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87
1.
7월 20일.
시티 필드, 메츠의 후반기 첫 경기가 치러지는 그곳의 분위기는 이번 시즌 어느 때보다 뜨거웠고 동시에 화려했다.
일단 보이는 풍경부터가 달랐다.
구장 곳곳에는 관중들이 직접 만들어온 플래카드와 피켓들이 저마다의 문구를 품은 채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으며, 그라운드와 가까운 관중석은 메츠 유니폼을 입은 팬들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런 그들의 존재가 확실한 증거였다.
“저기! 저기!”
“나왔다!”
오늘 이 경기가 그 누구도 아닌 이진용, 그의 등판 경기라는 것을 알려주는 확실한 증거!
“호우맨이다!”
“호우맨이 나타났다!”
그런 시티 필드의 그라운드 위로 이진용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시티 필드에 있는 모든 관중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소리쳤다.
호우!
콘서트장에서도 보기 힘든 광경.
더 놀라운 건 그 외침에 대해 이진용이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모습을 드러낸 이진용은 러닝을 하면서 관중들을 향해 모자를 쥔 오른손을 흔들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자신의 왼손으로 1루쪽 관중석 한 곳을 가리켰다.
그러자 지목당한 무리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진용이 그 모습을 보며 살짝 표정을 찌푸린 채 이번에는 다른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맨몸에다가 알파벳을, H-O-W-O-O를 하나씩 그려놓은 다섯 명의 사내들을 가리켰다.
당연히 반응이 달랐다.
“호우!”
“호우우우!”
“호우맨이 우릴 보셨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지목당한 그 다섯 메츠 팬들이 열광적으로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모습에 이진용이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관중석 쪽으로 열심히 다가갔다.
그러자 곧바로 다섯 사내가 점프를 하듯 관중석을 내려오며 이진용과 마주쳤다.
“헤이, 호우맨!”
“메츠의 영웅!”
“호우우!”
열광적인 그들을 향해 이진용이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열정이 대단들 하시네요. 안 추워요?”
“No!”
“몸에다 사인을 해드릴 순 없고, 보니까 내 사인은 이미 받으셨을 것 같은데 맞죠?”
다섯이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고, 이진용이 그들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준 후에 곧바로 더그아웃에 들어갔다 야구공 다섯 개를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야구공에는 이진용의 사인과 함께 각각 H-O-W-O-O라는 알파벳이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이진용이 그 다섯 공을 다섯 사내에게 하나씩 주며 말했다.
그 순간 다섯 사내의 표정은 마치 절대 반지를 손에 넣은 골룸처럼 변해 있었다.
“올해에는 실망시키지 않을 테니, 응원 부탁합니다.”
“호우!”
“호우!”
이진용의 그 말에 다섯은 대답 대신 미친 듯한 환호성만을 내질렀다.
그 광경을 보던 김진호가 한숨을 내뱉었다.
– 아, 조만간 세계가 또라이들로 가득 차겠구나. 언젠가 인류 종말이 올 줄 알았지만 이런 식으로 인류가 종말을 맞이할 줄이야.
귀신조차 어이가 없는 광경.
하물며 오늘 메츠와의 경기를 위해 시티 필드를 방문한 신시내티 레즈 선수단이 이 광경을 보고 이해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우리가 지금 야구를 하러 온 건지, 아니면 영화에 출연하러 온 건지 구분이 안 되는군.”
레즈 선수들 모두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레즈 선수단의 표정은 이제 러닝을 위해 그라운드를 크게 뛰기 시작하는 이진용이 점차 3루쪽 더그아웃, 레즈 선수단이 있는 곳으로 다가올수록 굳어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이진용의 눈코입을 확인할 정도의 거리가 되었을 때 레즈 선수들은 분명하게 실감할 수 있었다.
“하필 이럴 때 저 괴물을 상대하게 되다니······.”
“그것도 시티 필드에서 말이야.”
“지옥에서 하데스를 상대하는 게 차라리 낫겠어.”
오늘 그들이 메이저리그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괴물을 맞이한다는 사실을.
동시에 레즈 선수들은 이번 시즌 자신들의 처지를 떠올렸다.
‘최악의 시즌에 최악의 괴물을 만났군.’
신시내티 레즈, 그들의 2018시즌은 작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시즌이었다.
리그 평균 수준 이하의 타격과 리그 최악의 마운드, 그 두 가지가 합쳐진 결과 현재 레즈는 지구 5위, 승률로는 내셔널리그 14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사실상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꼴찌 팀과 다를 바 없었다.
‘보토도 없으니······.’
심지어 레즈의 타선에서 중심을 잡아주던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타자인 조이 보토는 부상으로 이번 경기에 뛰지 못하게 됐다.
