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33
16.
1984년.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믿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한 명의 투수가 5경기에 출전해서 40이닝을 던지면서 1.80의 방어율을 기록, 4승 1패라는 성적을 거두면서 팀을 우승시킨 것이다.
역사의 주인공은 무쇠팔 최동원!
전설을 넘어 신화와도 같은 일이었고, 당연히 이제 그 누구도 그 신화에 도전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한 사내가 그 신화에 나름의 도전장을 냈다.
– 이진용이 4차전에서 이기면 어떻게 됨?
ㄴ 완봉으로 이기면 24.2이닝 무실점 3승 0패 됨.
ㄴ 최동원 선수만은 못하네?
ㄴ 단순 기록은 못하겠지만, 4차전까지 해서 3승 0패에 무실점에 2완봉승이면 비빌 수는 있지 않을까?
ㄴ 분명한 건 최동원 선수 전설을 누구도 넘보지 못한 것처럼, 이호우 기록도 누구도 넘보지 못한다는 거겠지.
이진용.
이미 1차전과 2차전에 등판해 두 번의 승리를 거둔 그가 4차전에 세 번째 승리에 도전했다.
있을 수 없는 일.
믿을 수 없는 일.
– 그래서 데블스가 이호우 잡을 거 같아?
ㄴ 내가 봤을 땐 김진호가 지옥에서 살아 돌아올 확률하고 비슷하다고 봄.
ㄴ 야, 그게 말이 됨?
ㄴ 그러니까.
하지만 모두가 이진용이 이 말도 안 되는 전설을 완성시키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그냥 깔끔하게 졌으면 좋겠다. 어차피 여기서 이호우 잡아도 결국 7차전에 또 이호우잖아?
ㄴ ㅇㅇ 그냥 여기서 패배하는 게 나음.
심지어 데블스 팬들조차 이제는 더 이상 데블스의 승리를 응원하지 못할 정도.
이미 승패는 정해진 바와 같았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이제 더 이상 승패에 관심을 가지 않았다.
그러자 사람들은 관심 대신 불만을 가지기 시작했다.
– 이게 말이 됨? 투수 한 명이 3승해서 한국시리즈 우승한다는 게 말이 됨?
ㄴ 안 될 게 뭐 있어?
ㄴ 젠장, 이게 무슨 야구야! 이호우가 혼자 다 해먹는 거잖아!
ㄴ 꼬우면 니들도 호우하든가!
ㄴ 아니, 엔젤스 놈들은 운 좋게 이진용 뽑아서 우승하는 주제에 왜 이렇게 거만해? 야 이진용을 너희들이 키웠냐? 유망주 무덤 소리 듣던 놈들이!
ㄴ 뭐 어쩌라고? 그럼 니들도 뽑든가!
ㄴ 뭐 인마? 막말로 이건 개뽀록이지! 2017시즌 엔젤스 한국시리즈 우승은 무효 처리해야함!
ㄴ 응, 호우.
이 말도 안 되는 사태에 대해서 근거 없고, 이유 없는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한국시리즈 4차전 우천취소!]그 불만은 4차전 우천취소가 확정되는 순간,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험악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엔젤스 입장에서는 결코 좋지 못한 분위기였다.
“여론이 험악하네. 이대로 가다가는 엔젤스가 우승해도 욕먹게 생겼는데?”
“박수 받으면서 우승하긴 힘들게 됐지.”
“딱히 엔젤스 입장에서는 분위기나, 여론을 반전시킬 방법도 없으니, 죽을 맛이겠군.”
정말 우승을 하고도 축하는커녕 욕을 먹을지도 모르는 상황.
당연한 말이지만 그런 상황을 엔젤스는 그냥 가만히 두고만 볼 생각이 없었다.
“홍보팀장님, 일은 어떻게 처리됐죠?”
“예, 그게······.”
최소한 구은서, 그녀는 다른 누구는 몰라도 홍보팀이 이런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월급을 타가는 꼴을 볼 생각이 없었다.
“······아주 잘 됐습니다.”
더 나아가 구은서는 이미 준비해두었다.
“이형세 기자가 떡밥을 물었습니다. 아마 몇 시간 뒤면 기사로 뜰 겁니다.”
“그동안 참고 두고 본 보람이 있었으면 좋겠군요.”
“아주 보람찬 일이 될 겁니다.”
그렇게 구은서 그리고 홍보팀이 준비하고 있던 것이 거센 빗줄기로 소란스러운 야구판에 기사 하나가 뿌려졌다.
17.
이진용을 좋아하는 팬은 많다.
정말 많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상대로 이진용이 나오면 쌍욕을 퍼붓지만, 다른 팀을 상대로 공을 던지는 이진용을 향해서는 얼마든지 응원을 보낸다.
