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m Jeonsa Accumulates Characteristics RAW novel - Chapter (91)
특성 쌓는 김전사-91화(91/300)
묵호검 -3-
“갑자기 웬 이사요?”
“군단장님께 묵호검까지 받은 분을 평회원 자리에 놔둘 수는 없지 않습니까.”
사냥꾼 협회 입장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나는 단호히 머리를 저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바빠서요. 이사직을 수행하는 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조건도 안 들어보시고요?”
“예. 힘들겠습니다.”
이사 자리?
나쁘진 않지만 굳이 할 이유도 없다.
사냥꾼 협회 이사하느니 차라리 동부군 장교가 낫지.
군단장 제자라는 후광에, 군단장 독문무공까지 전수받을 수 있잖아.
“음······”
강 이사가 눈살을 찌푸리고 과장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름대로 회심의 일격이었던 모양.
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강 이사가 두 번째 제안을 꺼냈다.
“그러면 명예 이사는 어떻습니까?”
“명예 이사요?”
“예. 김 사냥꾼님께 이사로서의 어떤 역할도 부여하지 않겠습니다. 석 달에 1번 있는 분기 회의에만 참석해 주시면 실수령 연봉 10억을 보장하고 모든 복지 혜택을 보장하겠습니다.”
연봉 10억!
나야 이미 수십억 대 자산가지만 초고액 연봉에는 사람을 홀리는 마력이 있었다.
들어보니 이사 복지 혜택도 장난이 아니다.
고급 오프로드 SUV 유지비 지원, 운전기사나 비서, 경호원을 4명까지 고용하는 비용 지원, 원하면 협회 근처에 50평대 단독주택을 마련해주겠다고 했다.
그 외에 병원비, 소모품 구매, 신전 헌금까지 지원이 되는데 이런 자질구레한 건 생략하도록 하자.
“음······”
솔직히 말해서 흔들렸다.
의무는 없는, 다시 말해 출퇴근 안 하고 월급만 타먹을 수 있는 꿈의 직장이잖아?
강 이사가 쐐기를 박았다.
“그리고 김 사냥꾼님이 우리 협회 이사가 되어야 다산총을 드릴 수 있습니다.”
뭐? 다산총?
“다산총이요? 그걸 주시려고요?”
“예. 평범한 마법총은 김 사냥꾼님 품격에 안 어울리지요. 최소한 다산총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억, 다산총이라니······”
“와······ 부럽습니다. 김 사냥꾼님.”
다산총.
제작 당시에는 이런 별명이 없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사람들이 이렇게 부르곤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다산 정약용이 만들었으니까.
원래 세계에서는 유명한 실학자였던 인물.
이 세상에서는 8레벨 마법사이자 조선 후기 마도과학자로 이름이 높다.
특히 무기류 제작에 일가견이 있었지.
무기류 중에서도 총기류에.
“몇 점이나 주실 수 있습니까?”
“두 점까지 가능합니다. 우리 협회가 소장한 다산총이 딱 두 점이라서요.”
그걸 다 준다고?
게임에서는 희귀 마수를 수백 마리를 넘게 사냥하며 공헌도를 쌓아야 한 점 내줄까 말까 했다.
묵호검과 군단장이 크긴 크구나.
이쯤 되면 거절하는 게 바보다.
“좋습니다. 그렇게까지 절 생각해주시는데 거절하는 것도 실례겠지요. 수락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하하하! 우리 협회가 김 사냥꾼님, 아니 김 이사님 앞날에 도움이 되면 됐지 방해가 되진 않을 겁니다. 하하하하!”
강 이사가 목젖이 보이도록 크게 웃어 젖혔다.
박 과장과 이 과장도 내게 악수를 청한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 이사님!”
“김 이사님만 믿고 가겠습니다! 앞으로는 김 이사님 라인 타면 되는 거지요?”
“아니 이 사람들이? 자네들은 곧 죽어도 날 따라와야지 왜 김 이사님 라인을 타?”
“강 이사님 라인 타다가 죽을 뻔했으면 된 거 아닙니까? 저는 이제 김 이사님 딸랑입니다!”
“아니 이 사람이?”
