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49
1.
스플릿 핑거 패스트볼.
일명 스플리터.
1980년대 메이저리그에서 유행했으며, 누군가의 손에서는 마구라고 불리던 공.
이런 스플리터를 가장 잘 쓴 투수를 물어본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연히 1980년대 메이저리그를 풍미한 마이크 스캇과 브루스 수터라고 대답할 것이다.
물론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는 일은 없다.
대답을 들은 질문자는 다시 한 번 질문할 것이다.
그럼 그 둘 이후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스플리터를 잘 던진 투수가 누구냐고.
이 질문에는 대답이 나뉠 것이다.
누군가는 밤비노의 저주를 깬 커트 실링을 언급할 것이고, 누군가는 로켓맨 로저 클레멘스를 언급할 것이며, 그쯤 되면 누군가는 입방정이나 떠는 커트 실링하고 약쟁이 로저 클레멘스 같은 놈은 언급도 하지 말라면서 그 이름을 꺼낼 것이다.
– 패스트볼을 노리는 타자에게는 체인지업을, 패스트볼을 두려워하는 타자에게는 스플리터를!
메이저리그의 지배자 김진호!
그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최고의 스플리터를 던졌던 투수라고!
– 그게 스플리터를 잘 던지는 비결이다.
김진호의 스플리터는 그런 공이었다.
최고 91마일까지 나오며, 메이저리그의 괴물들마저 허공을 배트로 가르는 춤을 추게 만드는 공.
물론 단순히 빠른 스플리터를 던지는 게 김진호의 스플리터에 찬사를 보내는 이유는 아니었다.
그저 좋은 공, 빠른 공, 위력적인 공을 던진다는 이유만으로 살아남기에 메이저리그에는 괴물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플러스 알파.
강력한 무기를 영리하게 써먹을 능력이 필요했다.
– 무슨 의미냐고? 간단해. 타석에 타자가 투수의 패스트볼을 두려워한다고 가정해보자고. 그럼 그 타자는 투수가 패스트볼을 던진다고 생각할 때마다 움찔하겠지? 당연히 반응은 느리거나 혹은 빠르거나 둘 중 하나. 그런 상황에서 포심보다 덜 빠르고 더 가라앉으면 어떻게 되겠냐? 그래, 춤을 추게 되는 거지.
김진호에게는 그것이 있었다.
– 뭐, 냉정하게 따지면 패스트볼을 두려워하는 타자에게는 체인지업도 잘 먹히지만 그럼 재미가 없잖아? 생각해봐. 패스트볼을 치려는 타자에게 체인지업을, 두려워하는 타자에게 스플리터를 던진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오른손은 가위, 왼손은 바위를 쥔 채 가위바위보를 하는 거라고. 말 그대로 마운드에서 피칭이 아니라 놀이를 하는 거야.
그리고 지금 이 순간, 그런 김진호의 플러스 알파를 마운드 위에서 그대로 실현하는 투수가 등장했다.
펑!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이제 남은 아웃카운트는 하나.’
이진용.
그는 김진호의 가르침을 전부, 그대로, 오롯하게 마운드 위에서 펼쳐냈다.
그건 단순히 스플리터를 던지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김진호의 가르침은 하나가 아니었으니까.
‘어디 보자······.’
일단 김진호는 언제나 말했다. 타자가 서는 순간 타자의 낌새부터 파악하라고.
‘벤치를 계속 곁눈질하네.’
그 가르침대로 이진용은 자신을 마주하게 된 타자가 타석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 몸짓을 예의주시했다.
‘9회 초 2아웃. 이미 5점 차로 리드하고 있는 상황. 딱히 벤치에서 사인이 나올 일이 없음에도 곁눈질을 한다는 건······.’
타자가 자신을 앞에 두고 결의와 적의를 다지는지 아니면 자신을 귀신 보듯이 보는지.
‘혼란스럽다는 거겠지. 그럼 패스트볼로 찔러줘야지.’
