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Hoarder RAW novel - Chapter (85)
특성 쌓는 김전사-85화(85/300)
사냥꾼 협회 -3-
어쩌지?
강 이사에게 사실을 알리는 건 힘들다.
나랑은 오늘 처음 본 사이.
자기 부하가 배신했다고 하면 날 믿겠어 아니면 자기 부하를 믿겠어?
자연스럽게 이 자리를 벗어날 방법이 필요했다.
‘나 혼자 가는 건 쉬운데.’
문제는 강 이사가 잔뜩 신이 났다는 점.
사슴 고기를 나눠주며 실룩실룩 춤을 추고 고래고래 노래를 부른다.
술도 안 마셨는데 왜 저래?
배신자일 가능성이 농후한 최 부장도, 다른 두 과장도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모습입니다.”
“최근에는 격조했지요.”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으셨으니까.”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힘 빼지 마시고 아껴 두시죠. 곧 대회가 열립니다.”
단합 대회는 어떻게 진행되는 거지?
게임에서는 오픈월드 사냥으로 구현 됐었는데.
희귀한 마수를 많이 잡는 팀이 승리하는 거였다.
그걸 묻자 강 이사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당연히 사냥이지요. 희귀한 사냥감을 많이 잡으면 우승합니다. 산왕 같은 놈이요.”
그렇단 말이지······
뿌우우우!
단합대회 본부에서 거대 마수 뿔피리를 불었다.
사냥꾼들의 시선이 모이자 간부로 보이는 사람이 마이크를 들고 외친다.
“곧 단합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참가하신 회원분들은 사냥팀을 구성해 주시기 바랍니다. 사냥팀은 솔로, 듀엣부터 스쿼드, 쿼드라 스쿼드까지 자유롭게 구성하셔도 좋습니다. 단, 수가 늘면 채점에서 불이익이 있다는 점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강 이사가 나와 부하 셋을 한 번 돌아보았다.
“어때? 간만에 우리끼리 사냥할까? 여기 김 사냥꾼님도 같이 말이야.”
“좋지요. 간만에 옛날 느낌도 내고요.”
바로 찬성하는 최 부장.
반면 과장 둘은 아쉽다는 얼굴이었다.
“죄송합니다. 약속이 되어 있어서······”
“저도 약속이 있습니다. 협회장님 사람들이긴 한데 웬일로 같이 사냥하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좋은 사냥감을 봐뒀다고.”
육감은 별다른 경고를 하지 않았다.
단지 친목만 다지려고 가는 걸까?
하지만 여기서 놔두면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협회장에게 회유당하고 말면 차라리 다행이지. 죽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다행히 내겐 좋은 핑계거리가 있었다.
“아쉽네요. 두 분이랑 같이 사냥하고 싶었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요.”
“용을 사냥할 기횐데 어쩔 수 없지요.”
“용?”
“용이라뇨?”
무심한 척 툭 뱉은 말에 둘이 관심을 보였다.
사실 용은 아니지.
아니지만······
“제가 산왕 잡으러 돌아다니다가 천둥 이무기를 발견했습니다. 4레벨 정도로 보이던데 그땐 제가 3레벨이라 잡기가 힘들었지요.”
“이무기요? 정말입니까?”
“진짜 이무기요? 확실해요? 큰뱀을 잘못 보신 거 아니죠?”
“이무기가 확실합니다. 머리에 뿔이 나 있었어요.”
철원 평야 최북단.
원래 세계에서는 북한 평강군에 속한 곳.
산자락 사이 작은 못이 숨어 있다.
그 자체로 외부와 차단된 금역.
바로 그 못에 천둥 이무기가 산다.
용이 없는 대한민국에서는 최고의 사냥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 이사가 엉덩이를 들썩였다.
“뭐하십니까? 빨리 가죠! 이무기 잡으러!”
“저는 여기 과장님들도 같이 가셨으면 한데, 안타깝게도 선약이 있다고 하셔서요. 토종 이무기 잡을 기횐데 아쉽습니다.”
