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73
1.
언제나 그렇지만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달리고 나면 발 없는 괴물이 되는 법.
이진용의 인터뷰 역시 그러했다.
황선우는 당연히 기자답게 이진용과의 인터뷰 기사를 썼다. 특별히 문제될 내용은 없는 기사를.
그러나 황선우가 내놓은 그 기사 내용은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그리고 그가 손쓸 틈도 없이 왜곡되고 부풀려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이진용이 자이언츠를 아주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치부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당연히 세간은 그런 이진용을 가만히 두지 않았다.
– 퍼킹 호우맨!
– 빌어먹을 놈! 고작 운 좋게 기록 좀 세운 걸 가지고 이렇게 건방을 떨다니!
– 이런 놈들치고 오래가는 놈을 본 적이 없지! 조만간 아주 박살이 날 거야.
– 미친 또라이 새끼!
이진용에 대한 비난 여론이 불같이 일어났다.
하물며 이진용은 메이저리그 모두의 선수 같은 게 아니었다.
– 메츠 주제에 자이언츠를 얕보다니, 웃기지도 않는군.
– 메츠가 언제나 그렇잖아? 올해는 다르다고 하지만, 결국 시즌 중반이 되면 바닥으로 떨어지지.
그는 어디까지나 메츠의 선수였고, 당연히 메츠를 제외한 메이저리그의 29개 구단은 이진용의 활약을 탐탁지 않아했다.
당연히 29개 구단의 팬들 중에는 이진용이 고꾸라지기를 바라는 이들이 적지 않았고, 그런 그들에게 이진용의 이번 발언은 피라냐에게 혈액팩을 던져주는 것과 같았다.
이진용을 탐탁지 않아 하는 이들이 모두가 온라인상에서 이진용을 물어뜯었다.
개중에서도 자이언츠 팬들의 분노는 엄청났다.
그 분노는 다른 무엇도 아닌 AT&T파크에서 치러지는 자이언츠와 메츠, 3연전 경기의 티켓 판매율로 드러났다.
아직 5월, 야구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기에는 조금 이른 시기임에도 4만 명이 넘는 관중들이 AT&T파크를 찾아오고자 한 것이다.
– 메츠 놈들에게 보여주자고. 누가 하늘이고 누가 땅인지.
– 메츠 놈들이 다시는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지 못하게 박살을 내자고!
– 호우맨, 그 새끼가 호우하지 못하게 내가 가서 방해하겠어!
메츠 그리고 이진용이 처참하게 추락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
당연히 이진용을 향한 자이언츠 팬들의 분위기는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 어휴, 끔찍하네. 진용아, 그러니까 적당히 해야지 실력도 없는 놈이 무슨 놈의 자신감으로 그런 짓을 한 거냐?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온라인에서의 그 상황은 김진호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
결국엔 김진호가 이진용을 나무랐다.
– 인마, 야구는 신사의 스포츠야. 서로에 대한 존중과 예의를 갖춰야 하는 거라고. 너처럼 주둥이만 나불거리는 놈들은 나중에 주둥이가 찢어지는 수가 있어.
그런 김진호에게 이진용이 툭툭 스마트폰을 건드리며 무언가를 검색하더니 검색한 것을 김진호에게 보여줬다.
– 이건 또 뭔데?
자신의 눈앞에 등장한 스마트폰을 향해 김진호가 퉁명스러운 반응과 함께 그 내용을 확인했다.
그건 어느 메이저리그 기자의 칼럼이었다.
그 칼럼의 내용을 본 김진호가 스마트폰으로부터 눈을 슬쩍 돌렸다.
– 크흠, 크흠!
그리고는 몇 번 헛기침을 한 후에 곁눈질로 이진용을 바라보며 말했다.
– 뭐, 사람이 말하다 보면 실수할 수도 있지.
“그렇죠.”
이진용이 김진호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김진호가 그런 이진용을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 야, 난 실수이지만 넌 실수가 아니잖아!
