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27
9화. 선발 출격 (2).
5.
“예, 수고하십시오. 감사합니다.”
그 말을 끝으로 정범석 감독의 사무실에서 나온 이진용의 시간이 그대로 정지했다.
말 그대로.
세상이 멈춘 듯이 이진용은 문앞에 굳은 채 서있었다.
– 응?
김진호가 그런 이진용의 눈앞으로 자신의 반투명한 손을 휙휙 흔들었다.
– 야, 정신 차려.
거듭된 김진호의 손짓에도 이진용의 눈빛에는 초점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 순간 김진호가 고개를 휙 돌리더니 기겁하며 소리쳤다.
– 우와! 저기 쟤네 요즘 제일 잘나가는 데이지스 아니야? 저번에 네가 좋아하는 그룹이라고 했던 애들!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여자 아이돌 그룹이자 이진용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돌 그룹 언급에 이진용이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데이지스요? 진짜요? 어디? 어딨죠?”
– 짜식, 이런 건 또 귀신 같이 반응하네.
“예?”
– 데이지스 같은 소리 하네. 걔네들이 뭐하러 독립구단이 있는 곳에 와? 여하튼 이런 것 하나에는 귀신보다 더 귀신같다니까. 좀 작작 밝혀라.
그제야 김진호가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파악한 이진용이 제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아.”
하지만 화를 내는 일은 없었다.
– 그래서 정신은 들었냐?
“솔직히 아직도 좀 나간 거 같아요.”
김진호의 말 그대로 그가 그런 짓을 한 게 이진용을 놀리기 위함이 아니라 그의 정신을 차리게 해주기 위함이었음을, 그랬음을 알고 있었으니까.
“어휴.”
그런 김진호의 도움 덕분에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이진용이 김진호에게 질문했다.
“인천 샤크스와의 경기 선발에 저를 올리겠다는 말, 정말 제가 들은 게 맞습니까?”
– 어. 너 선발이래.
정범석 감독, 갑작스럽게 이진용을 호출한 그는 뜸 들이는 것 없이 곧바로 통보했다.
조만간 있을 인천 샤크스의 2군 팀과의 경기, 그 시합의 선발로 출전하라고.
그건 앞서 말했듯이 통보였다.
부탁이나, 제안이 아닌 통보.
이진용이 싫어도 그가 고양 스타즈의 선수인 이상 그날에 맞춰 몸을 맞춰서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일.
물론 이진용은 그게 결코 싫지 않았다.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 뭐가?
“아니, 전 아직 이 팀에 온 지 한 달도 안 됐잖아요? 그런데 제가 선발이라니요? 그것도 인천 샤크스 2군 팀 상대로.”
– 그래서 싫어?
“그럴 리가요.”
오히려 이진용은 이 사실이 좋았다. 지금 그에게 올 수 있는 기회 중 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너무 갑작스럽잖아요?”
그러나 너무 갑작스러웠다.
실제로 이런 기회는 쉽게 오는 기회가 아니었다.
이진용의 말대로 그가 고양 스타즈에 트라이아웃을 통해 입단한 게 고작 한 달도 채 되기 전의 일이다.
그동안 이진용은 블루 드래곤즈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왔고, 다음 서울 엔젤스 2군과의 경기에 패전투수로 나왔다.
여기까지는 그러려니 할 수 있다.
적어도 고양 스타즈에 새로 입단한 투수에게 충분히 줄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하지만 인천 샤크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온다?
독립구단에 있어 인천 샤크스와의 교류 경기가 가지는 가치는 이루 말할 수 없다.
하물며 이번은 서울 엔젤스에 이어 두 번째로 치러지는 교류 경기.
아직 이진용에게 순번이 돌아올 차례가 아니었다.
– 갑작스러운 건 말이야 그런 게 아니야.
그러나 김진호의 생각은 달랐다.
