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51
1.
[2018시즌 메이저리그 개막!]
2018년 4월 2일 월요일, 메이저리그 페넌트레이스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전이 시작됐다.
[이제는 배트 플립의 시대!] [더 이상 지루한 야구는 가라!]시즌 개막과 함께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야구 열기의 기름이 되어주는 기사들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컵스, 저주를 넘어 역사에 도전한다!] [양키스, 악의 제국을 다시 건국할까?] [다저스,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한다!]당연히 돈이 많고, 인기도 많으며 월드시리즈 우승할 자격과 능력이 되는 팀에 대한 기사도 쏟아졌다.
[크리스 세일 대 클레이튼 커쇼, 과연 최고의 좌완투수는 누구인가?] [저스틴 벌랜더, 이제는 부활했다!] [마이크 트라웃, 살아있는 전설의 힘을 보여줘라!] [브라이스 하퍼, 배트 플립의 시대, 최고의 스타플레이어가 될 때!] [오타니 쇼헤이, 이도류로 20승 – 20홈런에 도전한다!]더불어 인기 많고, 실력 좋은 선수들에 대한 기사 역시 미친 듯이 쏟아졌다.
물론 그렇게 쏟아지는 기사의 파도 속에는 이진용의 기사도 있었다.
하지만 그 기사를 찾아낸 이진용의 표정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
“환상의 호우쇼라니, 아니 무슨 표현이 이래? 무슨 나이트클럽에서 똥꼬쇼 하는 것도 아니고······.”
그다지 좋지 못한 표현 그리고 그다지 많지 않은 기사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 모습에 김진호가 구박하듯 말했다.
– 메이저리그 공식 경기에서 1구도 안 던진 놈한테 이 정도면 충분히 써준 거지.
“오타니 기사는 쏟아지는데요?”
– 진용아, 내가 내 입으로 너랑 오타니의 차이점을 말해주는 걸 듣고 싶니? 응?
“제가 잘못했습니다.”
– 야, 그리고 이 정도면 꽤 대단한 거야.
물론 그렇다고 아주 관심이 없는 건 아니었다.
김진호의 말대로 기사는 제법 있었다.
– 문제는 조명을 받을 게 너무 많다는 거지. 한국프로야구하고는 사이즈가 달라. 단순하게 계산해도 30개 구단이 대표 투수랑 대표 타자 한 명씩만 뽑아도 이미 60명이 나오잖아? 심지어 그들의 인기는 세계 야구팬들 모두가 알 정도로 엄청나지.
단지 문제는 메이저리그가 별들의 세상인 만큼, 워낙 유명한 별들이 많다는 점이었다.
– 물론 나처럼 야구 외적으로 멋진 외모와 올바른 성품을 가지며 타의모범이 될 법한 선수들은 일찌감치 그들을 밀어내고 유명세를 떨치고는 하지만.
“네, 그래서 별명이 침묵의 암살자셨죠. 사람 죽이는 걸로 유명해지신 분이셨죠.”
– 야, 난 그전부터 유명했어!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애새끼들 다 때려잡아서 마이너리그의 개새······.
“개새?”
– 아, 아니······ 그러니까 마이너리그의 파괴자······ 그래, 마이너리그 파괴자! 그렇게 불렸어.
“진짜요?”
– 지, 진짜야!
“구글 검색해볼까요?”
– 야, 바쁘게 뭘 그렇게 수고를 해? 응? 아! 그렇지, 오늘 브레이브스랑 대결하지? 이야, 브레이브스가 나 때는 진짜 강팀이었는데. 이 팀이 지구우승을 14년 연속 했다니까? 심지어 그렉 매덕스랑 존 스몰츠, 톰 글래빈이 같이 있던 팀이었지. 타자 입장에서는 브레이브스랑 매치업 잡히면 부상자 명단에 들어가고 싶어서 없던 부상도 만들어냈을 정도였지. 아무렴.
잽싸게 말을 돌리는 김진호의 모습에 이진용은 콧방귀만 뀌었다.
브레이브스에 대해 별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러면 뭐합니까, 어차피 나랑 브레이브스랑 경기할 일은 조금도 없는데.”
관심을 둘 이유가 없었으니까.
메츠는 개막전으로 홈에서 브레이브스와 3연전을 치르게 되며, 이 경기에 나오는 선발투수들은 디그롬, 신더가드, 하비 이렇게 세 명으로 정해진 상황이었다.
이진용의 경우에는 브레이브스와의 3연전을 마친 후 치르는 원정경기인 내셔널스와의 경기 1차전 선발로 내정되어 있었다.
이진용이 브레이브스와의 경기에서 나올 가능성은 당연한 말이지만 조금도 없었다.
물론 야구는 아무도 모르는 법.
– 에이, 그래도 모르지. 연장 14회까지 갔는데, 나올 타자가 없어서 널 내보낼지도.
특히 무승부 없이 승패가 나누어질 때까지 경기를 치르는 메이저리그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일이 언제든 일어날 수 있었다.
“그게 말이 됩니까?”
