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46
15화. 라스트 스탠드 (3).
11.
6회 초 화성 레인저스가 이진용을 상대로 드디어 득점에 성공하면 점수 차가 4대2가 됐을 때 그들은 생각했다.
“막힌 혈이 뚫린 기분이야.”
“좋아, 이대로 가자! 역전하자고!”
드디어 게임이 풀리기 시작했다고.
막연한 착각이나 망상은 아니었다.
야구는 점수가 안 나올 때는 한없이 안 나오지만, 제대로 나오기 시작할 때는 끝없이 나온다.
하물며 2점 차 점수는 타자 두 명만으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점수 아닌가?
화성 레인저스의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건 당연했고, 불길처럼 타오르던 엔젤스의 기세가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것 역시 딱히 크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맙소사.’
그러나 엔젤스 더그아웃의 분위기는 예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차가웠다.
‘이거 리얼?’
‘진짜?’
그 중심에는 이진용이 있었다.
물론 이진용이 6회에 급속도로 무너지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인 게 이유는 아니었다.
오히려 이진용이 6회 초를 마치고 마운드를 내려왔을 때 엔젤스의 선수들은 그런 이진용에게 격려의 말을 던졌고, 박수를 쳤다.
6이닝 2실점,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한 선발투수에 대한 예의를 갖추었다.
문제는 그다음.
‘설마 7회에도?’
마운드를 내려온 이진용은 투수코치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눈 후에 점퍼를 입었다.
엔젤스의 상징이라는 유광의 점퍼, 그 점퍼를 좌우로 정확하게 반으로 자른 점퍼는 오른쪽만 혹은 왼쪽만 입을 수 있는 점퍼로 투수의 어깨가 식는 걸 막기 위한 것이었다.
즉, 그건 명명백백한 증거였다.
‘이진용으로 계속 간다고?’
이진용이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를 것이라는 명백한 증거.
그리고 그게 이유였다.
꿀꺽!
엔젤스의 벤치 분위기가 예상 이상으로 차갑게 식어버린 이유.
‘우리 감독님이 장난 없는 건 알았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그런 이진용을 바라보는 엔젤스 선수단의 얼굴에는 이진용을 향한 동정심과 우지욱 2군 감독에 대한 두려움이 깃들었다.
당연히 벤치에 대기 중인 엔젤스 선수들에게 6회 말 공격 같은 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는 이진용만이 들어왔다.
동시에 선수들은 의문을 품었다.
과연 이진용의 심정이 어떠할까?
‘나라면 그냥 못한다고 말하고 말지. 어차피 7회에 올라가봤자 난타만 당할 텐데.’
적어도 이 순간 이진용의 심정이 좋을 리 없는 건 분명할 터.
‘······뭐여?’
그렇기에 그들은 그것을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바나나?’
‘콧노래?’
마치 피크닉에 온 것마냥, 바나나를 꺼낸 후에 그것을 쩝쩝 먹으며 콧노래를 부르는 이진용의 모습을.
12.
6회 말, 2점 차로 추격을 당하기 시작한 엔젤스는 그 추격을 뿌리치지 못했다.
삼자범퇴.
오히려 허무하게 6회 말을 마무리한 엔젤스의 모습에 경기를 보던 이들은 생각했다.
“잘하면 레인저스가 뒤집겠는걸?”
“이번에 올라오는 투수의 활약에 달렸지.”
7회가 오늘 경기의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거라고.
때문에 7회 초에 엔젤스의 마운드에 올라온 투수의 피칭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라고.
“어, 뭐야?”
그렇기에 그들은 그것을 믿을 수 없었다.
“저, 저거!”
프로로 뛰는 그 어떤 투수와도 구별될 수 있는 작은 체격을 가진 투수가 마운드에 올라오고 있었다.
“이진용?”
이진용, 그가 7회 초 마운드에 올라왔고 그 사실에 모두가 기겁했다.
“쟤가 또 올라와?”
그건 화성 레인저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이싱 안 하고 점퍼 입고 있어서 혹시나 했는데, 진짜 올라오네?”
물론 조짐은 있었다.
이진용이 아이싱을 하는 대신 점퍼를 입은 모습은 화성 레인저스 벤치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진용이 올라오리란 생각은 누구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이 엔젤스 벤치가 부리는 작전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진용이 7회에도 올라오는 것처럼 연기를 하면서 막상 다른 투수를 올리기 위한 작전.
그런데 이진용이 정말 올라왔다.
6회를 끝으로 퇴장해야 마땅한 선수가 마운드에 올라왔다.
