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198
1.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 메츠 5대0 승리!]
[메츠, 다저스를 두 번 죽이다!]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의 승자는 메츠였다.
이진용 그리고 제이콥 디그롬, 혼자서도 게임을 완봉할 수 있는 두 투수의 조합 앞에서 다저스는 클레이튼 커쇼를 내보내고도 결국 패배할 수밖에 없었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는 패배였다.
그러나 정말 다저스를 아프게 하는 것은 단순히 1패를 했다는 사실이 아니었다.
– 내가 보기에 다저스보다 메츠가 더 절실해.
ㄴ 무슨 근거로?
ㄴ 그렇잖아? 메츠는 2차전에 이기려고 호우맨과 디그롬을 1+1으로 썼어. 승리를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거야.
ㄴ 하긴 거기서 디그롬을 쓸 줄은 아무도 몰랐지. 디비전 시리즈 완봉승 투수를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에서 불펜으로 쓴 셈이니까.
월드시리즈 우승에 대한 간절함만큼은 메츠보다 강하다고 생각했던 다저스는 메츠와의 2차전을 통해 깨달았다.
월드시리즈 우승을 향한 목마름과 간절함조차 메츠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그런 다저스에게 메츠는 가장 확실한 쐐기를 박았다.
하루 휴식일을 치른 후 다저스타디움에서 치러지는 3차전에 이진용을 선발로 내보냈다.
[리! 5이닝 무실점!] [신더가드, 4이닝 퍼펙트!]그리고 시작된 3차전에서 이진용은 5이닝 무실점 피칭으로 자신의 무실점 전설을 이어갔으며, 그런 이진용의 뒤를 이어 나온 노아 신더가드가 4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3차전마저도 메츠가 3대0 승리를 가져갔다.
거기서 이미 게임은 끝이었다.
만약 복싱이었다면 하얀 수건이 링 위로 날아왔을 상황.
혹은 레프리가 KO를 선언했을 상황.
그러나 야구에 KO는 없었다.
그리고 시작된 4차전, 승자는 모두가 예상한 바였다.
[메츠, 4차전 승리!] [리, 3승 0패! 챔피언십 시리즈 MVP!] [메츠, 이제는 월드시리즈다!]메츠, 그들이 월드시리즈에 올라섰다.
2.
포스트시즌은 모두의 축제라는 사실에 의구심을 가지는 이는 없다.
그러나 축제에도 종류가 있는 법.
포스트시즌은 과거 로마 시민들이 즐긴 축제와 비슷했다.
과거 로마 시민들이 콜로세움에서 검투사들이 싸우는 것을 보고 즐기는 것과 전 세계 야구팬들이 페넌트레이스이란 긴 전쟁을 치르며 피투성이가 된 선수들이 벼랑 끝에 올라선 채 살아남기 위해 처절하게 전쟁을 치르는 것을 보고 즐기는 것에는 큰 차이가 없으니까.
그 정도였다.
포스트시즌 무대에 올라선 이들이 감수하고, 맞이해야 하는 전쟁의 치열함은.
그런 치열한 전쟁의 마지막 무대가 등장했다.
양키스, 메이저리그의+ 상징과도 같은 그들이 2018시즌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이 되며 월드시리즈 무대에 올랐다.
[양키스 대 메츠!] [뉴욕 서브웨이 월드시리즈 개막!] [뉴욕에서 메이저리그의 왕좌의 주인을 가린다!]메츠 대 양키스, 뉴욕을 연고지로 삼는 두 팀이 세계 최고를 가리는 전쟁을 시작했다.
그 사실에 세상은 열광했다.
– 서브웨이 월드 시리즈가 다시 열리다니!
– 2000년 이후 처음이지?
물론 그 열광은 뉴욕을 연고로 하는 두 팀이 2000시즌 월드시리즈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만났다는 사실 때문이 아니었다.
– 그때는 진짜 재미 없었는데.
– 시청률도 최악이었지?
– 뉴욕에서만 월드시리즈를 치렀는데 시청률이 좋을 리가 있나?
오히려 당시 월드시리즈는 인기가 없었다.
뉴욕에서만 치러지는 월드시리즈에 다른 지역의 메이저리그 팬들이 관심을 가질 이유는 없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월드시리즈에 세상이 열광하는 이유는 오로지 한 명 때문이었다.
– 그때는 양키스가 악의 제국이었는데, 이제는 오히려 완전히 상황이 역전됐군!
– 이제는 악의 제국은 메츠라고 해야겠지.
– 아무렴, 호우맨이 있는 메츠야말로 악의 제국이지!
이진용.
악마조차도 몸서리를 치며 고개를 돌리게 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그의 존재가 메이저리그는 물론 다른 스포츠 팬들조차 월드시리즈를 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 제발 양키스가 호우맨을 잡아줬으면 좋겠다.
