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10)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10화(110/140)
테베의 헤라클레스 – (1)
예언의 영웅, 헤라클레스가 어떻게 태어났는지 알고 있는가?
오랜 시간이 지나도 기다리던 대영웅이 나오지 않자, 초초해진 제우스는 한가지 방법을 생각해낸다.
‘페르세우스나 카드모스의 경우와는 달리, 유년기부터 작정하고 대영웅을 육성하면 어떨까?’
영웅이 될 자의 여정을 지켜보는 것이 아닌, 신들의 힘과 축복을 잔뜩 받는다면…
신격의 피가 섞인 영웅은 다른 필멸자와는 태생부터가 다른, 월등하게 강한 힘을 지닌다.
그러므로 부모 중 한쪽이 신인 영웅, 즉 반신을 육성해야 한다.
높은 신격에게서 태어난 반신일수록 힘이 강해진다.
그렇기에 제우스 자신에게서 태어난 반신이 제일 강할 터.
대지모신 가이아는 영웅이 기가스와 관련되있다는 사실을 짐작했을 것이다.
대지의 눈을 피할 수 있는 신들의 영역에서 영웅을 길러야 한다.
제우스 그 자신의 성소가 있는 올림피아나 아폴론의 영역인 델포이, 아테나의 도시인 아테네와 같은.
반신이 태어나자마자 죽으면 안된다. 어느 정도 재력이 있는 자의 자식으로 태어나야 한다.
영웅들을 육성하는 테베와 멀리 떨어져서도 안된다. 테베로 오기 전에 반신이 죽을 수 있으니.
‘저 여인이 적당하겠군. 하데스 형님을 모시는 테베의 왕비라…’
이런 연유에 제우스 자신의 개인적인 취향이 살짝 섞인 후보가 있었으니.
바로 테베의 왕, 암피트리온(Amphitryon)의 아내인 알크메네(Alcmene)였다.
“어라? 오늘은 일찍 돌아오셨네요. 여보?”
“크흠. 그렇게 되었소.”
그래서 테베의 왕인 암피트리온으로 변장한 제우스는 그의 아내를 찾아가 관계를 맺었다.
물론 알크메네는 이 사실에 대해 모르고 있다가 나중에 알게 되었고…
“아니, 어느 신께서 당신에게 내려온 것이지. 테베의 주신이신 플루토께서 그러실 리는 없겠고…”
“흐윽.. 제우스 님이 틀림없어요.”
“…신의 뜻이니 어쩔 수가 없구려. 우리에게 아이를 키우라고 하신 건가.”
그렇게 해서 그들이 낳은 아이인 헤라클레스는 제우스에게 안겨 헤라의 젖을 빨았고,
분노한 신들의 여왕을 피해 저승을 비롯한 이곳저곳을 잠시 떠돌아다녔다.
“…아이가 자주 사라졌다가 돌아오네요. 이번에는 무려 한 달 동안이나 사라져서…”
“설마 신들께서 이 아이를 필요로 하시는가?”
“어젯밤 꿈에는 어떤 여신께서 나타나 아이의 이름은 헤라클레스라고 말씀하셨어요.”
다행히도 헤라클레스는 무사히 자라났고… 암피트리온은 여러 명사들을 초빙해 그를 가르치게 했다.
활 쏘는 법, 승마, 칼과 창을 다루는 법, 리라 다루는 법을 비롯한 여러 교양까지 전부.
다만 한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폐하, 저는 도저히 저 아이를 가르칠 수 없습니다.”
“아니… 미케네에서 수학했던 자네도 불가능하다는 말이오?”
“한 달만에 제 모든 것을 다 배웠으니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저 나이대에 돌맹이를 맨손으로 부수는 것이 말이 되나?”
“여태까지 상처를 입은 적이 단 한번도 없다면서?”
“저번에 검술 훈련 때, 몸에 부딪힌 목검이 오히려 박살나는 것도 보았지…”
바로 헤라클레스가 너무나도 뛰어났다는 것.
제우스의 핏줄, 헤라의 젖, 스틱스 강의 힘을 받은 헤라클레스는 다른 범인들과는 차원을 달리했다.
