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85
4.
7월 17일.
워싱턴 내셔널스의 홈구장인 내셔널스 파크가 형형색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역시 올스타전은 진풍경이란 말이야.”
“그렇지. 30개 구단 유니폼이 한 곳에 모이는 건 월드시리즈에서도 볼 수 없는 일이니까.”
올스타전을 보기 위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모든 팬들이 한곳에 모여 만든 광경이었다.
월드시리즈에서도 볼 수 없는 장관, 그 장관을 찍기 위해 기자들은 쉴 새 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카메라 셔터를 받는 선수는 역시 그였다.
“호우맨에 사람들이 몰려드는군. 온라인에서는 그렇게 물어뜯더니만.”
“온라인하고는 다르지. 훗날 전설이 될 선수이니까.”
이진용.
그는 별들의 세계에서도 가장 밝다 못해 압도적인 존재감을 뿜어대고 있었고 당연히 올스타전을 보러 온 관중들은 관중석에서 저마다 이진용에게 사인을 요청하고 있었다.
마치 먹잇감을 던져주기를 바라는 아기새들처럼.
“그런데 막상 메츠 팬들은 별로 없네?”
“그러네?”
신기한 점은 그중에서 뉴욕 메츠의 유니폼을 입은 팬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 의문에 대한 것은 메츠 전담기자가 밝혀줬다.
“호우맨에게 사인을 당하지 않으면 메츠 팬이라고 할 수 없지.”
“뭐?”
“몰랐어? 호우맨에게 사인 받는 메츠 팬은 없어. 전부 사인을 당했거든.”
농담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유.
그러나 기자들은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어?”
“리가 움직인다!”
3루쪽 관중석에 모인 팬들에게 사인볼을 건네준 이진용이 곧장 1루쪽 관중석으로 달려갔으니까.
“맙소사, 사인 해주러 가는 거야?”
“대단하군.”
보면서도 어처구니가 없는 풍경.
물론 이 순간 가장 어처구니가 없는 건 이진용과 함께 움직이는 김진호였다.
– 내가 살아있을 때 올스타전에 열 번을 참가했는데, 너 같은 놈은 처음이다.
반면 이진용은 그런 김진호의 말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신이 난 모습이었다.
“캬, 오랜만에 사인 좀 제대로 하네요. 그동안 사인을 해줄 사람이 없어서 좀이 쑤셨는데!”
그 모습에 김진호가 혀를 차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진용을 바라보는 주변 이들은 다 비슷했다.
뭐 저런 또라이가 다 있어? 그런 느낌의 표정.
그 표정들을 향해 김진호가 실소를 지으며 말했다.
– 진짜 다들 깜짝 놀라겠군.
5.
모두의 축제!
그 표현에 맞게 올스타전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그 시작은 홈런 더비였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거포 여덟 명이 토너먼트 방식으로 붙어 최고의 홈런왕을 가리는 홈런 더비는 그 명성에 어울리는 결과물을 보여줬다.
– 큽니다! 대단한 비거리가 또 나왔습니다!
– 스탠튼, 역시 작년 시즌 메이저리그 최고의 홈런왕답군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들이 제 이름에 걸맞은 포물선으로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 이제 타석에 애런 저지가 섭니다. 어? 저 선수는?
그중에서도 백미는 뉴욕 양키스의 새로운 별, 애런 저지가 타석에 서는 순간이었다.
정확히는 애런 저지에게 배팅볼을 던져주기 위한 투수가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등번호 104번이 달린 양키스 유니폼을 입고 등장한 자그마한 체격의 선수를 보는 순간 올스타전을 보러 온 관중과 기자들 중 대부분이 저도 모르게 소리쳤다.
“호우?”
– 리 선수? 지금 마운드에 있는 게 리 선수가 맞나요?
– 마스크를 쓰고 있습니다만, 양손 글러브를 보면 거의 확실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이진용, 그가 양키스의 유니폼을 입은 채 배팅볼을 던지기 위해 마운드에 올라온 것이다.
올스타전이기에 볼 수 있는 무대.
– 리 선수가 모든 팬들에게 잊지 못할 쇼를 보여줄 모양이군요.
– 대단한 선수예요. 실력도 실력이지만 팬서비스에 있어서는 그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네요.
동시에 이진용이 기꺼이 팬을 위한 희생을 감수하기에 볼 수 있는 무대였다.
그 사실에 올스타전을 보던 관중들이 모두 일어나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내질렀다.
“호우!”
“호우!”
메츠의 홈구장, 씨티필드에서도 보기 힘든 호울링이 내셔널스 파크를 가득 채우는 순간이었다.