“이거 무슨 좀비도 아니고······.”
그것을 마주하는 화성 레인저스 선수들에게 그런 이진용의 모습은 움직이는 시체와 다를 바 없었다.
물론 화성 레인저스는 그 사실에 마냥 놀라고 있지만 않았다.
“점수를 낼 수 있는 기회다!”
더 나아가 그 사실에 겁을 먹지도 않았다.
“다들 정신 차리고 적극적으로 공격해!”
타격코치는 이것을 최고의 호재로 받아들였고, 이진용을 상대하게 될 타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 알아서 점수를 주겠다는데 마다할 게 뭐 있어?’
6회, 이미 밑바닥을 드러낸 이진용이 올라와줬다는 사실에 이제는 놀람을 넘어 감사를 표했다.
특히 7회 초 선두타자로 나오게 될 레인저스의 6번 타자 장석영은 이 기회에 감사했다.
‘2점 차.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어. 그리고 오늘 부진도 충분히 만회할 수 있고.’
그는 앞서 이진용을 상대로 보여준 부진을 깔끔하게 씻을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아무렴. 110짜리 공을 못 치면 옷 벗어야지.’
그렇게 시작된 7회 초.
“플레이 볼.”
주심의 선언이 이루어졌고, 곧바로 그라운드는 경기를 치르기 위한 준비를 했다.
야수들이 긴장된 표정으로 마운드의 투수와 타석의 타자를 바라봤고, 타자는 마운드 위의 투수만을 바라봤다.
그런 무대 위에서 이진용이 초구를 던졌다.
던진 공의 구질은 투심 패스트볼.
코스는 언제나 그랬듯 스트라이크존.
펑!
“응?”
“어?”
구속은 125킬로미터였다.
13.
과거 메이저리그에서 마무리 투수를 비롯해 불펜 투수들은 그저 구속이 빠른 투수를 세워두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그게 무슨 역사적인 전통이라서 그런 건 아니었다.
“메이저리그 선발투수들이 한 경기에서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90마일 정도 나오는 상황에서, 9회에 95마일이 넘는 투수가 나오면 타자 입장에서는 그 공이 마치 100마일처럼 보이지. 하물며 9회에 나온 투수가 100마일을 던진다면? 욕은 그때 지껄이라고 있는 거야.”
상대성.
90마일 초반대의 공을 8회까지, 수백 개 넘게 보던 타자들에게 갑자기 튀어나온 95마일 공은 더 빠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런 상대성은 모든 것에 적용됐다.
110킬로미터짜리 공을 노리던 타자들에게 125킬로미터짜리 공은 생각보다 훨씬 더 빠른 공일 수밖에 없었다.
하물며 그런 짓을 이미 시체나 다름없는, 좀비나 다름없는 이가 보여준다면?
‘미친!’
새벽의 저주와 같은 호러 영화가 시작되는 셈이다.
당연히 그 호러 영화의 조연이 되어버린 화성 레인저스 타자들의 반응은 호러 영화에 나오는 그대로였다.
‘젠장,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지금 타석에 선 화성 레인저스의 타자, 박주운의 심정이 그러했다.
‘대체 저 새끼 정체가 뭐야?’
일단 그는 지금 이 상황 자체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다.
이 상황을 이해하기는커녕 머리를 굴릴 때마다 머릿속 뇌가 실타래뭉치처럼 엉키는 기분이었다.
‘미치겠네.’
그야말로 패닉 상태나 다름없는 상황에 빠졌다.
‘코치님!’
당연히 그는 호러 영화에 나오는 배우들이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듯, 벤치에 있는 코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눈빛을 보냈다.
그리고 호러 영화에서 도움 요청을 받은 이들이 실상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처럼, 화성 레인저스의 타격코치 역시 박주운에게 제대로 된 도움을 주지 못했다.
점수가 필요하니까, 공격적으로 타격을 할 것!
그런 내용의 사인만을 보냈다.
‘씨발.’
박주운에게는 알아서 해! 그런 의미를 가진 사인,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에라, 모르겠다.’
결국 박주운은 자포자기했다.
그런 타자를 향해, 이제는 더 이상 발버둥조차 치지 않는 사냥감을 향해 이진용은 보다 사납게 몰아쳤다.
공격적으로 타자의 스트라이크존에 패스트볼을 집어 넣었고 기습적으로 체인지업을 던졌다.
때로는 슬라이더와 커브를 대충 던지며 상대방을 혼란스럽게도 만들었다.
그리고 마운드 위에서 소리쳤다.
“호우!”