– 갑작스러운 일이란 건, 세 시간 전에 더블A팀을 상대로 5이닝 무실점 피칭을 마친 후에 엄마랑 통화를 하면서, 엄마한테 밥은 잘 먹고 다니니? 라는 말에 억지웃음을 지으면서 예, 잘 먹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조만간 제가 호강시켜드릴게요, 하고 통화를 마친 후에 한숨을 내뱉는 상황에서 감독이 부르더니 내일 아침 비행기로 양키스타디움으로 가라는 통보를 받는 일을 말하는 거야.
그에게 있어 지금 이진용에게 일어난 일은 갑작스러움을 논할 일이 아니었다.
– 무엇보다 이 상황에서 넋 놓고 있어봤자 남는 건 기회를 잃는 것밖에 없지.
더 나아가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 감독은 너한테 선발로 나오라고 통보했고, 이제부터 네가 해야 할 건 선발로 등판해서 팀의 승리를 위해 상대 팀의 타자들을 전부 병신으로 만드는 거니까.
이 기회를 잡는 것만으로 만족하면 안 된다.
이 기회를 기회 이상으로 만들어서, 그를 통해서 더 큰 가치를 이룩해야 한다.
“예.”
그제야 이진용이 정신을 차렸다.
그런 이진용의 모습에 김진호는 미소를 지었다.
– 그래도 일단 축하한다.
김진호의 인자한 미소 섞인 축하 인사에 이진용이 고개를 끄덕였다.
– 선발이라······ 저번에 인터넷에서 보니까 요즘은 이런 상황을 두고 꽃길을 걷는다고 표현했었나?
“아.”
그 진심 어린 칭찬에 이진용이 탄식을 내뱉었고, 그 탄식을 내뱉는 순간 이진용의 눈에 비친 김진호는 그가 그토록 만나고 싶어 하던 메이저리그의 위대한 투수로 비쳐 있었다.
그런 김진호가 이진용에게 말했다.
– 그래, 진용아. 이제부터 꽃길만 걷자. 불꽃길!
“예?”
– 좋은 날 끝! 고생 시작!
“고생 시작이라니, 그게 무슨 의미입니까?”
이진용의 반문에 김진호는 말했다.
– 일단 네 상태창을 활성화해봐.
그 말에 이진용이 자신의 능력치 창을 활성화했다.
[이진용]– 최대 체력 : 74
– 최대 구속 : 125
– 보유 구종 : 포심 패스트볼(B), 체인지업(B), 슬라이더(F), 커브(F)
– 보유 스킬 : 심기일전(E), 일일특급(F), 라이징 패스트볼(F)
[일일특급 효과에 의해 포심 패스트볼 구질 랭크가 B랭크로 상승했습니다.]– 너 이 능력 가지고 프로 2군 선수들 상대로 선발로 나와서 이길 자신 있어?
그 말에 이진용은 김진호를 보며 말했다.
“쉽진 않겠지만 김진호 선수가 도와주시면······.”
– 아닌데?
“예?”
– 안 도와줄 건데? 선발 당일 날에는 너한테 코칭 하나도 안 할 건데?
“그게 무슨······.”
그 순간 이진용의 얼굴이 굳었다.
“설마 정말 삐져서 그런 건 아니죠?”
– 예끼! 내가 그런 좀생이로 보이냐?
김진호의 반문에 이진용이 마치 종소리를 들은 파블로프의 개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에 김진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 삐져서 그런 게 아니야.
“그러면요?”
– 너한테 그냥 첫 번째로 나온 투수와 선발 투수의 차이점을 알려주기 위해서지.
그 말이 이진용의 표정을 굳혔다.
그런 이진용 앞에서 김진호가 씨익 웃었다.
– 아, 그리고 솔직히 너 엿 먹는 것도 보고 싶은 마음도 조금은 있고. 으하하! 드디어 신께서 내 기도를 들어주신 모양이다. 드디어 네가 마운드에서 우는 꼴을 보는구나!
6.
인천 샤크스.