그 말에 이진용은 스마트폰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전 이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에요. 그냥 9회 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까지 오른손만으로 던지겠다, 그렇게 말했을 뿐인데 사람들이 너무 확대해석을 한 거죠.”
– 확대해석?
그리고는 곧바로 이진용이 준비된 도구를 이용해 자신의 손톱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 그런 놈이 왜 왼손 손톱을 다듬고 있는 거냐?
김진호의 말에 이진용은 대답 대신 미소를 지었다.
2.
[자이언츠 대 메츠, 3연전 시작!]
자이언츠의 홈인 AT&T파크에서 치러진 자이언츠와 메츠의 3연전 시리즈.
[자이언츠가 메츠를 누르다!] [자이언츠, 또 승리!]정규 시즌이 아니라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하는 두 팀의 1차전 그리고 2차전의 승자는 자이언츠였다.
[메츠, 참패에 고개 숙이다!] [메츠, 이대로 괜찮은가?]더불어 그냥 승리가 아닌 압승이었다.
1차전은 9대1, 8점 차 대승이었고 2차전 역시 7대0으로 자이언츠가 메츠를 상대로 영봉승을 거두었다.
승리를 거둔 입장에서는 남은 한 경기 따위는 어찌 되어도 상관없을 정도로 만족스러운 승리.
그러나 자이언츠의 팬과 선수들은 티끌의 만족감도 보이지 않은 채 3차전을 준비했다.
아니, 만족하지 않은 수준이 아니었다.
오히려 앞선 두 경기보다 더 많은 관중들이 더 일찌감치 AT&T파크를 찾아와 서슬 퍼런 적의와 살의, 투지를 뿜어대고 있었다.
당연히 그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었다.
“퍼킹 호우맨!”
“오늘 아주 박살을 내주지!”
이진용.
그 누구도 아닌 자이언츠의 자긍심을 건드린 사내가 시체가 되기 전까지, 자이언츠 팬들은 만족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심지어 그 분위기는 조금은 위험한 수준이었다.
우우우!
이진용이 러닝을 위해 그라운드를 나오는 순간, 곳곳에서 이진용을 향한 야유가 퍼부어졌으니까.
그 광경에 메츠 선수들조차 등골이 오싹해졌다.
‘최악이군.’
솔직히 앞선 두 경기 동안 메츠 선수들은 이진용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도발을 해서 경기 분위기를 안 좋게 만든 건 분명한 사실이었으니까.
그러나 앞선 두 경기에서 패배를 하고, 이제 팀의 에이스가 되어 오늘 무대에 오르게 될 이진용을 보는 순간 더 이상 불만을 품을 수가 없었다.
‘정말 최악이야.’
‘이런 날에 마운드에 올라서 공을 던지라니, 나라면 죽어도 못 해.’
‘하물며 상대가 범가너라면······.’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마운드에 오른다는 사실이 도리어 불쌍해질 지경이었으니까.
그러한 주변의 분위기를 이진용이 모를 리 없었다.
우우우!
그러나 이진용은 사방에서 쏟아지는 야유 속에서 자신이 해야 할 것을 완벽하게 했다.
그라운드의 상태를 살폈고, 경기장의 분위기를 살폈으며, 자신의 몸상태를 살피고, 예열을 시작했다.
당연히 야유 소리 따위는 무시했다.
우우우!
– 이야, AT&T파크가 이런 분위기도 나오는구나.
반면 김진호는 이 상황을 무시하는 수준이 아니라, 신기해하고 있었다.
– 내가 여기 올 때는 야유는커녕 다들 그냥 쥐 죽은 듯이 입 다물고 있었는데.
김진호가 기억하는 AT&T파크의 분위기는 그 어느 곳보다 조용한 야구장이었으니까.
그것이 김진호가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주었던 존재감이었다.
단순히 보이는 성적 이상의 아우라가 김진호에게는 존재했다.
지배자에 어울리는 위압감이 존재했다.
– 반대로 어느 허접쓰레기 투수는 여기 와서 쥐 죽은 듯이 입 다물고 있네.
