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41
5.
조 존스.
190센티미터에 101킬로그램의 체중, 사자보다는 표범이나 자칼 같은 맹수를 떠올리게 하는 체격을 가진 그는 외모적으로는 특별할 것 없는 백인 사내였다.
문제는 표정이었다.
조 존스는 언제나 나사가 두 개쯤 빠진 듯한 표정을 짓고 다녔다.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썩은 동태 눈깔, 동물로 비유하자면 나무늘보와 흡사했다.
하지만 둔해 보이고, 멍청해 보이는 것과 달리 조 존스는 똑똑한 사내였다.
MIT에 합격했음에도 하루 빨리 프로선수가 되고 싶어 위해 MIT입학을 포기하고 드래프트를 선택했을 정도.
어쨌거나 이런 조 존스에 대해 세간의 평가는 간단했다.
“일단 미리 사과하고 싶답니다. 자신은 사교성이 부족하며, 타인의 장점보다는 단점을 보며, 마음 내키는 대로 말을 뱉는 성격이라 분명 팀 생활을 하다 보면 자신에게 화가 날 일이 생길 것이며, 그럴 때는 언제든지 화를 내도 좋다고. 단지 프로인 만큼 서로 주먹질을 하는 것보다는 화를 내고, 대화로 해결하는 선에서 끝내자고. 조 존스가 한 말은 이렇습니다.”
괴짜.
조 존스는 그 누구보다 그 단어가 어울리는 사내였다.
“아, 예······.”
‘어쨌거나 정리하면 정상은 아니라는 거네.’
물론 좋게 말하면 괴짜이고, 조 존스와 사이가 안 좋은 이들은 조 존스를 또라이로 부르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조 존스의 그러한 성격은 몇 차례 문제를 일으켰었다.
– 아, 기억난다. 2006년에 조가 막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애송이었을 때 3게임 연속 안타를 치지 못한 타자한테 가서 한 말이. 화가 나면 더그아웃에 있는 물건을 부수지 말고 침착하게 조금 전 자신의 타격을 되새김질하며 반성하라고.
조 존스는 팀원은 물론 코칭스태프나 감독에게마저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데 거리낌이 없었으니까.
사실 그건 굉장히 위험하면서도 무모한 일이었다.
메이저리그, 야구를 잘 한다는 이유로 수백만 달러가 넘는 돈을 매년 받는 이들이 모인 곳에서 다른 누군가를 지적한다?
그것도 메이저리그 데뷔 1년 차의 애송이가?
– 그때 조 존스에게 한 소리 들은 오티스는 너무 어이가 없었는지 화내는 것도 잊었을 정도였어.
심지어 조 존스의 그 행동은 선수를 가리지도 않았다.
– 그 후에 오티스가 게임 끝나고 날 조심스럽게 부르더니 이렇게 질문했지. 혹시 조가 정신적인 질병 때문에 치료를 받거나, 약을 먹고 있냐고.
데이빗 오티스, 경기 중 분노를 참지 못하고 더그아웃의 전화기를 부수는 장면을 모든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실시간으로 보여준 불같은 성격의 사나이를 상대로도 조 존스는 제 할 말을 했다.
– 근데 누구도 조에게 꺼지라는 말은 해도, 반박은 못했지. 오티스 때만 해도 그랬어. 오티스가 3경기 연속 안타를 못 친 건 그가 타격폼이나 기량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그냥 타석에서 저 혼자 홈런 치고 싶어서 씩씩거리다가 생긴 문제였으니까. 조가 한 말대로 침착하게 되새김질 좀 하면 될 문제였지.
하지만 그런 조 존스의 말 중에 틀린 말은 없었다.
– 그래서 내가 조를 천재라고 인정하는 거야.
생각해보면 굉장히 놀랍고, 대단한 일이었다.
– 메이저리그에서 오래 살아남은 베테랑이 베테랑 대우를 받는 건 그들이 하는 말이 대개 정답이기 때문이야. 그들에게는 재능과 경험이 쌓여서 만들어진 안목이 있으니까. 그럼 반대로 생각해보자고. 마이너리그에서 한두 해 뛰고, 이제 막 메이저리그에 올라온 신인에게 그런 안목이 있다?
