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31
8.
한국시리즈 1차전이 끝나는 순간 언론이나, 여론이 주목하는 건 다름 아니라 경우의 수다.
역대 한국시리즈의 사례들을 언급하며, 서로에게 유리한 해석을 내놓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한국시리즈는 달랐다.
세간은 그런 경우의 수 같은 것에 조금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 나온 선발투수가 2차전에서도 선발투수로 나온다는 사실, 이 말도 안 되는 사실 앞에서 다른 무언가를 볼 여유 같은 건 없었으니까.
– 야, 이런 경우가 있냐?
– 메이저리그에도 없을 듯?
– 아니, 고교야구도 아니고, 그냥 경기도 아니고 2경기 연속 선발이 말이 됨?
문자 그대로 미증유의 사태였다.
어떤 사례를 언급하며 상황을 분석하는 것이 불가능한 사태.
당연히 이 사태 앞에서 많은 이들이 혼란을 느꼈다.
그리고 데블스는 혼란을 넘어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2차전도 이진용이라니······.”
“2경기 연속 던지면 오히려 약점이 생기지 않을까?”
“고작 50구 정도 던졌을 뿐이야. 이진용한테는 그 정도는 몸풀기 수준이라고.”
“그마저도 오른손 위주로 던졌고, 빠른 공도 없었지. 거의 다 맞혀 잡았다고. 힘들여서 던진 공은 없었어.”
“어쩐지 공이 배트에 잘 맞더라······.”
데블스, 그들은 이진용을 이기지 못하겠다고 인정한 후에 자존심을 굽히면서까지 1차전을 포기했다.
와신상담, 쓴맛을 참고, 어떻게든 다른 곳에서 1승을 얻어내고자 했다.
그런데 이진용은 그조차도 허락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이진용은 7차전까지 갈 생각이 없는 거야. 그게 아니면 이렇게 나올 리가 없잖아?”
“그냥 최대한 빨리 끝장을 내겠다는 거야.”
초전박살.
이진용은 그 의지를 분명하게 보여줬고, 이제는 모두가 그 사실을 알게 됐다.
딱 거기까지였다.
– 얘네들은 아직도 모르네.
사람들은 거기까지만 생각할 뿐이었다.
“뭘요?”
– 네가 얼마나 대단한 또라이인지.
“칭찬으로 듣겠습니다.”
이진용, 그가 노리는 목표는 그 이상이라는 것을 아는 이는 아직은 없었다.
9.
10월 25일, 한국시리즈 2차전이 시작됐다.
그뿐이었다.
그 경기를 보는 이들은 그 2차전이 어떤 의미를 가지며, 그 승패에 따라 어떤 결과가 나오고, 어떤 경우의 수가 생기며, 누가 활약을 할 것 같고, 누가 키포인트다! 같은 이야기 따위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 이진용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옵니다. 재방송이 아닙니다. 1차전 선발로 나와 6.2이닝 무실점을 거둔 이진용 선수가 2차전 선발투수로 다시 데블스를 상대합니다.
오늘 2차전 선발투수로 이진용이 마운드에 올라와 공을 던진다는 것.
사람들은 그 사실에만 관심을 가졌다.
모두가 이진용의 일거수일투족은 물론 이진용이 내뱉는 하얀색 숨결에 주목했다.
– 진용아, 이야기 들어 보니까 오늘 경기 시청률이 20퍼센트 정도 나온다던데.
“그래요?”
그렇게 모두의 관심 속에서 마운드에 선 이진용이 검은색 양손 글러브로 제 입을 가린 채, 김진호와 대화를 나누었다.
– 이런 날도 쉽게 오지 않을 텐데 사람들 뇌리에 영원히 남을 선물을 주는 게 어때?
“어떤 선물이요?”
– 여기서 바지 벗는 거 어때?
“에이, 진짜.”
정말 쓸모없는 대화였다.
– 장난이야.
“장난은 개뿔, 만약 폴더가이스트 같은 거 가능했으면 내 바지를 한 서른 번은 벗겼을 거면서.”
– 어떻게 알았어? 야, 내가 요즘 연습하는 게 그거야.
“시끄러워요.”
달리 말하면 그런 대화를 해도 될 정도였다.
김진호도, 이진용도 오늘 경기의 승리에 대해서 일말의 의심도 없었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 아니었다.
– 그래서 오늘 피칭 스타일은?
오히려 반대, 오늘 이진용은 1차전을 했을 때보다 훨씬 더 승리에 대한 자신감과 근거가 있었다.
“어떻게든 내 투구수를 늘리려고 내 공을 최대한 보려는 타자들을 상대로 쓸 스타일은 하나죠.”
지금 이 순간 이진용의 귀에는 데블스 타자들의 마음의 소리가 들리고 있었으니까.