만약 자신을 귀신 보듯 본다면 이진용은 기꺼이 타자의 스트라이크존에 포심 패스트볼을 던졌다.
‘치려면 빨리 쳐라. 투구수 낭비 없게.’
맞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이 역시 김진호의 가르침이었다.
메이저리그의 위대한 투수인 자신조차도 안타를 맞고, 홈런을 맞고 실점을 하는데 개허접 운빨 뽀록 투수인 네놈이 맞는 건 당연하니까 그걸 두려워하지 말라고.
그런 두려움이 있다면 투수를 하지 말라고.
펑!
“스트라이크!”
그렇게 던진 포심 패스트볼이 스트라이크를 잡는 순간, 이진용은 2구째로 망설임 없이 그 공을 골랐다.
‘포심이 먹혔으니, 2구는 투심으로 간다.’
투심 패스트볼.
이 역시 김진호의 가르침이었다.
초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았는데 간을 보거나 도망치는 건 복권에 당첨됐는데 당첨금을 도둑 맞을 게 두려워서 당첨금을 찾지 않는 거라고.
자신 있게 자신이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지라고.
“라이징 패스트볼.”
그 가르침대로 이진용은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가장 위력적인 패스트볼을 골랐고, 동시에 주문을 외웠다.
“리볼버.”
한 번 그리고 두 번.
“심기일전.”
마지막으로 세 번.
‘이거 치면 인정.’
그렇게 주문을 외운 후에 보이는 노란 빛을 향해 전심전력으로 공을 던졌다.
펑!
“스트라이크!”
“아!”
그리고 그 공이 두 번째 스트라이크를 잡는 순간 이진용은 미소를 지었다.
‘왜 김진호 선수가 그런 말을 했는지 알겠군.’
패스트볼을 치려는 타자에게 체인지업을, 두려워하는 타자에게 스플리터를 던지라는 게 무슨 의민지 알 수 있었으니까.
‘이거 진짜 재밌네.’
그 순간 이진용은 더 이상 고민을 하지 않았다.
고민 대신 그는 마운드에서 놀이를 시작했으니까.
“라이징 패스트볼, 리볼버, 심기일전.”
그렇게 모든 주문을 외운 후에 이진용이 세 번째 공을 던졌다.
그 역시 패스트볼이었다.
‘아!’
그 공을 본 타자는 자신이 2스트라이크 상황에 몰린 상황에서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세 번째 패스트볼마저 그냥 넋 놓고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깨달음은 타자의 몸을 자동으로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타자의 배트가 움직이는 순간 패스트볼은 본색을 드러냈다.
투심도, 포심도 아닌 스플릿 핑거라는 얼굴을 드러내며 포심보다, 투심보다 더 낮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젠장!’
후웅!
그 스플리터 앞에서 타자의 배트는 허공만 갈랐고, 그렇게 허공을 가른 타자에게 주심은 곧바로 심판을 내렸다.
“스윙, 스트라이크 아웃!”
베이스볼 매니저는 빠르게 정산을 마쳤다.
“호우!”
당연히 승자인 이진용은 승자답게 환호성을 내질렀다.
– 미치겠네, 뭘 좀 가르쳐주면 구르고 고생을 하는 걸 보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 진용이 놈은 아주 그냥 다 쪽쪽 빨아서 제 것으로 만드네. 이진용, 무서운 아이.
마지막으로 김진호는 푸념을 뱉었다.
이진용, 그가 그렇게 자신의 새로운 무기를 모두에게 선보였다.
2.
샤크스와의 주말 3연전을 끝으로 4월의 경기를 마무리한 이천 챔피언스 파크는 조용했다.
6연패, 힘겨운 한 주를 보냈다는 사실과 그 6연패 끝에 드디어 달콤한 휴일이 왔다는 사실이 모두를 고요하게 만들었다.
그런 고요함 속에서 조금은 소란스러운 곳이 있었다.
“I have a 호.”
장소는 세탁실.
“I have an 우.”
소란의 원인은 이진용이었다.