경력 없이 그런 안목을 가지고 있다는 건, 그건 곧 그 안목이 타고난 재능이라는 의미였으니까.
– 상상해 봐. 그런 안목을 타고난 선수가 경력마저 쌓였을 경우 만들어낼 결과물이 어떨지. 몸이 떨리지 않아?
김진호가 조 존스의 가치를 오히려 시간이 흐른 지금 더 높게 평가하는 이유였다.
이진용은 그런 김진호의 평가를 굳이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건 좀 일찍 말해달라고요!’
단지 이제까지 입 다물고 있다가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해준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
– 그보다 아직도 엄마 안부 물어볼 줄이야. 그때 장난으로 가르쳐준 건데······ 이런 걸 두고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엿 먹인다고 하는 건가? 으하하!
‘그런 거 가르쳐주지 말라고요!’
더불어 그 이유가 이진용을 엿 먹이기 위해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사실에 이진용의 입가가 실룩거렸다.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그 상황 속에서도 이진용은 예의를 갖추었다.
어쨌거나 김진호가 인정한 재능의 소유자라면, 이진용에게 큰 도움이 될 터.
하지만 그런 이진용의 기대는 곧바로 부정당했다.
“난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을 거야. 최근 내 성적은 하락세이며, 무엇보다 메이저리그에서 시즌을 안 치른 지 꽤 됐어.”
그 누구도 아닌 조 존스 본인의 입을 통해서.
“나에게 기대를 하는 것보단 케빈 플라위키에게 기대를 가지는 게 좋을 거야. 그는 젊고, 유능하고, 가능성이 높으니까. 시즌 동안 기회를 받는다면 충분히 좋은 포수가 되겠지, 라고 말했습니다.”
정확히는 이영예의 입을 통해서이지만, 어쨌거나 조 존스의 의중을 파악한 이진용은 어색한 웃음을, 김진호는 옅은 웃음을 지었다.
그때였다.
“조! 리!”
이진용과 조 존스를 발견한 메츠의 벤치코치가 그 둘을 향해 말했다.
“2시간 뒤 연습 게임에서 둘 다 선발 등판이다. 1회부터 3회까지, 3이닝 피칭이다!”
“예? 2시간 뒤요?”
“문제 있나? 있으면 감독님께 문제가 있어서 못 던지겠다고 전달하지.”
벤치코치의 물음에 이진용과 조 존스는 동시에 대답했다.
No problem
2월 11일, 이진용과 조 존스의 메츠 데뷔전이 잡혔다.
6.
콜린스 감독, 그는 자신이 구시대의 감독이란 걸 알고 있었다.
첨단 기술을 이용해 타자의 스윙에서 나오는 타구의 발사 각도를 계산하는 것으로 그 선수가 좋은 선수인지 아닌지 구분하는 방법 같은 건 콜린스 감독에게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당연히 콜린스 감독은 그 방식을 자신이 따라 할 수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 구시대에서 쓰이던 고전적인 방법으로 선수를 평가하고자 했다.
“2시간 뒤 연습 게임 시작이다. 5이닝 게임, 1회부터 3회까지는 리와 존스가 배터리가 된다.”
이진용과 조 존스, 이제는 새롭게 메츠의 선수가 된 그들의 기량을 가늠하기 위해 기습 테스트를 감행했다.
말 그대로였다.
기습, 오늘 처음 만난 그 둘이 제대로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그 둘을 그라운드에서 마주 보게 했다.
‘그 두 선수 정도의 레벨이라면 어느 정도 합의를 할 시간을 주면 완벽에 가까운 결과물을 만들 터. 그럼 진가를 알아볼 수 없다. 그러니 서로가 합의를 하기 전에 테스트를 봐야 밑바닥을 볼 수 있다.’
그 방식으로 이진용과 조 존스, 그 둘이 가진 밑바닥이 어떠한지 볼 생각이었다.
