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05
10.
[유현 대 이진용, 과연 한국 최고의 투수는 누구인가?]
– 지랄을 한다, 지랄을 해. 한국 최고? 최고오오?
언제나 그렇듯 쉬지 않는 김진호의 주둥이에서 튀어나온 소리에 이진용은 스윽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자신의 가슴을 뚫고 나온 김진호의 머리통이 보였다.
– 아, 내가 살아있었으면 이딴 기사를 볼 일은 없을 텐데! 이런 좆밥들이 한국 최고의 투수라니! 아, 한국 야구의 미래가 이렇게 무너지는구나! 신이시여, 한국 야구는 끝난 겁니까?
그 머리통에서 술술 흘러나오는 탄식에 이진용이 뚱한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저기 그런 말을 하시는 건 좋은데 할 거면 눈앞에서 좀 정상적으로 해주시면 안 됩니까? 예? 꼭 사람 가슴팍에 대가리를 쑤셔 넣고 말하셔야겠어요?”
그 말에 김진호가 눈을 위로 치켜뜨며 말했다.
– 네 눈앞에 있으면 스마트폰을 못 보잖아? 어? 너 혹시? 오호! 야한 거 보려고 그러는구나. 짜식 말하지!
장난기 섞인 김진호의 도발, 하지만 이진용은 그 도발에 실소만 지었다.
“예, 야한 거 볼 테니까 어디 좀 가서 찌그러져 있으시면 정말 고맙겠네요.”
이진용은 김진호와 티격태격하는 것조차 귀찮았다.
물론 김진호는 물러나지 않았다.
– 뭐? 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응? 다른 건 몰라도 그런 건 같이 봐야지!
오히려 그는 어느 때보다 사납게 소리쳤다.
– 이 새끼 진짜 나쁜 새끼네! 미스터 십팔! 너 자꾸 이럴래?
“에이, 진짜!”
마치 사자와 같은 그 외침에 이진용은 그대로 스마트폰을 껐다.
그리고는 소파에 앉은 채로 그대로 두 눈을 감았다.
두 눈을 감은 이진용의 머릿속으로는 어제의 기억이, 자신이 한 게임 최다 탈삼진 투수가 됐을 때의 과정이 떠올랐다.
“쯧.”
그 과정을 떠올리는 이진용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 어제 경기 내용이 마음에 안 들었나보지?
그 심중을 읽은 김진호의 질문에 이진용이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김진호가 옅게 웃었다.
– 짜식.
자신의 가르침 그대로, 그 무엇에도 만족하지 않은 채 배고픔을 느끼는 이진용의 모습에 대한 대견함의 표현이었다.
하지만 그런 김진호의 대견함의 미소를 짓뭉개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 젠장 거기서 호찬 선배님이 호우를 외쳤어야 분위기가 치고 올라가는 거였는데······ 다 된 밥에 호우를 못 뿌렸네······.”
이진용의 그 우습지도 않은 푸념에 김진호가 입가에 지은 미소는 삽시간에 사라졌다.
그 미소 대신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 진짜 살다 살다 너 같은 또라이는 처음이다. 아니, 내가 지금은 살아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을 하던 김진호가 대화 주제를 바꿨다.
– 그보다 검색 좀 해봐.
“검색이요?”
– 네 기록 달성에 대해 유현이 뭐라고 했는지 찾아봐야지.
그 말에 이진용이 고개를 갸웃했다.
“유현 선수는 왜요?”
– 자기 기록을 이상한 또라이 새끼가 깼는데 어떻게든 반응이 나올 거 아니야? 기자들도 네가 탈삼진 기록 세우는 순간 유현한테 먼저 전화 걸었을걸? 그리고 너도 궁금하잖아? 유현이 자신하고 비교되는 땅딸보 추남 개뽀록 투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김진호의 말에 이진용이 눈살을 찌푸렸다.
“궁금하긴 한데, 대답이야 뻔하죠. 설마 유현 선수가 본적도 없는 나를 가지고 내 기록을 깬 이진용 개새끼 복수할 거야, 라고 인터뷰를 하겠어요?”