심지어 이진용을 물어뜯기 바쁜 온라인에서조차도 이진용의 등장 앞에서는 잠시 동안 비난을 멈췄다.
– 호우맨 팬서비스는 인정한다.
– 젠장, 진짜 팬서비스 하나는 최고네.
– 메츠 팬들이 진심으로 부러워졌어.
그 순간만큼은 메츠 팬을 제외한 모든 메이저리그 팬들이 이진용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그를 응원할 수 있기를 소망했다.
그리고 그 소망은 지금 올스타전 보고 있는 메이저리그 단장들도 품고 있었다.
더불어 메이저리그 단장들이 품는 그 소망은 메이저리그 팬들의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진지한 것이었다.
당연했다.
‘메츠는 3년 후부터는 디그롬과 신더가드를 비롯해 주축 선수들이 대거 풀린다.’
‘메츠는 자금력이 지금 부족한 상황. 구단 차원에서는 3년 후쯤에는 리빌딩을 할 수밖에 없어.’
메츠는 어느 정도 자금력을 가진 팀이지만,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빅마켓이라고 불리는 팀들만큼 자금력을 동원할 정도는 못 된다.
하물며 현재 메츠를 떠받치는 신성들은 2∼3년 후쯤에는 하나둘 자유계약 자격을 얻을 예정.
메츠 입장에서 그들 전부를 잡지 못할 바에는 그 선수들을 일찌감치 시장에 내놓고 유망주와 트레이드를 하면서 리빌딩을 노리는 게 무엇보다 현명한 일이었다.
즉, 빠르면 2∼3년 이내에 이진용이 트레이드 시장에 나올 가능성도 존재했다.
빅마켓 팀들은 물론 월드시리즈 우승을 바라는 구단 입장에서는 유망주 전부를 메츠에 주더라도 베팅할 문제.
‘하다못해 FA로 나오더라도 지를 만하지.’
혹여 메츠가 이진용이 FA자격을 얻을 때까지 그를 손에 쥐고 있다고 해도 상관없었다.
이진용이 지금 퍼포먼스를 계속 보여준다면 그의 몸값은 1년에 최소 5천만 달러 이상 나오겠지만, 이진용이 보여주는 티켓 파워 등을 고려하면 충분히 부담할 수 있는 금액이었으니까.
‘우승만 할 수 있다면 뭔들 못할까?’
결정적으로 월드시리즈 우승을 위해서 그 정도 돈을 지불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그런 관심 속에서 시작된 애런 저지의 홈런 레이스는 무려 19개나 되는 홈런이란 결과물로 나왔다.
“대단하군!”
“19개라니!”
그 결과물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러나 가장 놀란 건 다름 아닌 애런 저지였다.
‘섬뜩하군.’
자신의 배트에 완벽하게 부딪쳐 날아가는 이진용의 볼 컨트롤은 섬뜩할 정도로 완벽했으니까.
– 그래서 어때? 아메리칸리그 홈런왕의 타격이?
그리고 그게 이진용이 기꺼이 양키스의 유니폼을 입고 마운드에서 시즌 동안 단 하나도 내주지 않은 홈런을 내준 이유였다.
“힘이 넘치네요. 존 밖으로 빠지는 공도 양키스타디움에서 그냥 가뿐히 넘기겠는데요?”
훗날······ 이번 시즌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만나게 될지도 모르는 애런 저지를 상대로 마음껏 홈런을 맞을 수 있는 기회는 올스타전이 아니고서는 올 수 없을 테니까.
– 그래, 내가 봐도 그래. 그래서 지금 막 신에게 새로운 기도를 했어.
“절 위해서 맞지 말라고요?”
– 아니, 네가 월드시리즈에서 쟤한테 역전 만루 홈런 맞아달라고.
“역시 절 생각해주는 건 김진호 선수밖에 없네요.”
– 뭔 개소리야?
“그렇잖아요? 김진호 선수가 바라는 소원 이루어진 적이 한 번이라도 있어요?”
– 젠장!
그렇게 홈런 더비가 끝이 나고, 이제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됐다.
6.
2016년까지,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올스타전의 팀에게 정규시즌에서의 메리트를 줬다.
올스타전에서 이긴 팀에게 월드시리즈 7차전 중 4게임을 홈에서 치를 수 있는 권리를 준 것이다.
그 사실에 월드시리즈 진출을 앞둔 팀들은 올스타전에서 과한 호승심을 보이면서 문제가 되고는 했다.