2007시즌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2012년까지, 무려 6년 연속 한국시리즈 무대에 올라섰던 그들은 한국프로야구무대에서 몇몇 팀들만이 들을 수 있는 왕조라는 수식어를 받았던 팀.
하지만 이후 인천 샤크스의 성적은 좋지 못했다.
2013시즌을 시작으로 2016시즌까지,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했고, 그 사실에 대해 인천 샤크스 구단은 아쉬움이라는 감정보다는 자존심이 구겨졌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가 더 컸다.
“다들 정신 차려!”
당연히 인천 샤크스 2군 팀에 있어서 독립구단은 고양 스타즈와의 경기는 패배는커녕 박빙의 승부조차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무조건 이겨! 특히 박준형! 무조건 잡아!”
백대동 스카우트, 그는 오늘 고양 스타즈를 상대하게 된 인천 샤크스의 2군 선수들을 향해 그 사실을 통보했다.
말 그대로 일방적인 명령, 통보였고 갑작스러운 통보였다.
하지만 반발하는 이는 없었다.
한국프로야구의 세계에서 스카우트가 가지는 권한은 아주 막강하기 그지없었으니까.
당장 프로가 되고 싶어 하는 고교, 대학 선수들과 학부모들 그리고 그 고교, 대학 야구팀 감독, 코치들이 모셔야 하는 상대는 구단이 아니라 구단 스카우트다.
스카우트의 평가에 따라 드래프트의 지명 순위가 바뀌고, 지명 여부가 결정되니까.
때문에 스카우트의 강력한 권력을 앞세운 횡포 때문에 생긴 비리 기사는 잊을 때쯤에 한 번쯤 세상에 나오고는 했다.
백대동 스카우트 역시 그랬다.
“여하튼 못 잡으면 프로 딱지를 뗄 각오를 해!”
단순한 스카우트가 아니라 샤크스 구단의 실세 중 한 명인 그는 주변의 그 어떤 이들의 눈길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일갈을 내질렀다.
반대편에 있는 고양 스타즈 선수들에게도 그 호통 소리가 귀에 꽂힐 정도였다.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우릴 아주 잡아먹을 기세이네?”
“우리가 스카우트랑 사이가 나쁠 일이 뭐 있어? 안 뽑아줘서 우리가 서운한 거라면 모를까.”
고양 스타즈 선수들 입장에서는 영문을 모를 수밖에 없는 노릇.
그런 상황 속에서 오늘 선발 등판을 앞두고 있는 이진용은 인천 샤크스의 벤치 분위기를 살폈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했다.
“분위기가 좋지는 않네요.”
그 말에 김진호가 대답했다.
– 당연히 스카우트가 독립구단 선수 따위에게 쿠사리를······ 읍읍! 약속대로 조언은 줄 수 없지. 아무렴. 나도 모르게 힌트를 줄 뻔했네. 조심해야겠어.
김진호의 모습에 이진용이 길게 숨을 내뱉었다.
그런 이진용의 머릿속으로 오늘 샤크스와의 경기를 앞두고 김진호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김진호는 선발 출전이 확정되고, 이제 샤크스 2군과의 경기를 준비하는 이진용에게 말했다.
– 네가 마운드에 오르기 전까지 내가 해줄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주지. 하지만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난 절대 네게 도움을 주지 않을 거야. 네가 나를 보고 눈물을 흘리면서 바닥에 엎드린 채 애걸복걸해도 절대 도와주지 않을 거야.
경기 전까지는 최선을 다해 도와주겠지만 경기가 시작한 후에는 스스로 경기를 치러나가라고.
이진용은 이유를 물었고, 김진호는 대답해줬다.
– 마운드는 원래 고독하고 외로운 곳이니까. 그 고독과 외로움을 경험해 봐야지. 그것도 지금처럼 잃을 게 없는 상황에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선발로 나왔는데 처음으로 고독과 외로움을 마운드 위에서 느끼는 것보단 낫잖아?
매도 맞을 거면 먼저 맞는 게 낫다.
그리고 맷집도 맞아야 는다.