자신이 이 마운드의 주인이라는 것을 그라운드의 모든 이들에게 적극적으로 선포했다.
그렇게 8회 초가 끝났을 때, 화성 레인저스 더그아웃은 그야말로 무덤이 되어 있었다.
‘아, 미치겠다.’
‘진짜 이러다 완투패 당하는 거 아니야?’
‘그냥 빨리 경기가 이대로 끝났으면 좋겠다.’
타자들은 고개를 숙인 채 바닥을 보고 있었고, 바닥을 향해 절망감이 담긴 한숨을 토해냈다.
그러나 그들은 알지 못했다.
모든 호러 영화는 마지막에 아주 강렬한 하이라이트가 준비되어 있다는 사실을.
14.
8회 말, 4대2로 리드하고 있는 엔젤스에게는 마지막 공격이 될 수도 있는 이닝.
그리고 마지막 공격이 되기를 바래야 하는 이닝.
그런 그 마지막 기회를 엔젤스 타자들은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아웃!”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아웃!”
세 명의 타자들이 순차적으로 유격수 내야 땅볼, 헛스윙 삼진 아웃, 외야 플라이 아웃으로 물러났다.
그 과정에서 치열한 무언가도 없었다.
엔젤스의 타자들은 무기력한 모습으로, 타석에서 제대로 된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아웃카운트를 헌납했다.
그들을 상대로 아웃카운트를 잡은 투수가 도리어 허탈함을 느낄 정도로.
그러나 그것은 결코 그들이 경기에 집중하지 못해서 나오는 결과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반대, 그건 그 타자들이 남아있는 집중력을 타격에 쓰지 않고 아껴두기 위한 선택이었다.
“모두 집중해라!”
그리고 그렇게 아낀 집중력을 9회 초에, 타자가 아닌 야수가 됐을 때, 그라운드의 수비수가 됐을 때 소모할 속셈이었다.
“이번만 막으면 완투승이니까!”
9회 초.
이진용의 완투승이 걸린 그 이닝에서 야수들은 자신들의 모든 것을 토해낼 생각이었다.
– 진용아.
그렇기에 이진용이 마운드에 올라서는 순간, 김진호는 타자를 상대할 생각으로만 가득 찬 이진용에게 말해줬다.
– 인사해.
“예?”
– 오늘 널 위해 8회 내내 그리고 9회까지 최선을 다해주는 야수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표해라.
그 말 그대로였다.
– 오늘 그들이 아니었으면 진작에 강판 당한 다음에 화장실에 가서 질질 짰을 테니까.
오늘 이진용이 잡은 삼진의 개수는 8이닝 동안 고작 2개에 불과했다.
달리 말하면 그가 잡은 24개의 아웃카운트 중 22개는 야수들이 잡아줬다는 의미.
매일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수비 훈련을 하는 야수들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이진용은 지금 이 마운드에 올라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 언제나 명심해. 선발투수가 혼자 모든 것을 이루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야수들에게 충분한 예의와 존경을 표해라. 물론 나처럼 한 경기에 삼진을 막 15개씩 잡으면 좀 무례해도 상관없지만.
그렇기에 이진용은 기꺼이 모자를 벗은 후에 그라운드를 둘러보며 고개를 숙였다.
1루수에게 인사를 한 뒤 2루수를 향해 인사를 했고, 유격수를 향해 인사를 하고, 3루수에게 인사를 했다.
마지막으로 포수를 보면서 인사를 했다.
그 사실에 야수들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마냥 또라이는 아니었군.’
‘알고 보면 좋은 놈일지도 몰라.’
‘티팬티가 정말 효과가 있나? 빌려달라고 해볼까?’
사실 엔젤스의 옷을 입은 지 채 한 달조차 되지 않은 이진용을 엔젤스 선수들은 잘 모르고 있었으며 동시에 거부감도 가지고 있었다.
드래프트가 아니라 독립구단을 통해서 구단에 뽑힌 그를 박힌 돌인 자신들을 빼내려는 굴러온 돌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인사 한 번에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도 이진용을 굴러온 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 악착 같이 잡아주마.’
동료.
‘강제로라도 완투하게 만들어주마.’
인사 한 번에 벽이 허물어졌다.
물론 이진용이 예의를 갖추는 건 거기까지였다.
화성 레인저스의 타자가 타석에 들어오는 순간 이진용은 더 이상 예의 따위를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사냥감을 보듯 눈빛을 불태웠고, 입맛을 다시듯 혀로 입술을 적셨다.
그리고 식사를 앞두고 기도를 하듯 주문을 외웠다.
