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06
1.
6월 30일 금요일.
이진용의 등판일이 정해졌다.
그리고 이진용의 등판일이 정해지는 순간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기사를 쏟아냈다.
또한 야구팬들은 기대감을 쏟아냈다.
– 이번에는 이진용이 뭘 보여줄까?
ㄴ 뭘 보여주긴 호우를 보여주겠지.
여기까지는 언제나 있었던 일.
그러나 이번에는 언제나와 다르게,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지 않은 채 이어졌다.
언론이 이진용의 이번 등판에 더 많은 의미를 그리고 더 많은 부담감을 부여하기 시작한 것이다.
[수원 독스 상대로 유현은 노히트노런, 그럼 이진용은?] [특명! 이진용, 수원 독스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둬라!]특히 이진용이 상대하게 된 수원 독스가 며칠 전 유현의 복귀전에서 노히트노런의 제물이 되었다는 사실은 언론에 있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소재이자, 호재였다.
[유현 대 이진용, 수원 독스를 상대로 대리전!] [이진용은 과연 유현 상대로 판정승을 거둘 것인가? 판정패를 당할 것인가?]이진용 대 유현.
수원 독스가 그 두 투수의 기량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실 그건 말도 안 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언론은 거듭 부추겼고, 야구팬들은 그 사실을 즐겼다.
– 유현이 독스 상대로 노히트노런 했으니, 이진용은 최소 완봉승은 해야지.
ㄴ 탈삼진은 15개 이상 잡고.
ㄴ 완투승 해도 지는 거네 ㅋㅋㅋ
그렇게 몇 번의 기사 그리고 네티즌들의 반응이 반복되었을 때, 이진용은 수원 독스를 완투승을 거두는 것조차 판정패가 되어버리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아······.”
그 상황 앞에서 이진용은 고뇌했다.
“미치겠다.”
– 스킬 효과 : 체력 포인트를 10포인트 소모해 마구를 던질 수 있다.
– 일일 사용 가능 횟수 : 10회.
“아, 뭘 마구로 던져야 하지?”
수십 가지 아이스크림을 파는 전문점에서 10가지 아이스크림만 골라야 할 때, 그럴 때와 비슷한 고뇌를.
– 씨발.
옆에서 본다면 어처구니가 없는 고뇌.
– 씨발!
김진호가 이진용 옆에서 거듭 쌍욕을 내지르는 이유였다.
“김진호 선수, 좀 조용히 해봐요. 지금 저 고뇌 중인 거 안 보이세요? 예?”
그런 김진호의 욕설에 이진용이 한마디를 벌처럼 쏘았다.
그 모습에 김진호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팔짱도 풀었다.
그리고 그대로 양 주먹을 움켜쥔 김진호가 제 입을 천천히 열었다.
– 아빠 힘내세······.
그 순간 이진용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죄송합니다! 김진호 선수, 제가 너무 무례했습니다.”
그 모습을 본 김진호가 엄한 표정을 지으며 거듭 말했다.
– 짜식, 똑바로 해.
“예,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겠습니다.”
그제야 진정된 분위기 속에서 이진용은 다시 한 번 자신의 눈앞에 있는 마구 스킬을 바라봤다.
‘대단한 게 손에 들어왔다.’
다이아몬드 룰렛을 통해 새롭게 얻은 마구 스킬.
물론 마구 스킬은 진짜 말도 안 되는 마구를······ 갑자기 공이 2개로 분신술을 쓴다거나, 독수리슛처럼 공에 날개가 달려서 하늘 높이 올랐다가 떨어지거나, 공이 홈플레이트 근처를 통과할 때 호우! 소리를 지르거나, 그런 공을 던지게 해주는 건 아니었다.
‘궤적을 컨트롤할 수 있다니.’
가능케 해주는 건 다름 아니라 공이 그리는 궤적을 컨트롤 하게 해주는 것.
라이징 패스트볼과는 달랐다.