– 혹시 모르지. 안찬섭인가 하는 애도 너 대놓고 깠잖아? 개뽀록 운빨 투수가 노히트노런 한 게 한국프로야구 수준이 낮다는 증거라고.
“안찬섭은 원래 그런 놈이었고요. 그보다 제가 유현 선수를 신경 쓸 이유가 없잖아요?”
– 왜 없어? 지금 유현하고 라이벌 구도가 되고 있는데.
라이벌 구도라는 말에 이진용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렸다.
김진호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이진용도 알고 있었다.
이미 이진용 본인이 피부로 느끼고 있었으니까.
지금 프로야구 판에 있는 모든 관계자들이 이진용과 유현을 라이벌로 만들고 있는 것을.
이건 이진용에게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라이벌 같은 건 필요 없는데.’
이진용은 라이벌과 멋진 승부를 펼치는 청춘 드라마 같은 걸 찍고 싶은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으니까.
더 문제는 그렇게 만들어진 라이벌 구도에서 대부분의 이들이 유현의 승리를 바란다는 사실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진용은 그런 상황이, 라이벌 구도가 오래가는 걸 용납할 생각이 없었다.
– 진용아, 내가 말했지? 여지는 남겨두지 말라고.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지?
김진호가 유현을 언급한 것 역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이진용이 어떤 놈인지 제대로 보여줘야죠.”
괜히 간 보지 말고 지금부터 움직이라고.
– 그래, 진용아. 이진용이 똥보다 더 더러우니까 알아서 피해야 하는 똥 같은 또라이, 똥라이라는 놈이란 걸 보여줘라!
그 순간 이진용이 해야 할 건 하나였다.
“예.”
더 강력해진 모습으로 세상에 이진용이 어떤 투수인지 보여주는 것!
이진용, 그가 그렇게 다시 한 번 다이아몬드 룰렛을 돌렸다.
11.
6월 27일 화요일.
대전구장, 호크스의 홈구장인 그곳에는 아직 해가 중천에 뜬 시간임에도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중 대부분은 목에 명찰을 걸고 다니고 있었다.
그것이 그들의 정체를 분명하게 말해줬다.
기자들.
그런데 그들은 기자답지 않게, 정보를 얻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모두가 적당한 자리를 잡은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나오네. 난 솔직히 7월 이후에 나올 줄 알았는데.”
“몸이야 메이저리그에서 이미 만들어뒀으니까.”
“하긴 메이저리그 기준으로면 지금 가장 몸이 올라왔을 때지.”
기자들은 기다리고 있었다.
“다저스가 지금 워낙 선발진이 튼튼하니까. 그래도 이렇게 빨리 등판이 잡힐 줄이야.”
“솔직히 난 아직도 유현이 리턴한 게 이해가 안 된단 말이야.”
유현.
한국프로야구를 평정한 후 메이저리그 행!
그렇게 넘어간 별들의 세상에서 모두가 인정할 만한 활약!
그런데 갑자기 다시 한국프로야구로 돌아온 괴물!
오늘 6월 27일은 그런 그의 복귀전이었다.
“선배님, 유현이 왜 이렇게 빨리 복귀전을 하는 걸까요?”
기자들이 대전구장 곳곳을 채운 채 북적거리는 이유였고, 대전구장 흡연실에서 황선우가 후배 기자를 앞에 둔 채 전자담배를 뻐끔거리는 이유이기도 했다.
“한국으로 놀러 온 게 아니니까. 시즌 중에 하루라도 빨리 복귀하는 게 당연한 거지.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선수가 고작 LA에서 한국으로 오는 여행 때문에 몸이 지쳤을 리도 없고.”
말을 하던 황선우는 슬쩍 말을 덧붙였다.
“무엇보다 자극도 받았겠지.”
“자극? 역시 이진용을 신경 쓰겠죠?”
그 덧붙인 말에 후배 기자 반색하며 반문했고, 황선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유현이 순하게 생긴 외모와는 다르게 승부 근성으로 똘똘 뭉친 독종이니까. 자기 기록이 깨졌는데 허허거리고 넘어갈 놈이 절대 아니지.”
