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it Hoarder RAW novel - Chapter (93)
특성 쌓는 김전사-93화(93/300)
강화 쌓는 김철권 -2-
총이 가볍다.
5킬로그램이 넘는 무게인데도 깃털처럼 가볍게 느껴진다.
마지막 탄창을 비울 때는 반동마저 흐릿하게 느껴졌지.
[난사] 특성 획득.총잡이로서 마지막 조각을 채운 것.
시간 끌 것 없지.
즉석에서 특성을 조합한다.
[총격술][사격][조준] [저격][급속 장전][난사]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기껏해야 몇 초.
여러모로 실전 격투와 비슷했다.
총잡이도 실전 격투처럼 강력한 액티브 스킬이자 패시브 스킬이고, 캐릭터 강화 특전이었으니까.
그래서 제작사에서도 특성으로 퉁친 거지. 기본 특성을 벗어나면 스킬이나 탈렌트로 엄격하게 구분이 안 되니까.
내가 머리를 주억거리는 것과 동시에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따르르르릉!
전형적이다 못해 고전적인 전화벨.
아까 고준범이 서 있던 곳 바로 뒤에 놓인 작은 탁자.
그 위에 놓인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나는 스마트폰을 집어들고 김철권에게 말했다.
“나가자.”
“예? 아, 예!”
처참한 광경이 펼쳐진 로비.
내가 부순 것은 철권파만이 아니다.
내부 CCTV도 빠짐없이 총알을 먹여주었다.
이것으로 외부에서 내부 상황을 알기란 불가능.
스마트폰을 챙긴 다음에는 정문이 아니라 후문으로 다가갔다.
철권파 본거지는 게임에서 두 번째 거점으로 쓰이는 곳.
10층이 모두 구현되진 않았지만 1층과 생활 장소인 10층만큼은 충실하게 구현되었다.
따라서 나도 지리에 익숙했고, 항상 잠겨 있는 방범벽이자 후문에 금방 도착할 수 있었다.
“제가 열겠······”
퍼퍼펑!
방범벽에 산탄총을 갈겼다.
두꺼운 철문이자 벽이었지만 충격 산탄 앞에선 장사 없었다.
전부가 갈가리 찢어져 모래알처럼 무너져 내렸다.
김철권이 멍하니 무너진 철문을 바라보았다.
“화, 화끈하십니다.”
“시간이 없어.”
바로 밖으로 나갔다.
뒤쪽은 주차장.
고급스러운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줄을 지어 늘어서 있었다.
“어!”
시체 같던 김철권의 얼굴에 활기가 돌아왔다.
“다 멀쩡히 있네요!”
“그래? 차키는?”
“모두 생체 인증입니다. 작동시킬까요?”
“오토바이 두 개만. 최대한 여기서 멀리 벗어나야 해.”
김철권이 오토바이 두 대를 깨웠다.
척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최고급 오토바이.
과아앙!
호랑이 울음소리와 함께 철권파 본거지를 벗어났다.
지하 비밀 통로를 통해서.
후문은 비상문이자 비상용 탈출로이기도 했던 것이다.
지상으로 나온 다음에야 멈춰서 스마트폰을 꺼냈다.
내 스마트폰이 아닌 철권파 본거지에 있던 물건.
“뭐야?”
일부러 신경질적인 목소리를 연기하자 음험한 웃음이 들렸다.
[선물은 잘 받아보셨습니까?]“선물?”
[후후. 예. 조금 전에 뜨겁게 환영해 줬을 텐데요. 총소리가 그친 걸 보면 화끈하게 처리하신 모양입니다.]목소리.
낮고 웅얼거리는 듯한, 그래서 기억에 남는 목소리.
폭탄마.
나는 가만히 특성을 교체했다.
[추적] 특성이 활성화되고 허공에 붉은 화살표가 생성되었다.“너 누구야?”
[글쎄요. 그게 중요합니까? 내년 오늘이 네 제삿날이라는 게 중요하지. 잘 가라, 씨발 새끼야. 우리 형이 지옥에서 기다리고 있을 거다!]그게 마지막이었다.
거의 울부짖는 듯한 음성과 함께 벼락이 터졌다.
꽈과과광!
철권파 본거지에서.
10층 상가 건물에서.
화광이 치솟고 화염이 폭발하며, 거친 충격이 사방으로 질주했다.
그대로 박살나는 철권파 건물.
폭발은 1층에서 터졌지만 피해가 1층에 국한되지 않았다.
건물 전체 유리창이 깨지고 기둥이 뒤틀렸다.