당연히 이진용과 조 존스에게는 제대로 된 합의를 할 시간 같은 게 없었다.
2시간이란 시간은 몸을 푸는 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으니까.
“이 사인은 바깥쪽, 이 사인은 안쪽.”
“이게 포심이죠?”
“맞아, 그리고 이게 슬라이더. 그보다 리는 가진 구종이 몇 개이지?”
“너클볼만 빼면 다 던집니다.”
“사인 이야기로만 2시간이 훌쩍 가겠군.”
때문에 이진용과 조 존스가 경기를 앞두고 나눈 합의는 볼사인에 대한 것이 전부였다.
그렇게 이진용의 아메리카대륙에서의 첫 피칭이 시작됐다.
7.
투수와 포수는 경기 시작 전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사인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고, 오늘 컨디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볼배합을 바꾸기도 하고, 상대하게 될 타자들을 스카우팅 리포트를 복습하며 전략을 공유하기도 하며, 긴급한 상황을 염두에 두고 그에 대한 대비 방법을 준비하기도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렇게 많은 대화를 나누는 건, 그냥 심심해서 하는 게 아니다.
이 모든 건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기에, 그렇기에 하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아무런 준비도 없이 투수와 포수가 경기를 시작하는 건 여러모로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의미.
더욱이 이진용과 조 존스, 그 둘은 이제까지 서로의 야구를 제대로 경험해본 적도 없었다.
– 진용아 어떻게 할래?
모든 것이 돌발적인 이런 상황에서 고를 수 있는 최선은 결국 그것밖에 없었다.
– 네가 핸들 잡을래? 아니면 조한테 핸들 줄래?
김진호의 말대로 어느 한 명이 주도권을 잡는 것.
그 사실에 이진용은 슬쩍 김진호를 바라봤다.
그리고 떠올렸다.
‘김진호 선수가 조 존스과 노히트노런을 달성했을 때, 김진호 선수는 고개를 저은 적이 없다.’
과거의 기억, 그 기억을 떠올린 이진용은 결단을 내림에 있어 망설임이 없었다.
‘그럼 조의 오더대로 가보자. 어차피 연습경기인데 맞으면 어때?’
이진용은 운전석을 기꺼이 조 존스에게 양보했다.
‘과연 김진호 선수가 인정하는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보자고.’
그렇게 왼손에 글러브를 낀 채 피칭을 준비하는 이진용을 향해 조 존스가 가장 먼저 요구한 것은 다름 아니라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를 노리고 들어오는 포심 패스트볼이었다.
‘이것 봐라?’
첫 인사치고는 꽤 과격하면서도 파격적인 인사였다.
‘처음 만나서 사전 합의 없이 초구를 던지는데 한가운데 포심을 요구한다?’
오늘 처음 본 사이.
심지어 제대로 된 준비도 없이 첫 타자를 갑작스럽게 상대하는데 존에 그냥 들어오는 공도 아니고 가운데 꽂히는 공을 요구한다?
만약 보통 투수가 그런 사인을 받았다면 반응은 둘 중 하나다.
의도를 의심하느라 잠시 머뭇거리거나 혹은 그냥 고개를 젓거나.
– 또라이 애들 특징이 깜빡이 안 켜고 들어오는 거지. 딱 누구 닮았네.
달리 말하면 거기서 뜸을 들이면 보통 투수에 불과하다는 의미.
‘재미있네.’
당연히 이진용은 거기서 정말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바로 공을 던졌다.
온몸을 회오리처럼 움직이며, 자신의 오른손으로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구속은 135킬로미터, 마일로는 약 84마일.
코스는 당연히 조 존스가 요구한 그대로였다.
펑!
이진용이 던진 그 공이 조금의 오차도 없이 타자의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를 찔렀다.
“스트라이크!”
그 사실에 주심은 곧바로 스트라이크를 외쳤고 타자는 미간을 찌푸렸다.
“바로 그냥 한복판에 찌르는군.”
“실투인가? 너무 몰리는 거 아니야?”
“실투인 거 같은데? 오랜만에 던져서 컨트롤이 흔들리는 모양이야.”
