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18)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18화(118/140)
천공의 신 우라노스
독수리자리는 저 하늘 너머, 밤하늘의 별자리.
그러므로 태양과 달 마차가 달리는 곳보다 아득히 높은 곳에 있다.
내가 티탄들과 싸울 원동력이 된 검은 장막의 밤하늘.
그곳에 우라노스가 은거해 있다…
“알겠습니다. 부디 성공하시기를. 올림포스를 위하여.”
“…혹시 천공의 힘이 나를 공격하더라도 돕지 않아도 된다고 전해라.”
만약 그분이 내게 우호적이지 않다면, 제우스의 도움이 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겠지.
여차하면 조금 얻어맞는 것까지는 각오해야겠어.
설득의 여신이 돌아간 다음, 자리에서 일어나 퀴네에를 챙기려다가 멈칫했다.
원래는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려 했으나… 퀴네에가 우라노스 님에게도 통할까?
티타노마키아 당시, 크로노스는 퀴네에를 통한 은신은 눈치채지 못했다.
하지만 닉스 님이나 가이아에게는 당연히 통하지 않겠고, 지금은 약화되었다지만… 우라노스 님에게도 아마…
터억.
집어들던 퀴네에를 내려놓았다. 허리춤의 스틱스 검도 그 옆에 놓았다.
만약의 경우가 생긴다면 바이던트를 소환하면 되니, 다른 무기는 내려놓고 가야겠군.
밤하늘 너머 저 아득한 곳으로 올라가야 하니,
엘리시움에 있는 페가수스를 타고 올라가야겠어.
ㅡ푸르르륵!
저승의 입구를 나와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를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
목표는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독수리자리.
쐐애애액-
페가수스를 탄 내 아래에는 새하얀 구름이 점점 멀어져 가고 있었다.
지상의 풍경이 작게 보이고 저 멀리에서는 올림포스 신궁이 눈에 띤다.
음. 이쪽을 바라보던 제우스와 눈을 마주쳤다.
나름 걱정이 되어서 보고 있었던 걸까.
우라노스를 설득하는 일에 제우스가 직접 가고 싶었어도 신들의 왕이라는 위치 때문에 경거망동 할 수는 없었겠지.
그 옆에는 헤라가 팔짱을 끼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네.
쐐애액-
이제 별자리에 거의 도달했기에 올림포스를 바라보던 시선을 돌렸다.
저 너머에는 내게 요청해 하늘에 박아넣은 오리온자리가 있고, 포세이돈이 암피트리테에게 구혼할 때 도움을 준 돌고래도 있고…
페르세우스가 구한 인간 공주 안드로메다와 큰곰,작은곰 자리…
후우. 이곳까지 올라오니 제우스의 힘이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 느껴진다.
현재 대지의 여신은 데메테르지만, 대지모신인 가이아가 땅에 대한 우선권을 가지는 것과 마찬가지.
그리고 나를 주시하는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10대로 보이는 백발의 소녀, 검은 천공에 쭈그려 앉아 이쪽을 내려다보는 신격.
외견은 평범하게 갓 태어난 여신같지만…
“크로노스의 자식이냐?”
그 무표정한 푸른 눈동자를 마주보는 순간,저 아득한 하늘 너머로 던져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티타노마키아에 싸웠던 크로노스와 비교했을 때, 아득한 격차가 느껴진다.닉스 님보다 약간 아래… 인가?
눈대중으로는 가늠하기가 힘들다. 역시 프로토게노이.
“예. 저는 하데스라고 합니다. 천공의 지배자시여.”
천공의 신, 우라노스가 내 앞에 있었다.
* * *
그렇게 첫 단추를 잘 꿰었다고 생각했지만,
그 다음으로 우라노스의 입에서 나온 말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그래. 그럴 것 같구나. 그런데 그놈의 자식이라 생각하니 갑자기 꼴 보기가 싫군.”
“…!”
후우우웅-
그의 손짓에 따라 갑작스럽게 몰려오는 신력의 폭풍.
별과 별 사이에서 흐르는 거대한 바람이 몰려온다. 이걸 바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라노스는 천공의 신임과 동시에 전 우주의 질서와 조화를 상징하는 자.
세상의 순환에 큰 영향을 미친 프로토게노이의 힘은 정말 막강했다.
발을 디디고 있는 천공이라는 공간이 날 적대하는 느낌.
이대로.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다.
분명 이것은 우라노스의 시험. 여기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지는 않겠다.
나는 저승의 주인이며 부와 공정을 다스리는 3주신.
이제는 익숙해진 창, 바이던트를 오른손에 불러들이고 굳게 쥐었다.
온 세상을 뒤덮는 검은 물질이 휘몰아치는 파도가 되어 가까이 다가올 때, 전심전력을 다해 앞으로 창을 내질렀다.
■■■■■ㅡ!!!
형용할 수 없는 충격파가 눈앞에서 터져나간다.
바이던트를 들고 있는 손의 떨림, 저승의 신력으로 보호받고 있음에도 두려움에 떨고 있는 신수의 울부짖음.
몰려오는 폭풍. 아니 힘의 덩어리를 상쇄시키고 흩어버리자 반짝이는 빛의 파편이 눈을 어지럽힌다.
방금의 격돌이 지상에서 일어났다면, 끔찍한 재앙이 필멸자들을 덮쳤으리라.
후우우우ㅡ
바이던트를 거둬들이고 슬쩍 밑으로 내렸다.
역시 다른 신을 보내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을 하며숨을 몰아쉬는 나에게 내리꽂히는 시선.
더 이상 공격하지 않은 채, 나를 빤히 내려다보는천공의 지배자.