“역시 이번 시즌은 진짜 볼 게 많네요. 이진용 대 유현! 빅매치 아닙니까? 빅매치! 라이벌 빅매치!”
후배 기자의 말에 황선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라이벌이라······.’
솔직히 황선우는 이진용과 유현이 라이벌 관계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아무리 유현이 대단한 투수라고 하고, 메이저리그에서 더 발전했다고 하지만······.’
그 이유.
‘그래 봐야 지금 이진용에 비해서 나은 것은 구속밖에 없다.’
이진용의 수준을 유현보다 더 높게 보고 있다는 것.
당장 성적이 그 증거였다.
‘그 외에는 모든 것에서 이진용이 압도적이다.’
미스터 제로.
이제 무실점 이닝이 100이닝을 향해 달려가는 이진용의 피칭은 무언가와 비교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제아무리 유현이 대단했다고 해도, 그가 1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시즌이 있다고 해도 말 그대로 1점대!
미스터 제로에 비할 바는 못 된다.
또한 황선우는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지금 이진용이 다음 달의 이진용과 같다는 보장은 없지.’
이진용이 언제나 세간의 상식을, 기준을 뭉개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김진호 데뷔 시즌하고 비슷해.’
그런 이진용의 모습은 유현이 아니라, 메이저리그에서도 역사상 최고의 투수 중 한 명이라고 꼽히는 김진호와 비교할 만했다.
‘그래, 김진호.’
김진호.
데뷔하기 전부터 그는 분명 괴물이었다.
마이너리그에서 한 시즌을 치르고 다음 해 바로 메이저리그에 콜업된 그는 100마일짜리 패스트볼을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스트라이크존에 겁 없이 찔러 넣었다.
하지만 정말 무서운 건 김진호가 매달, 나날이 더 나은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었다.
‘김진호야말로 진짜 괴물이었지.’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김진호는 100마일짜리 공을 타자의 스트라이크존에 집어넣는 투수였지만, 한 달 정도 시즌을 치른 후에는 스트라이크존 이곳저곳을 공략하는 투수가 됐고, 두 달, 세 달이 흘렀을 때 김진호는 제 스스로 타자의 약점을 파악하고 그 약점을 사정없이 후벼 파는 선수가 되어 있었다.
‘이진용은 비교를 하려면, 이제 솔직히 김진호 정도 되는 선수를 데려다 놔야지.’
다른 투수들, 개중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투수들이 3,4년에 걸쳐 이룩하는 성장을 단 한 시즌에 이룩했었다.
그것이 당시에 동양인을 동양인 따위라고 얕잡아보던 메이저리그의 모든 이들이 동양인 투수에게 메이저리그의 지배자라는 어마어마한 별명을 지어준 배경이었다.
‘유현은 아니야.’
그런 의미에서 유현은 이진용에게 있어 비교 대상이 될 이유가 없었다.
적어도 2017시즌은 그러했다.
‘하지만 언론은 다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은 연신 기사를 토해내며 이진용과 유현의 라이벌 구도를 만드는 중이었다.
‘이진용의 독주를 허락하는 건 돈이 안 되니까.’
라이벌 구도는 돈이 되니까.
‘그리고 이 바닥에서 이진용 좋아하는 관계자도 없고.’
동시에 한국프로야구 관계자들은 대부분 이진용에 대해서 안 좋은 감정을 품고 있었다.
‘접점 하나 없는 놈이 깽판을 치고 있으니, 그 꼰대들 성격 생각하면 지랄 안 하는 게 이상할 정도이지.’
원래 한국프로야구는 폐쇄적이고 이기적인 곳이다.
무수히 많은 파벌이 있고, 그 파벌이 한국프로야구의 역사보다 더 깊게 뿌리 내리고 있는 곳.
당장 어느 고등학교 출신, 어느 구단 출신이란 이유만으로 실력이 없음에도 지도자가 되고, 관계자가 되는 곳이었다.
