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57
1.
[이진용, 내셔널스 상대로 완봉승!]
[이진용, 자신의 첫 데뷔전을 완봉승으로 장식!]
[이진용, 투타에서 맹활약!]
이진용의 승리에 메이저리그의 모든 이들이 놀랐고, 놀란 만큼 이진용에 대한 기사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이진용, 그는 누구인가?] [이진용, 한국에서의 별명은 미스터 제로!]심지어 이제까지 이진용이 한국에서 보여준 활약을 그저 수준 낮은 리그가 만들어낸 가짜 기록으로 취급했던 이들이 그 기록을 가져와 이진용을 포장하는 일까지 생겼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것은 그저 단순한 변심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 언론들 너무 날뛰는 거 아니야? 완봉승 한 게 대단하지만, 이 정도로 빨아줄 만한 건 아니잖아?
ㄴ 그냥 완봉승이라면 그렇겠지만, 데뷔전 완봉승이면 다르지.
ㄴ 그렇지. 제이슨 제닝스 이후 무려 17년 만에 나온 데뷔전 완봉승 기록이니까.
ㄴ 심지어 엔트리 확장 이후도 아니고, 시즌 초반에 등장해서 완봉승을 하는 건 이제는 퍼펙트게임보다 보기 힘든 기록일걸?
ㄴ 역사적 순간인 셈이지.
ㄴ 호우하는 것도 역사적 순간 아님?
데뷔전 완봉승.
그것은 메이저리그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하고, 희귀하기에 가치 넘치는 기록이었으니까.
더불어 메이저리그는 그러한 것을 좋아했다.
기나긴 역사 속에서 상징이 될 만한 것을.
그 역사가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보다 풍요롭게 만든다고 생각했으니까.
당연히 기자들은 그런 이진용의 역사적인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 메츠의 라커룸으로 난입하듯 들어왔다.
그리고 이진용을 발견하자마자 그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뭐야, 씨발? 자, 잠깐! 오지 마! 오지 마!”
막 샤워를 마치고 수건 한 장으로 아랫도리만을 가린 채 라커룸으로 나오던 이진용 입장에서는 기겁할 일이었다.
다행히도 불상사는 없었다.
“멈추시죠.”
그라운드 밖에서는 언제나 이진용과 동선을 함께 하는 이영예가 기자들을 막았고, 그런 이영예 앞에서 특종을 위해선 사자 우리에도 들어갈 법한 기자들이 그저 꼴깍, 침만 삼켰다.
– 쯧쯧.
그 광경을 보던 김진호가 짧게 혀를 찼다.
– 기자 놈들이 정신이 나간 모양이군.
‘어? 웬일이지?’
기자들을 나무라는 그 말에 이진용이 놀란 눈으로 김진호를 슬그머니 바라봤다.
김진호는 그런 이진용을 바라보며 말했다.
– 그렇잖아? 볼 것도 없는데.
말을 하던 김진호의 시선이 스윽, 이진용의 아랫도리를 향했다.
– 정말 보잘 것 없지.
‘에이, 진짜!’
이진용이 뚱한 표정을 지었다.
“이진용 선수.”
그때 이영예가 이진용에게 다가와 말했다.
“인터뷰 타임을 가지실 겁니까?”
그런 이영예의 질문에 이진용은 당연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당연히 인터뷰해야죠.”
그 순간 이진용이 무언가를 떠올린 듯 손을 저었다.
“아니, 인터뷰 안 하겠습니다. 대신 기자들에게 전해주세요.”
그 말과 함께 이진용이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전 고작 완봉승 한 것을 가지고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인터뷰 할 만큼 염치없는 투수가 아니라고.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아주 예의 바른 투수라고.”
2.
[이진용, ‘완봉승은 인터뷰할 가치도 없는 기록.’]
[이진용, ‘인터뷰는 진짜 실력을 보여준 뒤에 할 것.’]
이진용의 완봉승 이후 곧바로 나온 추가 소식은 달구어진 프라이팬에 소금을 던지는 것과 같았다.
온라인 세상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 미친 또라이 새끼!
– 오만함의 극치군!
– 누가 보면 사이영상 수상자인 줄 알겠어!
