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00)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00화(100/140)
아토스 산 원정대 – (3)
황금 검의 크리사오르(Chrysaor).
허공에 황금으로 된 검을 띄워놓고 조종하는 거대한 뱀의 형상을 한 괴물.
메두사가 페르세우스에게 목이 잘린 뒤, 페가수스와 함께 탄생했으며…
페가수스와 달리 괴물로서의 속성이 강해 메두사가 찾아갔을 때에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오르토스(Orthus).
2개의 머리와 뱀 머리의 꼬리가 달린 거대한 개 괴물.
티폰과 에키드나의 자식들 중 첫째이며 저승에 있는 케르베로스와 벨레로폰에게 죽은 키마이라와는 남매관계다.
제일 눈에 띄는 것은 반신의 격을 지닌 두 괴물이지만, 그들을 따라 올라오는 다른 괴물들도 그리 만만치 않았다.
여인의 머리와 거대 맹금류의 몸을 가진 괴물인 하피(Harpy)를 비롯해 움직이는 나무, 식인 사슴, 거대 도마뱀 등…
“산에 숨어있다는 놈들이 몰려오잖아! 하늘에 있는 놈들부터 빠르게 요격하고…”
“물러서지 말자! 신들께서 지켜보시는 괴물과의 전쟁이다!”
“마케도니아로 지원을 요청하러 간 전령이 돌아오려면 시간이 제법 걸릴거다! 그때까지 버텨!”
“군신 아레스께 제 투쟁을 바칩니다!!!”
크르르륵! 크허엉! 쉬이익-
줄지어 올라오는 괴물들의 향연에 영웅들은 빠르게 전투태세를 갖추고 응전한다.
곧 투창과 화살이 난무하고, 인간을 잡아먹으려는 괴물들이 쇄도한다.
서로를 향해 살의를 품고 덤벼들던 두 무리가 그대로 충돌하자 여기저기서 인간의 비명과 짐승의 울부짖음이 뒤섞인다.
창칼과 괴물들의 발톱이 부딪히는 소리가 하모니를 이루며 투쟁의 장을 열었다.
이런 아수라장 사이에서도 돋보이는 영웅들은 제법 있었다.
원정대를 이끄는 영웅, 오리온 역시 그 중 하나.
슈우욱- 푹.
그의 화살이 또다른 괴물의 목을 꿰뚫었다. 그리스 제일의 사냥꾼으로 이름 높은 해신의 아들은 모두가 뒤섞인 혼전에서도 정확히 괴물만을 노렸다.
다시 한번, 오리온의 우람한 팔 근육이 괴물을 겨냥하고 활시위를 당기고… 다음 목표는 두 개의 머리로 열심히 인간을 먹어치우는 티폰의 자식.
푸욱. 크르릉?!
백발백중을 자랑하는 오리온의 화살이 짐승 괴물의 다리를 꿰뚫었다.
그제서야 그를 발견한 듯, 입에 물고 있던 인간을 던져버리고 달려오는 오르토스.
“이놈이…!”
“오리온! 그쪽으로 간다! 조심!”
근처의 영웅들이 괴물을 막아보려 했으나 단단한 괴물의 가죽에 생채기만을 남겼을 뿐, 저지할 수 없었다.
같은 티폰의 자식이자 형제인 네메아의 사자가 자랑하는 가죽까지는 아니더라도 웬만한 영웅들의 공격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는 두터움.
크르릉-
“가죽이 너무 두꺼워! 저놈이 네메아의 사자도 아닐진데…!”
“치잇! 오리온, 아무래도…”
“알고 있어, 다들 비켜라! 내가 저놈을 죽일 테니까!”
해신의 아들이자 강력한 완력을 자랑하는 오리온의 화살이였기에 다리를 꿰뚫을 수 있었던 것.
이를 빠르게 파악한 해신의 아들이 활을 던져버리고 등에 매고 있던 커다란 몽둥이와 방패를 꺼내들었다.
영웅과 괴물들이 뒤섞인 전쟁터.