– 이제는 양키스만 믿는다!
– 양키스, 악의 제국으로부터 세상을 구해줘요!
그리고 모두가, 메츠 팬들은 제외한 모두가 양키스가 이진용의 우승을 막기를 소망했다.
부디 이 말도 안 되는 괴물에게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보물만큼은 지켜내기를 소망했다.
– 진용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네가 월드시리즈 무대에서 눈물콧물 질질 짜기를 바라는데?
세상 모든 것이 이진용의 적이 되어버린 상황.
– 어때? 전 세계 모든 이들을 위해서 마운드에서 눈물콧물에 오줌까지 지려보는 게? 혹시 모르잖아? 전 세계인들을 한마음으로 모은 업적을 기려서 노벨 평화상을 줄지?
그 사실 앞에서 이진용은 말했다.
“마운드에서 눈물콧물오줌 지리는 건 김진호 선수 하나면 충분하죠.”
그딴 건 관심도 없다고.
– 야! 내가 언제 그랬어? 난 마운드에서 땀 말고 흘려본 적이 없는 사람이야!
“눈물 한 방울도? 내기할래요? 유튜브 영상 검색해볼까요?”
– 무, 물론 눈물은 조금 흘리긴 했지.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사나이의 눈물이었어!
말 그대로였다.
– 그래서 이번에는 어떤 전술을 쓸 거냐? 이번에도 디비전 시리즈 때처럼 호가호우위 전략으로 갈 거냐?
“호가호우위는 뭐에요?”
– 여우가 호우의 위세를 빌려서 깝친다, 그런 의미이지. 그래서 이번에는 어떻게 할래?
이진용은 세간의 저주나 다름없는 바람에 응답할 생각도, 대응할 생각도 관심을 가질 생각도 없었다.
“어떻게 하긴요.”
애초에 그가 해야 할 건 하나였으니까.
“그런 꼼수가 통하는 무대가 아니잖아요?”
이제는 가진 모든 것을 불태우는 것.
“제 전부를 보여줄 겁니다. 제가 월드시리즈 우승에 어울리는지 아닌지.”
그 모습에 김진호는 더 이상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짓지 않았다.
이제는 품을 떠나 훨훨 날아가는 새를 바라보는 어미 새와 같은 미소를 지을 뿐.
그런 김진호에게 이진용이 말했다.
“그러니까 좀 일찍 성불해주시면 안 될까요? 저 우승했다고 치고? 예?”
– ······잠시나마 널 믿고 감동에 빠진 내가 병신이지.
“에이, 그러지 말고요. 저 우승했다고 치고 여기서 성불합시다.”
– 안 해! 성불 안 해! 너 죽을 때까지 붙어 다닐 거야!
그렇게 이진용 그리고 김진호의 월드시리즈가 시작됐다.
3.
월드시리즈!
문자 그대로 세계 최고를 가리는 이 무대는 언제나 많은 전설을 남기고는 했다.
그리고 지금 그 월드시리즈 무대에 한 선수가 새로운 전설을 쓰기 위한 도전을 했다.
이진용.
메이저리그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먹어치우며, 이제는 월드시리즈 반지만이 남은 괴물.
“과연 월드시리즈에서는 리가 어떤 피칭을 할지 궁금하군.”
사람들은 과연 그 괴물이, 이제까지 언제나 놀라운 방법으로 원하는 것을 무자비하게 강탈했던 괴물이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를 얻기 위해 무엇을 할지 궁금해했고 또한 두려워했다.
“분명한 건 양키스는 피할 생각이 없다는 거겠지.”
더욱이 양키스는 이미 이진용을 상대하기 위한 방법을 정해둔 상황이었다.
“정확히는 양키스에게 선택권은 없었지.”
아니, 양키스에 선택권은 없었다.
이진용이 디비전 시리즈에서 내셔널스를 상대로,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다저스를 상대로 보여줬다.
자신으로부터 도망치는 방법 따위로는 절대 승리를 가져갈 수 없다는 사실을.
정말 자신을 상대로 이기고 싶으면 패배하는 게임에서조차도 전력으로 부딪치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정면승부지. 그래서 다나카를 1차전에 배치한 거잖아?”
그것이 양키스가 자신들의 에이스 카드라고 할 수 있는 다나카 마사히로를 1차전 선발로 배치한 이유였다.
“양키스 불펜 역시 만반의 준비를 했고.”
“양키스도 월드시리즈 우승에 목이 마를 수밖에 없어. 누구보다 월드시리즈를 우승해본 팀이니까. 0대0 상황은 물론 2점 차 내 상황이라면 기꺼이 필승조를 투입할 거야.”
여기에 아롤디스 채프먼을 포함해 리그 최정상급 수준의 불펜 역시 언제든 투입할 준비를 마쳤다.
“호우맨이 올라오는군.”