‘그래, 차라리 이게 낫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이진용의 얼굴을 확인한 레즈 선수들은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어차피 여기서 져도 손해 볼 것 없잖아?’
‘10점을 내주더라도 1점만 내면 대박인 게임이잖아? 그냥 편하게 하자고.’
오늘 이진용을 상대로 완봉패를 당하더라도 레즈 입장에서는 솔직히 잃을 게 없었으니까.
그 무렵이었다.
이제는 레즈 선수들이 부담감을 잊을 무렵, 이진용이 레즈 선수단이 모인 더그아웃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 이진용이 레즈 선수단의 분위기를, 그들의 눈빛과 낌새를 살폈다.
– 독기가 없군.
김진호의 말처럼 지금 이진용을 향한 레즈 선수단의 눈빛에는 독기가 없었다.
기선제압조차 필요없는 게임이 되는 순간이었다.
– 오늘 경기 쉽게 가겠는데? 진용아, 적당히 해도 될 것 같은데, 쉬엄쉬엄할래?
그러나 그런 김진호의 말에 이진용은 미소 짓지 않았다.
오히려 이진용은 거듭 곁눈질로 레즈 선수단의 분위기는 살피는 건 물론 그라운드 전체를 쉼 없이 살피고 있었다.
그 눈빛은 누가 보더라도 치열한 사냥을 준비하는 맹수의 눈빛이었다.
– 짜식.
그 눈빛에 김진호도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이제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으니까.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노리고 있는지.
– 똥 마렵나 보구나.
“에이, 진짜. 이 표정이 어떻게 똥 마려운 표정이에요? 비장한 표정이죠?”
– 원래 사람은 똥 마려우면 표정이 비장해지는 법이야. 자, 가자! 똥 싸러!
“닥쳐요.”
그렇게 이진용이 러닝을 마쳤다.
게임이 시작됐다.
2.
야구는 9회 말 2아웃부터 시작이라는 말이 있다.
그 말을 달리 해석하면 1회는 딱히 중요한 이닝이 아니라는 의미, 때문에 기자들은 경기 초반에는 대부분 경기를 유유자적하게 바라보기만 하고는 했다.
“시작했네.”
“일단 양 팀 컨디션이나 확인해보자고.”
한 이닝에 한 타자가 한 투수를 상대로 만루 홈런을 두 번 치는 것 같은 아주 특이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경기 초반에 기자들의 손을 분주하게 만들 대기록 같은 게 나오는 경우는 없으니까.
“뭐, 컨디션 확인할 게 있겠어? 오늘 경기 내용은 몰라도 결과는 뻔할 텐데.”
“그렇지. 레즈가 메츠를 지금 상황에선 이기기 쉽지 않지.”
더욱이 현재 내셔널리그에서 가장 강한 팀으로 인정받는 팀과 리그 최하위 팀의 매치업이라면 더더욱 경기 내용은 뻔할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가 호우맨이 나오는 경기이니까, 내용도 뻔하겠지.”
더불어 이진용의 경기는 어떤 의미에서는 가장 뻔한 경기이기도 했다.
영화로 따지면 나 홀로 집에 같은 영화랄까?
“104마일짜리 공은 못 쳐.”
더군다나 이진용이 올스타전에서 왼손으로 보여준 104마일짜리 패스트볼은 나 홀로 집에의 주인공인 케빈 맥콜리스터의 손에 M16총을 쥐여준 것과 비슷했다.
“조이 보토가 부상으로 빠진 게 아쉽군.”
“그러지, 그는 호우맨에게 홈런을 칠 수 있는 몇 안 되는 타자이니까.”
심지어 이진용을 상대로 제대로 비수를 꽂을 수 있는 메이저리그의 대표 타자 조이 보토는 부상으로 빠진 상황.
때문에 기자실에 모인 모든 기자들은 똑같은 생각을 했다.
“레즈 타자들 입장에서는 리가 오른손으로 던질 때를 한 번 노려보는 수밖에.”
“그렇지. 104마일을 던지는 왼손이 나오는 순간 사실상 그 이닝은 끝날 테니까.”
여러모로 전력이 열세인 상황 속에서 레즈가 할 수 있는 것은 이진용이 오른손을 쓰는 순간을 노리는 것밖에 없다고.
실제로 레즈 타자들의 생각은 기자들의 예상과 같았다.
‘104마일짜리 패스트볼을 칠 자신은 없다.’
‘리의 왼손은 기본 100마일이다. 거기에 슬라이더를 비롯해 무브먼트는 구속 이상이야.’
레즈 타자들은 이진용의 왼손에 대해서는 그냥 무시하기로 했다.
대신 이진용의 오른손을 공략하기로 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오른손이 낫다.’