“으음.”
“어, 흠, 그러니까······”
과장들이 뭐라 말하고 싶은지 입을 오물거린다.
강 이사가 과장들의 등을 후려쳤다.
“뭐해? 빨리 전화해서 미안하다고 하지 않고. 이무기가 눈앞에 있는데 눈 뜨고 놓칠 거야? 여기까지 와서 호랑이나 곰 몇 마리 잡고 말게? 그런 건 평소에도 얼마든지 잡을 수 있어!”
강 이사가 이렇게까지 나오자 과장들도 마음을 정했다.
“잠시 전화하고 오겠습니다.”
“좋습니다. 합류하지요. 이번이 아니면 언제 또 이무기 잡아보겠습니까? 그것도 토종 이무기를요.”
“암, 암. 그래야지. 둘 다 잘 생각했어!”
과장들만 아니라 최 부장도 잠깐 자리를 비웠다.
“저도 원래는 다른 사람들하고 약속을 해둬서, 양해를 구하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해.”
과연 누구한테 전화를 할까?
[육감][민감][쫑긋 귀][통찰]관련한 특성을 총동원했다.
아, 이거 추적에 탐지까지 더하면 괜찮은 상위 특성 하나 더 나오겠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최 부장이 입을 손에 가리고 전화를 걸었다.
익숙한 목소리가 스마트폰 속에서 들렸다.
[최 부장? 무슨 일이지?]“김 사냥꾼 말입니다. 천둥 이무기 위치를 안답니다.”
[천둥 이무기라······ 우승은 강 이사가 가져가겠군. 괜찮아. 어차피 대계에는 영향이 없어.]“그게, 박 과장이랑 이 과장도 동행할 것 같습니다.”
[이런. 그건 곤란한데.]협회장의 목소리.
역시 육감이 경고한 게 맞았다.
최 부장은 협회장에게 넘어간 것.
그렇다면 관건은 뭘 꾸미느냐다.
적당히 훼방만 놓는다면 모르는 척 넘어가도 괜찮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선을 넘는다면······
[할 수 없지. 모조리 치우는 수밖에. 능력 있는 자들이었는데 안 됐어.]“아쉽습니다. 강 이사 라인에서는 그나마 말이 통하는 인간들인데요.”
[어쩌겠어. 약은 잘 갖고 있지?]“물론이지요.”
[강 이사는 반드시 소맥을 말 거야. 그 인간은 소맥밖에 안 마시니까. 강 이사가 소맥을 최대한 많이 마시게 해. 5레벨이라 약도 잘 안 통하니까 어지간한 양으로는 택도 없어.]“명심하겠습니다.”
약?
최 부장이 강 이사가 마실 소맥에 약을 타나?
아니지. 그럴 리가 없지.
명색이 5레벨 강화병. 눈앞에서 수작을 부리면 모를 수가 없다.
아마 소맥에, 소주와 맥주에 미리 약을 탔을 것이다.
그렇다면······
최 부장이 갖고 있다는 약은 평범한 약이 아니라 해독제겠지.
“저 음료수 좀 받아오겠습니다. 생각해 보니 차에 물이 없네요.”
“같이 갈까요?”
“그럼 좋고요.”
통화를 마친 최 부장과 강 이사가 나를 따라왔다.
본부에는 주전부리와 음료수, 술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그중 술에 특히 시선을 던졌다.
고급 위스키, 브랜디, 와인이 제일 많다.
소주와 맥주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하지만 강 이사는 입맛을 다시면서 그 두 종류를 들었다.
“사냥하면서 입가심도 좀 할까?”
자연스럽게 술 궤짝을 받는 최 부장.
“또 음주 사냥 하시게요?”
“음주 사냥이 진짜지! 병나발 불면서 총을 쏴야 제맛이야!”
“그리고 고기 뜯으면서 소맥 마시고요?”
“흐흐, 역시 최 부장이 날 잘 알아.”