그런 김진호가 조용히 러닝을 하는 이진용을 향해 이죽거리듯 말했다.
우우우!
그러자 자이언츠 팬들이 마치 김진호의 말에 호응하듯 이진용을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그 사실에 김진호가 미소를 지었다.
– 아, 갑자기 자이언츠가 좋아지려고 하네. 자이언츠 팬들 죄송합니다. 현역 시절에 그렇게 괴롭혀서 미안해요. 신이시여, 이제야 반성합니다. 그러니 무슨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 물론 벌은 제 제자인 이놈이 대신 받아줄 겁니다.
그때였다.
“호.”
이진용이 갑작스레 짧게 소리를 냈다.
– 응?
우우우!
그런 이진용의 짤막한 소리 뒤로 자이언츠 팬들의 야유소리가 들렸고, 그 사실에 이진용이 타이밍을 맞춘 후에 다시 뱉었다.
“호.”
우우우!
이내 맞춰진 화음에 이진용이 미소를 지었고, 그 모습을 본 김진호가 경악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 우와······ 진짜 대단하다. 정말 넌 대단한 또라이야.
3.
대부분의 경기장에는 기자들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메이저리그 구장도 마찬가지였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이 오고 가는 프로스포츠 중 하나인 메이저리그의 명성에 걸맞게 메이저리그 구장들은 한국야구구장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멋진 기자실이 마련되어 있었다.
기자들이 몇 명이 오든 쾌적하게 기사를 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
그러나 자이언츠와 메츠의 시리즈 마지막 경기가 치러지는 AT&T파크의 기자실은 자리는커녕 숨 쉴 틈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기자들이 모여 있었다.
“뭐야? 왜 이렇게 사람이 많아?”
“아니, 월드시리즈도 아니고 이게 무슨 일이야?”
포스트시즌 이상, 그야말로 월드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분위기였다.
물론 그 이유를 모르는 이는 없었다.
“리, 대단한 놈이야. 어떤 식으로든 자신이 가는 곳에 스포트라이트를 만드니까.”
“그렇지. 원정경기도 매진시키는 티켓 파워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게 아니니까.”
“롭 커미셔너가 좋아하겠군. 악당이 필요한 상황에서 아주 대놓고 악당이 등장했으니까.”
이진용.
그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을 기자들은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호우맨이 매드 범을 이길 수 있을까?”
당연히 기자들의 이야기 주제는 오로지 이진용 그리고 매디슨 범가너에 대한 것뿐이었다.
“일단 점수는 쉽게 안 나오겠지. 둘 다 현재까지 방어율이 0점이잖아?”
“호우맨이 5경기에서 45이닝 무실점, 매드 범이 6경기에 나와 43이닝 무실점.”
용호상박.
현재 이진용과 매디슨 범가너가 보여주는 존재감을 설명할 수 있는 표현은 그것 외에는 다른 것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였다.
“단순하게 보면 성적 자체는 호우맨이 위이긴 하군.”
물론 5경기 연속 완봉승에 노히트 게임까지 한 이진용의 존재감이 더 강렬한 건 당연했다.
“하지만 호우맨은 제 입으로 말했지. 오늘 경기에서 오른손만을 쓰겠다고. 그건 상당한 핸디캡이야.”
“그렇지.”
문제는 그 이진용이 제 스스로 왼손을 봉인했다는 것.
“자존심이 있는데 자기가 한 말은 지켜야지.”
이제는 자존심 때문에라도 본인이 한 말 그대로, 9회 말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까지 오른손만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
“그리고 분위기는 이미 자이언츠 쪽으로 완벽하게 넘어왔지.”
“포스트시즌 분위기나 다름없지. 그리고 포스트시즌에서 짝수해의 자이언츠는······.”
“무시무시하지.”
그리고 현재 모든 분위기는 자이언츠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상태로 조성되어 있다는 것.
“이런 분위기라면 범가너가 10회는 물론 11회에도 던질 수 있을걸?”
결정적으로 이런 분위기 속에서 그 누구보다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투수가 바로 매디슨 범가너란 투수였다.
