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06)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06화(106/140)
에로스의 결혼식 – 후일담 (1)
올림포스에서 데메테르가 보낸 서신이 저승으로 도착했다.
서신의 내용은…
에로스와 프시케의 일이 잘 끝나 그들을 결혼시키자는 안건이 통과되었다는 사실,
제우스의 주도 하에, 프시케를 마음과 영혼의 여신으로 만들어 에로스와 행복을 누리도록 만들기로 했다는 것.
거기에 그들의 결혼식을 올림포스에서 한다는 것과 나를 초대한다는 내용에…
하데스. 올림포스로 올라오는 김에 내 딸, 페르세포네도 데려와다오. 그리고 너희 관계는 얼마나 진전…
음. 대충 무슨 말인지 알겠네.
올림포스로 올라오는 김에 페르세포네도 좀 데리고 와달라?
“페르세포네.”
“하데스 님? 부르셨나요?”
“네 어머니가 널 보고 싶어하는데 나와 함께 에로스의 결혼식에 참석하자.”
“드디어 제 차례인가요? 결혼식 하객을 가장한 하데스 님과의…”
눈을 반짝이며 말하는 페르세포네에게서 고개를 돌리고 서신을 다시 한번 읽었다.
에로스의 아내인 프시케를 여신으로 만들어 결혼시키는 것은 에로스에 대한 견제와 족쇄겠지.
내가 단단히 혼냈지만 또 언제 금화살과 납화살을 쏘고 다닐지 모르니까.
가정이 생기고 성숙해지면 덜하리라는 판단도 있을 것이다.
화살에 의한 불륜 피해자가 많으니 헤라도 가정을 수호하는 여신으로서 찬성했겠고…
다른 신들도 에로스에게 가정이라는 제약을 걸기 위해서 반대하지 않았겠네.
…그래도 결혼 당사자들이 행복하니 문제는 없나.
* * *
페르세포네와 함께 방문한 올림포스는 곧 결혼식이 열린다는 것을 증명하듯 활기찬 분위기를 띠었다.
저쪽에 아름답게 치장한 프시케와 함께 팔짱을 끼고 웃는 에로스가 보인다.
확실히 여신들과 비견되는 뛰어난 미모. 에로스가 첫눈에 반할 만도 하군.
아프로디테가 고혹적인 느낌이라면 프시케는 자각 없이 이성을 매혹하는 순수함이 섞였달까.
“앗! 하데스 님!”
“아… 저분께서…”
에로스가 나를 발견하고 프시케와 함께 이쪽으로 다가왔다. 결혼식의 주인공들이 이쪽으로 다가오자 시선이 좀 몰리네.
헌데… 옆의 프시케에게서 드는 느낌은 테베의 신도들을 바라볼 때와 비슷하다.
“에로스. 결혼 축하한다. 프시케 너도.”
“감사합니다. 이게 전부 하데스 님 덕분입니다. 제게 큰 깨달음을 주신 덕분에…”
“내게 이러지 말고, 널 사랑해주는 옆의 신부에게 잘해라. 다른 놈들처럼 한눈팔거나 그러지 말고.”
“그야 당연하지요. 제 마음속에는 오직 프시케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도 둘이 꼭 달라붙어 있는 걸로 보아서는 잘 하겠지?
에로스와의 이야기가 끝나자 옆의 프시케가 나를 마주하더니 공손히 허리를 굽힌다.
잠깐, 너는 이제 여신이니까 그러지 않아도 된다만. 정말 내 신도였나?
“저승의 주인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찮은 인간의 탄원을 받아주시고,제 남편인 에로스를 만나게 해주신 것에 대해… ”
“내게 감사할 일이 아니다. 에로스와의 사랑을 쟁취한 건 100일간의 호기심을 견딘 네 인내심 덕분이지.”
내가 프시케의 부모님에게 내려준 신탁 덕분이려나.
그래도 필멸자가 아닌 여신에게 신앙을 받는 것은 조금 꺼려지는데.