– 고작 운 좋게 완봉승 한 번 한 걸 가지고!
– 그래, 얼마나 잘하나 보자. 못하기만 해봐. 아주 그냥 죽을 때까지 까주마.
적지 않은 이들이 이진용의 그런 행동을 오만함과 무례함의 극치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적지 않은 이들, 개중에서도 이제는 이진용이란 선수를 품에 안게 된 메츠 팬들의 심정은 전혀 달랐다.
– 그래, 투수라면 이 정도 기개는 있어야지.
– 호우맨, 마음에 든다!
– 당장 호우맨 유니폼 맞추러 간다!
– 드디어 우리 팀에도 입 좀 터는 놈이 등장했구나!
패배가 너무나도 당연히 예상되었던 내셔널스와의 첫 경기에서 패배는커녕 완봉승이라는 감동스러운 선물을 받았으니까.
더욱이 데뷔전 완봉승이란 기록은 메츠에 있어 더더욱 남다를 수밖에 없는 기록이었다.
– 17년 전에 제이슨 제닝스 상대로 데뷔전 완봉승 당하고 언젠가 우리도 저런 투수로 갚아 주리라 기도했었는데, 드디어 그 기도가 이루어졌어.
ㄴ 나도 기억난다. 그때 제닝스가 우리 상대로 데뷔전 완봉승에 심지어 홈런도 쳤지.
ㄴ 빌어먹을 날이었지. 끔찍한 날이었어. 호우러블 데이였어.
ㄴ 호우러블 데이면 우리한테는 좋은 날 아닌가?
ㄴ 끔찍하게 기쁜 날이지.
제이슨 제닝스.
데뷔전 완봉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가장 최근에 기록했던 그에게 제물이 되었던 건 다름 아니라 메츠였으니까.
그런 메츠에 있어 이진용의 데뷔전 완봉승은 17년 전의 악몽을 추억으로 만들어주는 일이었다.
물론 그런 이야기들은 이진용에게는 아무래도 좋았다.
이진용에게는 이제 정말 중요한 일을 할 때가 왔으니까.
“어디 보자······ 골드 하나에, 플래티넘 두 개 그리고 다이아몬드 하나.”
바로 보상으로 받은 룰렛을 돌리는 일!
“김진호 선수, 뭐부터 돌릴까요?”
김진호에게는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때가 왔다.
그러나 의외로 김진호의 표정에는 고통스러움이나 짜증나는 기색이 없었다.
– 뭐든 좋지 않을까?
그 표정을 확인한 이진용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 좋은 일 있으세요? 주식이라도 올랐어요?”
– 뒈진 나한테 무슨 좋은 일이 있겠니? 그리고 주식 이야기는 이제 그만하지?
“어쨌거나 표정이 유난히 밝으시네요?”
말을 하던 이진용이 무언가를 떠올린 듯 씨익 웃었다.
“아, 드디어 제 활약에 뿌듯함을 느끼시기 시작한 모양이시군요. 뭐, 그런 맛에 자식 키우는 거죠.”
그 말에 김진호도 씨익 웃으며 말했다.
– 지랄하고 자빠졌네.
“예?”
– 내가 머리에 총 맞았냐? 그딴 생각을 하게. 내가 기뻐하는 건 드디어 진용이, 네가 엿 먹을 확률이 늘어났기 때문이야.
이진용이 고개를 갸웃하며 반문했다.
“달콤한 걸 먹을 확률이 늘어났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하시는 건 아니죠?”
– 타자 능력이 개방되면서 룰렛 하나에서 투수와 타자 아이템이 섞이게 됐지. 그건 곧 네가 먹고 싶은 걸 먹을 확률이 최소 절반으로 내려갔다는 의미. 그렇잖아? 예전에는 기본 능력치라고 해봤자 체력 아니면 구속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체력과 구속에 피지컬, 밸런스, 선구안으로 다섯 개나 되는 선택지가 늘어났지.
김진호의 말대로였다.
이진용이 타자 능력을 개방한 이후 룰렛에서는 타자와 투수의 아이템이 동시에 나왔다.
문제는 이진용이 가장 원하는 건 타자 쪽보다는 투수 쪽일 수밖에 없다는 것.