이어 삐그덕삐그덕 소리와 함께 붕괴하기 시작했다.
김철권이 멍하니 상가 건물을 올려다 보았다.
“처, 철권 타워가······ 내 건물이······”
“정신 차려! 달리라고!”
“예, 옙!”
거리는 충분히 떨어져 있지만 혹시 모른다.
철권 타워가 붕괴하면서 우리를 덮칠지.
오토바이 스로틀을 힘껏 당겼다.
과아아앙!
오토바이가 급가속하여 앞으로 달려나간다.
바로 도로에 진입.
눈앞에 일렁이는 화살표를 따라 빠르게 질주했다.
“형님! 초인님! 어디 가십니까!”
뒤에서 김철권이 소리쳤으나 신경 쓰지 않았다.
운전과 탑승 특성을 이용해 밤의 도로를 빠르게 더듬었다.
‘지금쯤 폭탄마도 우리를 포착했겠지.’
CCTV를 부수고 지하 비밀 통로를 이용하면서 시선을 피했다.
폭탄을 터뜨리며 승리감에 젖은 것도 잠깐.
지금은 나와 김철권을 보며 머리를 굴리고 있을 것이다.
도망칠 수도 반격할 수도 있다.
혹은 두 가지를 다하거나.
여기까지 생각한 순간 뒷목이 뻑뻑해졌다.
[육감][위기 감지][통찰]이 합창하며 내지르는 경고!순간적으로 몸을 기울였다.
오토바이가 땅에 스치듯이 달라붙고 엔진이 한계를 넘어선 출력을 뽐낸다.
과아앙!
중앙선을 넘어가 반대편 차들 사이를 요리저리 파고드는 오토바이.
빵빵! 빠바방!
자동차들이 경적을 울리는 것과 동시에 날아왔다.
불꽃이.
혹은 흰 궤적이.
내가 아슬아슬하게 지나친 자동차를 정면으로 들이받았다.
꽈아앙!
폭음과 함께 수직으로 치솟는 자동차.
이미 화염에 휩싸여 있었다.
기름통에 불이 붙었는지 이내 거칠게 폭발하면서 적색 파괴를 사방에 흩뿌린다.
‘로켓탄!’
나는 고개를 들어 정면 수십 미터 앞 건물을 보았다.
20층짜리 상가 건물.
로켓탄은 바로 그 건물 옥상에서 날아왔다.
눈에 힘을 주었다.
밝은 눈과 민감 특성을 장착하고, 고글의 확대 기능까지 발동되자 옥상을 코앞에서 보듯이 확인할 수 있었다.
두 남자가 보인다.
짜리몽땅하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남자.
그리고 대조적으로 키가 껑충하고 비쩍 말라 대나무처럼 보이는 남자.
폭탄마와 해체 전문가.
둘 다 로켓포를 들고 있었다.
쌔애액!
벌써 두 번째 공격.
이번에도 오토바이를 꺾어 피해냈다.
그다음 공격도, 그다음 공격도, 또 그다음 공격도 마찬가지였다.
“으아악!”
“테러다!”
“사람 살려!”
“도망쳐! 도망치라고!”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도로.
사람들이 급하게 도망치고 자동차들이 역주행한다.
고글을 미리 쓰길 잘했다.
얼굴이 팔리기라도 했으면 골치 아팠겠지.
끼이익!
둘이 대기 중인 건물에 도착.
마스크를 뒤집어쓴 김철권이 도착하자 함께 옥상으로 올라간다.
엘리베이터가 아니라 비상계단을 이용해서.
탐지와 통찰을 써서 보니 형제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주위에 몸을 숨기고 있다.
막 돌입하려는 찰나 김철권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초인님. 이것도 함정 아닐까요?”
“당연히 함정이지.”
“예?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쳐들어가도 됩니까?”
“놓치는 것보단 백 배 나아. 아, 넌 여기 있다가 조용해지면 들어와라. 난 괜찮은데 넌 죽을 수도 있어.”
“아, 알겠습니다.”
퍼퍼펑!
옥상 문을 날려버리고 진입했다.
그러자 시뻘건 화염과 시퍼런 전격이 날 직격했다.
인간 사냥꾼 때와 비슷하다.
그때는 대지 마법 함정이었다면 폭탄마는 화염 마법 함정을, 해체 전문가는 전격 마법 함정을 깔았다는 게 달랐지만.
당연히 내게는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마법 저항]이 특성 때문에.
“죽여!”
“뒈져라, 이 씹새야!”
“기다리고 있었다!”