“호우!”
이진용이 들떠 있는 건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팀은 6연패를 했지만, 만약 이진용이 그 6연패 전 경기에서 완투를 하지 않았다면 연패는 더 길었을 것이고, 6연패와 별개로 이진용은 건재함을 넘어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줬다.
자신이 130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사실과 스플리터마저 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진용은 들떠 있을 자격이 있었다.
문제는 방식.
– 대단하다 대단해. 그렇게 다양한 방법으로 지랄을 하는 인간은 아마 전 세계에 너밖에 없을 거다.
그런 이진용의 흥겨운 모습에 세탁실에 마련된 의자, 그 위에 세워진 태블릿 PC로 한국프로야구 경기를 보던 김진호가 톡, 한 마디 쏘았다.
이 역시 이해가 가는 대목이었다.
본인은 야구 경기에 집중하는데, 옆에서 이상하게 노래를 부르는데 짜증이 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일 터.
“진짜 지랄이 뭔지 보여드려요?”
– 됐다, 됐어. 어쩌다 저런 미친놈한테 붙게 됐는지······ 젠장, 내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저런 놈하고 지내야 하는 건지.
김진호의 말에 세탁기 안에 바구니 안 세탁물을 넣고, 세탁기 문을 닫은 이진용이 말을 받았다.
“살아생전 행실이 좋지 못하셨나보죠.”
– 내 행실이 어때서?
“그게 아니면 귀신이 되긴 이유는 그거밖에 없잖아요?”
– 그거?
“총각귀신. 김진호 선수가 살아생전에······.”
– 우, 웃기지 마! 내가 총각귀신이라니, 어디서 감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여!
“아니면 아닌 거지, 왜 이렇게 반응이 격해요? 농담한 거예요, 농담.”
– 이 새끼가! 오냐, 내가 끝까지 살아남아서 최소한 네놈이 첫날밤 지내는 건 보고 성불한다.
“예?”
– 첫날밤 볼 거라고! 싫으면 평생 절에 가서 고자로 살든가!
“아니, 뭐 보시든가요.”
– 응? 어?
“까짓것 성불하기 전에 소원이시라는데 보여드리죠 뭐.”
– 변태 새끼라고 의심은 했는데, 진짜 변태일 줄이야······.
유쾌한 대화.
“보여드리고 자시고 나도 좀 제대로 자리 잡고 연애나 했으면 좋겠습니다. 솔직히 지금 상태로 연애는 꿈도 못 꾸잖아요? 일단 1군에 가서 자리라도 잡아야지.”
하지만 이내 이진용은 현실을 자각했다.
지금 자신이 기쁨에 만취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아직 그는 2군 투수, 그것도 정식등록선수가 아니라 육성선수에 불과한 투수라는 것을.
– 뭐, 자리가 나면 올라가겠지.
무엇보다 아직 1군에는 이진용의 자리가 없었다.
“자리가 날까요?”
– 쉽게 나지 않을 거야. 내가 보기에 당장 엔젤스 투수들 중에 갑자기 무너질 선수는 보이지 않았거든. 더욱이 한두 경기 부진했다고 투수를 2군으로 보낼 일도 없고, 지금 엔젤스가 2군 애들을 콜업해서 1군에서 테스트를 해볼 여건도 아니고.
김진호의 말대로 지금 엔젤스는 양윤섭의 이탈 속에서 어느 정도 전력을 추스른 상황이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넣기보단 지금 추스른 전력을 다듬는 상황.
그리고 1군 선수들의 경우에는 조금 못한다고 곧바로 2군으로 내리지 않는다.
그래서 양윤섭의 이탈에 2군 선수들이 들떠 있던 것이기도 했다.
사실상 누군가의 부진으로 1군에 자리가 나는 경우는 시즌 초반에 거의 생기지 않았기에.
“그래도 혹시 모르죠. 1군에서 갑자기 누가 음주운전 같은 거 해서 기회가 날지.”
