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84)
특성 쌓는 김전사-84화(84/300)
사냥꾼 협회 -2-
“무슨 말씀이세요. 이사님이 직접 가져가셨으면서.”
“말리셨어야죠!”
“그럴 시간도 없었습니다.”
“아니, 뭐 이딴 걸 드시고 그러세요? 사람 먹고 싶어지게.”
“맛이 궁금해서요. 이거 좋아하는 사람도 있대요.”
“혀가 고장 났나 보죠.”
강 이사는 감초 사탕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았다.
완전히 여기에 꽂힌 모양.
철원 시국으로 갈 때까지 계속 그 얘기만 했다.
나는 그 옆에서 감초 사탕을 자꾸 집어먹었고.
“맛있습니까?”
“전혀요.”
“그런데 왜 계속 드세요?”
“산 건 다 없애야죠.”
“차라리 버리시지.”
“먹을 거 버리면 벌 받아요.”
“벌을 왜 받죠? 먹을 건 넘치는데.”
이 세상엔 그런 말 없나?
하긴 마도과학 때문에 자원이 넘쳐나는 세상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운전하면서 꾸역꾸역 감초 사탕을 삼켰다.
씹을 때마다 고역이었다.
숨을 쉴 때마다 암모니아 향이 코끝을 찔렀다.
이놈의 코는 마비도 안 되나? 원래 똑같은 냄새 계속 맡으면 둔해지는 게 정상이잖아.
성과는 있었다.
[철원 시국] 표지판이 보일 때쯤 혀가 트이며 짠맛이, 신맛이, 쓴맛이 더욱 노골적으로 내 혀를 찔러댄 것.“에퉤퉤!”
즉시 창문을 열고 씹고 있던 감초 사탕을 뱉었다.
사탕 봉지를 뒷좌석에 던지자 강 이사가 피식 웃는다.
“이제 포기하십니까?”
“예. 포기합니다. 그냥 버릴래요.”
“잘 생각하셨습니다. 저건 사람이 먹을 게 아니에요. 어떻게 저런 맛이 있지?”
당신도 특성 하나 공짜로 준다고 하면 감초 사탕 아주 포크레인으로 퍼먹을걸?
육감 특성까지 남은 건 하나.
화장품 세트도 감초 사탕이랑 같이 배송되었다. 지금은 골프백에 잠들어 있지. 가까운 시간 내에 발라서 예민 피부를 가져올 생각이었다.
마침내 단합대회 장소에 도착.
“여깁니까?”
“예. 오랜만이네요. 거의 몇 년은 지난 것 같습니다.”
“협회 전용 사냥터라면서요?”
“그렇긴 한데 연천파가 주로 먹고 있어서요. 근처에 가기만 해도 연천파 놈들이 와서 인상부터 쓰곤 했습니다. 지금도 연천파 놈들이 많이 보이네요.”
SUV 천지다.
세상에 존재하는 SUV란 SUV는 모두 가져온 것 같다.
대부분 원래 세계 SUV와 닮았지만 특이한 형태도 몇 개 있었다.
삐죽삐죽 강철 가시를 달아놓은 SUV.
거대한 괴수의 등뼈로 장식한 SUV.
모형인지 실제인지 모를 로켓포를 단 SUV.
나는 새삼스럽게 그 세 SUV를 구경했다.
“마도과학 엔진을 달았나 본데요? 마력 파장이 느껴집니다.”
“돈지랄이죠. 저거 단다고 속도가 팍팍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오버슛 나서 전복되기 일쑵니다. 연천파 소속이 원래 허세가 심해요. 저 같으면 비행차를 샀을 텐데.”
“비싸지 않습니까?”
“비싸죠. 저도 사실 부담스럽고요.”
사냥꾼들이 많이 보였다.
대물 저격총과 산탄총으로 무장한 사냥꾼들.
대부분 강화병이고 전사 계열은 가끔 보인다.
어슬렁어슬렁 야영지를 누비던 사냥꾼 하나가 급히 다가왔다.
낯 익은 얼굴.
내게 산왕 시체를 사 갔던 사냥꾼이었다.