“마법의 1이닝.”
[마법의 1이닝 스킬을 사용하셨습니다.] [모든 스킬이 소모값을 요구하지 않습니다.]그것은 1회부터 8회까지 이루어진 힘겨운 나날의 마침표였다.
힘겨운 체중 감량 끝에 계체량을 통과한 격투기 선수가 만찬을 앞에 둔 것과 같았고, 마라톤 선수가 결승지점을 눈앞에 둔 것과 같았다.
기쁨, 그런 단어로 쉽사리 설명할 수 없는 일.
그러나 그 사실에 이진용은 흥분하지 않았다.
‘야구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계체량을 끝난 격투기 선수에게는 본 시합이 남아있고, 결승 지점을 앞에 둔 마라톤 선수에게는 여전히 뛰어야할 거리가 남아있듯이.
그러하듯이 이진용에게는 여전히 9회가 남아있기에.
‘선두타자를 내보내면 분위기는 바뀐다. 그러니까 투구수가 몇 개가 됐건 선두타자부터 확실하게 잡는다.’
그렇기에 이진용은 표적을 제대로 보고, 그 표적을 향해 자신이 가진 총구를 정확하게 겨누었다.
“라이징 패스트볼.”
그렇게 모든 준비가 된 후에야 이진용은 방아쇠를 당겼다.
펑!
9회 초를 장식한 초구는 그런 공이었다.
구속은 고작 125킬로미터에 불과하지만, 그 기세만큼은 그 어느 투수의 공보다 위력적인 공.
더 나아가 그 공을 던지는 이진용의 뒤에 배치된 야수들의 눈빛 역시 남달랐다.
마운드 위에는 호랑이가, 그라운드에는 늑대 무리가 포진된 채 타석을 노려보는 듯했고, 그런 무리를 배터 박스라는 좁은 곳에서 홀로 외로이 상대해야 하는 레인저스 타자들이 내놓을 수 있는 결과물을 정해져 있었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삼진.
뻑!
“땅볼!”
“1루 커버!”
땅볼.
딱!
“떴다!”
그리고 투수의 머리 위로 솟아오른 뜬공.
“마이 볼!”
그렇게 이진용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아냈을 때.
[65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삼자범퇴에 성공하셨습니다. 보너스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승리 투수가 되었습니다. 보너스 포인트가 지급됩니다.]이진용이 마운드에서 숨을 크게 들이마시기 시작했고, 그것을 본 김진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이제 지랄할 일만 남았군.
그런 김진호의 모습에 이진용이 미소를 지었고, 그 모습에 김진호가 피식 웃었다.
– 오냐, 공식대회 첫 승이니까 이번에는 같이 해주마.
[완투에 성공했습니다. 보너스 포인트가 지급됩니다.] [최초로 완투에 성공했습니다. 플래티넘 룰렛 이용권이 지급됩니다.] [현재 누적 포인트는 5,122포인트입니다.]이윽고 베이스볼 매니저의 알림이 마저 끝나는 순간 그 둘은 함께 마운드 위에서 소리쳤다.
– 호우!
“호우!”
4월 23일 일요일.
이진용이 한국프로야구 역사에 분명하게 기록될 첫 번째 승리를 완투승으로 장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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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투수에게 완투는 마라톤의 완주와 같다.
이닝이 거듭될수록 체력과 정신은 한계에 내몰리며, 9회에는 한계를 넘는 극한에 이르게 된다.
그런 상황 속에서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다면?
긴장이 풀리는 정도를 넘어, 마치 몸이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
“진용아 고생했다. 그리고 축하한다.”
그렇기에 그건 결코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저, 저기 감독님······.”
“응? 말하게.”
“······화장실 좀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고 마운드를 내려오는 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아주 급한 신호가 이진용의 뇌리를 두드리는 일은.
“······다녀오도록.”
그렇게 이진용은 감독의 허락이 떨어지는 순간 부리나케 화장실로 달려갔고, 사람 하나 없는 그 적막한 화장실 속 칸막이 하나를 굳건하게 닫은 후에 볼일을 봤다.
그리고 급한 일을 끄는 순간 이진용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채 말했다.
“아, 미치겠다. 아아······.”
그런 이진용의 입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절망으로 가득 찬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나도 미치겠다.
이진용의 그런 한숨에 화장실 문 앞에 있던 김진호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완투승 거둔 이후에 감독하고 한 첫 말이 화장실 보내달라니······ 내 살다살다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네.