그것이 김진호의 대답이었다.
– 무엇보다 답안지도 다 준비해주고, 특별 강의까지 해줬는데도 경기도 혼자 못 끌어나간다면 그냥 야구 접는 게 낫지. 설마 처음부터 열까지 내가 다 해주기를 바라진 않잖아? 그리고 난 조언자일 뿐이야. 나는 대단한 존재이지만 완벽하진 않거든. 네가 진짜 프로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를 따르는 게 아니라 내가 잘못하는 것도 캐치할 수 있어야 해. 물론 지금 수준으로 본다면 어림도 없는 소리이지만. 아무렴. 괜히 이런 말했다고 기어올랐다가는 앞으로 마운드에 오를 때마다 네 앞에서 강남스타일 춤 출 거야.
그런 김진호의 말에 이진용은 조금의 반문도, 불만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도 마땅한 말이었으니까.
이진용 역시 김진호의 아바타가 될 생각은 없었다.
– 그리고 한 번쯤 보고 싶잖아? 네가 스스로 해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안 그래? 한 번 제대로 시험해보고 싶지 않아?
무엇보다 김진호의 말대로 이진용은 확인해보고 싶었다.
‘오늘 나는 시험대에 오른다.’
자신이 정말 지금 이 순간 프로의 무대에서 버틸 수 있는지, 살아남을 수 있는지.
‘정말 내가 다시 꿈을 꿀 자격이 있는지 시험해본다.’
그 순간 이진용의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 게임이 시작됐군.
“예.”
인천 샤크스, 그 선수들의 머리 위에 숫자들이.
7.
“저번 엔젤스 전하고 다르게 오늘은 한산하네.”
인천 샤크스 2군과 고양 스타즈의 교류전.
인천 강화군에 위치한 인천 샤크스의 2군 홈구장인 샤크스 파크의 오후 2시는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저번에 있었던 고양 스타즈와 서울 엔젤스 경기 때와 당연하게 비교될 정도로.
“뭐, 당연한 거겠지. 그렇게 참패를 당했는데 누가 기대를 하겠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서울 엔젤스를 상대할 당시의 고양 스타즈는 진짜 스타 안찬섭을 무너뜨린 도깨비였지만, 지금 인천 샤크스 2군을 상대하는 고양 스타즈는 서울 엔젤스를 상대로 처참하게 패배한 개였으니까.
“그리고 이 시간이면 다들 시범경기 보러 가겠지.”
더욱이 지금 현재 한국프로야구는 시범경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정규시즌 앞에 있는 경기이긴 하지만, 상식적으로 야구팬이라면 독립구단과 2군 팀의 교류전보다는 프로구단 간의 시범경기를 우선시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
“그보다 안찬섭은 뭐해?”
“고아원 순회 공연 한다더군. 이야기 들어보니까 5월 1일 이후 등판을 잡고 있는 모양이야.”
“결국 이번 시즌 복귀하겠다, 이거군.”
“복귀가 6월 이후가 되면 포스팅 자격 취득이든, FA자격 취득이든 1년씩 멀어지니까. 솔직히 고양 스타즈 상대로 부활을 알리는 호투를 펼친 후에 곧바로 재규어스 2군에 합류하는 게 목표였겠지.”
“안찬섭이 고양 스타즈 상대로 이를 갈겠군. 그 지랄 맞은 성격을 생각하면······ 어휴.”
때문에 경기장을 찾아온 이들 대부분은 서로가 얼굴을 아는 이들 야구 관계자들밖에 없었다.
“어이! 변 스카우트!”
그런 허전하면서도 아는 사람들만 있는 장소에서 서울 엔젤스와 같이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며, 작년 시즌 한국시리즈 우승을 거둔 서울 데블스의 스카우트인 강치우가 변형채를 알아보고 접근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바쁠 텐데 강화도까지 오고 웬일이야?”
“그러는 그쪽은 웬일이야?”