“사냥꾼님! 얘기 들었습니다. 입회하셨다고요?”
“안녕하세요.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쉽게 가입할 수 있었습니다.”
“그야 실력이 있으시니 가능했던 거죠. 제가 뭐 한 게 있겠습니까. 강 이사님도 오랜만에 뵙습니다.”
“아, 정 사냥꾼님. 오랜만입니다.”
사냥꾼은 강 이사와는 데면데면한 모양.
둘이 어색하게 눈인사만 나눴다.
“이사님. 죄송한데 김 사냥꾼님을 잠시 빌려 가도 되겠습니까? 지부 입회 관련해서 의논할 게 조금 있어서 말입니다.”
“흠, 지부 때문에 할 얘기를 비밀리에 한다고요? 뒤가 구려서는 아니고요?”
“그런 건 아닙니다.”
“뭐, 마음대로 하십쇼. 연천파가 저 따돌리는 거 어디 하루이틀입니까.”
강 이사가 휘파람을 불며 몸을 돌렸다.
사냥꾼을 따라 적당히 이동한 후 당부를 들었다.
“사냥꾼님. 제가 소개한 분이고 워낙 실력 좋은 분이라 말씀드리는 건데, 강 이사랑 가까이 지내지 않으시는 게 좋습니다.”
“왜요?”
“그럴 일이 있습니다.”
사냥꾼은 말을 아꼈다.
강 이사 쪽을 한 번 본 다음 질문했다.
“협회 안에 파벌이 갈려 있다는 건 저도 들었습니다. 그 부분은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제가 강 이사 라인을 탈까 봐 그러시나 보죠?”
“알고 계셨습니까?”
“협회장님 앞에서 직접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여간 강 이사 저 인간은······”
사냥꾼이 강 이사를 향해 혐오스럽다는 눈빛을 던진다.
“대계도 못 보고 과정에만 집착하는 인간입니다. 다소 간의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면 어떻습니까? 그 과실이, 그 목표가 중요하지요.”
“독점 사냥 지대요?”
“당연하죠. 그리고 그게 다가 아닙니다. 세 번째 군단! 가슴 뛰는 이야기 아닙니까? 갈 길이 멀다는 건 저희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한 걸음 한 걸음 뚜벅뚜벅 걷다 보면 언젠가는 달성할 거라고 봅니다. 첫걸음이 독점 사냥 지대고요.”
아니, 그래 봐야 소용이 없다니까?
사냥 지대 인가받는다고 사냥꾼 협회가 도약한다고는······
그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노란색 두 눈동자였다.
동공은 까맣고 흰자위 대신 노랗게 물든 눈.
산왕 시체를 팔 때도 생각했었지.
어디서 본 적이 있는 것 같다고.
가까이서 한참을 들여다보니 알겠다.
팔을 하나 의수로 바꾸고 얼굴에 흉터를 마구 새기면 내가 아는 얼굴이 된다.
[R 늑대발톱]암살 조직 간판 중 하나.
퀘스트와 뽑기로 영입 가능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제 알겠다.
독점 사냥 지대는 허울에 불과했다.
목표는 사냥꾼 협회만, 더 정확히는 암살 조직의 전신인 연천파가 마음대로 써먹을 수 있는 지역을 마련하는 것.
거기서 뭐든 할 수 있겠지.
불법 약물 제조? 노예 유통? 의체 제작?
높으신 분들의 비밀을 묻어놓는 것도 가능하다.
청소부 협회가 건우봉 금역에 자기네 비밀 기지를 만들었던 것처럼.
“그래도 사람은 좋아 보이시더라고요.”
“흠, 뭐, 사람은 좋지요.”
“성격도 좋으시고, 무엇보다 사람 뒤통수치거나 음험한 비밀이 없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잠깐만요. 마음에 들었다고요?”
“예. 보면 볼수록 진국이더라고요. 말 많은 것만 빼고요. 그것만 아니면 의형제 맺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나는 강 이사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가정적이고 유머스럽고 남자답다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사냥꾼의 얼굴이 한껏 구겨진다.
나한테 산왕 시체를 살 때는, 미끼를 던질 때는 이걸 생각하고 그런 게 아니었을 테니.