2014년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3게임에 나와 21이닝을 던지며 2승 1세이브에 0.43의 방어율을 기록한 투수보다 빅게임에서 강한 빅게임 피처가 있을 리 만무하지 않은가?
때문에 기자실을 채운 기자들은 모두가 말했다.
“호우맨이 할 수 있는 건 잘해야 무승부 정도이겠지.”
“그렇지. 잘해야 노 디시전, 승도 패도 없이 무실점 기록을 유지한 채 마운드를 내려갈 수 있겠지.”
이진용은 무실점 기록을 이어가는 것만으로도 잘한 거라고.
물론 기자실을 채운 기자 한 명의 생각은 달랐다.
‘이진용은 원래 우완투수였다. 심지어 오른손으로 120킬로미터짜리 공을 던질 때도 프로 레벨에서 활약했는데, 지금은 오른손으로도 150킬로미터가 넘는 공을 던지는 상황.’
황선우.
어떤 의미에서 지금 이 사태를 일으킨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그는 분명히 말할 수 있었다.
이진용은 오른손만으로도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충분히 요리할 수 있다고.
‘무엇보다 이진용의 최대 강점은 모든 경기를 자기 페이스대로 이끌어가는 기획력이다.’
결정적으로 황선우는 이진용이 그저 공만 잘 던지는 투수가 아니라, 경기 전후로 모든 것을 기획하는 뛰어난 기획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때문에 황선우는 확신했다.
‘그런 인터뷰를 한 것 자체가 애초에 말실수가 아니라 노림수다.’
지금 일어나는 모든 상황은 이진용이 예상한 바이며 노리는 바라는 것을.
“게임이 시작하는군.”
그 순간 게임이 시작됐다.
4.
이진용.
5게임에 출전해 45이닝 무실점, 다섯 번의 완봉승 그리고 한 번의 노히트 게임과 11타자 연속 탈삼진이라는 메이저리그 역사에 존재치 않는 유일무이한 기록 보유자.
매디슨 범가너.
6게임에 출전해 43이닝을 던지며 무실점을 기록, 메이저리그에서 그 누구보다 큰 경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준 빅게임 피처.
당연한 말이지만 이 둘이 메이저리그에서도 가장 투수에게 유리한 구장으로 평가받는 AT&T파크에서 붙었을 때, 쉽사리 점수가 나오리라 생각한 이는 없었다.
투수들은 그런 모두의 생각에 훌륭하게 부응했다.
일단 매디슨 범가너, 그는 홈구장을 가득 채운 자이언츠 팬들에게 보여줬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 범가너! 그가 다시 한 번 삼진을 잡습니다. 7이닝 무실점! 그리고 14탈삼진!
– 멋진 피칭이네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모습입니다. 장담합니다. 오늘 범가너는 2014년 월드시리즈 때보다 강합니다!
최고 96마일까지 나오는 포심 패스트볼과 위력적인 수준을 넘어 절대적인 무브먼트를 보이는 투심 패스트볼을 이용해 타자를 2스트라이크, 벼랑 끝까지 몰아넣고는 독특한 투구폼에서 나오는 슬라이더로 타자를 잡아내는 그의 피칭은 흠잡을 곳이 없었다.
매드 범(Mad Bum), 그 별명에 어울리는 피칭이었다.
당연히 메츠 타자들이 그런 매디슨 범가너로부터 점수를 뽑아낼 구석 역시 없었다.
물론 이진용의 피칭도 그에 비해 부족하지 않았다.
펑!
“스트라이크 아우웃웃!”
– 리가 다시 한 번 삼진을 잡아냅니다! 오늘 열 번째 삼진입니다!
– 대단하네요. 리의 오른손 피칭을 이렇게 제대로 보니, 그가 얼마나 대단한 투수인지 실감이 됩니다. 완벽합니다. 컨트롤부터 커맨더, 구종 선택과 타이밍까지. 그야말로 정답만을 보여주는군요.
최고 구속은 92마일.