“젠장, 누군 좋아서 이럽니까? 갑자기 긴장이 팍 풀리자마자 신호가 오는데 어떻게 합니까?”
– 너 혹시 조절 안 되고 그러는 건 아니지? 기저귀 필요하거나 그런 건 아니지?
“뭐라고요?”
으르렁!
사납게 울부짖는 듯한 이진용의 반응에 김진호가 슬쩍 말을 돌렸다.
– 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니야.
물론 여기서 그냥 넘어갈 김진호가 아니었다.
– 그냥 열심히 볼일 봐. 잘 안 나오면 내가 심호흡 좀 도와줄까? 호! 우! 따라 해봐. 그럼 잘 나올 거야.
“됐습니다.”
– I say 호! you say 우! 호!
“젠장!”
– 에이, 진용아 그럼 여기서 넌 우! 해야지. 네가 힙합을 좀 모르는구나. 내가 본토 힙합을 좀 가르쳐줄까?
“닥쳐요!”
그 말을 끝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던 이진용이 제 얼굴에서 손을 치웠다.
‘아.’
그러자 무수히 많은 종류의 감정들이 태풍이 되어 이진용의 가슴 속을 채우고 있었다.
기쁨, 분노, 초조함, 절망, 부끄러움······ 온갖 종류의 감정의 태풍들이 서로 부딪치며 결국 가장 강렬한 하나만이 남았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남은 건 다름 아니라 아쉬움이란 감정이었다.
‘6회에 점수를 내주지 않았다면 완봉도 가능했겠지.’
6회 초.
모든 체력이 바닥을 드러내며 결국 실점을 해주긴 했지만, 만약 실점을 하지 않았다면 완봉승을 거뒀을 것이다.
‘그리고 안타를 주지 않았다면······.’
그리고 만약 오늘 단 하나의 안타도 주지 않았다면 이진용은 퍼펙트 게임을 달성할 수 있었을 터.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이진용은 더 이상 복잡한 감정을 얼굴 위로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아!’
결국 아쉬움을 느끼는 건 이진용의 부족한 능력 때문이며, 그런 이진용에게는 그런 자신의 부족함을 당장 채워줄 방법이 있었으니까.
‘플래티넘 룰렛!
고민하고 자시고 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
이진용은 최초의 완투승 보상으로 얻은 플래티넘 룰렛 이용권을 사용해 룰렛을 활성화했다.
‘와!’
이진용의 눈앞에 백금색으로만 가득 찬 룰렛이 보였다.
그야말로 무엇이 걸리든 황홀할 수밖에 없는 룰렛.
그러나 이진용은 그 황홀함 속에서도 가장 황홀하기 그지없는 것만을 바라봤다.
– 스킬 [리볼버] – 스킬 [에이스] – 파이어볼러
세 칸.
다이아몬드, 그 무엇보다 굳건한 아름다움을 가진 그것을 바라보던 이진용은 생각했다.
‘왜 여자들이 다이아에 환장하는지 알겠군.’
동시에 이진용은 고소를 머금었다.
‘너무 과한 욕심이지만.’
이진용의 심정대로 다이아몬드 칸의 것들이 아니더라도 지금 백금색 칸에 있는 것들 중에 좋지 않은 건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이진용에게 보다 높은 꿈을 꾸게 해줄 정도로 값지고, 가치 있는 것들이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세 개밖에 없는 다이아몬드 등급을 노린다는 건 분명 과한 욕심일 터.
“후우.”
결국 이진용은 한숨과 함께 가슴을 가득 채운 욕심을 내뱉었다.
‘무엇이든 좋다.’
그리고는 조금은 편안해진 마음으로 룰렛을 돌렸다.
이윽고 룰렛이 멈추는 순간.
“우아아아아아!”
이진용이 화장실을 흔드는 괴성을 내질렀다.
그런 이진용의 외침에 김진호가 피식 웃었다.
– 새끼, 똥 한 번 요란하게 싸네. 진용아! 그러다가 똥이 아니라 순대가 나오는 수가 있어!
김진호의 그 놀림에 이진용은 대답 대신 재차 소리쳤다.
“총! 총! 총 나왔어요!”
– 뭐?
그 순간 김진호의 머릿속에서는 몇 가지 상황과 단어들이 조합되기 시작했다.
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에 앉은 청년, 갑자기 괴성을 지르는 청년 그리고 총이 나왔다고 말하는 청년.
– 그게 무슨 개소리야?
“총이 나왔다고요!”
– 아니, 그러니까 지금······ 미치겠네. 그러니까 항문에서 진짜 총이 나왔다는 거야 아니면 총 같은 변을 쌌다는 거야?