라이징 패스트볼은 패스트볼을 강화해주는 스킬로, 패스트볼에만 적용이 가능하며 강화만 할 수 있으니까.
반면 마구 스킬은 모든 구종에 적응이 가능했다.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더 나아가 마구 스킬은 궤적을 컨트롤하는 만큼, 오히려 밋밋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절대 못 쳐.’
타자 입장에서는 그게 더 무서운 일이었다.
야구는 타이밍 싸움이니까.
예리하기만 한 것보다는 예리한 것 사이에 존재하는 밋밋한 것이 오히려 더 무서운 법이니까.
‘이 정도면 마구 맞지.’
마구라는 스킬 네임이 결코 부족하지 않은 스킬이었다.
그래서 고민이었다.
‘너무 좋아도 문제라니까.’
쓸모가 너무 많았으니까.
더 나아가 이 스킬은 이진용에게 있어서 쓸 수 있는 재주가 필요한 스킬이기도 했다.
이진용의 역량에 따라 마구, 그 이상의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스킬이었으니까.
“끄응.”
그것이 이진용이 고뇌하는 이유였다.
그 고뇌 속에서 이진용이 조심스레 김진호를 바라봤다.
– 뭘 봐?
당연한 말이지만 김진호 역시 마구 스킬의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마구 스킬이 이제까지 이진용이 얻은 무수히 많은 스킬 중에 파괴력 면에서는 가장 압도적이란 것도 그리고 이 압도적인 무기를 어떻게 써야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지도.
그게 김진호 선수가 퉁명스러운 이유였다.
‘여기서 팁 달라고 하면 엿을 주겠지?’
그런 김진호가 이진용의 질문에 순순히 팁을 줄 리 만무, 때문에 이진용은 질문을 바꿨다.
“김진호 선수가 생각하기에 가장 말도 안 되는 기록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 뭔 소리야?
“한 경기 20탈삼진이니, 노히트노런 같은 거요. 역시 퍼펙트게임이 가장 말도 안 되는 기록이겠죠?”
그 질문에 김진호가 고개를 저었다.
– 퍼펙트게임은 말도 안 되는 기록이라기보다는 하늘이 내린 기록이지. 투수가 27개 아웃카운트 전부를 삼진으로만 잡으면 모를까, 그게 아닌 이상 투수 혼자 만든 게 아니니까. 오히려 노히트노런은 투수가 노리면 가능하지. 어려운 타자는 볼넷으로 거르면 되니까.
“그럼 뭐죠?”
– 뭐긴 뭐야, 그거지.
“그거요?”
김진호는 조금의 망설임도 대답하지 않았다.
– 그렉 매덕스의 76구 완투승,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말도 안 되는 짓이지.
“그렇군요!”
그 순간 이진용은 더 이상 고뇌하지 않았다.
“그게 있었네요.”
2.
6월 30일.
6월의 마지막 날, 수원 독스의 홈구장인 수원 구장에는 오랜만에 관중들로 가득 차 있었다.
“수원 구장에 관중 가득 찬 게 얼마 만이냐?”
신생 구단 그리고 리그 최하위······ 여러모로 팬들이 아직 애정을 품기에 힘든 수원 독스에게 있어서 보기 드문 광경.
“역시 이진용 경기는 원정 경기도 다르다니까. 원정이든 홈이든 가리지 않고 만원을 만들어버리네.”
그것을 가능케 한 건 이진용의 티켓 파워였다.
“그렇지. 더군다나 유현하고 비교할 수 있는 매치잖아? 야구팬이면 보러 올 수밖에.”
동시에 언론이 만들어낸 라이벌 구도의 파워이기도 했다.
“완투해도 판정패라······ 진짜 말도 안 되는 라이벌 전이군.”
완투승조차 패배가 되어버리는 매치!
이런 매치를 보지 않는다면 야구팬이라고 할 수 없을 터.