그러나 포심 패스트볼을 시작으로, 컷 패스트볼, 투심 패스트볼,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이라는 변형 패스트볼에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마저 완벽하게 구사하는 이진용의 오른손 피칭은 구속이란 개념 자체를 부질없게 만들고 있었다.
그 사실에 모두가 놀랐다.
– 호우맨 오른손 피칭 끝내주는데?
– 오른손만 던지는 게 핸디캡 맞음?
– 정말 완벽하게 요리를 하는구나. 타자를 요리해.
– 차라리 왼손으로 던져주는 게 핸디캡 같겠다. 왼손은 컨트롤이라도 잘 안 되잖아?
이진용의 오른손이 정교한 저격용 총과 같다는 건 알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아무도 몰랐으니까.
또한 모를 수밖에 없었다.
이진용은 자신의 오른손이 부각될 무렵이면 의도적으로 왼손을 꺼내 오른손을 숨겼다.
저격수의 가치는 그 존재가 드러나지 않을 때 가장 빛이 난다는 점을 그는 잊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이진용은 자신의 오른손이 얼마나 완벽한 사냥꾼인지 숨기지 않았다.
그 사실 앞에서 이진용을 죽이고자 했던 자이언츠 타자들과 이진용이 난타를 당한 채 마운드에서 도망치는 꼴을 보고자 했던 자이언츠 팬들은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호우!”
그 고요해진 AT&T파크 안으로 이진용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7회 말, 양 팀의 점수는 여전히 0대0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이제는 2이닝만 남은 상황.
“아무래도 연장전으로 갈 것 같은데?”
“이 페이스면 8회나 9회에 절대 점수 안 나와.”
하지만 그 누구도 남은 2이닝 동안 점수가 나오리란 상상을, 9회 말에 경기가 끝나리란 상상을 하지 못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결국 매디슨 범가너가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오늘 끝까지 가겠어.”
매디슨 범가너가 오늘 이길 때까지 마운드를 지키겠음을 선언했다.
그리고 그게 매디슨 범가너란 투수였다.
팀의 자존심과 자긍심을 위해서 기꺼이 자기 한 몸 불태울 줄 아는 투수.
그 사실에 자이언츠 선수들의 눈빛은 달라졌다.
‘우리에게는 범가너가 있다.’
‘그래, 10회든 11회든 범가너라면 마운드를 완벽하게 지켜줄 거야.’
매디슨 범가너의 선언이 자이언츠 타자들의 가슴 속을 뜨겁게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 자이언츠 선수단이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는 이진용을 그야말로 씹어 죽일 기세로 노려보기 시작했다.
당연히 그 시선의 변화를 이진용과 김진호도 느꼈다.
– 진용아, 아무래도 범가너가 뭔가 말한 거 같은데? 자이언츠 애들이 널 보는 눈깔이 달라진 걸 보니까.
“뭐라고 했을까요?”
– 함 해보입시더! 뭐, 그러지 않았을까?
“범가너가 한국어를, 그것도 부산 사투리를 썼다고요?”
– 말이 그렇다는 거지.
그 순간 김진호가 이진용을 향해 퉁명스럽게 말했다.
– 뭐 어쨌거나, 진용이 넌 좋겠다. 네가 원하는 대로 됐으니까.
그 말에 이진용은 대답 대신 자신의 능력치창을 활성화했다.
– 최대 구속 : 148
– 보유 구종 : 포심 패스트볼(S), 투심 패스트볼(S),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S), 컷 패스트볼(A), 체인지업(S), 슬라이더(S), 커브(S).
– 보유 스킬 : 심기일전(C), 일일특급(C), 라이징 패스트볼(S), 마법의 1이닝, 무쇠팔(B), 리볼버, 컨트롤 마스터(S), 철인, 에이스, 철마(A), 전력투구, 마구(E), 스위칭(S), 수호신, 이닝 이터(E)
‘오른손으로 씨를 뿌렸으니······.’
그것을 본 이진용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 왼손으로 거둘 일만 남았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