말을 하고도 김진호는 대체 그게 무슨 상황인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총 나왔다고요!”
– 미친 새끼!
결국 김진호가 문 너머로 그대로 자신의 머리를 집어넣었다.
– 젠장, 이제는 남자 똥 싸는 것까지 내가 봐야······.
그제야 김진호도 볼 수 있었다.
– 씨발 진짜 총이네······.
이진용, 그가 새롭게 습득한 다이아등급의 스킬 리볼버를!
2.
[리볼버]
– 스킬 랭크 : 없음
– 스킬 효과 : 구속을 5킬로미터 증가시킨다.
– 일일사용 가능횟수 : 6회
리볼버.
이진용이 화장실 변기 위에서 최초로 얻은 다이아등급의 스킬인 이 스킬은 너무나도 단순한 스킬이었다.
스킬 표시대로 하루에 6회, 자신의 구속보다 5킬로미터 더 빠른 구속을 던질 수 있었다.
그게 전부였다.
조건은 6회만 던질 수 있다는 것, 그 외에는 그 어떤 제약이나 조건은 없었다.
즉, 150킬로미터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투수라면 155킬로미터를, 165킬로미터를 던지는 투수라면 170킬로미터를 던질 수 있는 스킬이었다.
– 와, 진짜 이 게임 개쓰레기 게임이네. 이 정도면 방송위에서 경고가 아니라 게임 정지시켜야지!
메이저리그 투수들 중에서도 강력한 패스트볼을 던졌던 투수 중 한 명이었던 김진호는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잘 알았다.
시속 5킬로미터.
마일로 계산하면 약 3마일.
이것이 투수의 운명을 바꾸기에 부족하다 못해 넘칠 정도의 단위라는 것을.
– 아 부럽다!
심지어 이 스킬에 처음으로 김진호가 푸념이 아닌 부러움을 표현했다.
– 나한테 이런 거 있었으면 내가 진짜 메이저리그의 지배자가 아니라 김진호 상 같은 걸 만들었을 텐데!
구속이란 투수에게 그런 것이었다.
보다 빠른 공을 던질 수만 있다면야 악마에게 영혼의 반절 정도는 충분히 줄 수 있는 것.
실제로 무수히 많은 투수들이 보다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해 제 몸을 혹사하다 부상으로 은퇴하고는 했다.
– 여섯 번이 어디야.
그렇기에 조건이 있다는 건 중요하지 않았다.
하루에 여섯 번밖에 던질 수 없다는 사실 같은 건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짚고 넘어갈 건 있었다.
– 아, 진짜 이런 스킬은 나한테 줘야지 이진용이 같은 허접한 놈한테 주면 의미가 없는데!
리볼버는 말도 안 되는 스킬이지만, 이진용에게 있어 그 스킬의 효용성은 크지 않다는 것.
말 그대로였다.
– 구속이 5킬로미터 더 빨라져 봐야 132킬로미터, 돼지 목의 진주 목걸이가 따로 없군.
이진용에게 있어서 리볼버 스킬로 얻을 수 있는 최고 구속은 132킬로미터에 불과했으니까.
“아니, 꼭 비유를 그렇게 돼지로 하셔야겠어요?”
물론 졸지에 돼지가 된 이진용의 기분이 좋을 리는 만무했다.
– 그래, 돼지라기에는 네가 너무 작긴 하지. 다른 좋은 표현을 찾아보자고. 음, 뭐가 좋을까······ 아주 작고, 성질 더럽고, 괴상망측하고, 지랄 맞고 못생긴 동물이 뭐가 있을까? 치와와? 아니야. 치와와는 귀여우니까 제외. 어, 그럼 이진용은 개만도 못한 건가?
하지만 김진호의 말에 구겨진 이진용의 표정은 리볼버 스킬을 보는 순간 다시 환하게 바뀌었다.
“돼지고 나발이고 뭐든 좋습니다.”
이진용에게 중요한 건 자신이 돼지인지 아닌지, 그게 아니었으니까.
“어차피 중요한 건 이 스킬이 진주목걸이를 뛰어넘는 다이아 목걸이라는 거랑······.”
이진용의 말대로 리볼버 스킬이 이진용의 야구 인생에 절대적인 도움이 될 보물이라는 것.
“이제 제 구속이 조건부이나마 130대를 넘었다는 사실이죠.”
그리고 이제 이진용은 마운드 위에서 130대 공을 여섯 개 던질 수 있다는 것.