물론 말이 안 되는 매치였다.
“최악이군. 노히트노런을 두 번이나 할 수 있는 게 가능할 리가 없는데, 노히트노런과 비교를 하다니······.”
이진용, 그는 이미 노히트노런과 퍼펙트게임을 달성했다.
그런 그가 노히트노런을 다시 한 번 더 할 가능성이 과연 얼마나 될까?
없다고 단언할 순 없지만, 그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
더 나아가 이미 노히트노런은 물론 퍼펙트게임을 거둔 이진용과 유현을 붙이고자 한다면, 유현에게 오히려 포커스가 맞춰져야 한다.
유현이 퍼펙트게임을 한 후에야 그 둘은 그나마 기록상으로 동등해진다고 할 수 있을 테니까.
“최악이라기보다는 악질적이죠.”
그러나 지금 세간은 유현에게 퍼펙트게임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진용에게 노히트노런을 요구하고 있었다.
“언론이 작정을 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들이 그렇게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언론만 움직이면 다행이겠지.”
더불어 언론이 아니라 야구계 전반에 깔린 자들이, 이 야구계의 실력자들도 수작을 부리고 있었다.
“감독님이 고생이 많습니다.”
“나야 그냥 무시하면 될 일이지.”
그러한 사실들을 이제 피부로 본격적으로 느끼기 시작한 봉준식 감독과 송재만 수석코치는 쓴웃음을 머금었다.
그런 그 둘의 머릿속으로는 최근 들어 받은 몇 통의 전화들이, 소위 이 바닥의 높으신 양반들과의 통화 내용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이진용 좀 제대로 관리해라, 그놈이 마운드에서 무례한 짓을 하도록 놔두지 마라, 그렇게 하면 재미없을 줄 알아, 마운드 위에서 이진용이 날뛰지 못하도록 제대로 관리하라는 내용의 전화들이.
“오히려 송 수석이 힘들겠지.”
한국프로야구에서 남은 일생의 상당 부분을 더 가져가야 하는 그들 입장에서는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압박이었다.
“저도 뭐 입 다물고 있으면 될 일이죠.”
만약 그들이 다른 구단 소속이었다면 지금처럼 움직이진 못했을 터.
“어차피 구 팀장이 있는데 뭘 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엔젤스에는 구은서가 있었다.
그녀는 세간의 압박에 코웃음조차 치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주변의 반응에 그녀는 그 관계자들에게 전달했다.
정말 할 말 있으면 자신을 찾아와 얼굴 보고 이야기하라고.
그런 그녀 덕분에 엔젤스의 코칭스태프들이나, 선수단은 이 상황 속에서 어느 정도 숨을 쉴 수 있었다.
물론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만족할 생각은 없었다.
“구 팀장 때문에라도 올해는 우승을 해야지.”
봉준식 감독, 그는 솔직히 말해서 지금 화가 나 있었다.
분명 이진용이 돌발행동을 몇 차례하고, 그의 행동이 무례했었던 건 맞다.
하지만 그는 대단한 투수였다.
한국프로야구가 나서서 보배처럼 가꾸어야 하는 투수.
그런데 지금 한국프로야구는 그런 이진용이 자기들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이진용을 짓뭉개려고 하고 있었다.
막말로 안찬섭이 도박 사건 이후 자숙했을 때 야구관계자들은 한국프로야구의 흥행과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서 그를 복귀시켜야 된다고 말했었다.
그때 안찬섭에게 적용한 기준대로라면 이진용은 지금 마운드 위에서 마이크를 달고 호우를 외쳐도 봐줘야 한다.
여러모로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는 일.
비단 봉준식 감독만 그런 게 아니었다.
“예, 엿 같아서라도 올해 우승해야죠.”
이진용에 대한 공격이 거듭될수록 엔젤스의 온도는 점차 올라가고 있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이진용은 엔젤스의 에이스이니까.
“다들 같은 생각일 겁니다.”