하지만 이진용을 좋아하는 야구관계자는 지극히 적다.
선수는 물론, 기자, 프런트 직원, 그 외에 여러모로 한국프로야구라는 시장으로 돈을 버는 이들은 이진용을 좋아할 수가 없다.
작은 도마뱀들의 세상에 공룡 한 마리가 등장한다면, 과연 어느 도마뱀이 그것을 좋아할까?
당연히 이진용을 물어뜯을 수 있는 곳이 생긴다면, 그들은 가차 없이 물어뜯을 생각이었다.
“선배! 기사 터졌어요!”
그런 그들이 이진용과 엔젤스의 이면계약, 드디어 이진용을 물어뜯을 수 있는 그 기회를 그냥 넘어갈 리 만무했다.
“알아.”
“이거 큰일 난 거 아니에요?”
후배 기자의 그 말에 황선우는 다른 대답을 했다.
“이형세가 물었네.”
말을 하는 황선우는 스마트폰으로 단독이라는 기자들이 가장 좋아하는 타이틀을 내건 이의 이름을 확인하고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후배 기자는 짐작했다.
“큰일 난 게 아니에요?”
그 물음에 황선우는 되물었다.
“이번 일 터져서 곤란한 사람이 있나?”
“그야 엔젤스죠!”
“왜?”
“당장 한국프로야구위원회에서 치고 들어올 텐데요? 나머지 구단들도 가만히 있지 않고요. 구단 애들이 어떤 놈들인데, 이런 걸 가만 놔둘 리가 없잖아요? 최소한 높으신 분 중에 한 분은 옷 벗어야죠.”
“그래, 일을 저지른 운영팀장하고 단장이 옷 벗으면 되겠지. 그리고 엔젤스 단장은 모기업에서 굵직한 사업부의 임원으로 발령받겠고, 운영팀장은 우승 트로피를 가지고 구 회장의 병실을 방문하겠지.”
“아······.”
후배 기자가 저도 모르게 탄식을 토해냈다.
그 모습에 황선우는 피식 웃었다.
그 웃음 사이로 황선우가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생각해 봐. 네가 야구단 단장이라고 해보자. 혹은 감독이나 선수라고 해봐. 이진용이 이번 시즌 끝나면 자유계약 신분으로 일본이든 미국이든 갈 텐데, 이 판 뒤집어엎어서 그거 막고 싶어? 이진용이 앞으로 6시즌 더 한국프로야구에서 뛴 후에 포스팅으로 어쩌면 1억 달러 넘는 포스팅 입찰금액을 엔젤스에 안겨주고 가는 꼴 보고 싶어?”
“그, 그럴 리가요.”
그 순간 후배 기자가 말했다.
“하지만 엔젤스 팬들이 반대하지 않을까요?”
“정규 시즌 동안 방어율 0점을 기록하면서 팀에게 정규시즌 우승을 안겨주고, 한국시리즈에서 4차전 치르는 동인 세 경기에 선발 나와서 팀에게 20년 넘게 이루지 못한 우승에 기여한 선수가 메이저리그 도전하겠다는데, 거기서 면전에다가 메이저리그 도전 같은 개소리는 집어치우고 앞으로 노예처럼 6년 동안 엔젤스에서 뛰어! 그렇게 말한다? 그것도 재미는 있겠네.”
그 말에 후배 기자는 더 이상 의문을 던지지 않았다.
대신 감탄을 내뱉었다.
“그래서 선배님이 수호 기자 역할을 안 한 거군요. 모두가 이진용이 떠나는 걸 반기도록.”
그 감탄에 황선우는 옅게 웃었다.
말 그대로였다.
그동안 엔젤스 홍보팀은 이진용을 향한 쏟아지는 비난과 힐난 속에서 이렇다 할 대응을 하지 않았다.
못한 건 절대 아니다.
다른 누구도 아닌 구은서가 있는 엔젤스 프런트다. 구은서가 작심하고 기자들을 움직인다면, 스포츠신문사 사장과도 얼마든지 면담을 가질 수 있다.
그럼에도 움직이지 않은 이유는 지금 이 상황을 위해서였다.
이진용과 아름다운 이별을 위해서.
그리고 그 노림수는 적중했다.
지금 당장은 엔젤스에 대한 비판이 가득하겠지만, 그 비판조차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시기도 적절하군.’
내일 열리는 4차전에 이진용이 등판하는 순간 이런 이야기가 나올 틈 따위는 없을 테니까.
그렇기에 황선우는 이번에 터진 기사의 여파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대신 그는 궁금했다.
‘과연 이 소식을 들은 데블스 선수들의 표정이 어떨지 궁금하군.’