강철 바리케이드 뒤 총염이 번뜩였다.
기관총.
그것도 12.7 밀리미터 구경 중기관총.
흉탄이 마력 방패를 찢어버릴 듯이 작렬했다.
여기에 불도 무시하는 마법적인 독연이 피어오르고 기이한 그림자가 드리워지며 내 정신을 억압하려고 했다.
그러나 나는 건재했다.
[금강체][독 저항][결의]특성 칸 한 칸만 더 있었으면 [마약 저항]까지 채용했겠지만 마력 방패와 에인헤랴르 연공법을 쓰느라 그럴 수는 없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사격 관련 특성이 없으니 산탄총을 정확하게 겨눈 다음 신중하게 한 발 한 발 쏘았다.
퍼엉! 퍼엉! 퍼엉!
“끄억!”
“꺽!”
“커허억!”
초인들이 숨넘어가는 소리를 지른다.
이번에 쓴 능력은 [영탄].
마법부여된 총알이 강철 바리케이드를 통과하여 초인들을 후려갈긴다.
벽 두 개를 통과할 수는 없어 이 자리에서 써야 했지만 그 정도로도 충분했다.
독을 뿌린 독약파 간부는 그 자리에서 고꾸라지고, 내게 세뇌를 걸던 나체파 간부도 게거품을 물었다.
일반 갱단원들은 더 말할 것도 없고.
“다산총!”
폭탄마가 눈을 부릅뜨고 외쳤다.
3레벨 정도 되면 영탄에도 저항할 수 있었던 것.
철컥.
나는 번뜩이는 속도로 탄창을 교체했다.
특성도 함께.
[총잡이][에인헤랴르 연공법][마력 방패] [마법 저항][통찰][육감]바로 그때 시커먼 그림자가 떨어져 내렸다.
내 머리 위, 옥상문이 연결된 구조물에서.
“뒈져!”
길게 내민 강철 손가락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예전에 보았던 의체다.
독약파 쇠전갈.
내게 버릇없이 손가락 욕을 날리기에 뽑아주었던 그 물건이, 진득한 녹색으로 물들어서는 내 얼굴을 노리고 있었다.
안 됐지만 바깥에서 이미 탐지로 보고 들어온 참이다.
투시만큼 완벽하진 않아도 실루엣은 보인다고.
나는 놀라지도 않고 산탄총을 휘둘렀다.
흑단목 개머리판이 떨어져 내리던 강철 손가락을 쳐낸다.
쇠전갈의 눈이 커진다.
정확히 반 바퀴 회전한 산탄총 총구가 정확히 미간을 겨누고 있었다.
“잘 가라.”
퍼엉!
잠시 후, 머리 잃은 시체가 스르륵 무릎을 꿇었다.
“형! 도망가!”
해체 전문가가 달려든다.
손에 든 꼬챙이가 날카롭다.
잔혹하고도 섬뜩한 빛이 줄기줄기 흐른다.
실명 저주가 걸린 마법검.
나도 묵호검을 뽑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굳이 어울려줄 필요가 없다.
필요 없어진 마법 저항 대신 난사를 장착하고, 총잡이와 난사 보정을 받으며 산탄총을 갈겼다.
퍼퍼퍼펑!
박살 나 고기 조각이 되는 해체 전문가.
최후의 발악으로 마법 약병을 던지려고 했으나 그마저도 충격 산탄에 깨져 고기 조각 위를 질척한 액체가 뒤덮었다.
고기 조각이 증식하고 변형되는 것을, 나는 의미심장한 눈으로 쳐다보았다.
‘해체 전문가는 세균 배양에 일가견이 있었지.’
인간 사냥꾼이 약물에 장기가 있던 것과 같다.
삼형제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
큰형이 내게 여러 특성과 전리품을 선사한 것처럼, 막내는 내게 질병 저항과 불굴 특성을 선물해줄 모양이다.
‘그 전에······’
나는 골프백을 열어 저격총을 꺼냈다.
평범한 저격총이 아닌 다산 저격총.
이때쯤 김철권도 망가진 철문을 넘어 옥상으로 들어왔다.
“다 끝난 겁니까?”
“아니.”
나는 고개를 들어 건물들 사이로 시선을 던졌다.
윙슈트를 펼친 짜리몽땅한 인영이 마력 추진 장치를 터뜨리며 달아나고 있었다.
“두고 보자!”
충분히 거리를 벌렸다고 생각했는지 악다구니를 쓴다.