“호기심은 그 판도라도 참지 못한 것, 감정을 억누르는 일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최초의 인간 여성도 극복하지 못한 걸 이겨냈으니 그에 따른 보상은 당연하지. 물론 너희가 서로 사랑한다는 전제가 있었겠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저희 부모님께서도 플루토 님의 신전을 새로 지으시고 왕국의 모든 이들이 저승에 기도를 올리도록…”
“아니, 그런 건 됐고 둘이 행복하게 살아가기나 해라.”
“후훗. 알겠습니다. 자비의 신이시여.”
부드럽게 웃는 프시케의 말을 자르고 적당히 덕담을 남겼다.
결혼식 선물로는 지하 깊은 곳의 광물로 만든 목걸이면 적당하겠네, 내 축복이 담겼으니 제법 쓸만할 거다.
내가 건넨 목걸이를 바라보고 기뻐하는 프시케.
“사실은 처음에 제 구혼자가 에로스 신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당황했습니다.”
“…?”
“동성끼리 서로 좋아하게 만드는 신이라니, 처음에는 무척…”
테베에서부터 퍼져나온… ‘동성애는 에로스의 장난이다.’ 라는 소문을 프시케도 들었나?
그런데 이건 소문이 아니라 진실인 것 같기도.
“아, 아니 프시케… 그건 오해고, 이제는 그러지 않는…”
“흐응. 정말이죠?”
당황하며 변명하는 에로스와 남편을 놀리는 프시케.
꿀이 떨어지는 듯한 그들의 대화를 흐뭇하게 바라보는데, 뒤에서 날 부르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데스 큰아버지. 역시 와주셨군요.”
“헤파이스토스. 아글라이아도 있구나.”
아프로디테와 이혼하고 광휘의 여신과 결혼한 헤파이스토스가 그곳에 있었다.
옆에는 대장장이 신이 만든 보석으로 몸을 치장한 아글라이아도 있네.
그들이 내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헤파이스토스. 결혼 생활은 마음에 드느냐?”
“흐흠. 물론입니다. 큰아버지. 아글라이아가 얼마 전에 제 아이를 가졌거든요.”
“오… 축하한다.”
부끄러운 얼굴의 아글라이아가 조금 튀어나온 배를 쓰다듬는다. 이쪽도 부부간에 금실이 좋은 모양.
아프로디테와 헤파이스토스를 이혼시키기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과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있자 결혼의 신, 휘메나이오스(Hymenaios)가 살짝 목청을 올려 말한다.
“이제 곧 결혼식을 시작하겠습니다!”
에로스와 프시케의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그들의 결혼식은 제법 길게 이어졌다.
가정의 여신 헤라,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결혼의 신, 휘메나이오스가 나서서 축복을 선사했고…
“흥. 나는 아직 완전히 널 인정한 게 아니다. 몸가짐에 각별히 신경써야 할거다.”
“…예, 아프로디테 님.”
“어머니, 좋은 날에 왜 이러십니까…”
“쯧. 아무튼 네 행실을 잘 지켜보겠다.”
“네에…”
당연히 아프로디테는 못마땅한 기색이지만 어쩔 수 없이 인정한다는 태도를 보였다.
프시케는 시집살이를 조금 하지 않을까?
그래도 대부분의 신들이 축복하는 결혼식이니… 어? 잠시만.
이번 결혼식은 조금 특이하게도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자가 아폴론이 아니라…
무사이 여신 중 하나, 테르프시코레였다.
아폴론은 어디로 간 거지. 혹시 저번에 제우스에게 처벌을 부탁한다고 했던 것도…
포세이돈도 보이지 않네. 음.
나는 곧장 한쪽에서 시녀와 함께 웃고 떠들던 제우스를 찾아갔다.
“아, 하데스 형님 오셨나.”
“제우스. 아폴론이 보이지 않는데, 어찌 된 영문이지? 또 인간 세상으로 종살이를 보낸건가.”
“못난 내 아들놈? 원래는 오리온을 죽인 죄로 그려려고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어.”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말하는 신들의 왕.
역시 내 형제도 오토스 산 원정대를 지켜보고 있었구나.
“아폴론은 포세이돈에게 얻어맞고 바다로 끌려갔어.”
“…역시 그랬나.”
그러면 그렇지, 포세이돈이 가만히 있을리가.