– 좀 더 툭 까놓고 이야기하면 더 이상 구속 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거지.
개중에서도 이진용이 가장 바라는 건 역시 구속 증가였다.
바랄 수밖에 없었다.
일단 이미 체력은 충분했다. 12이닝 동안 던져도 팔팔한 수준이니 무슨 말이 필요할까?
타자 쪽도 능력치가 오르면 나쁠 건 없지만 실제로 이진용이 타석에 서는 횟수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타자 쪽 능력 향상에 목을 맬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구속은 달랐다.
– 그런데 네가 가장 바라는 건 구속이지.
특히 메이저리그에 온 이후로 이진용은 구속에 대한 갈증이 훨씬 더 강해졌다.
메이저리그의 타자들이 예상보다 괴물인 것도 있지만, 메이저리그의 투수들의 구속이 이진용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빠른 탓이었다.
그리고 구속에 대한 세간의 기대와 평가도 생각 이상으로 컸다.
투수는 구속이 전부가 아니라는 야구계의 금언이 무색할 정도로 작금의 메이저리그는 오히려 더 빠른 공에 열광하고, 더 빠른 공을 던지고자 하고 있었으니까.
매년 메이저리그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늘어나는 것이 그 증거였다.
더 나아가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그런 상황을, 구속의 시대를 부채질하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투수가 던지는 구질이 뭔지 잘 모른다.
중계하는 중계자들조차 패스트볼 아니면 변화구, 그 정도 이야기만 할 수 있을 정도.
제구도 마찬가지다.
막말로 애먼 곳에 던져놓고 투수가 거기 노린 거라고 우기면 뭐라고 할 수도 없지 않은가?
하지만 구속은 달랐다.
전광판에 찍히는 숫자가 세 자릿수가 되는 순간 야구를 잘 모르는 이도 열광한다.
혹여 아롤디스 채프먼과 같이 106마일을 전광판에 찍을 수 있다면 야구가 아니라 미식축구나, 농구, 아이스하키를 보는 이들조차 기겁하게 만들 수 있다.
– 앞으로 진용이, 네가 100마일을 던지기 위해 룰렛에서 구속 증가가 몇 번이 나와야 할까? 그리고 그만큼을 얻기 위해서는 과연 룰렛을 몇 번 돌려야 할까? 응?
그렇기에 김진호의 말은 생각보다 묵직하게 이진용의 얼굴을 두드렸다.
이진용의 표정이 구겨졌다.
– 자, 그러니까 얼른 룰렛을 돌리렴. 열심히 돌려야지, 구속 하나라도 먹을 거 아니야? 응?
그 말에 이진용이 말없이 룰렛을 활성화했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황금빛 룰렛이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했고, 이내 황금색 칸에서 멈췄다.
[피지컬이 1상승했습니다.]– 와우!
그 사실에 김진호가 기꺼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곧바로 김진호의 축하가 시작됐다.
– 피지컬이 나왔네! 진용아 축하한다. 이야, 아주 좋은 게 나왔군! 기왕 나오는 거 그냥 다이아몬드 칸에 걸렸으면 좋았을 텐데! 아, 미안. 내가 이걸 까먹었네.
그리고 그 축하 뒤로 예의 그 말을 붙여줬다.
– 호우!
그 말에 이진용이 뚱한 표정으로 김진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렇게 하시다가 앞으로 3연속 구속이라도 나오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이진용의 말에 김진호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 천하의 이진용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길어? 후달리냐?
김진호의 그 도발에 이진용은 대답 대신 곧바로 새로운 룰렛을 활성화했다.
백금빛 룰렛이 등장했고, 룰렛은 곧바로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이윽고 룰렛이 멈췄다.
– 응?
그 순간 김진호가 갑작스럽게 표정을 바꾸고는 곧바로 이진용을 향해 소리쳤다.
– 동작 그만!
그 말에 룰렛을 돌리려던 이진용이 잠시 멈칫한 채 김진호를 바라봤다.
– 진용아······.
그런 그에게 김진호는 마치 버림받은 강아지와 같은 표정을 지은 채 말했다.
– 그냥 다음에 룰렛 돌리지 않을래? 응?
“왜요?”