그들이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가지고 타석에 서는지 알 수 있었으니까.
– 어떤 스타일?
“김진호 스타일이요.”
– 김진호 스타일이 뭔데?
“그야······.”
그렇기에 이진용은 자신했다.
“삼진으로 죽이는 거죠.”
– 짜식 뭘 좀 아네.
오늘 경기, 자신이 먹는다고.
그 자신감 속에서 게임이 시작됐다.
10.
데블스는 이미 한국시리즈가 시작되기 전 모두에게 보여줬다.
“우린 이진용에게서 점수를 못 낸다. 내더라도, 승리를 확신할 만큼 점수를 못 낸다.”
이진용을 이길 자신이 없다고.
“2차전도 마찬가지이다. 어제 60구 남짓 던지긴 했지만, 이진용의 체력은 불가사의한 수준이다. 심지어 어제 피칭을 보면 알겠지만 맞혀 잡는 피칭을 했다. 전력투구를 거의 하지 않은 피칭. 20일이란 휴식기를 고려하면 정말 몸풀기 정도라고 봐도 된다.”
1차전에 선발로 나온 이진용이라고 해도 이길 자신이 없다고.
“하지만 체력적인 데미지가 없을 순 없다. 즉, 이진용의 맥시멈 투구수는 많아야 100구다. 그 이상은 이진용이 던진다고 해도 엔젤스 벤치에서 이진용을 불러올 거다.”
그래서 그들은 꾀했다.
“그럼 최대한 이진용의 투구수를 많이 뜯어내고, 그 후에 나오는 불펜을 상대로 승부를 건다.”
이진용에게서 점수가 아닌 투구수를 뽑아내기 위한 타격을 하겠다고.
“초구는 무조건 본다. 한가운데 오더라도 그냥 봐. 절대 초구를 건드리지 마.”
어떻게든 이진용의 투구수를 늘려서, 그가 마운드를 내려간 다음을 노리겠다고.
“어쨌거나 우리도 저스틴이 선발이다. 1점 또는 2점이면 돼. 7회 이후 홈런 하나만 쳐도 이길 수 있다.”
그런 준비를 한 데블스를 향해 이진용은 기꺼이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스트라이크!”
모든 타자를 상대로 초구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다.
“스트라이크,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스트라이크, 아우우웃!”
그리고 그렇게 초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타자들을 상대로 삼진을 뜯어냈다.
그것도 그냥 삼진이 아니었다.
– 데블스 애들이 겁에 질려서 본질을 잊었군.
5이닝 동안 12개의 삼진을 잡아냈음에도 이진용의 투구수는 고작해야 64구에 불과했다.
데블스 타자들은 삼진을 헌납하면서도 이진용으로부터 투구수를 뜯어내지 못한 것이다.
– 투수의 투구수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건 맞혀 잡는 게 아니라, 초구를 스트라이크로 잡는 건데 말이야.
김진호의 말대로 본질을 잊은 탓이었다.
“계획대로죠.”
그리고 그것이 이진용이 노리던 바였다.
이진용, 그는 그저 단순히 많은 경기를 나오기 위해서 2차전에 나온 게 아니었다.
– 그래, 계획대로지.
이진용은 자신이 2차전에 나왔을 경우 어떤 메리트가 있는지 다각도로 분석했다.
그 분석 끝에 이런 결과가 나오리라 예상했고, 그렇기에 이진용은 오늘 이 마운드에 올라온 것이다.
더불어 그런 분석과 준비를 한 건 이진용만이 아니었다.
이진용이 5이닝 무실점으로 마운드를 내려오는 순간, 봉준식 감독은 선글라스 너머로 3루쪽 더그아웃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저스틴을 주목했다.
‘역시 이쪽을 보는군.’
4이닝 무실점, 에이스다운 피칭을 하는 저스틴의 시선은 다른 곳도 아닌 엔젤스의 더그아웃을 향하고 있었다.
‘좋은 투수야.’
자신이 상대해야 하는 적이 누구인지, 자신이 잡아야 하는 게 투수가 아니라 타자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파악한다는 증거였다.
‘에이스에 어울리는 실력과 책임감을 동시에 가진 투수.’
그때 봉준식 감독이 사인을 내보냈고, 그 사인에 이제까지 잠자코 있던 투수 한 명이 일어났다.
“Yes, boss.”
앤디 곤잘레스.
이번 시즌 13승 8패, 3.50의 방어율로 충분히 훌륭하게 제 몫을 한 그가 글러브를 챙기며 보란 듯이, 그 누구도 아닌 저스틴에게 보란 듯이 불펜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장면을 확인한 저스틴이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그 찌푸림에 봉준식 감독의 입가에 미소가 그어졌다.