심지어 범죄를 저지른 관계자를 아는 사이, 같은 지역 출신, 같은 학교 출신이란 이유로 감싸주는, 그야말로 마귀들이 득실거리는 복마전과 같은 곳이었다.
그런 복마전의 마귀들에게 이진용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괴물이었다.
제대로 드래프트를 통해 야구판에 들어온 것도 아님에도 한국프로야구의 모든 질서를 뒤흔드는 괴물!
‘그런 의미에서 이진용이 엔젤스에 들어간 건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군.’
때문에 만약 이진용이 엔젤스 외의 다른 구단에 갔다면 이진용이 이렇게까지 대놓고 자신의 실력을 뽐내는 일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압박이 왔을 테고, 구단은 그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을 테니까.
‘구은서가 전권을 잡은 만큼, 최소한 엔젤스에서 이진용의 발목을 잡을 일은 없을 테니까.’
반면 지금 엔젤스는 모든 전권이 구은서에게 집중된 상황이었고, 구은서는 우승을 위해서라면 이진용보다 더한 인간이라도 써먹을 여인이었다.
무엇보다 구은서는 지금 여러 사정이 있긴 하지만, 한국 굴지의 재벌가의 일원이다.
한국야구계의 몇몇 권력자들 따위가 어찌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현을 띄어주는 건 당연한 거지.’
어쨌거나 이런 상황에서 한국프로야구 관계자들이나 언론에게 있어 유현의 복귀는 하늘이 보내준 영웅이었다.
유현은 한국프로야구의 모든 정수라도 해도 과언이 아닌 선수였으니까.
드래프트부터 1순위 지명을 받고, 한국프로야구에서 무지막지한 커리어를 쌓은 후 포스팅 제도를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을 한 선수!
한국프로야구의 자존심!
‘언론하고 야구관계자들이 바라는 건 유현이 어떤 식으로든 이진용을 꺾는 거겠지.’
그게 지금 언론이 라이벌 구도를 만드는 이유였다.
한국프로야구의 관계자들, 언론들은 그런 유현이 이진용을 몰락시키기를 바라는 마음에 무대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이 상황은 더 심화할 것이 분명했다.
이진용과 유현의 관계를 마왕과 용사 수준으로 만들 것이다.
‘그리고 혹여 이진용이 삐끗하기라도 한다면······.’
그런 상황에서 만약 이진용이 이런 유현과의 매치업에서 삐끗이라도 한다면, 허점이라도 보인다면 세간은 이진용을 미친 듯이 물어뜯을 것이다.
더 나아가 어떻게든 이진용이 삐끗하도록 쓸 수 있는 범위 내의 모든 수단과 방법을 쓸 것이다.
반대로 유현에게는 모든 것이 그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것이다.
이진용에게는 꽃길이 아니라 오히려 가시밭길이 펼쳐진 것이다.
‘여기서 그나마 이진용에게 편한 건 유현이 기대만 못한 성적을 거두는 건데······.’
그런 상황에서 이진용에게 그나마 나은 상황은 유현이 기대보다 못한 모습을 보이는 것뿐.
“유현 왔다!”
“그래? 빨리 움직이자!”
“나 돛댄데?”
“새끼, 그거 얼마 한다고! 빨리 움직여! 지금 안 가면 더그아웃에 들어가지도 못할 거야!”
그러나 황선우는 그 부분에 대해서 분명히 말할 수 있었다.
‘유현은 더 강해지면 강해졌지, 약한 모습을 보일 리 없지.’
유현, 그는 한국프로야구 선수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괴물이 되어 돌아왔다고.
그리고 그런 황선우의 예상은 곧바로 현실이 됐다.
12.
[유현, 복귀전에 노히트노런을 달성하다!]
[유현 한국 적응 완료! 이제 남은 건 정복뿐!]
[괴물, 다시 한 번 리그의 지배자가 되다!]
유현, 모두가 기대하던 그의 복귀전은 한 단어 하나로 정리되었다.
– 유현, 미친놈! 복귀전부터 노히트!
– 리얼 괴물이네.
– 최고 구속 153나오더라. 그것도 제구 제대로 되는 공이.