– 안 될 건 없지. 어쨌거나 넌 크리스 세일을 상대로 안타를 친 타자잖아? 연장 14회쯤 가서 맛탱이 간 투수를 상대로 어중간한 타자를 내기보다는 널 내는 게 나을걸?
“아니, 그러니까 연장 14회까지 가는 게 말이 되냐고요.”
이진용의 그 말에 김진호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 진용아, 너 아직도 메츠란 팀을 모르는구나.
“예?”
– 어메이징 메츠, 엔젤스하고는 비교도 안 되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될 거다.
그리고 그런 김진호의 말은 현실이 됐다.
2.
– 아, 공이 높게 뜹니다.
– 너무 힘이 들어갔군요.
– 12회 말, 결국 메츠가 3루에 있는 주자를 불러들이지 못하고 13회로 갑니다.
– 여러모로 놀라운 개막전입니다.
4월 2일 월요일, 메츠의 홈구장인 씨티 필드에 짙은 밤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 맥주에 취하며 잠들 때를 준비해야 할 때.
그러나 씨티 필드에는 여전히 관중들이 제법 남아있었다.
“미친, 개막전부터 이게 무슨 지랄이야.”
12회 말, 여전히 승부를 내지 못한 메츠와 브레이브스 두 팀이 13회에 접어든 탓이었다.
“아, 9회에 그냥 막았으면 됐잖아!”
“젠장, 개막전부터 이게 무슨 지랄이야!”
“메츠 새끼들아, 이상한 포수 따위는 데려오지 말고 불펜 투수를 영입하라고!”
사실 이런 식으로 진행될 게임은 아니었다.
일단 경기 시작부터 어느 정도 승패가 가늠됐다.
선발투수로 나온 메츠의 에이스 투수, 제이콥 디그롬은 에이스답게 6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친 반면, 브레이브스는 선발로 나온 RA디키는 5이닝 4실점을 기록한 후 마운드를 내려갔다.
이후 브레이브스는 나름의 반전을 꾀하기 위해 추격조를 내보냈고, 메츠는 경기를 잡기 위해 필승조를 투입했다.
3점 차 상황에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러면서도 나름 경기 결과가 가늠되는 게임이기도 했다.
메츠가 리드한 채 9회 초 이닝을 마무리하거나 혹은 브레이브스가 기적의 역전승을 하거나.
하지만 9회 초, 브레이브스가 3점 차를 단숨에 소멸시켜버리는 쓰리런 홈런을 친 이후 경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4대4 상황에서 10회에 돌입했고, 10회에 양 팀은 다시 한 번 2점씩을 주고받는 난타전을 치른 채 6대6으로 11회에 돌입했다.
그리고 11회에는 무려 3점을 주고받으며 9대9 상태에서 12회에 돌입을 했다.
그리고 지금 그 12회가 끝났다.
점수는 여전히 9대9인 채로 13회에 접어든 것이다.
“이제 내보낼 선수나 있나?”
“투수도 타자도 거의 다 쓰지 않았어?”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12회 동안 경기를 치르면서 메츠와 브레이브스, 적지 않은 선수를 소모했다.
이제 교체가 가능한 선수가 손에 꼽을 정도.
메이저리그 연장전에서 볼 수 있는 진풍경, 타자가 마운드에서 투수가 되는 광경을 볼 법한 상황이 나온 것이다.
‘맙소사, 이게 현실인가?’
그 광경을 이진용은 얼빠진 표정으로 바라봤다.
– 거봐, 내가 말했지?
반면 김진호는 이럴 줄 알았다는 미소를 지은 채 이진용을 바라봤다.
– 메츠는 어메이징하다고.
그 말에 이진용은 어이가 없는 표정을 지은 채 김진호를 바라보며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 그래도 이런 식으로 어메이징 할 줄이야!’
솔직히 이진용은 정말 이런 식으로 경기가 진행될 줄은 몰랐다.
그가 보기에 오늘 경기는 나름 충분히 메이저리그다운 경기였으니까.
실제로 오늘 경기를 보던 이진용은 감탄했다.
경기 내내 100마일짜리 공을 던지면서도 지치지 않는 디그롬의 피칭에 놀랐고, 그런 디그롬을 상대로 안타를 만들어내는 브레이브스 타자들의 저력에 놀랐으며, 한국프로야구였다면 내야를 뚫고 지나가는 안타가 됐을 공들을 당연하다는 듯이 범타로 만드는 두 팀의 수비 앞에서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정말 이게 메이저리그구나!
그런 감탄과 함께 이제는 이 리그에서 전쟁을 치러야 하는 사실에 전율했다.
‘너무 경기력이 극단적이잖아?’
그런데 그런 선수들이 어느 순간 바보가 됐다.
이제까지 당연하다는 듯이 해냈던 수비에서 실책이 속출했고, 타석에서의 집중력이 소멸했으며, 마운드 위에서의 컨트롤은 실종했다.
어느 순간부터 메이저리그에 어울리지 않는 경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 사실에 대해 김진호는 기꺼이 설명을 해주었다.