‘앤디가 불펜으로 가는 걸 본 이상 저스틴은 머릿속으로 연장전 승부를 염두에 둔다. 그리고 자신이 최대한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고 책임감을 느끼겠고.’
그 미소 사이로 봉준식 감독이 타격코치에게 사인을 보냈다.
‘그렇다면 투구수 관리를 하는 피칭을 시작할 터.’
그 사인을 받은 타격코치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혀 잡는 피칭을 한다, 그럼 이쪽에서는 맞추는 타격으로 들어가면 될 터.’
그 순간 봉준식 감독이 잠시 선글라스를 벗은 후에 제 미간을 주물렀다.
그 찰나의 순간 드러난 봉준식 감독의 눈빛은 독사의 눈빛처럼 빛나고 있었다.
11.
언제나 그렇다.
모든 것은 작은 것부터 시작된다.
거대한 댐이 무너지는 것도 결국은 아주 작은 균열에서부터 시작되기 마련이다.
저스틴 버틀러.
2017시즌 26경기에 나와 189이닝을 소화하며 16승 6패를 기록.
방어율은 2.30, 187개의 삼진을 잡아내며 데블스의 에이스 자리에 부족하지 않은 결과물을 보였던 투수.
그야말로 데블스의 마운드를 지키는 거대한 댐과 같았던 그를 무너뜨린 건 작은 요소였다.
‘내가 최소한 8이닝까지는 던져야 한다.’
앤디 곤잘레스가 불펜으로 가는 것을 본 저스틴은 오늘 경기가 연장전으로 가리라 생각했고, 당연히 자신이 보다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품었다.
‘투구수를 아껴야 해.’
그 의무감 속에서 그는 맞혀 잡는 피칭을 염두에 두었다.
결과는 좋았다.
5회 말, 저스틴은 고작 6개의 공만 던져서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6회 말도 분위기는 좋았다.
저스틴은 선두타자를 상대로 2구만 던져 땅볼로 아웃을 잡아냈다.
효율적인 피칭의 진수를, 본인 스스로가 보기에도 자신감이 생길 만한 피칭이 시작됐다.
그런 그가 다음 타자인 홍우형을 상대로 맞혀 잡는 피칭을 하지 않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예상하고 있던 홍우형은 저스틴이 던진 151짜리 포심 패스트볼, 몸쪽에 바짝 달라붙어 오는 공을 때려냈다.
사실 그건 좋은 코스의 공이 아니었다.
정말 잘 때려야 안타가 나오는 공.
정말 뛰어난 타격 재능이, 장타력이 있어야만 그나마 외야에 도달할 만한 큰 타구를 만들 수 있는 공.
만약 그 공을 홈런으로 만들 수 있다면 100억이란 돈을 줘도 아깝지 않을 정도의 공.
그게 이유였다.
“으아아아악! 넘어갔다!”
“호우움런이다!”
“호우형이 해냈다!”
엔젤스가 시즌 시작 전 홍우형에게 기꺼이 100억 원이란 돈을 주면서 그를 영입한 이유.
1대0.
균형이 무너졌다.
12.
1대0.
6회 말 드디어 깨진 균형 앞에서 데블스의 타자들은 입이 바짝 마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데블스 타자들의 목표는 오로지 하나였다.
‘젠장, 이진용 저 새끼만 내려가면······.’
‘어떻게든 이진용의 투구수를 늘려야 해.’
1이닝이라도 더 빨리 이진용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려야 한다는 것.
그사이 데블스 더그아웃으로 희소식 하나가 들어왔다.
“우성균 불펜으로 갔어!”
엔젤스의 마무리 투수인 우성균이 이제 불펜으로 이동했다는 소식이었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그건 곧 이진용이 조만간 교체가 된다는 사인이기도 했다.
이미 엔젤스의 불펜에서는 선발투수인 앤디가 몸을 풀고 있었고, 그런 상황에서 마무리투수인 우성균마저 불펜에 투입한다는 건 엔젤스가 연장전까지 갈 생각 없이 9이닝에 우성균을 내보내고 이닝을 마무리할 속셈이라는 증거였으니까.
“일단 이진용 내려가면 앤디가 올라오겠지.”
“쉽진 않겠지만 점수를 못 낼 것도 없어. 저번에도 앤디 상대로 이겨봤잖아?”
“앤디는 슬로우 스타터 기질이 있어. 아무리 몸을 일찍 풀어도 분명 틈은 나와.”
데블스가 그 사실에 희망을 품기 시작했다.
그런 상황에서 7회 초가 시작됐을 때, 당연한 말이지만 데블스의 선수와 팬들 중 그 누구도 득점을 기대하지 않았다.
오히려 몇몇 이들은 확신했다.
‘이번 이닝만 넘어가면 돼.’
이진용이 나오는 건 7회까지라고.
