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46
1.
[이진용, 1회부터 벤치 클리어링!]
[이진용 3이닝 무실점 피칭!]
[이진용, 화끈한 데뷔전 치르다!]
이진용, 그의 데뷔전에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한국야구팬들은 열광했다.
– 드디어 나도 호우했다!
– 이호우, 7호우 적립!
– 호우! 엔젤스 새끼들 이렇게 맛있는 걸 지들만 빨았단 말이야?
이제는 이진용의 활약에 분노를 담은 욕지거리를 내뱉는 대신 그 활약을 순수하게 즐길 수 있었으니까.
더불어 메이저리그 팬들 역시 이진용이란 뉴페이스의 등장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 1회부터 벤치클리어링 일으키는 또라이는 처음인 듯.
– 카를로스 주먹 피하는 거 봐, 끝내주네! 얘가 머니웨더 경기보다 복싱 재미있게 할 듯?
ㄴ 이미 이번 벤치 클리어링만으로 머니웨더가 평생 복싱하면서 보여준 모든 재미보다 더 큰 재미를 줬을 듯?
– 얘가 과연 바티스타나 오도어 상대로도 호우할 수 있을까?
– 호우 리? 이 녀석 경기는 내가 언젠가 무조건 보러 간다.
자신의 메이저리그 첫 타자를 상대로 환호성을 내지르며 벤치 클리어링이 일으켰고, 그런 자신을 죽이러 온 타자의 주먹을 연달아 피하는 모습, 심지어 그 타자를 향해 마운드에서 꺼지라고 일갈을 내지르는 모습은 장담컨대 메이저리그의 역사 어디에서도 존재치 않았던 광경이었으니까.
더욱이 이진용이 보여준 건 그것만이 아니었다.
– 그보다 3이닝 7탈삼진이라니? 메츠에서 엄청난 투수를 데리고 온 것 같네.
이진용은 선수가 가져야하는 가장 중요한 것, 실력이라는 가치마저 분명하게 보여줬다.
– 처음에는 왜 얘가 오타니 쇼헤이랑 같이 언급되는지 이해불가였는데 이제는 이해된다.
– 우완으로 80마일대, 좌완으로 90마일대 공을 던지는데, 두 손 모두 탈삼진 능력이 있다······ 이 정도면 오타니 쇼헤이보다 더 낫지 않을까?
ㄴ 에이, 그래도 100마일짜리 공을 던지는 투수한테 90마일짜리 투수를 비비는 건 좀 그러네.
ㄴ 그래도 메츠에서 4선발 정도는 충분히 책임져줄 수 있을 듯.
ㄴ 스위칭 피처이니까 불펜에서 전천후로 활약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선수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한 일.
실제로 이진용의 데뷔전은 메이저리그 닷컴의 메인을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문제는 오직 하나.
이진용이 활약하는 그 날, 다른 야구장에서 더 놀라운 활약이 일어났다는 것뿐.
2.
“에이, 진짜.”
메이저리그 닷컴의 메인페이지, 그곳에 걸린 오타니 쇼헤이의 모습을 확인한 이진용이 스마트폰을 끄며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이진용의 뒤에서 스마트폰을 같이 보던 김진호가 곧바로 불만을 내뱉었다.
– 야, 나 스마트폰 보는 거 안 보여?
“다 봤잖아요!”
이진용의 퉁명스러운 반문에 김진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 그야 다 봤지.
“그럼 됐잖아요?”
– 너 엿 먹는 건 보고 또 봐도 재미있거든.
김진호의 그 말에 이진용이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이진용의 표정에 김진호가 어깨를 으쓱했다.
– 장난이야, 장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진용의 표정은 여전히 좋지 못했고, 김진호가 그런 이진용을 위로했다.
– 진용아, 긍정적으로 생각하자고. 여기서 만약 오타니가 연타석 홈런을 못 쳤다면 메이저리그 닷컴에 네가 올라왔을 테니까.
“그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겁니까?”