‘오른손도 무시하지 못하지만, 104마일짜리 패스트볼보다는 95마일짜리 패스트볼이 낫지.’
이진용의 오른손을 무시하는 건 절대 아니었다.
단지 메이저리그 타자들조차 승부를 포기할 정도로 104마일 패스트볼이 가지는 존재감이 강렬했을 뿐.
그런 그들 앞에 이진용이 왼손에 글러브를 낀 채 등장했다.
‘좋아, 공격적으로 가자.’
‘삼진으로 물러날 바에는 범타로 물러나는 게 차라리 나아.’
당연히 레즈 타자들은 그런 이진용의 우완 피칭을 상대로 공격적인 타격을 시도했다.
물론 이진용의 피칭은 그런 레즈 타자들에게 쉽사리 출루를 허락하지 않았다.
– 유격수 앞 땅볼!
– 공이 높게 뜹니다!
– 아웃! 리! 그가 1회 초를 깔끔하게 삼자범퇴로 마무리합니다!
1회 초 삼자범퇴, 투구수는 5구.
그야말로 깔끔하기 그지없는 피칭으로 이닝을 마무리한 이진용이 마운드를 내려왔다.
그 사실에 시티 필드를 가득 채운 메츠 팬들은 환호성으로 보답했다.
“호우!”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
그런 분위기에 메츠 타자들은 1회 말부터 있는 힘껏 기름을 끼얹기 시작했다.
– 안타! 연속 안타!
1회 말 메츠는 레즈의 선발투수인 마이크를 상대로 연속 안타를 때려내며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 쳤습니다! 큽니다! 타구가 쭉쭉 뻗습니다!
– 넘어갔네요.
심지어 1회 말 메츠 타선은 마이크와 레즈를 절망에 빠뜨리는 홈런마저 쳐냈다.
홈런을 친 건 5번 타자였다.
– 리! 그가 이번 시즌 9호 홈런을 투런 홈런으로 기록합니다!
5번 타자 이진용.
이제는 9번이 아닌 중심 타선에 배치된 그가 일찌감치 경기를 일방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그 광경에 경기를 보던 기자실에서는 실소가 지어졌다.
“끝났군.”
“1회에만 벌써 3득점이네.”
“레즈 입장에서는 차라리 편하겠군. 이제 잘 질 준비만 하면 될 테니까.”
너무나도 쉽게 승부가 났다는 사실에 대한 실소였다.
“아, 게임 끝났네.”
황선우와 함께 온 후배 기자 역시 비슷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오늘도 쉽게 1승 추가하겠는데요? 미리 기사 써둘까요? 이진용 무실점 퍼펙트 피칭!”
그러나 반대로 황선우는 미소는 조금도 보이지 않은 채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낌새를 확인한 후배 기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선배님, 무슨 문제 있나요?”
그 물음에 황선우는 대답했다.
“아마 2회 초가 되면 이진용은 왼손 피칭을 할 거야.”
“예? 그게 무슨······.”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은 채 반문하는 후배 기자를 향해 황선우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마운드에서 102마일이 넘는 공을 던지겠지. 어쩌면 104마일짜리 공을 던질 수도 있어. 그 후에 이진용은 다시 오른손만으로 피칭을 할 거다.”
그 말을 끝으로 황선우가 후배 기자의 노트북을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 이진용이 던지는 투구수랑 구질, 코스 전부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해.”
그리고 2회 초가 시작됐을 때, 이진용이 마운드로 모습을 드러냈다.
“왼손이다!”
“이번에는 좌완 피칭이군!”
“그래, 104마일을 한 번 보여줘야지!”
오른손에 글러브를 낀 채로.
그 말에 후배 기자가 놀란 표정으로 황선우를 바라봤고, 그 시선에 황선우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지금 상황에 만족했다면 이진용이 아니지.”
3.
2회 초, 이진용의 피칭은 왼손에서 뿜어지는 103마일짜리 패스트볼과 함께 시작됐다.
– 나왔다 103!
– 이야, 그냥 처음부터 103이 나오네!
– 이제 104가나요?
그 사실에 경기를 보는 모든 이들은 열광했다.
“TV로 봤을 때랑은 차원이 다르군.”
“구속도 구속인데, 투구폼도 독특해서 체감 구속은 더 빨라.”
“103마일짜리 공인데 체감구속은 더 빠르다······ 그냥 치지 말라는 의미이군.”
“양심적으로 저런 괴물은 채프먼 하나만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러고 보니 그때가 그립다. 채프먼이 우리 팀 소속일 때 이런 고민은 없었는데.”
반면 레즈의 타자들은 차갑게 식었다.
“바꿨다.”
“한 타자만 왼손으로 승부한다, 이건가?”