바로 사냥꾼 협회로 이동했다.
협회 분위기는 침울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이미 소식이 전해진 것.
그런 가운데 강 이사가 나를 협회 창고로 인도했다.
창고 가장 깊은 곳.
두 점의 총이 벽에 걸려 있었다.
옛스러운 분위기.
총열과 총몸 모두를 고급스러운 흑단목으로 만들었다. 요소요소에 황금 무늬를 상감해 놓았다. 별자리처럼 박힌 작은 보석은 은은한 마력 파장을 발한다.
생김새는 머스킷이다. 영화에서 보던, 19세기 전열 보병이 쓰던 단발 소총을 닮았다.
그러나 총열은 짧은 편이고 개머리판은 확실히 달려 있었다.
심지어 머스킷에는 없는 탄창 꽂는 부분도 보였다.
19세기 총보다는 현대의 총을 닮은 형태.
기이이잉.
강 이사가 생체 인증과 마법 인증을 거쳐 잠금을 풀었다.
“다산총에 다섯 종류가 있다는 건 아시죠?”
“예. 권총 두 종류, 산탄총, 소총, 저격총이죠.”
“잘 아시네요. 저희한테 있는 건 산탄총과 저격총입니다. 창립자분들께서 쓰다 기증하신 물건이지요.”
“그걸 저한테 주셔도 됩니까?”
“완전히 드리는 건 아니고 영구대여입니다. 무슨 말인지 아시죠?”
죽을 때 돌려주면 된다는 뜻.
창립자들이 기증했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사냥꾼 협회 역사가 오래되긴 했네.’
연원을 따지면 조선 시대 착호갑사부터 시작한 조직이다.
마탑이나 교단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뿌리 깊은 단체.
“기왕 이렇게 된 거 다산총 다섯 종을 모아보는 것도 좋을 겁니다. 전설이긴 한데, 다산총 다섯 종을 모두 모으면 다산의 마법서를 찾을 수 있다고 하니까요.”
그거 마법서 아냐.
총잡이 빌드의 상위 특성 개방하는 유물이지.
어, 잠깐만.
총잡이?
지금 나도 총잡이 완성이 눈앞에 있잖아.
난사 특성만 얻으면 총잡이 재료는 끝이다.
총잡이는 사람 상대할 때 매우 강력한 만큼 다산총을 미리 모아놓는 것도 좋겠지.
나는 강 이사에게 총 두 자루를 받아들었다.
현대의 총보다는 확실히 무거운 느낌.
군대에서 쓰던 K2 소총이 3킬로그램을 조금 넘는데 반해 이건 하나하나가 5킬로그램을 넘었다.
그래도 내 힘이라면 솜털처럼 가볍지.
철컥, 철컥.
노리쇠를 당기자 쇳소리가 울린다.
내부에 박힌 마력석이 내 마력을 빨아들인다.
철컹, 철컹.
발사되지는 않는다.
다산총은 마총과 다르게 마력을 탄환 삼는 마력총이 아니라 마법부여총이니까.
강 이사가 다산총 옆에 전시된 총알을 흔들었다.
“다산이 최초로 만든 총은 수석식 소총이었다고 합니다. 산탄총을 빼면 모두 단발식이었고요. 지금은 개조를 거쳐서 현대식 탄환을 쓰게 바꾸었습니다. 산탄총은 12게이지 산탄, 저격총과 소총은 7.62밀리미터 총알을 사용합니다.”
“마력은 제가 공급해야 하는 거죠?”
“예. 산탄총은 10발, 저격총은 5발까지 충전할 수 있습니다. 전투 상황에 마력 충전하다가 큰일 날 수 있으니 마력 충전 장치나 마력 저장 아티팩트를 구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안 그래도 하나 있다.
나는 오른손 검지에 낀 반지를 살짝 쓰다듬었다.
청소부 협회 이사 카론과 싸워 이기고 얻은 전리품.
통찰 특성으로 가늠해 보니 산탄총과 저격총 탄창 10개들이, 즉 100발과 50발까지 충전할 정도 된다.
꼭 마법 부여 안 써도 되지.
다산총은 그 자체로 훌륭한 총이니까.