– 아니, 뭐······ 한 번에 선물을 다 개봉하는 것보다 매일매일 하나씩 열면 더 좋잖아? 응? 그리고 구속 나왔는데 설마 또 구속이 나오겠어? 이럴 땐 하루 쉬고, 돌리는 게 좋아. 그래, 첫끗발이 개끗발이란 말도 있잖아?
“하긴, 그렇긴 하죠.”
– 그렇지?
이진용의 동조에 김진호가 반색했다.
그때 백금색 룰렛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백금색 룰렛을 앞에 둔 이진용이 너무나도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기서 구속 안 나오면 개끗발인 거니까 다이아몬드 룰렛은 다음에 돌리죠, 뭐.”
그 말과 함께 돌아가던 룰렛이 멈췄다.
구속 증가가 나오는 순간, 이진용은 곧바로 기다렸다는 듯이 다이아몬드 룰렛을 활성화했다.
그렇게 활성화된 다이아몬드 룰렛의 다섯 칸이 눈에 들어왔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지막에 보이는 파이어볼러에 김진호는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 나 그냥 성불할래!
그 절규 속에서 다이아몬드 룰렛이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3.
내셔널스 대 메츠의 3연전.
이진용을 앞세운 메츠가 1차전을 완봉승으로 가져간 후에 곧바로 시작된 2차전에서 내셔널스는 반격에 성공했다.
하지만 곧바로 이어진 3차전 대결에서 내셔널스는 다시 한 번 패배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디그롬이 드디어 물이 올랐군!”
그 패배의 중심에는 메츠의 에이스, 제이콥 디그롬의 존재가 있었다.
“내가 본 피칭 중에 가장 끝내주는 피칭이었어.”
완봉승.
제이콥 디그롬이 내셔널스를 상대로 이진용이 거두었던 것과 똑같은 결과물을 만들었다.
그러나 세상은 이진용을 향해 보여줬던 것보다 더 폭발적인 관심을 보여줬다.
100마일!
최고 구속이 99마일이었던 디그롬이 기어코 그 벽을 넘어서면서, 모든 투수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무대에 올라섰으니까.
메이저리그는 새로운 100마일 투수의 등장에 그야말로 보낼 수 있는 모든 것을 보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상황 속에서 더 이상 이진용에 대한 관심은 없었다.
당장 라커룸 구석에서 이진용이 바나나를 으적으적 씹고 있음에도 그에게 관심을 가지는 이는 없었다.
“디그롬! 100마일을 연거푸 던진 소감 좀 말해줘 봐.”
“이제 하비와 신더가드에게 뒤처질 게 아무것도 없는 완벽한 에이스가 된 걸 축하하네.”
모두가 제이콥 디그롬만을 바라보며, 그와 이야기를 나눌 뿐.
그 광경을 바라보던 이진용에게 조 존스가 다가와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똑같은 활약을 하면 더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더 밝은 조명을 받는 게 지금 메이저리그의 현실이니까. 너무 섭섭해하지 말라고. 섭섭해한다고 해서 리, 네가 100마일을 던질 수 있게 되는 것도 아니니까.”
그 말에 바나나를 꿀꺽 삼킨 이진용이 대답했다.
“괜찮아. 어차피 조만간 저 조명을 빼앗아올 거니까.”
그 대답에 조 존스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열심히 해서 성적을 쌓으면 되겠지. 너라면 분명 올스타전이 끝날 무렵에는 이 팀의 에이스가 될 수 있을 테니까.”
당연히 이 순간 조 존스는 이진용이 꾸준한 활약으로 제이콥 디그롬을 향한 스포트라이트를 훔쳐오겠다고, 그런 의미에서 그런 말을 했다고 생각했다.
그런 조 존스에게 이진용은 굳이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대신 미소만 지을 뿐.
그런 미소를 바라보는 김진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 이 새끼 이러다가 진짜 채프먼보다 빠른 공 던지는 거 아니야? 설마, 그건 아니겠지. 아무리 신이라도 그 정도로 정신이 나가진 않았을 거야. 아무렴! 설마 그건 아니겠지. 아니겠지······.
그렇게 메츠가 워싱턴에서 위닝 시리즈를 거둔 채 홈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그렇게 돌아온 홈에서 마이애미와의 4연전을 시작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