때문에 이진용의 말대로 선수가 사고를 치거나, 사고를 당하지 않는 이상 자리가 날 가능성은 없었다.
– 그렇게 해서 자리 나서 1군에 올라가면 분위기가 퍽이나 좋겠다. 지뢰밭 걷는 기분일걸?
“지뢰밭을 굴러도 1군을 구르는 게 낫다는 말이 있잖습니까?”
그 말과 함께 김진호가 손으로 태블릿 PC를 가리켰다.
– 그렇게 1군에 올라가고 싶으면, 네가 1군에 올라갔을 때 잡아야 할 골리앗들을 분석해.
물론 이진용은 마냥 1군에만 올라가는 게 목표가 아니었다.
결과를 만드는 것.
1군에서 결과를 만들지 못한다면, 1군에 올라가는 건 오히려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이 될 테니까.
“아무렴요,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렇기에 이진용은 김진호의 말에 군말 없이 태블릿PC를 들었고, 김진호가 말했다.
– 영상 다시 처음으로 돌린 다음에 홈런 칠 때와 땅볼 칠 때, 둘 사이의 차이점을 찾아. 내가 찾은 게 다섯 개이니까 최소한 세 개 이상을 찾아내야 해.
“못 찾으면요?”
– 그럼 네가 1군에 갔을 때 이 타자한테 홈런을 맞고, 엉엉 울면서 내 앞에서 무릎 꿇고 이렇게 말하겠지. 김진호 신이시여, 이 우매하고 부덕한 양을 구원해주시옵소서!
“우리 할아버지의 명예를 걸고 찾아내겠습니다.”
– 그럼 타임 잰다. 10분이다. 그럼 시작!
웅웅웅웅!
그렇게 세탁기 소리가 자욱한 세탁실에서 이진용이 보다 강한 사냥감을 물어뜯기 위한 준비를, 새로 얻은 이빨을 날카롭게 갈고 있었다.
3.
5월 1일, 새벽 2시.
서울 송파경찰서에서 한 사내가 밖으로 나오면서 목에 걸고 있던 전자 담배를 입에 물었다.
“어이, 거기서 담배 피우면 안 됩니다! 흡연구역 가서 피우세요!”
그러자 마치 그런 상황을 예상했다는 듯 경찰서 안에서 경찰 한 명이 소리쳤고, 사내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입에 물었던 전자 담배를 뱉었다.
“죄송합니다.”
상체를 돌린 후 고개를 가볍게 숙인 사내는 곧바로 흡연구역으로 향했다.
새벽이었음에도 흡연구역에는 제법 사람이 많았다.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늦은 밤, 경찰서를 찾아온 이들 중에 신병이 자유로운 이들이 할 수 있는 거라고는 회색빛 한숨을 푹푹 내쉬는 것밖에 없었으니까.
그 무리에 낀 사내, 황선우도 이내 전자담배를 길게 내뱉었다.
그렇게 몇 번 전자담배 연기를 뻐끔거린 황선우에게 누군가가 질문을 했다.
“형씨는 무슨 일로 여기 온 겁니까?”
황선우가 담담히 대답했다.
“아는 사람이 사고를 냈습니다.”
“사고?”
“술 마시고 길가에 있는 자동차를 처박았네요.”
“형씨도? 나도 그래. 빌어먹을 처형이란 놈이 술 마시고 운전하다가 차를 쳤지. 하는 말이 제네시스를 쳤다고 해서 왔는데······ 벤틀리더군.”
“허!”
“아이고.”
그 말에 좌중에 있던 이들이 쓴웃음을 지었다.
황선우 역시 쓴웃음을 지었고, 이내 흡연구역에서 빠져나온 황선우는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고는 곧바로 전화번호를 직접 입력한 후에 통화버튼을 눌렀다.
발신음은 무척 짧았다.
– 어, 황 기자, 무슨 일이야?
“장 팀장님, 괜히 연기하실 필요 없습니다.”
수신자는 다름 아닌 엔젤스 홍보팀장인 장병헌.