결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2017시즌을 시작으로 올스타전의 승리에 그 어떤 메리트도 붙이지 않음으로써 올스타전을 순수한 축제의 무대로 만들었다.
굳이 승리할 필요가 없는 무대.
“역시 치열하군.”
“메이저리거들이니까.”
그러나 그런 이유 때문에 승리에 대한 욕망을 버릴 정도로 승리에 대한 집착이 없는 선수였다면 메이저리그의 별이 되어 별들의 무대에 참가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 나이스 플레이! 코리 시거! 그가 다시 한 번 멋진 플레이로 마이크 트라웃의 안타를 빼앗아갑니다!
– 정말 멋진 다이빙 캐치였어요!
당연히 시합이 시작되는 순간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은 축제가 아닌 전쟁을 시작했고, 그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다.
– 이것으로 8회 초 아메리칸리그팀의 공격이 끝났습니다. 점수는 2대1, 여전히 1점 차로 내셔널리그가 리드하고 있습니다.
8회 초가 끝난 상황에서 2대1라는 스코어는 올스타 플레이어들이 최선을 다했음을 말해주는 가장 확실한 증거였다.
더욱이 호승심 넘치는 메이저리그 올스타 선수들에게 2대1 상황은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점수가 아니었다.
“이거 죽어도 못 지겠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지면 억울해서 못 자지.”
“아무렴, 무조건 이겨야지.”
이기는 쪽은 보다 확실한 승리를 위해, 지고 있는 쪽은 이기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하는 스코어.
– 8회 말, 아메리칸리그가 일찌감치 마무리 투수를 투입하는군요.
그렇기에 아메리칸리그팀은 마지막 이닝이 될지도 모르는 8회 말에 자신들이 내세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불펜 투수를 투입했다.
– 아롤디스 채프먼,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왔습니다.
아롤디스 채프먼.
양키스의 마무리투수이며,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빠른 105.1마일, 169.1킬로미터의 공을 던졌던 투수.
그런 그의 등장에 내셔널스 파크의 관중들은 모두가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마운드의 투수가 던지는 공을 조금이라도 자세히 보기 위해 집중한 것이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빠른 공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평생 가질 수 있는 추억이었으니까.
그것은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채프먼이 올라오는군.”
“알아도 못 치는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지.”
“차라리 안 칠 테니까, 존에 넣어줬으면 하는 투수이기도 하지. 몸쪽에 붙으면 트라우마가 남는다니까.”
내셔널리그팀 선수들은 물론 아메리칸리그팀 소속 선수들까지, 투수와 타자를 가리지 않는 모든 선수들이 아롤디스 채프먼의 피칭을 보기 위해 마운드를 주목했다.
그리고 시작된 8회 말, 아롤디스 채프먼은 모두가 기대하던바 그대로의 공을 던졌다.
펑!
초구 101마일을 시작으로, 아롤디스 채프먼은 오로지 포심 패스트볼만을 던지기 시작했다.
펑!
그리고 점차 구속을 늘리기 시작했다.
펑!
이윽고 3구째가 되었을 때 전광판에는 무려 103마일이라는 구속이 찍혀 있었고, 그 사실에 경기를 보던 이들은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전광판을 바라보거나 스마트폰 카메라를 이용해 전광판의 숫자를 찍었다.
종국에 아롤디스 채프먼은 보여줬다.
펑!
– 104마일! 아롤디스 채프먼이 104마일을 던졌습니다!
167킬로미터.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구속이 나오는 순간 내셔널스 파크의 모든 팬들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 104마일은 이번 2018시즌 메이저리그에서 나온 구속 중 가장 빠른 구속입니다.
이번 시즌 투수들이 던진 무수히 많은 패스트볼 중에 가장 빠른 공을 던진 투수를 향한 찬사였다.
– 스윙, 삼진! 아롤디스 채프먼이 세 타자 연속 삼진으로 이닝을 마무리합니다!
아롤디스 채프먼은 그 패스트볼을 이용해 8회 말의 마운드를 완벽하게 지켜냈다.
– 이야, 괴물이네 괴물. 104마일을 예열 몇 번으로 그냥 던져버리네. 그마저도 최고 구속이 아니라니······.
불펜에서 이미 몸풀기를 마친 이진용과 함께 경기를 보던 김진호 역시 아롤디스 채프먼의 구속에 혀를 내둘렀다.
– 아! 나한테 저런 구속이 있었으면 월드시리즈 우승 최소한 세 번은 했을 텐데!
혀를 내두르던 김진호가 슬그머니 이진용을 바라보며 이내 투정을 부리듯 말했다.
