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the Mound RAW novel - Chapter 79
5.
호우!
1루쪽 관중석, 그곳을 채운 엔젤스 팬들의 외침은 마치 폭포수처럼 그라운드로 쏟아졌다.
그렇게 쏟아진 함성은 그대로 1루쪽 관중석 아래에 위치한 더그아웃으로 흘러들어왔다.
“아.”
엔젤스 선수 그리고 코칭스태프로 채워진 1루쪽 벤치 곳곳에서 짧은 소리들이 튀어나왔다.
그 후 모두가 입을 꽉 다물었다.
이 순간 모두가 똑같은 감정을 느끼는 건 아니었다.
누군가는 이진용의 피칭에 미안함을 느꼈고, 누군가는 감탄을 했으며 누군가는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 자체에 짜증을 냈으니까.
하지만 생각하는 바는 똑같았다.
‘이 게임은 이겨야 해.’
오늘 경기에서 무조건 이겨야 한다는 것.
‘이기려면 점수를 내야 해.’
그러기 위해서는 1점을 내야 한다는 것.
‘하지만 어떻게?’
그러나 9이닝 내내, 아홉 번의 기회 속에서 내지 못한 1점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느껴졌다.
부담감 역시 자연스레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었다.
‘한 방이 필요해.’
‘큰 것 하나면······.’
그런 부담감은 엔젤스 타자들에게 있어서 올해 처음 느껴보는 부담감이기도 했다.
아니, 과연 현재 프로야구리그에서 뛰는 타자들 중에 이런 부담감을 느낀 이가 있을까?
선발투수가 10이닝까지 무실점으로 막아서, 그래서 어떻게든 1점을 내야 하는 부담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10이닝 무실점을 하는 투수가 필요하지만, 근래에 그런 투수는 없었다.
“자자, 공수교대다.”
“공격 준비해!”
그런 말도 안 되는 부담감, 그 속에서 수비를 마친 야수들이 차례차례 더그아웃으로 들어왔다.
그다음 포수가, 마지막으로 투수가 그 뒤를 따라왔다.
이진용이 들어오는 순간 더그아웃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너무 미안해서 잘했다, 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기에.
“에휴.”
“어휴.”
결국 야수들은 긴 한숨을 푹푹 내쉬며, 개중에서도 10회 말 타석에 올라서게 될 타자들은 더더욱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장갑을 찾고, 배트를 주섬주섬 챙겼다.
“데블스 애들 지금 정신이 나갔어.”
그때 이호찬이 입을 열었다.
“타석에 서는 거 보니까 표정이 아주 썩었더라고. 특히 마지막에는 헛스윙하고 삼진콜 나올 때 반응조차 안 하더라고.”
그 말에 굳어있던 좌중이 하나둘 이호찬을 바라봤다.
이호찬이 좌중의 시선에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렇다고.”
그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데블스 선수들을 본 그의 말이었기에, 그의 말을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그러니까 수비할 때도 정신이 없을 거야. 강습 타구만 날려도 실책 나올 확률이 높아.”
당연히 이어진 그의 예상에도 토를 다는 이들이 없었다.
오히려 그 말에 모두가 귀를 쫑긋 세웠다.
‘타자 애들이 정신을 못 차린다? 하긴, 못 차릴 만하지.’
‘그럼 수비할 때도 정신이 나가 있겠군. 빠른 강습 타구 좀 날려주면 제대로 받기 힘들겠지?’
그리고 곧바로 결론을 내렸다.
‘잠실 펜스 넘기는 것보단 그냥 냅다 타구를 굴리는 게 훨씬 할 만하지.’
괜한 홈런 따위를 노리기보다는 일단 그냥 안타를, 단타를 노리자고.
“그래, 오늘 이겨야지! 악착같이 1점만 뜯어내자고!”
“출루만 하자고, 출루만! 데블스 새끼들에게 이런 게임마저 질 수는 없잖아!”
이윽고 엔젤스의 더그아웃에서 목소리들이 거세게 충돌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이호찬이 긴 한숨을 내뱉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여기까지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돌려 벤치에 앉은 이진용을 바라봤다.
“헉!”
여전히 점퍼를 입고 있는 이진용을.
“헉!”
“헐!”
그런 이진용의 모습에 소란스러웠던 더그아웃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더 이상 말조차 나오지 않는, 이제는 숭고하기까지 한 이진용의 승리를 향한 목마름에 몇몇은 제 몸에 소름마저 돋았다.
그건 김진호 역시 마찬가지였다.
– 야!
그는 놀란 눈으로 이진용을 바라보며 말했다.
– 너 11회에도 나가게? 11회는 10회하고 또 달라! 완전히 다르다고!
11이닝 1실점, 전설과도 같은 피칭을 했던 김진호는 이진용이 11회에 오른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어렵고 동시에 위험한 일인지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그렇기에 진심으로 경고했다.