내일 4차전에서 패배한다면, 그 순간 더 이상 이진용을 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앞에서 데블스 선수들이 어떤 표정으로 이진용을 마주할지.
‘여러모로 전설적인 한국시리즈가 됐군.’
그리고 4차전이 시작됐다.
18.
10월 29일 일요일.
어쩌면 신이 기획했다고 볼 수밖에 없을 저도로 완벽한 일정이었다.
한 선수가 만들어낸 전설의 마침표를 다른 어느 날도 아닌 휴일인 일요일에 찍게 해줬으니까.
– 끝내주는 날이군.
그런 날답게 하늘은 구름 한 점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청아했고, 날씨는 10월의 말답지 않게 적당히 쌀쌀했다.
달구어진 몸을 적당히 식히기에 딱 좋은 날씨였다.
“호우.”
그 날씨 앞에서 이미 예열을 마친 이진용이 길게 숨을 내뱉었다.
– 야, 넌 대체 어떻게 된 놈이 한숨을 쉬어도 호우고, 숨을 쉬어도 호우고, 잠꼬대를 해도 호우냐?
그런 이진용의 모습에 김진호가 한 소리를 뱉었다.
이진용이 눈썹 한쪽을 치켜들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세요. 숨소리나 잠꼬대 소리가 다 거기서 거기죠.”
– 뭐?
“의식하니까 그렇게 들리는 거예요. 그렇잖아요? 진호박 빨리 해보세요.”
– 진호박? 진호박진호박진호박······.
“진호 바보처럼 들리죠?”
– 뭐, 그렇게 들리기도 하······ 에이, 진짜!
김진호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이진용을 바라봤다.
씨익!
해맑은 미소를 짓는 이진용의 모습, 그 웃는 얼굴에 차마 침을 뱉을 수 없던 김진호는 그저 푸념만 뱉었다.
– 어떻게 된 놈이 그런 쪽으로만 대가리가 굴러가냐? 응? 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었길래?
“믿음, 용기, 희망이 들어있죠.”
– ······역시 넌 또라이가 맞아.
그 무렵 더그아웃 안으로, 그라운드 안으로 하나둘 선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일찌감치 몇몇 외국인들이 그라운드와 가까운 관중석까지 내려와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데블스 선수들과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
– 그야말로 진수성찬이군.
이제는 이진용의 사냥감이 된 그들을 바라본 김진호가 이진용을 향해 말했다.
– 네 운명을 네 손으로 결정지을 수 있는 기회다. 이런 기회 놓칠 거면 그냥 야구 접어.
그 말에 이진용이 대답했다.
“호우.”
– 미친 또라이 새끼.
경기가 시작됐다.
19.
2017시즌 한국프로야구의 마지막 경기가 될지도 모르는 한국시리즈 4차전, 그 4차전을 0승 3패의 성적으로 맞이한 데블스의 처지는 벼랑 끝에 매달린 것과 같았다.
어느 영화 속 캐릭터의 말대로 오늘만 살아야 하는 상황, 이제는 오로지 독기만이 남아있어야 마땅한 상황이었다.
“기사 이거 진짜일까? 이진용, 이 새끼 정말 이번 시즌 끝으로 메이저리그 가는 거냐? 구라 아니야?”
“이형세 기자가 이 바닥에서 먹은 짬이 얼만데, 아무런 소스 없이 기사를 썼을까? 사실이겠지.”
그러나 그런 4차전을 준비하는 데블스 선수단의 눈빛 어디에도 독기 같은 건 없었다.
“Really?”
“Yes.”
심지어 오늘 선발투수로 이진용보다 먼저 이른 1회 초의 마운드에 서야 하는 저스틴 버틀러조차 경기에 집중하기보다는 놀란 표정을 지은 채 거듭 통역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독기가 빠진 정도가 아니라, 경기에 대한 집중력조차도 찾아보기 힘들 지경.
그 경기 분위기는 게임이 시작되는 순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플레이볼!”
주심의 선언과 함께 엔젤스의 선공으로 시작된 1회 초.
“볼!”
그 경기에서 저스틴은 선두타자를 상대로 볼넷을 내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남은 타자들을 상대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내며 이닝을 마쳤지만, 저스틴이 볼넷을 내준 것은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컨디션에 아무런 문제도 없는 선발투수가 1회 초 선두타자에게 볼넷을 내주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정확히 말하면 컨디션에 문제가 없는데 1회 초 선두타자를 상대로 볼넷을 주는 투수를 선발로 내보내는 감독은 없으니까.
당연히 엔젤스의 모든 이들이 시그널을 포착했다.
‘지금 데블스 애들 반쯤 맛이 갔다.’
‘한국시리즈 치르는데 정신이 다른 곳에 갔어.’
지금 데블스가 독기를 품기는커녕, 가지고 있는 기조차 구멍 난 풍선처럼 빠졌다는 사실을.