헤라클레스가 맨손으로 강철 검을 부숴버리는 것을 본 암피트리온은 더 이상 그들이 아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제우스 님의 아이여서 그런지. 평범한 인간들의 교육으로는 안 되겠소.”
“시녀들이 뒤에서 괴물이라고 수근거리는 것을 헤라클레스도 들었을까요?”
“신전으로 아이를 데려갑시다. 어린 나이부터 신전에서 훈련을 받는 이들도 많다고 들었으니…”
그리하여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던 암피트리온 부부는 플루토의 신전에 아이를 데려가기로 했다.
영웅이 될 지망생들을 선별해 훈련시킨다는 플루토의 신전에 헤라클레스를 맡긴다면, 분명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 * *
화아악-
“헤라클레스가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모든 신상에서 빛이…”
“신들께서 저리 환영하시다니, 대영웅의 자질을 가진 것이 틀림없군.”
플루토의 신전 안으로 들어간 헤라클레스는 일사천리로 저승에 넘어왔다.
이승과는 다른 공기, 이상해진 하늘과 주변의 풍경, 몸에 와닿는 싸늘한 기운…
후웅-
“이봐! 조심해!”
헤라클레스는 어디선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을 보았다.
가슴팍으로 빠르게 날아오는 화살촉, 그러나 그는 어떠한 위기감도 없이 그것을 보고만 있었다.
팍- 티잉-
화살은 그의 피부를 뚫지 못하고 튕겨져 날아갔다. 스틱스 강으로 강화된 그의 몸은 어지간한 인간의 몸으로 상처를 줄 수가 없었기에.
헤라클레스의 고개가 목소리가 들린 곳으로 향하자… 그곳에는 숨을 헐떡대며 달려온 금발의 청소년이 있었다.
대충 그와 비슷한 나이일까. 1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이였다.
…헤라클레스의 괴력과 강철의 피부를 목도한 다른 사람들처럼.
“헉… 헉… 아니 미친… 화살이 튕겨져? 무슨 신의 가호인가?”
“화살, 네가 쏜 거냐?”
“아아, 그랬지! 그건 미안하게 됐다. 활쏘기 연습을 하다가 잘못 쏴 버렸거든.”
“활쏘기 연습?”
“응. 여기는 영웅들의 훈련장이잖아? 그런데 케이론 선생님은 왜 오시지 않지. 슬슬 오실 때가 되었는데… 일단 나를 따라와.”
당황한 표정도 잠시,금발의 남성은 익숙한 듯 그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헤라클레스는 웃었다. 화살을 맞고도 멀쩡한 자신을 보았는데 필요 이상으로 겁을 먹지 않는 그가 마음에 들어서.
“상처를 입지 않는 몸을 가진 사람이 여기에는 많이 있어?”
“그건 아니지만… 화살을 칼로 튕겨내거나, 상처를 재생하는 영웅이나, 날아오는 화살을 쏘아 맞추는 궁수도 있고…”
“케이론 선생님이라면 혹시 그 현자 케이론?”
“어. 그거 맞아. 역사책에서 봤던 대로 진짜 현자 케이론이지! 하반신이 말이라니까?”
켄타우로스 케이론을 만나러 가는 길. 헤라클레스는 많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일단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이 남성의 이름이 이아손이고, 이올코스의 왕족이였다는 것.
그리고 저승의 훈련장에 대한 사실과 그들의 평소 훈련 강도 등…
“…어제는 거대한 괴물 하나…”
“이아손, 그 옆에 있는 사람은 새로 들어온 영웅인가?”
“아, 케이론 선생님!”
곧 상반신이 인간, 하반신이 말의 형태를 띤 켄타우로스가 나타났다.
“내가 케이론이다. 네 이름이 뭐니, 아이야?”
“…헤라클레스.”
“쓰읍. 연장자에게 말이 짧구나. 헤라클레스.”
입은 웃고 있지만 어쩐지 이마에 힘줄이 돋아난 켄타우로스가 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과연 이 켄타우로스가 여태까지 그를 거쳐간 수많은 선생들과 다른 점이 있을까?