“이사님이랑 함께 한 세월이 몇 년인데요.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벌써 그렇게 됐나? 하하. 강산이 바뀌고도 남을 세월이야. 정말로 오래 됐어.”
“그랬지요.”
소주와 맥주를 박스째로 실었다.
원래 세계 콜라를 연상시키는 탄산음료와 생수도 당연히 가져왔고.
통화를 마친 과장들까지 합류하자 출발.
부아앙!
SUV가 경쾌하게 들판을 내달렸다.
강 이사가 호쾌하게 맥주병 목을 날리고는 그대로 병나발을 불었다.
“그래서 어디로 가는 겁니까? 이 근처에 천둥 이무기가 있어요?”
“예. 정확한 장소는 비밀입니다.”
“어디 숨어 있길래 여태 발견이 안 된 겁니까? 협회 소속 사냥꾼들이 철원 평야는 자기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금역 안에 숨어 있습니다.”
“아하, 금역······”
“오래 묵었으면 정말 용이 될 수도 있었겠습니다.”
“철원 평야 마력으로는 힘들죠. 용이 승천하려면 커다란 호수나 높은 산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김 사냥꾼님 말이 맞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이무기가 있다곤 생각도 못 했죠. 백두산이나 한라산은 주기적으로 뒤져보고 있습니다만.”
금역이라는 말에 최 부장이 묘하게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
육감으로 봐서 안 거지 아니었으면 몰랐을 정도로만.
그렇지.
협회장한테 위치를 알려야 하는데 금역 안으로 들어가면 전파가 안 통하니까 그럴 수가 없게 되지.
위치추적 어플을 미리 깔았다면 간단하지만, 연인 사이도 아니고 위치추적 어플은 무슨 놈의 위치추적 어플이야.
나는 액셀러레이터를 꽉꽉 밟으며 쉬지 않고 떠들었다.
투머치토커가 된 느낌.
덩달아 강 이사도 신을 냈다.
여기 올 때까진 지겹다는 기색을 퍽퍽 내다가 잘 받아주니 기분이 좋았겠지.
그러다 뒤에 탄 과장이 굴러다니는 감초 사탕을 발견했다.
“이게 뭡니까? 젤리? 사탕?”
“아, 그거!”
강 이사가 반색했다.
“그거 엄청 맛있더라고. 핀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사탕이래. 거의 국민 간식으로 통한다던데?”
“그래요?”
“맛이나 봐야겠네요.”
최 부장도 박 과장도 이 과장도 약속이라도 한 듯 감초 사탕을 입에 넣었다.
당연히 일그러지는 얼굴.
강 이사가 낄낄대며 웃었다.
“푸하하!”
그러는 사이 목표 금역에 도착했다.
차를 끌고 바로 진입하자 최 부장의 눈에 낭패했다는 기색이 스쳤다.
“오호!”
차에서 내리자마자 감탄하는 강 이사.
“이런 곳이 있었다고?”
공간 왜곡되어 변형된 지형.
커다란 호수가 있었다.
수평선이 보일 정도로 드넓은 호수.
물은 맑고 투명했다. 수십 미터 아래 호수바닥이 그대로 투과될 지경이었다.
온갖 물고기들이 유유자적 호수 안을 헤엄쳤다.
대부분이 오색 빛깔 영물들.
“이사님! 저깁니다!”
그리고 그 중심.
커다란 뱀이 한 마리 보였다.
몸길이가 적어도 수십 미터. 눈에 띄는 것은 머리에 난 뿔과 청색 비늘을 타고 흐르는 마력 번개였다.
물 속인데도 주위로 방류되지 않고 방어막처럼 뱀을, 이무기 주위를 맴돌고 있다.
강 이사가 침을 질질 흘렸다.
“김 사냥꾼님이 잡으실 거죠? 김 사냥꾼님이 발견한 거니까.”
“아, 전 괜찮습니다. 강 이사님이 잡으셔도 됩니다.”
“제가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전 총을 써서 물 아래 있는 건 잡기 힘듭니다.”