그, 아니 그녀의 눈동자에 미약한 호기심이 깃들었다.
“제법 힘을 썼는데, 타고 있는 그 짐승도 보호하다니.”
역시 시험이 맞았군.
“하늘 앞에 오롯이 설 자격은 있구나. 내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찾아왔겠지?”
여파에 기절한 페가수스를 바람을 통해 지상으로 보내고, 천천히 품에서 깃털을 꺼냈다.
닉스 님께서 내게 주신 검은 깃털이 잘 보이도록 내밀며 입을 열었다.
“저희는 지금 당신의 자식을 시켜 반란했던 가이아와 적대중입니다. 이에 닉스 님의 도움을 청했고, 그분께서는 당신의 증표를 받아온다면 기꺼이 저희를 도와주신다고 하셨습니다!”
“닉스의 깃털?”
공간이 절로 움직여 손에 들린 깃털을 우라노스에게 가져간다.
자신의 앞으로 날아온 그것을 잠시 살펴보던 프로토게노이가 다시금 입을 열었다.
“닉스의 깃털이 맞군. 용케 그녀를 밖으로 끌어냈어.”
“저희를 가엽게 봐주신 덕분입니다.”
“크로노스, 그 패륜아 놈을 쫒아낸 것은 잘했다. 자기 아비를 이따위 꼴로 만들어버린 놈에게는 타르타로스가 제격이지.”
아주 오래전, 천공의 신 우라노스는 자신의 자식 크로노스에 의해 불의의 기습을 당했다.
그로 인해 남성성을 잃어버리고 도망치며 남긴 예언이… [너 역시 네 자식들에게 쫒겨나게 될 것이다.]였고, 그 말은 그대로 적중했다.
하지만 이미 잘려나간 그의 남성기는 다시 회복되지 않았고,
불멸자인 신이 신체부위가 결손된 채로 회복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정체성의 변질로 이어졌다.
남성성이 사라지고, 신왕의 자리에서 물러나며, 세대교체의 영향까지 받은 우라노스는…
“이 모습이 되었을 때는 타오르는 복수심이 나를 휘감았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복수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 여신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 * *
한때 세계를 손에 넣었던 자가 조금은 누그러진 어투와 표정으로 이쪽을 바라보았다.
다행히 우리에게 협력해 주시려는가?
“너희 같은 어린 것들에게 걸어봐야 하는 현실이 통탄스러우나. 가이아에게 굴욕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이것뿐이구나.”
투둑.
그녀가 자신의 머리카락의 일부를 떼어낸다.
아니, 저것은 더 이상 그녀의 신체가 아니였다. 하늘의 별자리와 같은 빛무리 그 자체.
하늘의 물질이 시각화되어 눈으로 보인다면 저런 느낌이겠지.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빛의 가닥. 이 은빛의 실이 내게 날아들었다.
양 손으로 살포시 받아 품 안에 넣었다.
더 이상 시험하지는 않는 것인가? 무언가 조금 싱겁게 끝난 느낌인데.
이런 나의 의문을 알아챈 듯, 우라노스가 피식 웃는다.
“닉스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가이아만 좋아하겠지, 내가 가이아를 도울 이유는 없다.”
“…감사합니다.”
“그럼 더 이상 나를 귀찮게 하지 말고 가보아라. 얼마 전부터 나를 찾아다니던 아이들의 발소리가 짜증나던 참이었으니.”
역시 우라노스를 수색하는 신들의 기척을 알아채고 있었구나.
그렇다면 모습을 일부러 드러내 준 것… 이라고 봐야 될까.
“감사합니다. 우라노스 님.”
* * *
저승으로 내려가기 전, 올림포스에 잠시 들러 우라노스의 증표를 받은 사실을 알렸다.
“그럼 이제 닉스 님의 조력을 받을 수 있는 건가요?”
“당연히 전면으로 나서서 우릴 도와주시지는 않겠지. 하지만 만약 기가스들을 쓸어버려도 가이아가 우릴 인정하지 않는다면…”
“과연, 그럴 경우를 대비한 거였군요.”
“맞다. 헤르메스. 기가스를 전부 죽여도 가이아가 우릴 적대한다면 어쩔 수 없이 닉스 님의 도움을 받아야지.”
고개를 끄덕이던 헤르메스의 옆으로 제우스가 다가와 내 어깨에 손을 올려놓는다.
그의 손에서 번개가 번쩍이다 사라지는 것으로 보아 우라노스와의 격돌 당시, 나를 도울지 말지 고민을 많이 한 모양.
“…올림포스가 형님에게 큰 빚을 졌군.”
빚은 무슨. 근데 일단 이 손은 치워라.
“하. 나도 올림포스 신인데 무슨 소릴 하는 거냐, 제우스.”
“음? 그렇지. 형님은 항상 저승에만 있으니까 그냥 해본 소리였어. 하하하!”
어느 정도 이야기가 진행되자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 소리가 속출한다.
프로토게노이와의 대화라 지켜보는 이들이 제법 많았구나. 저쪽에는 헤라도 있네.
나와 눈이 마주친 신들의 여왕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한다.
“이제 닉스 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기가스와의 결전에서 데려갈 영웅은 누가 되든지 상관없지 않을까요? 카드모스라던가…”
“으흠… 여보.”
“제우스, 시끄러워요. 하데스 당신도 제가 과업을 내려주는 것까지는 막지 않겠죠?”
이번에 닉스 님을 설득하니 영웅의 필요성이 희석된 감도 있긴 하다.
그래서 헤라클레스를 죽일 생각을 아직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
“…그래. 괴물을 죽인다느니 하는 과업이라면 뭐.”
신을 목표한 자에게 걸맞는 시련이 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