“영점을 잡으려고 일단 던져본 것일 수도 있지. 애초에 리는 갑자기 선발로 예정됐잖아?”
“하긴, 제대로 불펜 피칭도 못했을 텐데, 지금은 영점을 잡는 게 우선이지.”
“어설프게 던지면서 운에 기대기보다는 최대한 빨리 제 스타일을 찾으려고 한다, 프로다운 모습이군.”
그 사실에 경기를 보던 이들은 그 공이 실투에 가까운 공이라고 판단했다.
이상할 것 없는 판단이었다.
지금 마운드에 올라선 이진용은 무려 석 달 만에 마운드 위에 올라 피칭을 하는 상황이었고, 그마저도 만반의 준비가 아니라 갑작스러운 준비 끝에 올라온 상황이었다.
기자들조차 이진용이 선발로 나온다는 사실을 몇 시간 전 알았다.
인간이라면 실투가 나와 마땅한 상황이었다.
아니, 한가운데 던지는 한이 있더라도 일단은 영점을 잡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진용이 2구째를 던졌다.
그 2구째는 앞서 던진 초구와 똑같았다.
펑!
구속은 84마일.
코스는 스트라이크존 한복판.
“스트라이크!”
주심은 당연히 스트라이크 콜을 외쳤다.
“응?”
“어?”
그러나 그 공을 보는 모든 이들의 표정은 이진용의 초구를 봤을 때와 전혀 달랐다.
모두가 놀란 눈으로, 마치 독수리를 발견한 미어캣 무리와도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또 한복판?’
‘실투? 하지만 이런 실투를 리가 연속해서 한다고?’
‘스카우팅 리포트에 따르면 우완으로 던질 때 리의 컨트롤 점수는 75점 이상인데?’
다른 누구도 아니고 이진용이 두 번이나 똑같은 코스로 실투를 던지는 일은 일어날 리 없으니까.
이진용의 피칭을 보는 이들이 당혹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
물론 타석에 선 타자보다 더 당황한 이는 없었다.
‘한가운데 연달아 오다니, 지금 뭐하자는 거지?’
제임스.
이번 시즌 처음으로 스프링 트레이닝에 초대받은 올해 스물두 살의 젊은 타자는 지금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도무지 쉽사리 이해할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상상도 못했다.
‘실투가 아니라 지금 일부러 한가운데 던지는 건가?’
제임스는 이진용에 대해서 나름 알고 있었다. 그는 겨울을 따듯하게 만든 유명인사 중 한 명이었고, 그가 메츠의 선수가 되어 스프링 트레이닝에 참가했을 때 자연스레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가 양손 투수이며, 그의 오른손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컨트롤을 보인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구속이 80마일에 불과한 주제에?’
당연히 제임스는 우완투수가 되어 마운드에 선 이진용이 자신을 상대로 코너워크, 정말 스트라이크존의 끄트머리만을 노리는 피칭을 하리라고 생각했다.
메이저리그를 노리는 타자의 스트라이크존 한가운데 공을 던지는 건 90마일을 훌쩍 넘기는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투수들에게만 주어진 특권이었으니까.
그런데 끄트머리는커녕 한가운데만 두 번 들어온 상황.
‘아니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때 제임스의 머릿속에서 경고를 보냈다.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때가 아니라고.
‘지금 중요한 건 볼카운트가 몰렸다는 거다.’
지금 제임스가 신경 써야 하는 건 이진용에게 2스트라이크만을 헌납했다는 사실이라고.
‘감독 앞이야. 메이저리그 앞.’
하물며 지금 있는 무대는 그의 커리어 어디에도 흔적이 남지 않을 연습경기이지만, 그의 메이저리그 로스터 진입의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무대였다.
스프링 트레이닝 연습 기간 동안 선수가 추려지고, 그렇게 추려진 선수들을 통해 2월 28일부터 시작되는 시범경기, 일명 그레이트프루트 리그를 치르게 된다.
그렇기에 제임스는 이 순간 나름 할 수 있는 가장 냉철한 판단을 시도했다.