그 경고에 이진용이 고개를 푹 숙인 채, 김진호만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미쳤다고 나갑니까?”
– 그런데 왜 점퍼를 입어? 아이싱해야지?
“쇼에요, 쇼.”
– 쇼?
“이렇게 하면 더 숭고하게 보일 테니까요.”
– 와······.
그 말에 김진호가 얼빠진 얼굴로 이진용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 숭고한 또라이일세.
그렇게 이진용의 숭고한 쇼와 함께 10회 말이 시작됐다.
6.
엔젤스의 10회 말 타순은 1번부터 시작이었다.
물론 엔젤스 역시 1번 그대로 가지 않았다.
발이 빠르고 장타력은 부족하지만, 타격에는 재능이 있는 좌타자 홍준석을 대타로 썼다.
동시에 엔젤스 벤치는 홍준석에게 오더를 줬다.
“내야 땅볼도 좋다. 땅볼을 만든 후에 무조건 1루로 질주해라.”
“예.”
데블스 역시 10회를 맞이하는 순간 새로운 투수를 마운드 위로 올렸다.
좌타자 홍준석을 잡기 위한 좌완 원포인트 투수, 이혁천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그렇게 시작된 승부는 1구만에 승부가 났다.
이혁천이 던진 공이 존 한가운데 몰리는 순간, 홍준석은 짧게 쥔 배트를 날렵하게 휘둘렀다.
딱!
그리고 이내 둔탁한 소리가 터졌다.
소리만 듣는 순간, 이 공은 누가 보더라도 땅볼로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되는 소리였다.
하지만 경기를 보는 이들에게는 달랐다.
‘어?’
‘타구가 느리다! 바운드도 커!’
유격수를 향해 날아가는 타구는 분명 땅볼 타구였으나, 그 타구 속도가 퍽 느렸다.
‘어!’
‘빠르다!’
반면 홍준석의 다리는 무척 빨랐다.
파바밧!
1루를 향해 돌진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런 발소리가 생생하게 들리는 것처럼 착각될 정도였다.
“으아아!”
이후 1루에 가까워지는 순간 홍준석은 전력을 다해 자신의 몸을 1루로 날렸다.
펑!
그 사이 1루수의 글러브에도 공이 들어왔다.
꿀꺽!
좌중이 그 광경에 침을 삼킨 채, 1루심에 집중했다.
그 관심 속에서 1루심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잽싸게 양팔을 교차하며 소리쳤다.
“세이프!”
곧바로 3루 벤치에 있던 데블스 수석코치가 밖으로 나오며 소리쳤다.
“챌린지!”
비디오 판독 요청이 나왔고, 그 순간 경기장에 있던 그리고 경기를 보던 모든 이들이 긴 한숨을 내뱉었다.
“아, 판독 요청하네.”
“당연히 해야지. 내가 보기엔 아웃이야.”
“무슨 소리, 홍준석이 다리가 더 빨랐지.”
그렇게 돌린 숨 사이로 저마다의 의견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오기 시작한 의견들이 웅성웅성, 그라운드 안을 구름처럼 채우기 시작했다.
그 웅성거림을 없앤 건 이내 다시 등장한 심판들이었다.
등장한 심판이 다시 한 번 그라운드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세이프!”
비디오 판독 결과, 홍준석의 다리가 더 빨랐다는 소리였다.
그 사실에 3루쪽에 있던 데블스 팬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후에 거세게 소리쳤다.
“야이 심판 개눈깔 새끼들아 이게 어떻게 세이프야? 아웃이지!”
“눈깔에 이 삼지창 확 박아버린다?”
“똑바로 판정해!”
온갖 종류의 협박과 욕설이 뛰쳐나왔다.
반면 1루쪽에 있던 엔젤스 팬들이 내지른 소리는 단순했고, 담백했다.
“호우!”
짧았지만, 그 무엇보다 효과적인 엔젤스 팬들의 외침에 데블스 팬들이 꿀 먹은 벙어리마냥 멍한 눈으로 1루 관중석을 바라봤다.
그 소란 속에서 게임이 속행됐다.
타자가 타석에 섰고, 투수가 마운드에 섰다.
그리고 곧바로 타자가 번트 준비 자세를 취했다.
희생번트!
어떻게든 1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주자를 스코어링 포지션인 2루로 보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번트 대줘.’
데블스 입장에서는 나름 받아들일만한 카드였다.
홍준석의 재빠른 다리가 도루에 성공하기 전에, 그냥 일찌감치 그를 2루로 보내주고 하나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건 남는 장사는 아니더라도 해볼 만한 장사였기에.
때문에 두 번째 승부 역시 빠르게 결판이 났다.
딱!
타자가 번트를 댔고, 굴러 나온 공을 뛰쳐나온 3루수가 잡은 후에 그대로 1루로 송구했다.