– 원래 그래. 100킬로미터로 레이스 할 때는 작은 실수도 별거 없어 보이고 잠시 한눈을 팔아도 사고가 안 터지지만, 200킬로미터로 레이스하면 집중력을 잃는 순간 사고가 터지니까. 명심해. 메이저리그에서는 최고의 피지컬을 가진 이들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면서 게임을 만든다는 것을. 삐끗하면 떨어진다는 것을.
말을 뱉은 김진호는 메츠의 더그아웃, 이 참담한 사건사고의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된 이들을 보는 순간 조소를 머금었다.
– 뭐, 메츠는 그게 좀 과했지만.
그 사실에 이진용은 대답하지 않았다.
– 응?
아니, 대답할 수 없었다.
– 진용아, 저기 봐봐. 저기 타격코치랑 감독이 이야기하고 있어.
마주쳤으니까.
– 널 보면서.
자신을 보며 이야기를 하는 타격코치와 콜린스 감독, 그들의 눈동자를.
결국 예상은 현실이 됐다.
“리, 말할 게 있다.”
3.
13회, 메츠와 브레이브스 양 팀은 여전히 점수를 내지 못한 채 이닝을 마무리했다.
이제 14회를 시작할 때.
메이저리그에서도 보기 드문 14회 경기에 자연스레 다른 경기를 보던 혹은 잠자코 있던 야구팬들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 어메이징 메츠네!
– 역시 메츠야! 어메이징하지!
– 지구 꼴찌 배틀이네!
그런 그들의 관심 속에는 조롱이 가득했다.
어쩔 수 없었다.
과거 내셔널리그 동부지구의 지배자라고 불렸던 시대는 저물고, 이제는 리그에서 가장 참담한 미래를 가진 브레이브스와 작년 시즌을 기점으로 이제 몰락의 길을 걷는 메츠, 두 팀의 배틀은 영광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비참한 배틀이 될 수밖에 없었으니까.
– 여기서 지면 진짜 시즌 망칠 듯.
– 이거 지면 사실상 이번 시즌 끝일 듯.
그렇기에 두 팀은 더더욱 이 경기에서 승자가 되기 위해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얻을 수 있는 것이 오로지 1승밖에 없는 무대에서 그조차 얻지 못한다는 건 메이저리그, 승리를 위해 살아온 그들의 자긍심마저 잃는 일이었기에.
그런 상황에서 14회 말 메츠가 기회를 잡았다.
1사 상황에서 볼넷을 얻은 주자가 도루에 성공, 이후 재차 볼넷이 나온 이후 진루타가 나오며 2사 1,3루 상황이 됐다.
문제는 타석에 선 이가 투수라는 것.
“타자가 한 명뿐이군.”
“예.”
그렇기에 메츠는 마지막 남은 타자를 대타로 내보냈다.
사실 내보내면서도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었다.
“역시 예상대로 볼넷으로 거르는군.”
브레이브스가 대타를 상대로 볼넷을 내주리란 것을.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투수가 서는 와중에 투수에게 2사 1,3루 상황에서의 득점을 기대하긴 힘들었으니까.
무엇보다 그 상황에서 메츠는 나름 기대하는 게 있었다.
“대타!”
메츠, 그들이 다시 한 번 대타 카드를 발동했다.
“리!”
대타 이진용을.
4.
– 호우 떴다!
그것은 갑작스러운 일이었다.
– 호우는 무슨 호우야?
– 이호우 경기 3일 후인데, 무슨 개소리?
– 양치기 소년임?
이진용, 그의 이름이 갑작스럽게 한국야구팬들 사이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물론 처음에는 그 말을 믿는 이는 없었다.
한국야구팬들에게 이진용의 경기는 D-3으로 되어있었으니까.
– 어? 진짜 호우네?
– 뭐야, 진짜 호우잖아?
하지만 한국야구팬들은 이진용의 등장이 양치기 소년의 외침이 아니라 아주 진실된 정보의 전달임을 알았다.
더 나아가 자세한 정보도 알 수 있었다.
– 대타 호우? 이건 또 뭐야?
– 진짜 모르겠다. 대체 이 새끼 정체가 뭐임?
이진용, 그가 투수가 아닌 타자가 되어 마운드에 섰다는 것을.
심지어 그것이 14회 말 2사 만루 상황이라는 것을.
그런 상황에서 이제는 타석에 설 준비를 하는 이진용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렸다.
그 헛웃음 사이로 나지막하게 말했다.
“진짜 어메이징하네.”
말과 함께 이제는 장갑을 끼고 헬멧을 쓰고 타석을 향하는 이진용, 그런 그의 귀에 목소리가 들렸다.
핀치 히터.
이진용이 새롭게 얻은 스킬이 이 순간 이진용에게 기운을 불어넣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떴다.
클러치 히터!
그 스킬의 안내음이 끝났을 때, 그제야 이진용이 주문을 외웠다.
“라스트 찬스.”
정말 길었던 베이스볼 매니저의 알림.
그런 베이스볼 매니저의 알림 뒤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 이 빌어먹을 쓰레기 게임.
김진호의 목소리, 그 목소리와 함께 게임이 시작됐다.
“플레이 볼!”
14회 말 2사 만루 상황에서의 타석, 그곳에서 이진용이 드디어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데뷔전이 시작됐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