그 사실에 여전히 변기 위에 앉아있는 이진용의 눈빛이 활활 불타올랐다.
‘좋아, 이대로 1군만 가면······.’
“이진용!”
그 순간 화장실 안으로 이진용을 찾는 목소리가 들어왔다.
슬쩍 화장실 칸막이 밖으로 몸을 통과시킨 김진호가 외부인물을 확인했다.
– 투수코치다.
“이진용 여기 있냐?”
“예,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빨리 정리해서 나가겠습니다.”
이 순간 이진용은 자신의 처지를 망각하지 않았다.
그는 오늘 완투를 한 투수이며, 게임은 끝났지만 아직 정리는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
“아니다, 괜찮다. 서두를 필요 없다. 그보다 이거. 네 폰으로 전화가 왔다.”
그때 투수코치가 화장실 칸막이 아래로 이진용의 스마트폰을 건네줬다.
“아버지한테 온 것 같다. 중요할 것 같아서 가져왔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스마트폰을 받고, 부재중 통화 목록에 아버지란 단어를 확인한 이진용의 표정이 굳었다.
‘설마?’
그 순간 이진용의 머릿속으로 고교시절 자신이 야구를 포기했던 이유 중 하나가, 아버지가 경험한 비보가 떠올랐다.
– 야, 별일 없을 거야.
김진호도 이 순간만큼은 이진용을 놀리지 않았다.
– 좋은 소식일지도 몰라. 어쩌면 이진용, 네가 완투한 기사가 지금 포털 사이트 메인에 올라오는 걸 보고 확인해서 너한테 전화를 한 것일 수도 있어. 완투했으니까 기사 정도는 올라갔을 거야.
그런 김진호의 가능성은 한 없이 낮지만, 달래주는 말에 이진용이 고개를 끄덕인 후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대기 시간은 짧았다.
– 마!
“아버지, 무슨 일이에요?”
– 완뚜다, 완뚜!
“예?”
– 진용이, 마! 완뚜 축하한데이!
그 말에 이진용이 굳은 표정으로 질문했다.
“아니, 아버지가 그걸 어떻게 아십니까?”
이진용이 완투한 건 조금 전 이야기.
더불어 이진용은 오늘 아버지에게 자신의 선발등판 소식을 알리지 않았다.
대부분의 2군 선수들이 그러하듯, 가족들에게는 좋은 결과만을 알려주고 싶었으니까.
– 기사 떴데이! 마, 네 기사가 스마트폰에 떴데이!
그 순간 이진용이 놀란 눈으로 김진호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들은 김진호가 구겨진 표정으로 이진용을 바라봤다.
– 이제 게임 내적으로 퍼주는 걸로도 모자라서 외적으로 퍼주구나. 에이, 나 안 해! 이 게임 안 해! 보이콧이다, 보이콧!
3.
4월 23일 일요일 오후 2시.
전국 5개 구장에서 한국프로야구리그 일요일 경기가 시작됐다.
당연히 야구팬들은 모두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야구경기를 켜고 보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손에는 당연히 그것이 들려 있었다.
“아, 병신 새끼들. 거기서 점수를 못 내고 지랄이야. 이 새끼 타율이 몇이야?”
스마트폰.
야구팬들은 이제는 인류의 신체 일부나 다름없는 그것을 이용해 보다 적극적으로 야구를 즐겼다.
“2할 2푼? 이럴 줄 알았어! 감독은 눈깔이 뼜나, 2할 치는 새끼를 올리고 지랄이야!”
“다른 구장 경기는 어떻게 됐으려나? 쉬리 잠실구장 검색해줘.”
“올.해.는.다.르.다.”
선수들의 기록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거나, 다른 구장의 경기를 실시간으로 살피거나, 커뮤니티 사이트에 자신의 의견을 올리며 실시간으로 다른 야구팬들과 소통을 하거나.
특히 야구의 이닝과 이닝 사이, 광고가 나오는 사이사이 스마트폰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아주 고마운 도우미였다.
그 기사가 올라온 건 그 무렵이었다.
오후 4시 무렵.
각 구장에서 치러지는 경기가 이제는 중반을 지나면서 몇몇 경기는 승패가 가려질 무렵.
“에이, 진짜! 안 봐! 내가 야구를 보면 성을 간다, 성을 갈아!”
“젠장, 그러면 그렇지. 올해는 다르긴 개뿔!”
“이 팀은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안 돼.”
몇몇 이들이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패색이 짙어졌다는 사실에 야구 경기가 아닌 다른 것을 찾을 무렵.
“응?”