다른 쪽에서는황금 검의 크리사오르가 독니와 날아다니는 검을 이용해 영웅들을 매섭게 몰아붙이고 있었으며…
흉폭한 식인 사슴에게 몸을 뜯기며 처절하게 무기를 휘두르는 인간들의 비명소리가 터져나오는 이곳.
오리온은 전장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며 자신에게 달려오는 괴물의 눈을 바라보며 몽둥이를 단단히 붙잡았다.
크르르릉!!!
“티폰의 자식이라면 내 위업으로 딱 걸맞은 사냥감이지!”
이를 드러내며 뛰어오르는 오르토스와 그에게 몽둥이를 내지르는 오리온의 충돌.
* * *
올림포스 신궁, 아폴론은 팔짱을 끼고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토스 산에 진입하려던 영웅들의 제물을 받은 것은 그의 아버지, 제우스였지만…
“아폴론, 네가 그들을 살피며 적당히 도우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아버지. 그런데 적당히… 라는 것은 무슨 뜻이십니까?”
“말 그대로다. 영웅들이 과업을 쌓는 것을 견제하는 가이아가, 원정대가 멀쩡히 아토스 산에 도달하도록 놔둘 리는 없겠지.”
“그렇다면…?”
“네 판단에 따라 ‘적절한 선에서’ 개입해도 좋다.”
바로 제우스가 그에게 원정대를 살펴보고 적절히 도우라고 명령했기에.
헤라클레스가 탄생했지만, 혹시 불미스러운 일로 대영웅이 되지 못하거나 헤라에게 죽을 것을 염려한 제우스의 조치였다.
최대한 많은 영웅들을 육성해야 신들이 기가스와의 전쟁에 데려갈 대영웅이 나올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
갓 태어난 헤라클레스만 믿고 있기에는… 신들의 왕으로서 최악의 경우도 고려할 필요성이 있다.
제우스와 대화한 기억을 더듬던 아폴론이 구름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누군가 슬며시 그의 옆에 앉았다.
바로 그의 여동생이자 달의 여신인 아르테미스였다.
“동생아. 이곳에는 무슨 일이냐.”
“오라버니. 지금 저렇게 영웅들이 밀리는데 도와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도 저 정도 과업은 통과해야 대영웅이 되지 않겠니? 아버지가 그렇게 아끼시는 헤라클레스라는 갓난아기만 믿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하계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여신.
그녀의 눈에서 애정과 걱정, 슬픔과 초초함이 깃드는 것을 눈치챈 아폴론이 한숨을 쉬었다.
그의 여동생, 아르테미스는 순결을 맹세한 처녀신.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녀가 한 인간과 친하게 지내는 모습이 아폴론에게 보였다.
“저기 오르토스와 용맹하게 맞서는 영웅 정도는 살려줘도 괜찮지 않을까요?”
“…글쎄.”
처녀신인 아르테미스가 가족을 제외하면 유일하게 가까이하는 인간 남성.
아니, 따지자면 반신이겠지. 저 거인 사냥꾼의 아버지는 포세이돈이니까.
사냥과 궁술의 여신이기도 한 아르테미스와 그리스 최고의 사냥꾼이 가까워지는 것은 필연일지도 몰랐다.
그러나 감히 인간 주제에 스틱스 강에 맹세한 처녀신을 넘보려 해? 나 아폴론이 두 눈을 뻔히 뜨고 있는데 감히 주제도 모르고…
“…별로 마음에 들지는 않는군.”
“응? 뭐라고요, 오라버니?”
“아무것도 아니다. 네 의견이 그렇다면 까마귀를 보내 인간들을 조금 도와주도록 하지.”
자식을 끔찍하게 아끼는 포세이돈 큰아버지의 아들이니 그가 직접 신벌을 내려 죽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괴물과 싸우다가 발생한 ‘불의의 사고’라면 어떨까?
* * *
마케도니아 왕국 근처는유혈이 낭자하는전쟁터가 된 지 오래.