그런데 당연한 거 아니야?
암살 조직 소속 캐릭터들은 하나같이 나사가 빠졌다.
게임이라 캐릭터 카드를 써먹는 거지, 반드시 배신하고도 남을 인간들이라고.
그런 놈들이랑 어떻게 같이 가?
고막 터지는 한이 있어도 호구 협회장(진)이랑 같이 해야지.
“끙, 알겠습니다. 사냥꾼님께선 이미 마음을 정하신 모양입니다.”
“오늘 가입했는데 뭘 알겠습니까? 그래도 저분은 최소한 남의 뒤통수부터 치지는 않을 것 같아서요.”
“휴······ 뭐, 알아서 하십쇼. 전 이제 모르겠습니다. 협회에 소개한 사람으로서 할 도리는 다한 겁니다?”
그 말만 남겨놓고 몸을 돌리는 사냥꾼.
뒷모습을 보며 나는 얼굴을 굳혔다.
이거 느낌이 심상치가 않다.
설마, 아니겠지?
정말로 오늘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건 아니겠지?
“뭐랍니까?”
“강 이사님 라인 타지 말라네요.”
“네? 제 라인이요? 으하하핫! 감초 사탕으로 저 독살하려고 했던 사람이 제 라인을 탄다니, 지나가던 개미가 웃겠네요. 그리고 제가 사냥꾼님 라인을 타야지 왜 사냥꾼님이 제 라인을 탑니까?”
“그건 또 무슨 소리에요? 제 라인이라뇨?”
“흐흐, 전 이미 알아봤습니다. 사냥꾼님이 조만간 5레벨 찍고 6레벨 넘어서 7레벨로 날아갈 거를요. 그때 가서 저 잊지나 마십쇼. 흠, 그렇지. 여기 영물 사슴 고기가 그렇게 맛있는데 한 번 맛이나 보겠습니까?”
기잉, 철컥.
강 이사가 팔을 들고 손을 꺾었다.
오른손이 그대로 접히고 포구가 드러난다.
이어서 들어가 있던 포신이 연달아 나오고, 안쪽에서 쇠뇌 화살이 날카로운 빛을 뽐냈다.
쾅!
폭음과 함께 발사하자 주변에서 야단이 났다.
“뭐, 뭐야!”
“으헉! 깜짝이야!”
“저 인간 또 저러네.”
“깜빡이 좀 켜고 들어옵시다!”
화살이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강 이사가 마법 안구로 멀리 확인하더니 주먹을 불끈 쥐었다.
“명중! 으하핫, 이 맛에 사냥을 못 끊습니다. 잠시 차 빌려도 되겠습니까? 사슴만 가져오겠습니다.”
“그, 그러시죠.”
이 인간도 별종이네.
나는 혹시 몰라 골프백만 SUV에서 챙겼다.
짬이 난 틈에 화장품 세트를 꺼내 치덕치덕 바르자 사냥꾼들이 뭐하냐는 눈으로 쳐다본다.
“저 사람은 왜 또 저래?”
“몰라. 강 이사 라인이래.”
“뒷골목에서 유망한 초인이라며? 산왕도 잡은 인간이라던데 강 이사한테 갔어?”
“그랬다잖아.”
“하여간 끼리끼리 노네.”
“갑자기 대포 발사해서 사슴을 저격하지 않나, 갑자기 화장품을 바르지 않나······”
“선크림 아냐?”
“아니야. 보면 몰라?”
“우리 라인 안 들어온 게 다행이네. 왜 저래?”
다 니들 때문이잖아.
니들이 수상해 보이지만 않아도 나도 이 짓거리 안 해!
우선 건성 피부 화장품을 피부에 잔뜩 바르고 화장솜과 클렌징 워터로 화장을 지웠다.
당연한 말이지만 제대로 지워졌을 리가 없다.
하지만 쪽팔리기도 하고 시간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지성 피부, 복합성 피부, 민감성 피부까지 총 네 종류 화장품을 빠르게 바르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김 사냥꾼님? 뭐하십니까?”
SUV에 사슴을 싣고 온 강 이사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피부 관리합니다.”