그렇게 올라온 온도는 엔젤스 선수단을 부글부글 끓게 만들 정도가 되었다.
이제 좀 더 달아오르기만 한다면 터질 수 있는 정도.
그리고 엔젤스에는 그런 엔젤스를 그 무엇보다 뜨겁게 만드는 것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이진용 상태는?”
“자신이 없답니다.”
투수코치의 그 말에 봉준식 감독은 놀란 표정 대신 옅은 미소를 머금었다.
이진용이 무슨 의미로 그런 말을 했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질 자신이 없다, 이 말이지?”
“예.”
“대단한 놈이군.”
“예, 대단한 녀석이죠.”
그렇게 게임이 시작됐다.
3.
이제 슬슬 해가 기울어지기 시작한 수원 구장은 아침까지 내린 빗줄기 탓인지 촉촉함이 곳곳에 남은 채 축축하게 늘어질 법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었다.
하지만 수원 구장의 주인인 독스 선수들의 눈빛에는 그촉촉함이나 축축함 따위는 없었다.
대신 독기가 가득 했다.
– 1회 초, 엔젤스가 삼자범퇴로 물러납니다.
1회 초 엔젤스의 공격이 끝났을 때도 그들의 눈에 있는 독기는 조금의 누그러짐이 없었다.
‘우리를 뭐로 보고.’
그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수원 독스.
그들은 분명 약팀이었다.
그것도 그냥 약팀이 아닌 최약팀.
하지만 아무리 약팀이라고 해도 프로 선수이며, 프로선수에 대한 자존심이 없는 건 아닌 법.
‘우릴 개새끼 취급한다 이거지?’
그런데 지금 그런 독스의 자존심이 개밥처럼 취급을 받고 있었다.
‘오냐 개새끼가 뭔지 보여주마.’
두 명의 투수가 지금 그들을 상대로 대결을 하고 있다.
독스라는 팀을 얼마나 처참하게 짓뭉개는가? 그런 경쟁을 하고 있었고 한국프로야구의 모든 이들이 그 사실을 깔깔 웃으면서 즐겨보고 있다.
‘개싸움이 뭔지 보여주마.’
개막전 이후 만원 관중이었던 적이 없던 수원 구장이 사람으로 가득 찬 것 역시 독스 선수들에게 있어서는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 수원 구장을 채운 만원 관중은 독스를 응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진용이 독스를 어떻게 뭉갤지, 그것을 보기 위해 이곳을 온 이들이었으니까.
마치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에서 인간과 사자의 싸움을 구경하듯.
그런데도 독기를 품지 않는다면 프로가 될 수조차 없었을 터.
더 나아가 독스는 그저 독기를 품는 것으로 상황을 끝낼 생각이 없었다.
독기 가득한 이빨로 이진용을 물어뜯기 위한 행동에 나섰다.
– 안해민 선수가 오늘은 1번 타자로 경기에 나옵니다.
안해민, 독스의 최고 타자인 그가 1번 타자로 나온 이유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안해민.
독스가 처음 구단을 창설했을 때 팀의 주축이 되는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FA로 총액 65억 원에 영입한 그는 12년이나 되는 프로 생활 속에서 단 한 번도 1번 타자가 되어본 적이 없었다.
그는 어느 구단을 가더라도 3번부터 5번 사이, 중심을 책임지는 타자였고 그 사실에 대해 자긍심을 가진 타자이기도 했다.
– 안해민 선수가 1번 타자로 나오는 건 이번이 처음 아닙니까?
– 예, 처음이지요. 언제나 안해민 선수는 중심 타선에 배치된 선수였으니까요.
– 과연 안해민 선수가 1번에 배치된 효과가 어떨지 궁금하네요.
그런 그가 1번 타자로 나온 이유는 하나였다.
– 일단 분명한 건 안해민 선수가 1번에 배치된 만큼 이진용을 상대로 한 타석이라도 더 나올 수 있다는 거지요.