그리스 전역에서 모인 영웅들과 신화적인괴물들이 벌이는 전투의 승기는점차 괴물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수많은 괴물들이 먼저 인간들을 습격했으나, 그들 역시 실력에 자신이 있는 영웅들.
테베를 통해 저승에서 온갖 훈련을 받은 자들과 이승의 괴물들을 잡으며 실력을 키운 이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다만…
“젠장! 저놈의 날아다니는 칼 좀 어떻게… 컥!”
“후욱… 바람의 신의 핏줄을 이은 이는 더 없나?”
쉬이익-
영웅들의 무기를 튕겨낼 정도로 단단한 비늘, 날카로운 독니, 몸 자체가 위협이 되는 거구를 가졌으면서도…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황금 검을 조종하는 크리사오르가 문제였다.
“끄.. 어억!”
또다시 터져나오는 비명소리와 함께 남풍의 신, 노토스의 아들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영웅이 황금 검에 배를 꿰뚫렸다.
오리온이 오르토스를 상대하는 동안 저 끔찍한 괴물은 누가 막아야 하는가?
어째서인지 거대 뱀을 상대하는 것에 익숙해 보이던 테베 출신들이 놈의 신경을 분산시키지 않았더라면, 여기서 전부 죽었을지도…
계속된 전투에도 멀쩡해보이는 크리사오르와, 점차 사기가 꺽이는 원정대원들.
그런 그들의 머리 위로 무언가가 날아왔다.
까아악- 깍-
“이게… 무슨 소리.”
“이 그림자는 하늘에서… 하피?!”
괴물과 전투 중에도 어쩐지 힘이 담긴 새의 울음소리에 하늘을 슬쩍 올려다본 인간들은 안도했다.
독특한 울음소리, 검고 큰 몸체, 모두의 몸을 울리는 신성한 기운까지.
“아폴론 신이 기른다는 신수, 까마귀다!”
“테살리아의 왕녀, 코르니스의 소식을 전한 죄로 타버린 그 까마귀?”
“태양신께서 이곳을 지켜보신다! 찬란한 포이보스 아폴론이시여!”
테살리아의 왕녀, 코로니스와 한때 연인관계였던 아폴론.
그는 코로니스에게 소식을 전하는 전령으로 자신의 하얀 까마귀를 내려주었다.
그러나 코로니스는 인간인 이스퀴스와 바람이 났고, 까마귀는 그 즉시 아폴론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었다.
분노한 아폴론은 활로 코로니스를 쏴 죽였지만 그 즉시 후회하고 까마귀를 노려보았는데…
태양의 힘이 담긴 시선을 마주한 흰 까마귀는 털이 모조리 새까맣게 타 버렸다.
그렇게 검은 까마귀가 된 아폴론의 신수(神獸)가 이곳에 나타난 것.
태양신의 신수는 전장의 하늘을 잠시 누비더니, 곧장 크리사오르에게 달려들었다.
하늘에 있을 때는 하나의 점과 같이 보이던 그 까마귀는 지상으로 내려올수록 점점 더 커지더니…
이윽고, 몇 사람을 합쳐놓은 것처럼 거대해진 신수가 크리사오르의 등을 발톱으로 할퀴고 지나쳤다.
쉬- 이익!
등에서 피분수를 뿜으며 괴로워하는뱀 괴물.
그 모습을 본 영웅들이 전의를 다지고 다시 크리사오르에게 달려들었다.
날아다니는 황금 검도 하늘의 까마귀를 견제하고 있었고… 오르토스는 원정대장 오리온이 잘 막아주고 있었다.
반신의 격을 갖춘 둘이 전장에서 배제된다면 승산은 우리에게 있다!
나머지 괴물들은 저승에서 훈련한 스핑크스나 피톤, 대영웅들에 비하면 잔챙이들.
“됐어, 이길 수 있다! 우리는 테베의 훈련소도 헤쳐 나왔잖은가! 이놈들은 거기에 비하면…”
“아레스 신이시여! 제 검에 힘을 실어주소서!”
“빨리 전부 쳐죽이고 오리온을 돕자고…!”
다른 변수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원정은 영웅들의 승리로 끝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