 당연한 말씀을. 이렇게 다시 받으니까 기분이 좀 묘합니다.”
“그때 사장님이 오버하셨던 건 기억나세요?”
“당연하죠. 그게 다 초인님한테 절 어필하려고 그랬던 겁니다.”
그러니까 장갑을 착용해서 살갗을 뜯는 퍼포먼스까지 한 거지.
물건 팔고 말 게 아니라, 최종적으로는 나를 콜로세움 선수로 세우고 싶어서.
결과적으로 보면 제대로 성공했고.
“초인님. 그럼 다음에는 언제 또 오시겠습니까?”
“글쎄요? 다이아가 필요해지면요.”
“하긴 오늘만 17개를 버셨으니······ 저도 다이아 물량이 생기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오늘 번 건 저도 쓸 곳이 있어서요.”
고물상이 콜로세움 직원을 힐끔 본다.
콜로세움 직원이 씨익 웃는 것이, 아마 콜로세움에 빚진 다이아가 있는 모양.
아쉽네.
고물상한테 다이아 3개 정도만 샀으면 특성 2개 이식이 확정되는 건데.
“알겠습니다. 그럼 돌아갈까요?”
“흐흐! 예! 댁에 가셔야죠! 제가 댁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슬슬 동이 트고 있었다.
아직 출근 시간 전.
뻥 뚫린 도로를 쌩쌩 달려 집에 돌아왔다.
수련실에 들어온 다음 다이아를 탁자 위에 늘어놓았다.
‘불사 먼저 가자.’
다이아 20개를 벌었다면 내 선택도 달라졌을 것이다.
성채와 극기를 가져와서 금강체를 완성했겠지.
하지만 애매하게 17개.
게다가 오늘 너무 화려하게 데뷔한 탓에 당분간 경기를 치르기도 어렵다.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낼 필요가 있었다.
“후우우.”
심장이 벌렁거렸다.
상위 특성을 하나하나 조합하고 갖춰나가는 재미.
강해지는 것을 실시간으로 느끼는 데서 오는 고양감이 등골을 오싹하게 만들고 있었다.
하나씩 특성을 곱씹으며 장착했다.
언제나 충실하게 몸을 회복시키는 [재생]
몸이 망가져 있을수록 강하게 발현되는 [소생]
외상 치유에 특화된 [상처 회복]
가장 기본적이지만 체력 회복만큼은 확실한 [활기]
체력을 크게 강화하고 빠르게 회복시키는 [원기왕성]
마력을 소모해서 몸을 치료하는, 마법에 가까운 [치유]
우드드득!
특성을 조합한 순간 전신이 크게 흔들렸다.
거인의 힘 때보다 심했다.
뼈와 근육이 으스러지는 것은 물론 내장이 크게 뒤틀리고 전신 혈맥이 끓어오른다.
“끄으윽.”
겨우 신음을 삼켰다.
인내 같은 특성의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다.
몸이 으깨지고, 찢어지고, 불타고, 얼어붙고, 힘이 쫙 빠졌다가 차오르는 것을 맨정신으로 견뎌야 했다.
거의 신열에 비견되는 고통.
한참이 지나고서야 특성 조합이 끝났다.
더없이 명징한 정신으로, 어쩐지 어색한 감각을 느끼며 거울 속 나를 보았다.
겉으로 보이는 변화는 없다.
다만, 다만 뭐라고 할까?
내가 보기에도 이상한 분위기가 풍겼다.
차돌처럼 단단한 자세.
심원하게 가라앉은 눈빛.
[불사]를 해제하자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돌아간다.‘눈에 띄긴 하겠네.’
거인의 힘으로 장대한 덩치가 되어, 조금 전처럼 강인한 분위기를 풍긴다?
어딜 가든 시선을 끌 것이 분명했다.
금강체까지 완성해서 삼위일체 빌드를 이루면 아주 장관이겠어.
“마지막은······”
방호복 하의와 접이식 방패를 놓고 생각에 잠겼다.
극기와 성채.
마법 방어에 특화된 극기와 일정 시간 방어력과 저항력을 크게 올려주는 성채.