– 그렇군요!
독스는 자신들이 내세울 수 있는 최강의 타자인 안해민이 이진용을 상대로 한 타석이라도 더 많은 승부를 하는 것을 선택한 것이다.
‘사생결단을 내자.’
그렇게 1번 타자로 타석에 선 안해민은 타석에 서는 순간 자신이 품은 독기를 그대로 뿜어댔다.
“오늘 죽어보자고, 아주 그냥 죽어보자고 씨발.”
안해민 거친 소리를 토해냈다.
으르렁!
사나운 투견처럼 으르렁거렸다.
반면 이 순간 안해민의 눈빛은 독기로 물들어 있되, 광기는 없었다.
이 순간 안해민은 슬쩍, 주심을 바라봤다.
‘저번 유현 전에서는 판정이 아주 노골적으로 유현에게 유리했다.’
프로 12년 차, 베테랑 중의 베테랑인 안해민이 야구판의 돌아가는 생리를 모를 리 만무.
안해민은 지금 한국프로야구의 관계자들이 유현을 영웅으로, 반대로 이진용을 마왕으로 만들고자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 증거도 봤다.
‘노히트를 만들어준 거지.’
당장 유현이 독스 상대로 노히트노런을 달성할 당시, 스트라이크존 판정은 과할 정도로 후했다.
다른 투수라면 볼이 될 공을 주심들은 기꺼이 잡아줬고, 유현은 그 사실을 아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반면 이진용은 그 반대이고.’
만약 스트라이크존이 짰다면 절대 노히트노런은 나오지 않았을 터.
‘그렇다면 오늘 판정도 그때와 반대가 되겠지.’
달리 말하면 오늘 이진용에 대한 주심의 판정은 짤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플레이 볼!”
그런 안해민의 예상은 이진용이 주심의 선언과 함께 초구를 던지는 순간 바로 증명됐다.
펑!
우타자인 안해민의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낮은 코스를 노리고 들어가는 공.
유현이 노히트노런을 달성할 당시에는 스트라이크를 잡아줬던 코스.
“볼!”
그 공에 주심은 곧바로 볼을 선언했다.
‘오케이.’
그리고 곧바로 이진용이 2구째를 던졌다.
2구째는 조금 전 이진용이 던진 코스보다 좀 더 스트라이크존 깊숙이 들어오는 패스트볼이었다.
안해민은 그 공을 그냥 지켜봤다.
펑!
“볼!”
그리고 그 공에 주심이 다시 한 번 볼을 선언했다.
‘어쭈?’
그 사실에 안해민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것까지 안 잡아주면······ 해볼 만하지!’
해볼 만하지!
그 생각이 안해민의 머릿속을 채웠을 때, 그렇게 이진용이 3구째를 던졌을 때.
딱!
경쾌한 소리와 함께 안해민이 친 공이 2루수를 스쳐 지나가며 외야로 굴러갔다.
– 어? 안타! 안해민 선수가 안타를 쳤습니다!
안해민이 오늘 경기의 첫 안타를 기록하는 순간.
그 순간 수원 구장을 채운 이들의 얼굴에 놀람이 가득 찼다.
“뭐야? 이진용 안타 맞았어?”
“아, 젠장! 노히트 깨졌잖아!”
안타를 기록한 독스 더그아웃의 선수와 코칭스태프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쉽게?’
‘뭐야 이거? 몰카인가?’
모두가 너무나도 쉽게 나온 안타에 독스 선수단 모두가 놀란 표정을 지은 채 안해민을 바라봤다.
“으랴아!”
그리고 안해민은 1루에서 홈런을 친 것처럼 두 손을 번쩍 들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광경을 마운드에 있는 이진용이 바라봤다.
‘예상대로군, 존은 좁고 타자들은 달려들 생각만 하고.’
입가에 미소를 지은 채.
‘속이 다 보이는구나, 보여.’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