그런 모두의 기대와 두려움 속에서 월드시리즈 1차전이 시작됐다.
1회 초, 이진용이 마운드에 올랐다.
4.
0.00.
보고도 믿기 힘든 방어율.
심지어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은 이닝, 놀란 라이언의 시대였던 1970년대 이후에는 더 이상 보기 힘들어진 300이닝이 넘는 이닝을 소화하며 기록한 그 방어율은 공포를 넘어 경이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그런 이진용을 그저 말없이 바라만 본 건 아니었다.
오히려 무수히 많은 구단들이 처참하게 깨질 것을 알면서도 이진용과 부딪쳤다.
도망치기는커녕 오히려 덤벼들었다.
그 과정 속에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이진용이라는 괴물을 상대할 방법을 하나둘씩 찾아내기 시작했다.
“일단 놈의 목적을 파악해야 해.”
뉴욕 양키스, 메이저리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그들 역시 이진용을 상대하기 위한 나름의 방법을 준비했다.
“놈이 우리를 상대로 무엇을 준비했는지, 그것을 파악한 후에 거기서 허점을 노려야 한다. 그게 아니고 무작정 싸우면 결국 놈의 무실점 제물이 될 뿐이야. 놈은 괴물이다. 기량도, 멘탈도 우리와는 비교조차 안 되는 괴물.”
일단 양키스는 인정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들인 자신들보다 이진용이 훨씬 머리 위에 있는 존재임을 받아들였다.
“솔직히 이기려고 해서는 안 돼.”
때문에 양키스는 그 괴물을 상대로 승리라는 엄청난 것을 가져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냉정하게 생각해서 우리가 노려야 하는 건 1점이다.”
노리는 것은 1점.
“그마저도 안타로 점수를 내는 건 불가능해. 그러니까 우리는 홈런을 노려야 해.”
더불어 양키스는 자신들이 이진용을 상대로 점수를 낼 수 있는 방법은 홈런이 유일하다고 생각했다.
이진용이 자신들을 상대로 연속해서 안타를 허용해주리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못했으니까.
“그러니까 섣부르게 배트를 휘두르지 마. 공 하나를 치더라도 전력을 다하는 거다.”
그렇게 각오를 머금은 양키스가 이진용을 상대로 가장 먼저 내놓은 타자는 양키스의 1번 타자 브렛 가드너였다.
2011시즌 아메리칸 리그 도루왕에 빛나며 2017시즌을 기점으로 매 시즌 20개가 넘는 홈런을 때려내며 타석에서 그 무엇도 할 수 있는 타자가 된 그는 양키스가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1번 타자였다.
물론 그는 기적을 일으키지 못했다.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우우웃!”
삼진.
브렛 가드너는 이진용은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이진용을 상대로 첫 타자로 나와 첫 삼진의 제물이 되었다.
하지만 기적을 일으키지만 못했을 뿐, 브렛 가드너는 삼진을 준 대가를 나름 얻어냈다.
이진용을 상대로 5구를 던지게 했고, 더 나아가 한 타석만으로 그는 알아냈다.
“놈이 작심하고 삼진을 노리고 있어.”
오늘 이진용이 어떤 얼굴을 하고 마운드에 섰는지.
이진용 본인 역시 굳이 자신이 무슨 의도로 마운드에 섰는지 숨기지 않았다.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양키스의 2번 타자를 상대로도 이진용은 5구를 던지면서 삼진을 잡아냈다.
그 정점은 3번 타자인 애런 저지와의 승부였다.
이진용은 애런 저지를 맞이해 오른손으로 스플리터만 3개를 던져내며 애런 저지의 헛스윙 삼진을 끄집어냄으로써 말했다.
“확실하군.”
오늘 자신은 양키스의 모든 타자들을 삼진으로 잡아 죽이겠다는 의지를!
“투구수 관리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어.”
“괜한 꼼수가 아니라, 이길 때까지 던지겠다는 거겠지.”
오늘은 죽을 때까지 마운드에서 내려가지 않겠다는 의지를!
그 의지를 경기를 보는 모든 이들이 바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당연히 그 사실에 더 이상 의문을 가지는 이들은 없었다.
대신 경기를 보는 이들은 새로운 의문을 가졌다.
“그런데 왜 삼진을 노리는데 삼진을 잡고도 조용한 거지?‘
“호우맨이 호우를 안 하는군.”
이진용이 세 타자를 상대로 삼진을 잡고도 아무런 환호성을 내지르지 않았다는 것.
“뭐, 메츠 팬들이 알아서 질러주니 상관없겠지만.”
물론 그 사실에 당장 의문을 품는 이들은 없었다.
“원래 또라이잖아? 또 뭔가 이상한 짓을 준비하는 모양이지.”
“알아서 마음 내키면 지르겠지.”
그러나 4회가 됐을 때 모든 것이 달라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