“산탄총에는 충격 능력이, 저격총에는 영탄 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시죠? 다산총끼리는 능력 공유 되는 거.”
“알죠.”
그래서 사기다.
명중한 곳을 갈아버리고 밀쳐내는 [충격].
유형체를 통과하고 무형체를 타격하는 [영탄].
다산 저격총을 갖고 있으면 벽 따위는 문제가 안 된다.
그냥 통과시키고 직접 공격할 수 있으니까.
단, 이때는 육체가 아니라 영체를 공격하니 죽이지는 못한다.
그래도 평범한 사람, 아니 저레벨 초인도 가뿐히 기절시킬 수 있다.
어찌 보면 단순히 죽이는 것보다 낫지.
‘중첩이 안 되는 게 아쉽네.’
그랬으면 SSR 중에서도 1티어 취급인데.
어쨌든 다산총 각각은 SR등급이지만 세트를 다 모으면 SSR이다.
기회 닿는 대로 모아봐야겠어.
내가 총 두 자루를 골프백에 넣는 것을 강 이사가 싱글벙글 웃으며 쳐다보았다.
“어떻게, 취임식이라도 열어드릴까요?”
“아닙니다. 이사님도 바쁘시잖아요. 협회장 되시려면?”
“응? 하하하. 아직 확정된 건 아닙니다.”
“분위기도 어수선한데 빨리 정리하려면 이사님이 협회장 되셔야죠.”
“절차가 복잡해서요. 집회도 열어야 하고······”
“이사님이라면 잘하실 겁니다.”
어서 빨리 협회장 돼라.
그래야 나한테 개꿀 퀘스트를 내려주지.
호구 협회장!
너만 믿고 있을게.
이사 계약서를 쓰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부터 모든 혜택이 적용되지만 거기 신경 쓸 정신은 없었다.
내 집중력은 오직 한 곳을 향하고 있었으니까.
우우웅.
진동하며 울음을 토하는 묵호검.
특별한 특성 효과는 안 붙어 있다.
대신 [파괴 불가] 특성이 붙고 공격력이 다른 SSR급 무기보다 높다.
아케인 서울의 모든 무기류 중에서도 최상위.
에피소드 5쯤 가지 않는 한, 지옥문이 열려서 마계산 무기가 공급되지 않는 한 거의 1, 2등을 다툰다고 보면 된다.
천천히 검을 들어올렸다.
기억 속에서 본 기수식을 취한 다음 벼락처럼 쇄도한다.
쩌저정!
벼락치는 소리와 함께 빛이 번뜩였다.
호왕출세.
무협 소설에 나올 법한 전형적인 초식 이름.
정확히 말하자면 돌진 찌르기다.
핵심은 마력 운용.
제대로 동작을 익히고 마력을 운용하면 찌르는 순간 검기가 발현된다.
“쉽지 않네.”
몇 번 반복해서 써보곤 길게 숨을 내쉬었다.
상급 검법은 본격적으로 검기를 활용하는 단계.
4레벨이 되었고, 다른 전사보다 마력이 훨씬 많은 나인데도 검기 한 번 쓰려고 하자 심장이 쓰라렸다.
‘호왕출세부터 제대로 익히자.’
호왕검법은 네 초식으로 이뤄진다.
호왕출세, 호왕맹타, 호왕쌍격, 호왕비천.
간단히 정리해서 돌진 찌르기, 돌진 내리치기, 연달아 베기, 검기 날리기라고 보면 되겠다.
돌진 찌르기는 익숙하다.
섬광.
혹은 유성검.
그게 바로 돌진 찌르기잖아.
[호왕검법][에인헤랴르 연공법][마력심] [검술][집중][섬광]특성을 바꿨다.
섬광은 장착만 하고 사용하진 않았다.
먼저 호왕출세에 익숙해지자.
그런 다음 세 특성을 쓰면서 사용하면 정말이지 어마어마한 위력이 나올 것이다.
‘연공법이 조금 아쉽네.’
상급 연공법을 장착하고 마력심을 마력혼으로 강화한다면?
삼위일체 빌드 못지않은, 아니 파괴력은 더 강한 필살기가 나오겠지.