– 삼진도 16개나 잡았네.
– 볼넷 2개 아니면 퍼펙트였는데!
노히트노런.
투수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기념비적인 기록을 통해 유현은 잠시 동안 자신을 잊고 있던 한국프로야구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분명하게 전달했다.
“진짜 괴물이네. 대체 왜 이놈이 한국으로 돌아온 거야?”
“이야기 들어보니까 이번 시즌 끝나고 곧바로 메이저리그 간다던데?”
“젠장, 그럴 거면 그냥 메이저리그에 남으라고. 괜히 우리들만 엿 먹는 거잖아? 가뜩이나 괴물 하나 때문에 미치겠는데, 괴물이 두 마리나 되어버리다니······.”
모두 죽었다고 복창해라!
그런 유현의 외침에 엔젤스에도 아주 제대로 닿았다.
“아, 뭔가 좀 풀리나 싶더니 이런 괴물이 나오네.”
“유현하고 언제 붙지? 7월 18일? 올스타 브레이크 끝나고 바로 붙잖아!”
“아, 붙기 싫다.”
엔젤스 구단 곳곳에서 괴물의 등장에 앓는 소리가 나왔다.
“그보다 유현하고 진용이하고 붙으면 어떻게 될까? 누가 더 나을 것 같아?”
“유현 봤잖아? 오자마자 노히트한 거. 솔직히 말해서 진용이도 쉽진 않을 거야.”
그 소리 뒤로 유현과 이진용에 라이벌 구도에 이야기가 자연스레 나왔다.
“더군다나 유현은 에이스 킬러라고. 에이스랑 붙을 때 더 무시무시해지는 괴물!”
“아니, 그보다 솔직히 진용이 입장에서는 굳이 부딪칠 필요가 없지. 올스타 브레이크 후의 경기이니까 로테이션 조절만 하면 피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언론이 나서서 이진용과 유현의 라이벌 구도를 더더욱 부각시키는 상황에서, 다른 누구도 아니고 이진용을 에이스로 품고 있는 엔젤스가 자유로울 리가 없었으니까.
‘쯧.’
그러나 중요한 건 그것이 결코 엔젤스에게, 이진용에게 좋을 게 없다는 점이었다.
이호찬이 긴장하는 이유였다.
‘이런 분위기는 진용이한테 좋을 게 하나도 없는데······.’
물론 이호찬은 이진용이 이런 일을 가지고 기가 죽거나, 긴장할 사내가 아니라는 건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문제란 건 긴장이나, 풀이 죽을 때만 생기는 게 아닌 법.
오히려 문제는 너무 들떠 있거나, 무리하거나, 오버할 때, 저도 모르게 자신이 가진 페이스를 잃어버리고 과속하는 경우에 더 자주 생기는 법이다.
‘괜히 유현을 의식하다가 잘못하면 페이스가 무너진다.’
이호찬이 우려하는 건 이진용이 유현과의 라이벌 구도에 무언가를 더 보여주기 위해 무리를 하는 경우였다.
그런 이호찬의 눈에 이제 막 출근하는 이진용이 보였다.
‘아.’
호우, 호우 거듭 한숨을 내쉬고 있는 이진용의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고민으로 가득 찬 모습이었다.
이호찬이 그런 이진용을 발견하는 순간 곧바로 그에게 다가갔다.
“진용아!”
“아, 호찬 선배······.”
이호찬의 부름에 이진용이 여전히 고민 가득한 표정을 풀지 못했다.
“고민 있냐?”
“아, 그게······.”
이호찬의 그 질문에 이진용은 말을 아꼈고, 이호찬이 그런 이진용에게 말했다.
“고민 있으면 말해라. 이래 봬도 선배다, 선배. 야구에 대한 고민이면 얼마든지 대답해주마.”
“그게······.”
“뭐든 좋으니까 말해봐.”
그 거듭된 이호찬 말에 이진용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기 선배님.”
“그래.”
“혹시 마구 던질 줄 아세요?”
“응?”
그 질문에 이호찬은 잠시 잊었던 것을 떠올렸다.
이진용 별명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