– 당연하지! 만약 메이저리그 닷컴에 진용이, 네가 메인에 뜬다고 하면 모든 메이저리그 팬들이 너한테 관심을 집중할 테고, 그럼 메이저리그 팬들이 네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별명을 지어주겠지. 호우빗 같은 별명 말이야. 하지만 다행히도 오타니가 활약해준 덕분에 호우빗 같은 별명은 안 붙었잖아? 안 그래?
말을 하던 김진호가 이진용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 그러니까 오늘 자기 전에 다저스 스프링 트레이닝 구장이 있는 애리조나에 절 세 번 하는 거 잊지 마.
그런 김진호의 말에 이진용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곧바로 오늘 얻은 골드 룰렛 이용권을 사용했다.
그 모습에 김진호가 굳은 표정으로 소리쳤다.
– 젠장, 어떻게 자기 불리하면 룰렛 돌리네. 야! 그런 거 나 안 보이는 데서 돌려!
물론 씨알도 먹히지 않을 소리였다.
황금빛 룰렛은 가차 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김진호의 눈동자도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때 이진용이 말했다.
“그거 아세요?”
– 뭐?
“김진호 선수가 나 엿 먹일 때마다 룰렛 돌리면 좋은 거 나오는 거.”
그 말에 김진호는 대답 대신 꿀꺽, 침 한 번 삼킨 후에 긴장된 표정으로 룰렛을 바라봤다.
– 에이 설마, 그런 게 어디 있······.
그리고 이내 룰렛이 멈췄다.
– 씨발 진짜네?
“우와, 진짜네?”
다이아몬드 칸에.
3.
[히트맨]
– 스킬 랭크 : F
– 스킬 효과 : 다음과 같은 효과가 적용됩니다.
– 피지컬 +5
– 밸런스 +3
– 선구안 +1
– 배트 스피드 10퍼센트 증가
“히트다, 히트!”
히트맨 스킬.
그야말로 타격 스킬의 끝판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스킬의 등장에 이진용은 절로 엄지를 치켜들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김진호의 표정이 좋을 리 없었다.
– 젠장 가뜩이나 선구안 좋은 놈한테 이딴 거 나오면 안 되는데······ 이러다가 이 새끼가 20승하고 20홈런 하는 거 아니야? 젠장, 그럼 내 이름 뒤로 백퍼센트 밀리는데······.
그때였다.
– 응?
이진용이 갑작스럽게 김진호 앞에서 절을 하기 시작했다.
한 번 그리고 두 번 마지막으로 세 번!
– 너 뭐해?
김진호의 의문 어린 반문에 이진용이 정말 진심을 담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서요.”
– 야! 꺼져!
“다음에도 잘 부탁합니다.”
– 야, 재수 없으니까 꺼져!
김진호의 그 말에 이진용이 씨익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난 후에 다시금 스마트폰을 들었다.
이제 다시 오타니 기사를 확인한 이진용은 마치 두고 보라는 듯이 스마트폰을 보며 말했다.
“오타니 기다려라, 나도 이도류로 간다! 아니, 난 양손이니까 삼도류인가?”
– 개소리는 그만해. 어차피 이번 시즌에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영웅으로 만들려는 건 오타니이니까.
“네?”
그 갑작스러운 말에 이진용이 고개를 갸웃했다.
– 내가 나중에 너 기죽이려고······ 아니, 너 기죽을 것 같아서 일부러 말 안 했는데, 메이저리그에서는 잘한다고 해서 무조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아니야.
“그게 무슨 말이죠?”
– 너도 알겠지만 메이저리그는 거대한 비즈니스 시장이야. 여기 선수 두세 명 연봉이면 한국프로야구 선수 전체 연봉 수준이 나오는 비즈니스 시장. 이런 비즈니스 시장이 설마 아주 공정하게 돌아갈 것 같냐? 간단히 말하면 더 좋은 상품을 만들기 위해 메이저리그 사무국 차원에서 영업을 해.
“그러니까 메이저리그를 관리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선수 한 명을 편애한다는 건가요?”
– 한 명은 아니고 몇 명이긴 하지만, 맞아. 편애를 해. 똑같은 활약을 해도 누군가는 대서특필이고, 누군가는 지역 신문에 그냥 이름 좀 올리고 끝나. 당장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메이저리그 닷컴을 운영하잖아.