“반드시 복수하겠다! 시바 신께 맹세코, 네놈을 불과 폭탄 속에 처넣고 말겠다! 네놈의 재를 형님과 동생의 영전에 바쳐서 둘의 영혼을 위로하겠다!”
나라면 악쓸 틈에 조금이라도 거리를 벌렸을 텐데.
다산 저격총을 들었다.
조준경에 눈을 가져간다.
벌써 1킬로미터 밖으로 달아나 조준경 안에서도 작게만 보이는 폭탄마.
이건 단순한 저격 실력을 넘어선 무언가가 필요하다.
[총잡이][저격][조준] [집중][통찰][육감]집중력이 가파르게 상승한다.
초월적인 감각이 오롯이 조준경 안을 향한다.
조준경 속 세상이 화악 다가왔다.
그리하여 점처럼 보이던 폭탄마가 세상을 가득 채울 듯이 확대되었다.
뭔가 직감한 걸까?
폭탄마가 뒤를 돌아본다.
눈썹 한 터럭마저도, 유난히 큰 모공마저도 내 심상에 들어와 맺히는 순간.
숨을 멈추고 방아쇠를 당겼다.
쿠우웅!
다산총 특유의 총성.
1500미터를 단숨에 가로지른다.
사선을 그리던 비행경로와 직선으로 날아간 총알 궤적이 교차한다.
그 결과.
꽈과광!
폭탄마가 소지하고 있던 폭탄이 충격탄에 찢어지면서 거친 폭발이 일어났다.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화염.
전리품은 못 챙기겠지만 살려 보내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나는 냉담한 얼굴로 저격총을 챙겼다.
“으, 으으으······”
“여기가 어디······”
때마침 독약파와 나체파 간부들이 깨어나고 있었다.
사정 봐주지 않고 총알을 박아 넣었다.
충격탄도 영탄도 아닌 일반 총알.
그것으로 충분했다.
옥상에 모여 있었던, 오직 나를 상대하기 위해 매복했던 수십 명의 초인이 그대로 씨몰살을 당했다.
“하아아.”
구경하던 김철권이 머리를 흔들었다.
“초인님은 정말이지 무시무시하십니다. 4레벨이 아니라 5레벨 초인도 이렇게는 못 할 겁니다.”
“전투력과 레벨은 비례하지 않아. 너도 명심해라.”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솔직히 3레벨 된 후로 조금 방심하고 있다가 당했지요.”
“방심이야말로 최악의 적이지.”
잠시 주위를 살펴보았다.
도시가 불타고 있다.
삐뽀 삐뽀 삐뽀.
경찰 순찰 구역 안이라 그럴까?
소방차는 물론 경찰차들이 저 멀리서 달려오고 중.
여기서 붙잡혔다간 여러모로 곤욕을 치를 것이다.
급하게 해체 전문가의 품을 뒤져 약병 몇 병만 챙긴 다음 김철권을 보고 말했다.
“얼른 튀자.”
“예, 초인님.”
과아아앙!
철권파 영역으로 돌아갔다.
공권력 바깥, 방치된 세상.
10층 건물이 폭발했는데도 원룸 주민들이 알아서 뒷정리해야 하는 구역으로.
“하······”
김철권이 착잡한 얼굴로 무너진 빌딩을 올려다보았다.
그나마 그 자리에서 쓰러져서 다행.
옆으로 넘어졌으면 희생자가 수백 명은 나왔겠지.
“앞으로 어떻게 할 거지?”
“어떻게 할까요······”
김철권이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이 정도 일을 겪었으면 은퇴할 만도 하다.
그러나 김철권은 정해진 과정을 거쳐 결론을 내릴 것이다.
게임에서 그랬듯이.
이내, 김철권이 짧게 비명을 질렀다.
“내 동생!”
다행히 김철권의 동생은 비밀 안가에서 찾을 수 있었다.
세 간부에게 각각 알려준 다른 안가.
그곳에 배신하지 않은 간부가 김철권의 동생을 데리고 숨어 있었던 것이다.
“형님! 살아 계셨습니까!”
“민석아! 인마! 너 괜찮냐!”
“저는 괜찮습니다, 형님!”
공격이 김철권에게 집중된 탓일까?
아니면 만약의 사태에 인질로 쓰려고 살살 공격한 탓일까?
마지막 간부도 김철권의 동생도 무사했다.
김철권이 눈물을 흘리며 간부와 식물인간 상태인 동생을 얼싸안았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정말로 다행이야······”
그리고 그날 저녁 김철권이 나를 찾아왔다.
내 앞에 꿇어앉아서는 진지한 얼굴로 질문했다.
“초인님. 강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