공격력만 따지면 무사가 정통 전사보다 나으니까.
번쩍!
쉬지 않고 몇 시간을 수련했을까?
마력이 텅 비는 바람에 마력천 욕조 신세도 여러 번 진 후.
마침내 검기 구현에 성공했다.
“아하하.”
섬광에 기대지 않은, 순수한 검술로 일으킨 검기.
오로지 호왕출세 동작에서만 가능한 일이지만 내게는 큰 한 걸음이었다.
‘다음은 호왕맹타다.’
돌진 내리치기.
이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싶다.
섬광처럼 내가 기존에 해온 게 있는 것도 아니니까.
정말로 그랬다.
꼬박 일주일을 수련한 끝에 겨우 감을 잡을 수 있었다.
그나마 찌르기와 다르게 발현되는 검기도 미약하기 짝이 없었다.
이래서야 실전에서 써먹기도 힘들겠다.
“후우!”
더욱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일주일을 더 수련하여 보름이 지났을 때야 성과를 보았다.
쩌저정!
길게 내리친 묵호검이 벽력성을 토한 것.
아울러 새하얀 빛이 초승달처럼 아름답게 그려졌다.
수면에 비친 달을 쪼갤 정도로 날카롭고 예리한 기운.
그와 함께 새로운 특성이 내게 안착한다.
[단월]참격계의 섬광.
참격과 검기가 결합한 강력한 특성.
섬광은 특수한 조건을 만족시켜 얻었지만 단월은 정석적인 방법으로 얻은 것이다.
호왕쌍격과 호왕비천은 접어두었다.
두 번 연속 검기를 뿌리거나 아예 검기를 유형화시켜 날려야 하는데 그러기엔 내 마력이 부족하다.
상급 연공법을 얻거나 마력혼을 조합한 다음에 수련하는 게 낫겠지.
대신 예전에 하던 수련을 마무리했다.
번쩍! 꽈르릉!
묵호검을 검집에 꽂았다가 뽑는다.
단순히 뽑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전방에 뿌린다.
전력을 다해서.
섬광과 단월 특성을 장착한 채로.
생각보다 빠르게 마무리되었다.
어느 순간 묵호검이 검집 안에서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면서 번갯불이 전방을 갈기갈기 찢은 것.
“두 개 남았다······”
쳐내기와 흘리기.
그 둘만 개화하면 여섯 특성을 조합하여 검 전문가 특성을 만들 수 있다.
뭐부터 할까?
상급 마력 연공법? 마력혼? 검 전문가? 총잡이?
선택지가 너무 많아서 선뜻 고르기가 어렵다.
그래도 오늘은 쉬자.
4레벨이 되고 쉬지 않고 달리기만 했잖아.
산왕 사냥부터 콜로세움, 사냥꾼 협회에 보름 수련까지.
내게도 휴식이 필요했다.
커피믹스를 진하게 타서 옥상에 올라갔다.
의자에 앉아 달달한 커피를 맛본다.
어느새 가을 초입.
쉬지 않고 달린 사이 9월이 되었다.
건우봉 산자락에선 서늘한 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고 수련 전만 해도 맴맴 울던 매미들은 쏙 들어갔다.
“좋다······”
얼마 만에 즐기는 여유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심장이 쑤시거나 옆구리가 결리는 증상은 없지만 내가 스트레스를 받긴 받은 모양이었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
부드럽게 나를, 집을 감싼 성역의 힘을 느끼며 막 잠에 들려는 참이었다.
빵빵빵!
요란한 경적이 나를 깨웠다.
뭐야?
신경질적으로 눈을 뜨자 시커먼 자동차가 보인다.
다 낡아서 여기저기 떨어진 중고차.
그리고 운전석 문을 열고 굴러떨어지듯이 뛰쳐나오는 한 남자.
“초인님! 저 좀 살려주십시오!”
낯익은 얼굴.
다급한 표정.
팔꿈치에서 잘린 오른팔.
상처투성이가 된 몸.
나는 눈을 크게 떴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당황스러웠다.
김철권.
멀쩡히 갱단 운영하고 있어야 할 인간이 만신창이가 되어서는 내게 도와달라고 외치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