그런 레즈 타자들에게 한 타자를 상대하고 곧바로 글러브를 바꾸고 오른손 피칭을 준비하는 이진용의 모습 괴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천사처럼 보였다.
“호우맨이 오른손 던질 때 어떻게든 결과를 만들어야 해.”
당연히 레즈 타자들은 이진용의 오른손을 상대로 적극적인 타격을 시도했다.
그리고 결과도 나왔다.
2회 초 1아웃 상황에서 레즈의 5번 타자 스미스가 오늘 첫 안타를 뽑아냈다.
“거봐, 노리면 되잖아!”
그 후에 병살타가 나오면서 이닝은 곧바로 마무리됐지만, 레즈 타자들은 그 사실에 만족했다.
“일단 노히트랑 퍼펙트는 없군.”
“이제 최다 탈삼진 기록만 안 당하면 되겠네.”
이진용의 새로운 트로피에 신시내티 레즈라는 이름이 올라갈 걱정거리가 사라진 덕분이었다.
더욱이 2회 말 메츠가 추가 득점에 성공하는 순간 레즈 선수단은 이제 승리를 포기했다.
코칭스태프들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팀은 몰라도 리를 상대로 5점 차는 사실상 끝이다.’
레즈의 코칭스태프는 일찌감치 패배를 각오한 채, 보다 나은 패배를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추격조에 속한 투수들을 불펜에 보내는 한편, 타자들에게는 적극적인 타격을 주문했다.
“가만히 있으면 삼진만 당할 뿐이다. 차라리 삼진을 당할 바에는 땅볼이나 뜬공으로 아웃되는 게 낫다. 그러니까 타석에서 칠 수 있다고 생각되면 적극적으로 타격하도록.”
삼진을 당하는 것보다 어떻게든 그라운드로 공을 굴리는 것이 낫다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었을뿐더러, 타자들 본인에게도 삼진이란 기록은 좋은 게 아니었다.
구단이나, 팬들이 타자의 성적을 분석할 때 중요하게 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삼진을 얼마나 당했느냐, 하는 부분이었으니까.
‘안타도, 타점도 못 얻을 바에는 삼진이라도 당하지 말아야지.’
그런 레즈 타자들의 적극적인 타격은 나름의 결과물도 있었다.
4회 그리고 5회, 레즈 타자들은 매 이닝마다 이진용을 상대로 안타를 뽑아냈다.
물론 안타를 뽑아낼 때마다 병살타로 이닝이 마무리되었지만, 오히려 레즈 타자들은 안타가 나왔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오늘 좀 맞는 것 같은데?”
“역시 그냥 왼손은 포기하는 게 정답이었어. 오른손만 대비하니까 결과가 나오잖아?”
특히 이진용을 상대로 안타를 때려낸 타자들은 이미 만족감 가득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호우맨 상대로 안타라니, 남는 장사군.’
‘이 정도면 충분히 연봉값은 한 셈이지.’
‘2타수 1안타인 상태로 그냥 교체됐으면 좋겠다.’
레즈의 코칭스태프 역시 매 이닝 마다 안타가 나오는 상황에서 굳이 새로운 주문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6회에도 레즈 타자들은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 아웃! 리가 삼자범퇴로 이닝을 마무리합니다!
그리고 이진용은 적극적으로 덤벼드는 레즈 타자들을 삼자범퇴로 마무리했다.
그 무렵이었다.
– 호우맨 오늘 이상한데?
ㄴ 원래 호우맨은 이상했는데?
ㄴ 호우맨이 이상 안 했던 적이 있음?
ㄴ 이상해야 호우맨 아님?
ㄴ 아니, 지금 호우맨 투구수 말이야. 내가 잘못본 거 같아서.
ㄴ 투구수? 잠깐 지금 호우맨 투구수 몇 개지?
ㄴ 6회까지 39구.
경기를 보던 이들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기 시작한 건.
“전광판 고장 난 거 아니지?”
“6이닝 동안 39구라니······ 이게 가능해?”
“아니, 오늘 레즈 타자들이 초구에도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두르긴 했고, 병살타도 4개나 나오긴 했지만······.”
그리고 그 낌새를 느낀 이들의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진용의 피칭에 열광하며, 때로는 104마일을 외치던 시티 필드의 분위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 가라앉은 분위기 사이로 마운드를 내려오는 이진용을 향해 김진호가 다가와 말했다.
– 19구 남았다.
그 말에 이진용이 대답했다.
“아니죠, 18구 남은 거죠.”
그 대화와 함께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려던 이진용과 김진호가 고개를 돌려 레즈 선수단의 더그아웃을 바라봤다.
피투성이가 된 사냥감을 목전에 둔 맹수의 표정을 지은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