이번에는 1루심이 가차 없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아웃!”
주자는 2루, 아웃카운트는 1개.
그리고 타석에 선 타자는 3번 타자.
“홍우형 하나면 된다!”
“홍우형, 이거 치면 앞으로 똥만 싸도 봐줄게!”
“100억 받았으면 제발 하나만 쳐줘!”
홍우형.
이번 시즌 총액 100억 원이란 초대형 FA계약을 통해 엔젤스의 유니폼을 입은 그의 등장에 잠실구장의 관중석이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반면 그라운드는 고요해졌다.
어떻게든 홍우형이 무언가를 해줘야 하는 엔젤스는 엔젤스대로, 그런 홍우형은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데블스는 데블스대로 긴장감에 목이 막혀 응원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 데블스가 내린 선택은 간단했다.
“어?”
“고의사구다!”
홍우형을 거르는 것.
1아웃 상황에서, 어차피 2루에 주자가 간 상황에서, 괜한 리스크를 짊어지기보다는 1루를 채우겠다는 의미였다.
여차하면 다음 타자가 땅볼을 치는 순간 병살타로 이닝을 마무리하겠다는 속셈이기도 했다.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동시에 데블스는 좌완 원포인트인 이혁천을 내리고 곧바로 새로운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어?”
“김성찬?”
데블스의 마무리투수 김성찬!
언제나 이기는 상황에서 그 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올랐던 그가 0대0, 10회 말이라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왔다.
데블스의 승부수이자, 강수였다.
“끝장을 보자 이거네.”
“져도 곱게 안 지겠다?”
“그래, 엔젤스 상대로는 내일 죽는 한이 있어도 이래야지.”
이번 경기, 질 때 지더라도 이대로 그냥 순순히 지지는 않겠다는 필사의 강수!
그렇게 김성찬이 마운드에 오르는 순간 분위기가 다시 한 번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진용이 만들어낸 투지가, 데블스가 만들어낸 투지 앞에서 그 색이 점차 옅어지기 시작했다.
그 상황 속에서, 10회 말 주자 1,2루 1아웃 상황에서 타석에 타자가 올라왔다.
4번 타자, 박준형.
그리고 그가 해냈다.
7.
빠악!
경쾌하기 그지없는 타격음이 들리는 순간 이진용은 점퍼 탓에 여전히 땀으로 범벅이 된 상태 그대로, 마치 증기기관처럼 달아오른 자신의 속을 토해내듯 긴 한숨을 토해냈다.
“후우!”
토해낸 후에 이진용은 곧바로 입고 있던 점퍼를 벗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모습에 이제는 더 이상 부담감이 사라진, 오로지 승리에 대한 환호만이 남은 벤치 분위기 속에서 이진용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만이 볼 수 있는 김진호 앞에 섰다.
김진호가 자신 앞에 선 이진용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 짜식.
자신을 향해 존경심을 그리고 감사함을 표현하려는 이진용을 향한 미소는 퍽 자애로웠다.
– 응?
그러나 그런 김진호 앞에서 이진용은 그런 표현 대신 자신의 땀으로 젖은 머리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김진호가 그 모습에 고개를 갸웃했다.
“저 머리나 얼굴색 괜찮죠?”
– 너 뭐하냐?
이윽고 나온 김진호의 질문에 이진용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보면 모르세요? 인터뷰 준비하잖아요?”
그 순간 베이스볼 매니저의 알림이 들렸다.
“오케이. 오늘 정산도 끝. 룰렛은 인터뷰하면서 돌려야지.”
이진용이 그 알림에 미소를 지으며, 콧노래를 부르며 더그아웃 밖으로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그 모습을 김진호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8.
선발투수의 10이닝 무실점 피칭.
그리고 10회 말 터진 굿바이 쓰리런 홈런.
열광적일 수밖에 없는 이 상황 속에서 시작된 경기 MVP 인터뷰는 뜨겁게 달아올랐던 경기 분위기와 다르게 꽤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이루어졌다.
“이진용 선수, 축하드립니다.”
그 원인은 당연히 이진용 때문이었다.
방송사에 때아닌 호우주의보를 가져온 남자.
언제 어느 순간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또라이.
그런 그를 앞에 둔 방송 관계자들은 물론 엔젤스 홍보팀은 물론 운영팀 관계자들마저 긴장한 채 이진용을 바라봤다.
‘제발 오늘은 사고 치지 마라, 구 팀장님이 보고 계신다고!’
심지어 오늘 무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구은서 운영팀장, 사실상 엔젤스의 구단주나 다름없는 그녀가 직접 잠실구장에 방문한 상황이었다.
‘제발······.’
사고가 나면 운영팀과 홍보팀은 그 즉시 구은서 운영팀장 앞에서 술과 안주 없는 회식을 해야 한다는 의미.