‘한가운데 공이 2개 들어왔다. 당연히 세 번째 공은 변화구이고 존에 벗어나는 유인구일 확률이 높아.’
노볼 2스트라이크.
투수 입장에서, 마운드 위에 있는 투수가 또라이가 아닌 이상 굳이 무모한 짓을 할 이유가 없는 볼카운트다.
‘그보다 투수 주무기가 뭐였지? 스플리터! 그래 스플리터를 던진다고 했어.’
더 나아가 제임스는 이진용의 주무기 중에 스플리터라는 놈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한가운데는 함정이다.’
그 순간 제임스는 확신했다.
한가운데 패스트볼로 2스트라이크를 잡은 투수가 한가운데 공을 던진다면, 그건 스플리터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그런 상황에서 조 존스는 다시금 사인을 보냈고, 이진용은 고개를 끄덕인 후 3구째를 던졌다.
그 3구째 역시 똑같았다.
구속은 좀 더 느린 81마일.
코스는 스트라이크존 한복판.
‘스플리······ 어?’
그러나 떨어지기는커녕 오히려 덜 가라앉은 패스트볼 앞에서 제임스는 그대로 굳어버렸다.
펑!
“스트라이크, 아우웃!”
삼구삼진.
그 광경에 모두가 제임스와 비슷한 표정을 지은 채 마운드의 투수를 바라봤다.
그리고 마운드 위의 투수는 아주 재미있는 것을 본 듯한 미소를 지은 채 포수를 바라봤다.
그 이진용을 향해 김진호가 말했다.
– 내가 말했지? 쟤 끝내준다고!
그 말에 이진용이 작은 목소리로 글러브로 제 입을 가린 채 대답했다.
“호우.”
8.
이진용의 피칭은 한국에서 보여주던 것과 큰 차이점은 없었다.
주저함 없이 그리고 망설임 없이 타자의 스트라이크존을 향해 공을 던졌다.
결과 역시 한국에서 만들던 것과 큰 차이점은 없었다.
“스트라이크, 아우웃!”
첫 타자는 삼구삼진.
“스트라이크 아웃!”
두 번째 타자 루킹 삼진.
“스윙 스트라이크, 아우웃!”
그리고 세 번째 타자는 헛스윙 삼진!
갑작스러운 자신의 첫 등판을 삼진 삼종 세트로 마친 이진용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마운드를 내려오는 이진용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오랜만의 등판, 플로리다의 날씨 때문이 아니었다.
‘이렇게까지 단숨에 타자의 수를 읽고, 그에 맞는 볼배합을 하는 게 가능할 줄이야.’
이토록 완벽하게 타자를 읽고, 그 타자에 맞는 맞춤형 공략법을 즉시 내놓는 조 존스의 능력에 대한 반응이었다.
‘호찬 선배에게 미안한 이야기이지만, 김진호 선수 말대로 호찬 선수와 비교가 안 된다.’
이진용이 보기에 조 존스의 수싸움과 타자의 심리를 읽는 능력은 김진호가 나름 인정했던 포수인 이호찬이 아니라, 이진용이 인정하는 최고의 선수인 김진호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였다.
– 어때? 이런 선수는 처음이지?
김진호가 그런 이진용에게 기세등등하게 말했다.
그런 이진용에게 조 존스가 다가와 말했다.
“너 같은 투수는 처음이야.”
조 존스 역시 놀랐다.
보통 투수라면 고개를 저어 마땅할 자신의 요구에 고개를 젓기는커녕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이 공을 던지는 투수는.
그래서일까?
무색무취, 건조하기 그지없는 조 존스의 얼굴에 어렴풋한 붉은 기가 감돌고 있었다.
마치 그동안 잠자고 있던 엔진이 예열되듯이.
“너하고 야구할 수만 있다면 재미있겠네.”
– 조가 너하고 야구하면 재미있겠다는데?
조 존스의 그 말에 이진용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좀 더 재미있게 갑시다.”
말과 함께 이진용이 왼손에 낀 글러브를 뺐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