한참 생각하다가 방패를 골랐다.
‘성채를 이식하고, 방패를 새로 하나 더 구하자.’
어차피 방호복은 오래 써야 한다.
이만한 물건을 구하기가 힘드니까.
방패는 그 정도는 아니었다. 돈을 쌓아둔 지금 어떻게든 적당한 방패를 구할 수 있었다.
무쇠주먹처럼 고유 특성 SR급 방패면 참 좋겠는데.
성검이랑 마총도 바꾸고 말이야.
솨아아.
성채가 내 몸에 스며들었다.
금강체까지 남은 것은 단 한 발자국.
삼위일체 전사 빌드까지 남은 것도 단 한 발자국.
뿌듯하게 차오르는 충만감을 느끼며 잠시 여운을 즐겼다.
나머지 다이아는 킵.
최우선 목표는 금강체이고 두 번째는 대공습, 세 번째는 마력혼이었다.
이것들 말고도 불굴이랑 총잡이, 검 전문가가 줄줄이 대기하는 중이지.
‘내친김에 육감도 만들어?’
육감의 재료 특성은 민감, 밝은 눈, 쫑긋 귀, 개코, 신의 혀, 예민 피부. 이렇게 여섯.
가장 얻기 어려운 게 개코였다.
자그마치 수르스트뢰밍에 코박죽을 해야 했으니까.
신의 혀나 예민 피부는 쉽지.
살미아키(감초 사탕) 좀 먹으면 되고 화장품을 건성 지성 복합성 민감성 피부 네 종류별로 사서 피부에 바르면 된다.
‘나가기 귀찮다.’
스마트폰 놔두고 발품 팔 필요 없지.
즉석에서 감초 사탕과 남성용 화장품을 종류별로 주문했다.
아마 내일 정도면 도착하겠지.
수련하는 틈틈이 감초 사탕 먹고 화장품을 바르도록 하자.
“흐, 좋다.”
마력천 물에 몸을 담갔다.
특성을 교체하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아본다.
[파산검법][에인헤랴르 연공법][마력심] [거인의 힘][불사][인내]이 정도면 적당했다.
만약에 인내를 금강체로, 마력심을 마력혼으로, 파산검법과 에인헤랴르 연공법을 상급 검법과 연공법으로 교체한다면?
그야말로 완성형.
물론 그렇게만 사용할 생각은 없지만.
‘좀 자자.’
2레벨 막바지.
잠도 안 자고 수련하느라 부작용이 생겼던 것을 기억한다.
오늘도 밤을 샜으니 조금이라도 자둬야지.
마법 욕조에 몸을 묻고 잠을 청했다.
그리고 네 시간쯤 지나 정오 무렵 깨어났다.
수련 시작.
쌔액! 쌕쌕!
바람 가르는 소리가 씩씩하다.
일점과 참격을 연달아 쓰면서 머리를 굴렸다.
‘검 전문가도 얻어야지.’
최소한의 필요 특성, 즉 검술은 갖췄다.
서우진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지.
여기에 일점과 참격이 있으니 발도, 흘리기, 쳐내기 특성만 있으면 검 전문가가 완성된다.
추가로 다른 무기류 전문가를 잔뜩 만들어 조합하면 그게 무기 전문가 빌드인데······
‘나한테는 소드마스터가 나아.’
소드마스터는 별명.
정식 명칭은 검의 주인.
무기 전문가는 여섯 개나 되는 무기류 전문가의 조합 특성인 만큼 보너스가 무시무시하다. 추가 능력치로만 따지면 아케인 서울 모든 최상위 특성 중에서도 0티어.
문제는 고유 특성이었다.
누구나 인정하는 원탑 천마신공.
그 뒤를 잇는 3대 검법.
나머지는 싹 다 3대 검법 아래니까. 창법이든 권법이든 간에.
아무리 무기 전문가로 김전사 능력치를 뻥튀기해도 천마한테는 안 됐다.
천마를 이길 방법은 하나.
3대 검법을 모두 전승받고 검의 주인에 기반한 특화 특성 세트를 짜는 것.