말을 하던 김진호는 쓴웃음을 지었다.
– 내 루키 시절 떠올려봐. 시즌 초반부터 리그를 폭격했지만 내가 본격적으로 괴물 소리 들은 건 올스타전 끝난 이후 후반기였어. 만약 내가 미국에서 태어난 잘생긴 백인 선수였으면 어땠을까? 응?
10조 원이 넘는 시장.
그 시장의 가치를 지키고 관리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 시장을 위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한다.
– 더욱이 메이저리그의 역사는 영웅의 역사이거든. 스타 플레이어에 대한 시선이 한국프로야구하고는 차원이 달라.
더불어 메이저리그에게 있어서 스타 플레이어, 영웅의 존재는 절대적이었다.
– 리그가 침체기에 접어들었을 때 영웅이 등장해서 리그의 분위기를 띄웠지. 베이브 루스가 그랬고, 심지어 그 약쟁이들의 홈런 레이스가 메이저리그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것 역시 분명한 사실이지.
메이저리그의 기나긴 역사 속에서 찾아왔던 무수히 많은 위기는 언제나 영웅의 탄생으로 버텼으니까.
그 사실을 현 커미셔너인 롭 맨프레드란 사내가 모를 리 없었다.
– 물론 편애는 시즌 전반기에만 이루어져. 어차피 후반기 시작하면 실력 좋은 선수들은 알아서 평가를 받으니까. 그리고 그렇게 실력 좋은 선수들 중 스타성이 있는 선수들은 다음 시즌에 대우를 받는 거고. 메이저리그는 편애하는 선수가 결과를 만들지 못하면 더 가차 없어지거든.
“그러니까 이번 시즌 전반기 핫아이템은 오타니다, 그 말인가요?”
이진용의 반문에 김진호가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 그럼 설마 키 크고 잘 생긴 100마일짜리 공 던지는 홈런 치는 투수를 대신해서 키 작고 못 생기고 마운드에서 지랄하고 주먹질이나 하는 투수를 상품으로 내놓을 줄 알았어?
“그건······.”
그 말에 이진용이 꿀 먹은 벙어리가 됐다.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은 모양.
결국 이진용은 반박 대신 질문을 했다.
“어떻게 방법이 없나요?”
– 열심히 잘, 꾸준히 활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명성을 쌓는 수밖에 없지. 시즌 후반까지 파이팅!
그 말에 이진용이 불만 가득 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진용은 그 사실을, 이 현실을 그냥 순순히 받아들일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현재에 만족하지 마라!
더더욱 탐욕스러운 괴물이 되어라!
그러라 말해준 건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의 눈앞에 있는 사내였기에.
그렇기에 이진용은 말했다.
“그래도 분명 방법이 있을 거 아닙니까? 김진호 선수였다면 이런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일 겁니까?”
– 당연히 아니지.
말을 하던 김진호가 머릿속으로 앞으로 남은 메츠의 시범경기 일정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 가만 보자······ 2주 후에 레드삭스랑 붙네. 그때쯤이면 슬슬 선발 로테이션 돌리면서 5이닝 피칭 시키겠고, 슬슬 사이영 급 투수들이 본격적으로 던질 테고······.
그 계산 끝에 말했다.
– 작년 시즌에 300탈삼진을 넘긴 유일한 투수인 크리스 세일 같은 투수를 상대로 맞붙어서 삼진 대결에서 이기면, 그러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겠지.
“예.”
그 말에 이진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언 감사합니다.”
그 모습을 보는 김진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4.
2월 말에 시작된 스프링 트레이닝은 경기를 거듭하며, 이내 3월 중순에 이르렀다.
시범경기일 뿐이지만 메이저리그의 분위기는 날을 거듭할수록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언론이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 아니, 이제 3월인데 무슨 월드시리즈 이야기냐? 누가 보면 9월인 줄 알겠네.
– 기자 새끼들 좀 미친 듯?
– 최근 기자들이 과하게 설레발치긴 함.