“그럼 사양하지 않고······”
강 이사가 손목을 꺾는다.
사슴을 잡을 때처럼 철컥철컥 돌출되는 포신.
사냥은 싱겁게 끝났다.
강화병답게, 원거리 사냥꾼답게 전력을 단 한 번의 공격에 쏟아부은 것.
물의 저항을 무시하고 날아간 마법 화살이 천둥 이무기의 목을 꿰뚫었다.
“역시 이사님!”
“솜씨가 전혀 녹슬지 않으셨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순살이었습니다!”
“흠, 흠.”
강 이사가 멋쩍게 웃었다.
“내가 이무기 건져올 테니 회식 준비나 해. 여기서 한 잔 하자고.”
“여기서 말입니까? 본부로 안 가시고요?”
“당연하지! 아니면 내가 왜 술을 가져왔겠어! 술판은 사냥터에서 벌여야 제맛인 거 몰라?”
“일단 확인이라도 받고 드시는 게······”
“머리만 남겨놓으면 돼! 쓸개랑 고기 좀 먹는다고 문제 안 생겨!”
강 이사가 신바람을 내며 호수로 뛰어든다.
과장들은 미니 버너에 후라이팬을 올린다, 술을 꺼내온다 야단이었다.
최 부장만 머쓱하니 서 있다가 슬쩍 자리를 떴다.
“잠시 볼일 좀 보고 오겠습니다.”
금역 밖으로 나가지는 않는다.
그건 너무 눈에 띄니까.
대신 주위 나무 뒤로 돌아갔다.
왜?
뻔하지. 미리 해독제를 먹어놔야 할 거 아냐.
나는 아닌 척 최 부장을 주시했다.
최 부장이 주위를 살피곤 바지춤을 추슬렀다.
얼핏 보면 오줌을 싸려는 자세.
그러나 자세히 보면 지퍼를 여는 게 아니라 손이 주머니에 들어가 있다.
이윽고 금박에 싼 작은 환 같은 걸 꺼낸다.
해독제를 막 입에 가져가려는 찰나 마총을 뽑아 쏘았다.
검은 광선이 쭉 뛰쳐나가 최 부장을 직격했다.
“끄아아아악!”
줄기줄기 비명을 지르는 최 부장.
전신에서 검은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신열만큼이나 신경계를 고문하는 그 사악하고도 잔혹한 화염.
당연히 손에 든 환이 땅에 떨어졌다.
“어어?”
“뭐야?”
“최 부장!”
과장들이, 막 이무기를 짊어지고 나온 강 이사가 빠르게 반응했다.
급히 뛰어오지만 내가 더 빨랐다.
먼저 최 부장을 확보한 후 해독제를 주워 주머니에 넣은 것.
“이게 무슨 짓입니까!”
강 이사가 내 앞에 서서 입으로 불을 토했다.
“최 부장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 최 부장을 공격한 겁니까! 당장 저거 취소하세요!”
강 이사는 이미 전투태세.
왼손에서는 초진동 칼날이, 오른손에는 쇠뇌 화살이 겹겹이 솟아 있다.
“그러지요.”
바닥을 나뒹구는 최 부장에게 손을 댔다.
[흑염] 장착. [마력 흡수]로 빨아들이자 최 부장을 불태우던 검은 불꽃이 내 손으로 쭉 딸려왔다.“허억, 허억.”
숨을 헐떡이며 날 올려다보는 최 부장.
그러나 꼼짝하지 못한다.
콜로세움에서 배워온 [제압] 특성으로 등골을 짓누르고 있었거든.
심장 바로 뒤.
힘껏 내리치기만 해도 심장이 터질 수 있는 자리.
최 부장도 4레벨 초인이지만 하필 원거리 특화 강화병이었다.
거리를 내게, 전사 계열 초인에게 내준 시점에서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흑염으로 갈기갈기 고문당한 직후라면 더더욱.
할 수 있는 거라곤 목소리를 어떻게든 짜내어 항의하는 것이 전부.