* * *
아레스의 딸이 포세이돈의 아들에게 겁탈당할 위험에 처했던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명분도 포세이돈에게 있었다.
심지어 티폰의 자식을 죽인 대영웅을 함부로 죽였으니 제우스도 포세이돈의 분노를 묵인했다.
그리하여 내가 올림포스에 아폴론을 돌려보낸 직후…
“아폴론! 네놈이 태양신이라고 인간들이 떠받들어주니 정신이 나가버렸느냐!!!”
“큰아버지, 그게…”
“듣기 싫다! 제우스, 이 놈은 내가 좀 데려가도 좋겠지!”
“…흠. 너무 과하게만 하지 마라. 포세이돈.”
그렇게 포세이돈에게 얻어맞고 멱살이 잡힌 채 바다에 끌려갔다고…
아마 심해 깊은 곳에서 빛을 발하는 벌을 받지 않을까… 라는 것이 제우스의 설명이였다.
그러니까 아폴론은 바다로 끌려가서 아직까지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는 건가.
“…이성의 신이라고 해도 자기 여동생과 관련되면 그 총기가 사라지는 모양이야, 후우… 역시 자식 문제가 제일 쉽지 않군.”
“자업자득이지.”
“오리온 정도의 영웅을 순간의 감정에 휩싸여 죽여버리다니… 원.”
하기야, 저번에 포세이돈이 가이아의 회유에도 넘어가지 않았다는 사실은 제우스도 알고 있을 터.
포세이돈이 납득할 만한 처벌을 내려야만 했겠지.
“그것 말고도 더 있겠지? 자기 아들을 죽였으니 그 정도로 화가 풀리지는 않겠고…”
“맞아. 그래서 아르테미스도 달래줄 겸, 포세이돈에게 제안한 것이 있어.”
제우스가 하늘, 정확히는 태양을 바라보았다. 나 역시 그를 따라 위를 올려다보았고, 이상한 광경을 목격했다.
헬리오스의 태양 마차가 하늘을 열심히 달리고 있었는데… 어라?
갑자기 셀레네의 달 마차가 태양 마차의 아래쪽에 나타나 태양빛을 막았다.
스아아-
태양이 검게 물들었다. 정확히는 달에게 가려졌다.
나는 급히 일어나 구름 아래의 하계를 바라보았다. 인간들의 혼란이 우려되었기에.
역시나 지상은 아수라장, 내게 기도를 올리는 필멸자도 있었다.
“태… 태양이 어둡게 변했다!”
“아폴론 신께 무슨 일이 생기신 건가? 제우스시여!”
“이게… 이게 대체 무슨 변고란 말이오!!! 태양이 사라지다니!”
“태양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어둠에 먹힌 것이 아닌가?!”
“지금은 밤이 아닌데, 어느 신께서 노하신 걸까요. 어서 제물을 바쳐서…”
지상의 인간들은 하늘을 바라보며 탄식했다. 제우스가 내리는 벌이라며 신전으로 달려가는 자도 많았고…
무릎을 꿇고 참회하는 이, 두려움에 떨며 집 안으로 도망치는 이도 많았다.
“저건 대영웅을 사적인 감정으로 죽인 아폴론에게 내가 내리는 벌이야. 아르테미스를 위로하기도 할 겸…주기적으로 달로 태양을 가리기로 했지.”
“달 마차를 태양 마차 바로 아래쪽에서 달리도록 하는 건가.”
“헬리오스와 셀레네에게는 미리 양해를 구했어. 어두워진 태양을 볼 때마다 다른 신들도 교훈을 얻을거야.”
인간을 죽였다고 이런 굴욕을 주는 것이 맞느냐고 하겠지만…
헤라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적자, 아레스와 달리 아폴론은 서자기에 제우스가 덜 아끼는 면이 있었다.
인간 영웅을 사적인 감정으로 함부로 건들지 말라는 본보기이기도 하니까.
이 정도 벌이면 포세이돈도 화를 가라앉히겠네.
“잠깐, 달에 의해 태양이 가려진다라.”
“…?”
이건 분명… 전생에서 일식이라고 불리던 현상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