‘이것 봐라?’
그 사실에 엔젤스의 눈빛이 달라졌다.
‘여기서 우릴 상대로 방심을 해?’
한국시리즈 우승을 정할 수 있는 무대.
영광을 쟁취할 수 있는 무대.
그 누구도 아닌 라이벌 팀을 상대로, 작년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해내며 다른 어느 팀보다 엔젤스의 속을 썩어문드러지게 했던 라이벌 팀을 짓밟고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무대.
‘이진용 나오는데?’
심지어 그 어떤 이보다 절대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투수가 올라오는 무대.
‘오냐, 먹어달라는데 먹어줘야지.’
그 사실에 엔젤스 선수단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가 저마다 내질렀다.
“호우!”
“호우!”
그 외침에 막 마운드로 오르려던 이진용과 김진호가 놀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곧바로 이진용이 실소를 흘리며 마운드로 향했고, 김진호는 기합을 거듭 내지르는 엔젤스 선수단을 보며 말했다.
– 우승할 줄 모르던 허접한 팀이 미친 또라이 팀이 됐군. 아주 그냥 미친놈들이 됐어.
그 말과 함께 김진호도 미소를 머금었다.
20.
이진용이 마운드에 올라오는 순간 어수선한 분위기는 삽시간에 정리되었다.
모두가 이진용의 모습에 주목했다.
관중들은 물론, 기자들을 비롯해 오늘 급하게 경기장을 찾아온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까지.
그 이목 앞에서 이진용은 마운드에 서는 순간, 이미 앞선 이의 발자국을 보는 순간, 그 발자국을 사뿐히 지르밟는 순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아.”
그리고 김진호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 6월 중순이었지?
6월 13일.
– 그때도 잠실구장이었지.
잠실구장.
– 상대도 데블스였고.
그곳에서 이진용이 지금 마주보고 있는 데블스를 상대했던 그 날의 느낌을.
완벽한 게임을 이룩했던 그 날의 느낌을.
그 느낌에 이진용이 미소를 지었다.
“펙트 폭행 들어갑니다.”
21.
오래전 일이다.
어느 기자가 자신의 두 번째 사이영상을 수상한 김진호에게 찾아와 질문했다.
“투수가 혼자 힘으로 퍼펙트게임을 하는 방법이 있냐고?”
그 질문에 김진호는 대답했다.
“당연히 있지.”
투수가 오로지 자기 힘으로 퍼펙트게임을 만들 수 있다고.
“1회부터 2회까지는 그렉 매덕스가 던지는 거야. 그리고 3회부터 4회까지는 랜디 존슨이 던지는 거지. 그 후에 5회와 6회는 톰 글래빈이 던진 후에 7회와 8회는 페드로 마르티네즈가 던진다고 생각해 봐. 물론 9회에는 리베라가 올라오고. 1번부터 9번까지 배리 본즈로 채우지 않는 이상 도박꾼들은 대부분이 퍼펙트게임이 나오는데 돈을 베팅할걸?”
물론 그 말에 질문자는 물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이냐고.
김진호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진심으로 하는 말은 아니지. 단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퍼펙트게임을 위해서는 그런 피칭이 필요하다는 거야. 동시에 팀의 도움도 절대적이지. 퍼펙트게임을 한 투수는 최소한 그 경기에서만큼은 상대팀 타자
조차 지배할 만한 절대적인 카리스마가 발휘되어야 해. 절대 힘만으로, 기술만으로 퍼펙트게임을 할 수는 없어.”
그 말과 함께 김진호는 말했다.
“그래, 내가 추구하는 게 바로 그런 피칭이야. 그런 피칭이 가능하다면 그 무엇도 해낼 수 있을 테니까. 심지어 우승조차도 해낼 수 있을 테니까. 아마 그런 투수가 있다면 어느 팀이든, 그 팀이 몸이 불사를 정도로 우승에 목이 말라 있다면 그 팀을 우승시킬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 말끝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물론 말도 안 되는 또라이 같은 소리이지. 그런 게 가능한 인간이 세상에 어디 있겠어? 막말로 그런 식으로 야구를 하면 그건 또라이야, 또라이. 정신 나간 또라이.”
고개를 흔드는 그에게 기자는 재차 질문했다.
그런 투수가 있을 수도 있지 않냐고.
그 질문에 김진호는 비웃으며 말했다.
“혹시 있을 수도 있지 않냐고? 만약 그런 투수가 있다면 내가 그 사람을 평생 형님으로 모시지. 내 이름을 걸고 신께 맹세한다.”
그리고 지금 김진호 앞에 등장했다.
“호우!”
김진호가 말한 이상향을 펼칠 수 있는 투수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