팬들이 언론의 열기에 눈살을 찌푸릴 정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구단들이 이 언론의 따뜻함을 체험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메츠, 그들에게 있어 2018시즌 스프링 트레이닝은 어느 때보다 혹독했다.
그리고 그게 바로 메이저리그 언론이었다.
영웅을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열넷의 희생양이 필요한 곳, 종국에는 스물아홉의 희생양을 필요로 하는 곳이 바로 메이저리그란 곳이었으니까.
그런 메이저리그는 이번 2018시즌 메츠를 영웅을 만들기 위한 희생양으로 점찍은 듯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메츠에 있어 그건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분위기가 말이 아니군.”
콜린스 감독의 말에 모인 코칭스태프들이 대답 대신 깊은 한숨을 흘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굳이 자세한 설명은 필요 없었다.
다들 메이저리그에서 닳고 닳은 이들이기에, 그렇기에 현 상황이 얼마나 안 좋은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당연히 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방법도 알고 있었다.
‘분위기를 바꾸려면 결국 선수로 바꿔야 한다. 경기를 뛰는 건 선수이니까.’
‘타자로는 힘들지. 할 수 있다면 투수.’
야구는 투수놀음이란 말이 있듯이, 이런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에는 투수의 끝내주는 피칭보다 좋은 건 없었다.
‘시범경기에서 투수는 맥시멈이 5이닝이다. 결국 5이닝 안에 강렬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스프린터가 필요한데······.’
더불어 시범경기에서 선발투수가 뛸 수 있는 맥시멈 이닝은 5이닝.
그렇기에 이닝 이터처럼 8이닝이 지난 후에 가치를 드러내는 마라토너 타입의 투수보다는 짧은 이닝 안에 보다 확실한 인상을 줄 수 있는 투수가 스프린터 타입의 투수가 필요했다.
더불어 메츠에는 그런 스프린터 타입의 투수가, 5이닝 안에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지를 100마일짜리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가 세 명이나 있었다.
‘신더가드, 디그롬, 둘 모두 컨디션이 안 좋다. 오히려 지금은 케어를 해줄 때야.’
‘맷 하비는 부진과 부상이 겹쳐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여기서 무리하게 쓰면 정말 이대로 선수 생명이 끝날 수도 있어.’
문제는 그것이 2015년의 이야기라는 것.
한때 모든 메이저리그 팬들, 관계자들, 코칭스태프를 부럽게 했던 메츠의 파이어볼러 3인방은 최소한 스프링 트레이닝에서는 활약을 기대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시범경기에서의 활약을 강요할 수 있는 선수도 아니었다.
어떻게든 시범경기 동안 그들이 본래의 기량을 되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 선수이지.
‘어쩔 수 없지. 시범경기의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해도 시범경기를 위해 목숨을 걸 필요는 없으니까.’
‘최악의 분위기로 시즌을 시작하겠군.’
그 무렵이었다.
“리의 상태는?”
콜린스 감독이 한 선수를 언급했다.
그러자 투수코치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좀 위험합니다.”
위험, 그 두 글자에 다른 코치들의 표정이 굳었다.
‘위험하다고? 보기에는 멀쩡하던데?’
‘저번에 보니까 너무 과할 정도로 힘이 넘쳐서 약 먹은 거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였는데?’
콜린스 감독 역시 굳은 표정으로 되물었다.
“무엇이 위험한가?”
“무대를 만들어주면 단순히 뛰는 게 아니라 미쳐 날뛸 겁니다. 더욱이 리가 미쳐 날뛰면······ 전 어떻게 될지 짐작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위험하다는 겁니다.”
그 말에 좌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의미라면 위험하지.’
‘그런 의미의 위험함이라면 장담컨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위험한 투수이겠지.’
그리고 콜린스 감독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레드삭스 상대로 기죽을 일은 없겠군.”
그 말에 좌중의 표정이 굳었다.
그 굳은 표정 사이로 벤치코치가 조심스레 말했다.
“리를 세일하고 붙이실 겁니까?”
그 질문에 콜린스 감독은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만 끄덕일 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