그 무렵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의 메인에 퓨처스리그 선수의 기사가 등장했다.
“박준형? 어디서 본 이름인데?”
그건 파격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퓨처스리그의 단순한 승패 보고도 아니고, 퓨처스리그에 있는 한 선수만을 집중한 기사가 올라오는 일은 무척 보기 드문 일이었으니까.
심지어 기사는 그것 하나가 아니었다.
메인에 올라오지만 않았을 뿐, 박준형에 대한 기사가 인터넷 뉴스 카테고리에 넘쳐나기 시작했다.
그게 시작이었다.
오후 4시가 됐을 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엔젤스와 돌핀스의 경기 도중에 해설과 캐스터가 박준형의 이름을 언급했다.
– 지금 엔젤스는 나름 화려한 타선을 가지고 있지만 1루수가 약합니다.
– 그러고 보니 지금 엔젤스 2군, 퓨처스리그에서 대단한 선수가 뛰고 있지 않습니까?
– 박준형 선수 말이군요. 대단한 선수지요.
그것을 본 야구팬들은 당연히 박준형에 대한 이름을 뇌리에 각인시켰고, 검색을 시작했다.
이윽고 박준형이란 이름이 포털 사이트 검색어 10위에 올라왔을 때.
“팀장님 됐습니다! 검색어 순위에 올라왔습니다!”
엔젤스의 홍보팀장 장병헌이 구은서를 향해 소리쳤다.
그 말에 구은서는 대답 대신 자신의 조부가 이끄는 기업, 현성 그룹이 만든 스마트폰으로 상황을 확인했다.
“수고했어요.”
그리고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그 짧은 대답에 장병헌을 비롯해 사무실에 모여 있던 홍보팀 소속 직원들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이제야 됐다.’
‘드디어 끝났다!’
그건 기획이었다.
엔젤스가 박준형이란 스타를 만들기 위해 준비한 기획.
5월 1일을 기점으로 육성선수에서 정식등록 선수로 신분을 바꾼 박준형이 바로 1군 무대에 데뷔하자마자 최고의 스포트라이트 받을 수 있도록 꾸미기 위한 기획이었다.
‘그보다 돈 어마어마하게 썼네.’
‘어휴, 이제 간 좀 쉬게 해주겠구나.’
당연히 이 작업을 위해 홍보팀이 쓴 비용과 노력은 적지 않았다. 기자들과 접대를 하느라 사용된 접대비를 비롯해 홍보팀 직원들의 간이 한계까지 혹사를 당했다.
‘박준형이란 놈 복 받았구나.’
그만큼 효과는 확실했다.
‘이렇게 스포트라이트 받으면서 1군에 올라오는 애는 아마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이놈이 처음일 거야.’
이것으로 이제 박준형의 인지도는 크게 상승할 것이며, 그가 1군에 올라오는 순간 그리고 그가 1군에서 성적을 내는 순간 그의 역사는 곧 신화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게 구은서가 원하는 바였다.
정확히는 지금 병상에서 야구를 보는 것만이 누릴 수 있는 유일한 낙이 되어버린 구은서의 조부, 현성 그룹의 구정범 회장이 원하는 것이었다.
더불어 그런 구정범 회장이 과거 엔젤스 야구의 영광을 가져왔던 젊은 타자들을 유독 좋아했다는 것이 구은서가 투수가 아닌 타자를 중심으로 기획을 짠 이유였다.
“장 팀장님.”
그때 스마트폰을 보던 구은서가 장병헌 홍보팀장을 불렀다.
“예, 무슨 일이십니까?”
“이진용 기사도 홍보팀에서 기획한 건가요?”
“예?”
“이진용이 완투승을 거두었다는 기사 타이틀이 박준형 기사 바로 하단에 노출됐는데, 이것도 홍보팀이 준비한 건지, 그걸 묻고 있는 거예요.”
그런 구은서의 말에 홍보팀 직원들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의문이었다.
‘이진용? 그게 누구야?’
‘누구지? 그런 선수가 있었어? 그보다 완투승이라니?’
반면 이진용이란 이름을 들어본 장병현 운영팀장은 곧바로 스마트폰을 켰다.
그리고 곧바로 기사 타이틀을 확인한 장병현 운영팀장이 기사를 클릭했다.
그러나 그는 기사 내용에는 눈길을 주지 않았다.
그가 찾는 건 그 기사 내용이 아닌 기사를 쓴 기자였으니까.
이윽고 기자를 발견한 장병현 운영팀장이 스마트폰을 조작하며 보고했다.
“······황선우 기자에게 연락해보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