* * *
이곳은 저승, 하데스의 옥좌.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헤라클레스가 저승에 당도한 뒤부터 나는 케이론에게 헤라클레스에 대한 보고를 정기적으로 받고 있었다.
처음에는 왜 그에게 특별대우를 하는지 궁금했던 케이론이였지만,
헤라클레스가 헤라의 젖을 빨고 스틱스 강에 몸을 담갔다는 이야기를 듣자 수긍했다.
여태까지 그가 보내온 영웅의 동향을 살펴보면…
– 헤라클레스가 영웅, 벨레로폰과 10여 합을 겨루고 패배했습니다. 이것마저도 몸에 무기가 닿으면 패배한다는 조건 하에서 이루어진 대련이니 실전으로 나선다면 더욱 대단할 것이…
– 그의 신체가 단련되는 느낌이 오지 않는다길래 어지간한 집보다 커다란 바위를 들어올리며 수련하도록 시켰습니다. 조금 무거울 수도 있겠…
– 이제는 제 제자들 중 그와의 대련에서 잠시라도 버틸 수 있는 이가 테세우스와 아탈란테, 그리고…
– 하데스 님, 헤라클레스가 대영웅 카드모스를 제외한 모든 영웅들과의 1대1 대련에서 승리했습니다. 헤라클레스는 분명 제가 가르친 제자 중에서 제일 뛰어난 영웅이 될 것이 틀림없습니다!
헤라클레스가 대영웅 카드모스를 제외한 다른 모든 영웅들과의 대련에서 승리했다는 보고가 마지막이였다.
역시 예언의 영웅이네. 벨레로폰이나 페르세우스도 그새 뛰어넘었다는 말이지?
카드모스에게는 아직 이기지 못했으니… 하급 신 정도의 무력은 되려나?
조카를 스틱스 강에 빠뜨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
음. 스틱스 강 생각을 했더니 스틱스 여신님이 들어오시는군.
손에 들린 건 헤르메스의 인장이 찍힌 양피지. 조카가 올림포스의 소식을 보내준 것인가.
“하데스. 에로스와 프시케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다네요.”
“신이 늘어났다니, 축하할 일입니다. 올림포스에서 전해온 다른 소식이 더 있습니까?”
“저번에 포세이돈에게 끌려가 벌을 받은 아폴론이 풀려나 복귀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더 없네요. 기껏해야 기가스들이 움직이지 않다는 이야기와 가이아가 무슨 계략을 꾸미는지 힘을 절약하는 듯 보인다는 소식이에요. 아, 그리고 디케의 요즘 행동이 너무 과하다고…”
아폴론의 복귀와 가이아의 계략을 조심하라는 것이 끝인가.
디케의 행동? 보나마나 정의를 관철하기 위해 올림포스 신들에게 훈계를 늘어놓고 있겠지.
과하기는 무슨, 제우스가 직접 와서 말해도 나는 디케를 자중시킬 생각이 없다.
“그런데 그… 제 강에 몸을 담근 제우스의 아들을 육성하는 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헤라클레스 말입니까? 그러고 보니…”
슬슬 헤라클레스에 대한 새로운 보고가 들어올 때가 되었는데…
그 생각을 하던 순간, 문을 열고 들어온 전령이 내게 양피지를 바쳤다.
“하데스 님, 영웅 훈련소의 케이론 님에게서 정기 보고입니다.”
“음.”
양피지 두루마기를 펼쳐 읽어보니 웬 이상한 내용이 적혀져 있었다.
“하데스 님. 제 무능을 드러내는 듯하여 착잡한 심경입니다만. 제대로 말씀드려야 할 사안이 있어서 보고드립니다.”
무능? 수많은 영웅을 길러낸 최고의 교육자가 무능하다고?
대체 무슨 사안이길래 그런 것이냐.
“헤라클레스가 의욕을 완전히 잃어버렸습니다. 무슨 수를 써도 그의 마음을 돌릴 수 없으니, 부디 도움을 주신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