– 뭐, 구속이 야구의 전부는 아니지만. 사실 구속만 믿고 피칭하는 건 이류들이나 하는 거지. 진짜 투수는 구속이 아니라 두뇌와 심장으로 공을 던지니까. 구속 빨라봤자 결국 개뽀록인 거지.
그 투정에 이진용이 씨익 웃었다.
그때였다.
“리! 이제 출전이다!”
불펜 코치가 이진용에게 출격 명령을 내렸다.
그와 동시에 이진용의 귓속으로 목소리 하나가 더 들렸다.
[구속이 3킬로미터 증가합니다.] [구위가 증가합니다.] [컨트롤이 정교해집니다.] [모든 구질의 무브먼트가 강화됩니다.]베이스볼 매니저의 알림.
그 알림을 들은 이진용이 보다 짙은 미소를 지은 채 마운드로 향했다.
9회 초가 시작됐다.
7.
이진용, 그가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내셔널스 파크의 분위기는 온탕 속의 냉탕 같은 분위기가 되었다.
“호우!”
“호우!”
내셔널스 파크를 찾은 메이저리그 팬들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이진용의 등장을 환영했다.
앞선 홈런 더비에서 그 어느 때보다 멋진 쇼맨십을 보여준 선수에 대한 마땅한 환호였다.
반대로 선수와 코치들로 채워진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아메리칸리그팀 더그아웃의 분위기가 차가운 건 마땅했다.
‘호우맨의 피칭을 가까이에서 보는 건 처음이군.’
‘얼마나 대단한 피칭을 하는지 보겠어.’
아메리칸리그에 속한 구단 중에서 인터리그를 통해 이진용을 직접 상대한 팀은 현재까지는 레드삭스가 유일했으며, 그 외의 선수들이 이진용을 공략 대상으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특이사항은 내셔널리스 팀 더그아웃의 분위기였다.
그 어느 때보다 믿음직한 선수가 마운드를 지키는 상황, 그러나 내셔널리그팀의 분위기는 오히려 아메리칸리그팀보다 훨씬 더 차갑고, 싸늘했다.
‘젠장,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는군.’
‘퍼킹 호우맨.’
‘같은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는 저 괴물을 보기도 싫어.’
이진용이 그들에게 남긴 상처는 이진용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리게 할 정도로 깊은 탓이었다.
– 야, 쟤네 표정 봐라. 같은 팀 선수들이 아주 널 못 생긴 괴물 보듯이 보는 거 보이냐?
그리고 그게 이진용이란 투수였다.
그저 승리를 가져가는 선에서 그치지 않은 채 깊은 후유증을 남기는 투수.
– 하긴 만날 마운드에 나올 때마다 호우호우 지랄을 하니 좋아하는 인간이 있으면 그게 미친 또라이지. 안 그러냐, 진용아? 네가 생각해도 그렇지?
당연한 말이지만 이진용은 지금 이 순간에도 그저 승리만 가져가는 선에서 그칠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전력투구.”
오늘 이곳에서 이진용은 모두의 뇌리에 분명하게 각인시킬 속셈이었다.
“리볼버.”
그 주문을 끝으로 이진용이 길게 한숨을 내뱉었다.
8.
올스타전이란 축제를 위해 내셔널스 파크를 찾아온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의 팬들.
“호우맨이 올라왔다!”
그들에게 이진용의 등장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간 것과 같았다.
“오케이, 그럼 우리도 한 번 해보자고.”
이제부터는 정신을 잃은 채 비명을 내지르며 순간을 즐기기만 하면 되는 상황.
당연히 이진용이 아웃카운트를 잡을 때까지 기다릴 생각은 없었다.
‘던지면 무조건 호우야.’
이진용이 공을 던질 때마다 환호성을 내지를 속셈이었다.
‘투구 자세 취했다!’
‘던진다!’
그런 그들 앞에서 이진용이 투구 준비 자세를 취했다.
오른손에 글러브를 낀 상태에서 자신의 오른 다리를 살짝 뒤로 옮겼다.
그리고는 곧바로 뒤로 뺀 오른 다리를 높게 들었다.
무릎이 얼굴 근처까지 올라올 정도로 높게!
이윽고 이진용의 몸이 타자를 향해 포탄처럼 움직였다. 그와 동시에 이진용의 왼팔이 높게 올라갔다.
마치 투창 선수를 떠올리게 하듯, 이진용의 왼손에 쥐고 있던 공이 타자를 향했다.
펑!
그리고 소리가 났다.
‘어?’
너무나도 일찍, 관중들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일찍.
그 사실에 관중들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전광판을 확인했다.
104마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