‘발도부터 얻어보자.’
자세를 잡았다.
몸을 살짝 틀고 왼손으로는 검집을 잡고 뒤로 뺀다.
그리고 오른손으로 성검 손잡이를 잡고 마력 부여.
마력이 검집 내부에 고였다 싶을 때 폭발시키며 발도!
꽈르릉!
마력이 터지며 천둥이 울렸다.
새파란 빛이 섬뜩하게 뛰쳐나왔다.
그러나 날카롭지는 않다.
소리만 요란할 뿐, 사방팔방으로 힘이 방사되며 빛만 터뜨리고 있었다.
“아오!”
더구나 마력 일부가 내 얼굴을 때렸다.
불사 특성 덕분에 금방 회복되었지만 따가운 건 따가운 거였다.
‘쉽지 않네.’
그나마 백지 신체의 김전사라 도전하는 거지, 다른 캐릭터로는 수련으로 발도를 얻기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실전을 겪거나 스승 NPC를 찾아가 전승받아야 했다.
“후우, 후우.”
쉬지 않고 발도 연습을 한다.
실전에서 발도를 쓰는 게 획득 확률이 10배 이상 높지만 실전에서 쓰다간 칼 맞고 죽기 십상.
지겹고 오래 걸리더라도 시간과 노력을 충분히 들이는 게 답이었다.
특히 김전사에게는.
꽈릉! 꽈르릉! 꽈릉!
내 계산으로는 사흘 정도 걸리지 싶다.
문제는 발도가 아니라 흘리기와 쳐내기.
혼자 수련해서는 절대 얻을 수 없다.
스승이나 상대가 필요한데······
‘또 신세 지기는 그렇고.’
저번에 검술 지도는 허용 범위였지.
내가 베푼 게 있으니까.
그런데 흘리기와 쳐내기까지 서우진의 지도를 받는다?
공짜로?
명백히 선을 넘는 거고 빚을 지는 거다.
차라리 초인 용병을 고용해서 대련하는 게 백번 낫다.
‘그렇게 하자.’
우선 발도부터 얻고.
“후읍, 흡!”
다시 검을 휘두른다.
벽력음을 울리며 허공을 찢는다.
이틀이 지났을 무렵.
침묵하던 내 스마트폰이 울음을 토했다.
[정진영 사냥꾼]내게 산왕 시체를 비싸게 샀던 사냥꾼.
갑자기 무슨 일이지?
[안녕하십니까. 저 기억하시죠? 철원 시국에서 뵀었습니다만.]“기억하지요. 산왕 시체 사시지 않으셨습니까.”
[하하. 기억하시네요. 다른 게 아니라 초인님을 우리 협회 정회원으로 초빙하려고 하는데 어떠십니까? 산왕 시체를 보고 회장님께서 크게 감탄하셨습니다.]사냥꾼 협회?
그거 좋지.
사냥꾼 협회 정회원이면 두 군단에게 일일이 사냥 허가를 받을 필요도 없다. 회원증 제시하고 들어가서 사냥하고 나중에 신고만 하면 된다.
특성 영약의 재료가 되는 수많은 사냥감.
마법 무구와 영약, 희귀한 재료를 대가로 주는 다양한 임무.
거부할 이유가 없다.
“좋습니다. 기꺼이 받아들이지요.”
[그럼 죄송하지만 협회에 잠깐만 와주시겠습니까? 협회장님께서 초인님을 꼭 한 번 뵀으면 하십니다.]“영광이지요. 바로 가겠습니다.”
아마 그 사람이겠지?
동글동글 사람 좋고 성격 좋고 보상 퍼주는 아저씨.
흔히 호구 협회장으로 통하는 인물.
그런데 아니었다.
전혀 엉뚱한 사람이 내 앞에서 날카로운 눈을 빛내고 있었다.
“반갑습니다. 사냥꾼 협회장 윤병진입니다.”
당신 사냥꾼 협회장 아니잖아.
내 기억 속, 스마트 화면 속에서 이 남자는 전혀 엉뚱한 직함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국회의원]이자 [암살 조직 보스]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