‘이진용은 7회에 투구수가 100개 근처가 된다.’
‘이진용은 7회까지야. 8회에 앤디가 올라오고, 9회에 우성균이 올라오겠지.’
어제 선발로 출전한 투수의 투구수가 100구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기반으로 내놓은 아주 상식적인 확신이었다.
그렇기에 그 확신을 가진 이들은 1초라도 빨리 7회가 끝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스트라이크, 아웃!”
그리고 7회 초가 끝났다.
7이닝 무실점 16탈삼진 투구수는 98구.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완벽하게 마무리한 이진용이 그대로 마운드를 내려갔다.
“드디어 내려갔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정신 차려! 어떻게든 1점을 뽑아야 해”
그 사실에 꺼져 있던 데블스의 눈빛에 전의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향해 이진용은 말했다.
“어? 호우 새끼 왜 점퍼 입는 거야?”
“아이싱을 안 해?”
누가 내가 7회까지만 던진다고 말했지?
“아, 씨발······ 속았다.”
“엔젤스 저 악마 같은 새끼들!”
이진용, 그가 8회를 준비했다.
13.
– 공이 높게 뜹니다. 타구가 뻗지 못합니다. 중견수가 내려옵니다. 잡았습니다!
이제는 싸늘해진 밤.
– 경기 끝! 엔젤스가 데블스를 상대로 1대0, 승리를 가져가며 한국시리즈 2차전마저 가져갑니다! 그리고 이진용, 그가 자신의 커리어 첫 한국시리즈 완봉승을 기록합니다!
그 싸늘한 밤의 잠실구장으로 마치 늑대 무리의 하울링과 같은 것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호우우우!”
“호우우우!”
호울링.
오직 한 명만을 위한 그 환호성 속에서 마운드 위로 엔젤스 선수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이호우, 너 이 자식!”
“이 괴물 같은 호우 새끼!”
한국시리즈 첫 완봉승 그리고 2차전 승리를 거두게 해준 이 말도 안 되는 투수를 어떻게든 축하해주기 위한 짐승들의 질주였다.
당연히 그들의 눈에는 뵈는 게 없었다.
그 무엇보다 격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에이스의 승리를 축하할 생각이었다.
– 오예! 와라! 와! 죽여 버려!
그렇게 몰려드는 선수들을 향해 이진용은 말했다.
“스탑!”
– 스탑?
그 외침에 마운드 주변으로 몰려들던 선수들이 저도 모르게 이진용 앞에서 멈추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이진용은 손짓했다.
그 손짓에 선수들이 무언가에 홀린 듯 이진용에게 좀 더 가까이 모여들었다.
그렇게 마운드 위로 엔젤스 선수단이 모여 무리를 만들었다.
그 무리 속에서 이진용이 말했다.
“남은 다섯 경기, 그중 한 경기만 잡아주십시오.”
간절하게.
“그럼 남은 1승은 제가 마운드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해내겠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게 자신의 소망을 말했다.
그 순간 엔젤스 선수단은 깨달았다.
‘그래, 아직 끝난 게 아니게 아니야.’
‘2승을 거뒀을 뿐이야, 아직 2승을 더 거둬야해.’
아직 그들이 이룬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을.
이제 고작 그들이 원하는 것까지 반절 정도 왔다는 것을.
“그럼 잘 부탁합니다.”
그렇기에 이진용의 이 말을 듣는 순간 엔젤스 선수들 중 그 누구도 승리의 여운에 젖지 않았다.
여전히 굶주린 맹수가 된 눈빛으로 데블스를 바라보며 더그아웃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짜식.
그 광경에 김진호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 그래, 그게 맞다. 아직 무엇 하나 이루지 못했는데 기쁨에 취할 필요는 없지. 취하는 건 한국시리즈가 끝난 후에 해도 될 테니까.
그 감탄에 이진용은 대답했다.
“뭔 개소리에요.”
– 응?
“어휴, 잘못했으면 맞아 뒈질 뻔했네.”
말과 함께 이진용이 긴 한숨을 내뱉었다.
– 무슨 소리야?
“거기서 그냥 놔뒀으면 선배들이 절 가만히 놔뒀겠어요? 개 패듯 팼겠지.”
그제야 김진호는 이진용의 지금까지 행동이 맞기 싫어서 한 연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다행이다. 이렇게 넘어가서. 그보다 제 연기력 좋았죠?”
그 모습에 김진호는 잠시 동안 말문이 막힌 듯, 멍한 표정으로 이진용을 바라봤다.
그런 김진호의 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이진용은 관중석을 향해 말했다.
“호우!”
아주 신나게.
– 이 미친 또라이 새끼.
2차전이 끝났다.
그리고 3차전을 앞둔 달콤한 하루의 휴식이 시작됐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