“예, 감사합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시작된 이진용의 인터뷰는 모두가 놀랄 만큼 순조롭게 이루어졌다.
“그전에 일단 제 갑작스러운 돌발행동에 피해를 보신 분들께 사과부터 드리겠습니다.”
일단 이진용은 사과부터 했다.
“다시는 그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습니다. 그럼 인터뷰 시작하시죠. 모든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하겠습니다. 애인이 있는지 물어보셔도 진실만을 대답하겠습니다. 통장 잔고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 깔끔한 사과에 긴장된 분위기가 조금 풀렸다.
“하하, 유머러스하시네요.”
그 풀린 분위기 속에서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됐다.
“그럼 일단 오늘 소감에 대해 한 마디 해주시겠습니까?”
“일단 오늘 제가 승리할 수 있게 도와준 팀원 여러분께 감사하다는 인사부터 하고 싶습니다.”
“10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왔는데 봉준식 감독님의 요청이었는지 아니면 이진용 선수 본인이 요청이었는지 궁금하네요.”
“제 요청이었습니다. 저는 믿었습니다. 제가 10회에 던지면 팀원들이 제게 승리를 가져다주리란 것을.”
– 지랄하네.
이윽고 김진호마저 인터뷰에 참가했을 때, 더 이상 사고를 걱정하는 분위기 따위는 없었다.
인터뷰는 10이닝 완봉승이라는 놀라운 기록의 마침표로 부족함이 없을 만큼 완벽하게 그리고 순조롭게 진행됐다.
그사이 룰렛도 돌아갔다.
2만 6천여 포인트.
개중에서 이진용은 2만 5천 포인트를 소모해 실버 룰렛을 돌리기 시작했다.
“9회에 유격수 실책으로 위기 순간이 왔습니다. 그때 심정은 어떠셨나요?”
베이스볼 매니저의 알림과 아나운서의 질문이 동시에 이진용의 귀를 두드렸지만, 이진용은 그 모든 과정을 이제는 능숙하게 처리했다.
“10회에 올라올 건 8회가 끝난 후, 9회 무렵부터 준비했습니다. 때문에 9회는 오히려 담담하게 던졌습니다. 9회가 제게는 마지막이 아니라 10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체력 3증가, 구속 1증가. 그리고 커터 습득. 아주 쏠쏠하군!’
하지만 플래티넘 룰렛마저 활성화됐을 때, 그때만큼은 이진용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 스킬 [에이스] – 스킬 [마구] – 스킬 [퀄리티 스타트]
백금색으로 빛나는 룰렛, 그 속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다이아몬드 칸에 눈길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으니까.
물론 기대는 크지 않았다.
‘설마 이번에도 다이아몬드 칸에 걸리진 않겠지.’
– 설마 이번에도 다이아몬드 칸에 걸리진 않겠지.
그렇게 룰렛이 힘차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룰렛 앞에서 이진용도, 김진호도 그대로 말문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인터뷰도 마무리에 접어들었다.
“이진용 선수 마지막으로······.”
아나운서가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그와 동시에 돌아가던 룰렛이 멈췄다.
영롱한 다이아몬드 칸에서.
– 씨발!
그 순간 김진호의 입에서는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팬분들께 한 말씀 해주시······.”
“씨!”
그리고 이진용의 입에서도 김진호와 비슷한 소리가 튀어나왔다.
‘어?’
그 순간 사라졌던 긴장감이 삽시간에 주변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고, 그 찰나의 순간 몇몇은 상상했다.
‘저, 저 새끼 서, 설마?’
‘씨 다음 발하려는 거 아니지? 제발 아니라고 해줘!’
‘야 이 또라이 새끼야, 차라리 호우를 해, 호우를!’
다행히도 그 불안한 상상이 현실이 되는 일은 없었다.
그 찰나의 순간 이진용도 상상했다.
‘여기서 마무리 못하면 벌금 백만 원이 문제가 아니라, 진짜 임의탈퇴 당할지도 모른다.’
그 섬뜩한 상상이 이진용의 생존 본능을 자극했다.
“······유 어게인, 다음에 다시 만나요∼!”
그리고 그렇게 자극받은 이진용의 생존 본능이 기어코 살아남기 위한 구멍을 찾아냈다.
“그럼 이상 이진용 선수 인터뷰였습니다.”
그런 이진용의 말이 끝나는 순간 아나운서가 더 이상 질문 없이 인터뷰를 종료했다.
“후우!”
“어휴.”
“푸하!”
곳곳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더그아웃에 들어온 이진용도 내뱉었다.
“어휴, 진짜 끝장날 뻔했네.”
– 아깝다. 한 글자만 내뱉었어도 그냥 강제 방출, 메이저리그행인데!
그렇게 이진용의 5월이 끝났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