“어째서······ 어째서 이러는 겁니까. 제가 뭘 했다고······”
강 이사와 과장들도 소리를 높여 항의했다.
“김 사냥꾼님! 당장 최 부장을 놔주십쇼!”
“혹시 우릴 여기로 끌고 온 게 함정이었던 겁니까?”
“최 부장님한테 원한이라도 있어요?”
당장 달려들 것 같은 강 이사와 다르게 두 과장은 이성적인 모습이다.
그래도 최 부장이 배신자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모양.
내가 최 부장에게 원한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해명해드리지요. 제 해명을 들으시면 다 납득하실 겁니다. 제가 왜 이러는지요.”
“납득이 안 되면 각오해야 할 겁니다!”
강 이사는 숫제 마법 화살을 내게 겨눴다.
신기전처럼 빼곡하게 장전된 마법 화살.
보기만 해도 위협적이지만 나는 전혀 기죽지 않았다.
대신 두 과장을 향해 부탁했다.
“죄송하지만 차에서 소주랑 맥주, 텀블러 하나만 가져와 주시겠습니까? 제가 해명하려면 필요합니다.”
“소주? 맥주? 텀블러? 뭘 하려고요?”
“뭐, 가져다드리지요.”
즉석에서 소주와 맥주를 섞었다.
거품이 나도록 잘 흔든다.
그제야 내가 뭘 하려는지 깨달은 최 부장이 악을 썼다.
“이사님! 강기석 이사님! 이 새끼가 절 음해하려고 합니다! 두고 보십쇼! 분명히 소맥에 독을 탔을 겁니다! 제가 피 토하고 죽을 거라고요!”
“독을 탔다고? 언제?”
“모릅니다! 그런 능력이라도 있나 보죠!”
어쭈. 이 인간이 선수를 쳐?
나는 미련 없이 소맥이 담긴 텀블러를 내팽개쳤다.
“제대로 맞추셨네요. 술에 독이 있습니다.”
“뭐? 진짜 독을 탔다고?”
“제가 탄 게 아닙니다. 소주와 맥주에 처음부터 독이 들어 있었습니다. 조합독 종류로요. 제가 직접 섞는 게 문제라면, 과장님들이나 이사님이 직접 섞어서 드셔 보세요. 아, 물론 뒷일은 책임 못 집니다. 최 부장님 말을 들어보니까 피 토하고 죽는 종류인가 보죠?”
강 이사가 못 믿겠다는 얼굴로 날 쳐다본다.
하지만 사람이 아무리 좋아도 협회 이사까지 올라간 인물이다.
그동안 어떤 모략도, 음모도 겪어보지 못했을까?
처음에야 내가 자기 부하를 제압하고 있으니 열부터 냈겠지만 슬슬 이상하다는 사실을 눈치챘을 것이다.
“내가 직접 하지.”
“이사님! 저 좀 구해주세요! 저 이러다 죽습니다!”
“자네가 소맥 한 잔만 먹어보면 되는 거잖아. 괜찮아. 내가 구해주지. 김 사냥꾼이 아무리 뛰어난 전사여도 레벨 차이는 극복 못 해. 날 믿으라고.”
강 이사가 직접 소맥을 말았다.
나는 최 부장을 제압한 채로 상체를 일으켜 앉혔다.
최 부장이 반항하지만 소용없다.
거인의 힘 특성까지 장착하고 있었으니까.
강 이사가 소맥 담긴 텀블러를 들이댔다.
“자, 자, 쭈욱 들이키게. 내가 직접 만 소맥이야. 김 사냥꾼이 아무리 초능력을 써도 여기에 독을 타진 못해. 어서 마시라니까? 최 부장도 소맥 좋아하잖아?”
최 부장이 입을 꽉 다물었다.
아무리 텀블러를 들이밀어도 마시려고 하지 않는다.
아예 고개를 돌리며 철저히 거부하고 있었다.
진실은 명확했다.
강 이사의 얼굴이 형편없이 구겨졌다.
“이 개 같은 새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