더불어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라이벌 중 하나인 잠실벌 라이벌인 그 두 구단의 스카우트들의 사이는 당연히 좋을 리가 없었다.
“우리야 1루수 하나 괜찮은 거 있다 보러 왔지. 그러는 그쪽은? 1루수 보러 왔나?”
“글쎄.”
“에이 괜히 숨기지 말자고. 박준형 노리고 있지?”
강치우 스카우트의 말에 변형채는 대답 대신 자신의 안경을 벗은 후에 극세사 천으로 안경을 닦기 시작했다.
강치우 스카우트는 그 모습 앞에서 실실 웃으며 제 스스로 말을 이어갔다.
“이야기 들어보니까 백대동 스카우트가 직접 찾아가서 영입 제안을 했는데 단칼에 거절당했다더군.”
“그래서 그 양반이 경기 시작 전에 그렇게 지랄을 한 거군.”
“그 양반 성격 알잖아? 선수를 뽑는 게 아니라, 간택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 그래도 선수 보는 눈은 제법이니 꽤 베팅했을 텐데······ 이야기 들어보니까 2군 주전 자리 보장에 9월 이후 로스터 확장하면 1군에 올려준다는 제안을 했다던데?”
말을 뱉던 강치우 스카우트는 그라운드를 바라봤다.
“그 제안을 거절한 박준형이도 대단한 놈이야. 드래프트에서 지명 한 번 받은 적 없는 놈이. 녀석을 데려가려는 팀은 고민 좀 할 거야.”
“데블스는 편하겠군. 1루수 자원이 넘쳐서 고민이니까.”
“이 세상에 선수 넘쳐서 고민하는 스카우트 봤어?”
변형채는 대답 대신 닦은 안경을 다시 썼다.
그러는 사이 경기가 시작됐다.
그 둘의 대화가 잠시 멈췄고, 그 멈췄던 대화가 시작된 건 고양 스타즈의 1번 타자와 2번 타자, 두 타자가 눈 깜짝할 범타로 물러난 후에 3번 타자인 박준형이 타석에 설 무렵이었다.
“역시 느낌부터가 좋아. 탐나는 선수야. 솔직히 말해서 FA로 저런 선수가 나왔으면 총액 20억 정도는 질렀을지도 몰라. 아우라부터가 다른 선수들과 다르다니······.”
강치우 스카우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준형은 투수가 자신을 향해 던진 초구를 상대로 거침없는 스윙을 했다.
빠악!
그리고는 뇌성 소리와 함께 공이 저 먼 곳으로, 머나먼 곳으로 단숨에 날아갔다.
“······까, 와우!”
강치우 스카우트가 감탄사를 내뱉은 후 말을 마무리 지었다.
“저 녀석 어떻게든 데블스가 잡을 거야. 그러니까 괜히 헛심 쓰지 말고 포기하라고.”
그 통보에 변형채 스카우트가 입을 열었다.
“그러든지. 어차피 박준형을 보러 온 게 아니니까.”
그 대답에 강치우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변형채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그래, 잘 생각했어. 박준형 선수가 바보가 아니라면 작년 우승팀의 제안을 거절할 리가 없을 테니까.”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는 강치우.
그러나 변형채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한 말은 사실이었으니까.
‘박준형은 운영팀장님이 움직인 이상 이미 우리 엔젤스 소속이나 마찬가지.’
변형채는 박준형을 보기 위해 이곳에 온 게 아니었으니까.
‘문제는······.’
그가 보고자 하는 건 투수였다.
오늘 고양 스타즈의 선발 투수로 올라오는 투수.
‘이진용.’
다름 아닌 이진용을 보려는 것이 변형채가 강화도까지 직접 자가용을 끌고 온 이유였다.
‘과연 이제까지 보여준 게 운인지 아니면 실력인지 오늘 내 눈으로 확실하게 꿰뚫어주마.’
그렇게 박준형의 솔로포를 시작으로 1대0 상황에서 1회 말이 시작됐다.
마운드 위에 이진용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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