“예? 무슨 피부 관리를 그렇게 해요? 관리가 아니라 고문 같은데요?”
“관리 맞습니다.”
왜냐하면 마지막 특성이 완성됐거든.
[예민 피부] 특성.그 증거로 내 얼굴이 피부병에 걸린 것마냥 벌겋고 퍼렇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게임에서는 유독 물질이나 오염 마력 감지에 도움을 줬었지.
추적 같은 특성에도 보정이 있었고.
하지만 상위 특성 조합 재료 말고는 썩 많이 쓰이지 않았던 특성이다.
[민감][밝은 눈][쫑긋 귀] [개코][신의 혀][예민 피부]강 이사가 사슴을 도축한다, 즉석에서 육회를 뜬다, 법석 떠는 틈을 타 SUV에 잠깐 들어왔다.
특성을 조합한다.
마력 회로를 쪼갰다가 재조립한다.
전신이, 특히 눈, 코, 귀, 혀가 불에 덴 듯 뜨겁게 달아올랐다.
피부도 후끈후끈 했지만 눈, 코, 귀, 혀만큼은 아니었다.
흡사 불덩이로 지지는 느낌.
다행히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이목구비에서 출발한 전깃불이 마력 회로를 따라 질주하며 피부에서 시작한 불길과 만났다.
그리고 전혀 다른 새로운 힘이 되어 뇌를 향해 치솟았다.
새로운 감각이 개방된다.
세계의 민낯이 내게 낱낱이 노출되는 듯한 감각.
방구석에 앉아서도 온 세상을 조망하고 어두운 진실을 꿰뚫어 볼 듯한 이 전지감.
“아······”
나는 확 트인 감각에 취해 탄성을 내지르고 말았다.
어떤 덩어리가 걸어온다.
밝고 맑은 빛으로 뭉쳐진 사람 형체가 다가와서는 산뜻하고도 맑은 무언가를 내민다.
“무지개 사슴 육회입니다. 맛이라도 보세요.”
“감사합니다.”
일부러 신의 혀를 장착하고 먹은 사슴 육회는······
맛있었다!
지방이 적어 담백하면서 감칠맛이 철철 넘쳐흘렀다. 부드럽기는 아이스크림처럼 부드러워서 혀에서 거의 녹아 없어지다시피 했다.
소주랑 먹으면 서너 병 싹 넘어갈 맛이다.
하지만 나는 이 맛있는 사슴 육회를 마음 놓고 즐길 수가 없었다.
육감을 통해 본 단합대회 본부.
시커먼 악의가 철철 넘쳐흐르고 있었으니까.
밝고 맑은 강 이사와는 정반대.
단합대회 본부만 그런 것도 아니었다.
주변의 사냥꾼들.
또 저기서 뭘 열심히 준비하는 진행요원들.
전부 한통속이었다.
속이 시커멓고 성격도 시커멓고 의도도 시커멓고, 하여튼 다 시컴댕이 투성이였다.
“이사님? 오늘 여긴 연천파만 모인 겁니까?”
“그건 아니죠. 제가 아는 사람도 꽤 있습니다. 어이! 최 부장! 박 과장! 이 과장! 자네들도 사슴 육회 좀 먹지?”
“하하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언제 부르시나 했네요.”
주변을 맴돌던 사냥꾼들이 급히 뛰어온다.
아마도 강 이사 라인.
겉으로는 누구보다도 기껍다는 듯 활짝 웃고 있었다.
강 이사도 방글방글 웃었다.
사슴 고기를 뭉텅뭉텅 잘라서는 사냥꾼들에게 건네고, 사냥꾼들은 천연덕스럽게 사슴 고기를 받아먹는다.
그러나 이 화기애애한 광경을 보면서도 나는 웃지 못했다.
최 부장.
여기서는 강 이사 다음 서열로 보이는 인물.
4레벨 강화병 계열 초인.
과장들과 다르게 홀로 시커멓게 물들어 있다.
통찰까지 장착하고 보자 더욱 확실해진다.
냄새가 났다.
지독한 악취가.
입에 담기조차 역겹고 생각하기만 해도 토해버리고 싶은.
배신의 향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