“저 지금 송파 경찰서에서 있습니다. 이미 담배 한 대 빨고 전화 드리는 거고요.”
그런 장병헌은 이어진 황선우의 설명에 목소리를 바꾸었다.
– ······거기 상황이 어때?
본인의 심정을 그대로, 착잡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녀석은 뭐라고 했습니까?”
– 소주 두어 잔 정도 마시고 차 끌고 나오다가 검문에서 걸렸다고······.
“소주 두어 잔이 아니라 룸에서 양주를 병째로 만취할 때까지 마셨고, 차 끌고 나오다가 검문에 걸린 게 아니라 길가에 주차된 차를 박살냈습니다.”
– 미친 새끼, 내가 그렇게 술 처마시면 대리 부르라고, 아니면 차라리 운영팀이든 홍보팀이든 직원 부르라고 몇 번을 말했는데!
“룸에서 공짜술 사준다고 냉큼 나와서 마시는 놈이 퍽이나 대리 부르겠습니다. 그보다 기사, 어떻게 할까요?”
– 못 숨기겠지?
“룸에서 여자들 불러다가 술 처마신 건 삭제하고, 대신 술 마시다 자동차 친 건 집어넣겠습니다.”
– 너무 세지 않나?
“괜히 어설프게 기사 올렸다가 룸에서 술 마신 것까지 나오면 엔젤스 더 박살나는 거 장 팀장님이 더 잘 아시잖습니까? 그냥 음주운전사고에만 집중하는 게 최선입니다. 그래서 기사 올리는 거, 오케이 사인해주시는 겁니까?”
– 적당히, 잘 부탁해. 그리고 우리 애들 가면 상황 좀 설명해주고.
“예.”
– 그래도 황 기자가 처음 발견해줘서 다행이야. 내가 나중에 꼭 한 잔 살게. 좀 살살 부탁해.
그렇게 장병헌 엔젤스 홍보팀장과 통화가 끝나자, 황선우는 곧바로 다른 이와 통화를 시작했다.
– 예, 선배님. 기사 작성은 다 끝냈습니다. 문자로 내용 보냈습니다.
“확인했어.”
– 수정할까요?
“아니, 그대로 올려.”
– 타이틀도 이대로 갑니까?
“그래.”
– 알겠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통화가 종료됐고, 황선우는 긴 한숨을 내뱉은 후에 스마트폰을 양손으로 쥔 채 포털 메인에 이름 하나를 검색했다. 검색한 후 뉴스 항목으로 들어갔다.
마지막으로 최신 기사 순으로 기사를 정렬했다.
그러자 1분 전에 올라온 기사가 보였다.
그 기사를 본 황선우가 쓴웃음을 머금었다.
‘한국에서 야구기자로 밥 빌어먹을 걱정은 내가 자식 놈이 죽을 때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겠군.’
그러나 그 쓴웃음은 길지 않았다.
‘그보다 오정호가 이런 식으로 이탈했으니, 엔젤스 꼴이 말이 아니겠군.’
오정호를 동정할 생각도 없었고, 오정호는 동정을 받을 가치도 없었으니까.
더 나아가 이미 퇴장할 선수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그럼 다음에 콜업 대상은 누가 되려나?’
그 퇴장한 선수를 대신해 엔젤스의 마운드를 채울 투수에 관심을 가질 뿐.
‘흠.’
그러자 자연스레 황선우의 머릿속으로 엔젤스 2군 선수들의 면면이 떠올랐다.
‘이성호도 무너졌고, 방현수는 아직 구속이 올라오지 않았고, 이일용은 6월까지 재활이고······.’
그들이 최근 경기에서 붕괴했다는 사실도 떠올랐고, 오직 한 명만이 그 붕괴 속에서 꽃을 피웠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 순간 황선우의 귓속으로 그 유일한 투수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호우!
그 소리를 떠올린 황선우가 미소를 지었다.
‘어쩐지 올해 프로야구가 재미있어질 것 같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