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20)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20화(120/140)
첫 번째 과업 – 네메아의 사자 무리 (1)
영웅이 헤라의 신전 앞에서 용서를 청한지
사흘째.
정확히 헤라클레스만을 노리는 비바람이 그를 사정없이 때렸다.
쏴아아아-
차가운 빗줄기가 그에게 내려왔고 바닥은 진흙탕으로 변했다.
물에 젖어 질퍽이는 땅바닥과 밀려드는 오한…
휘우웅-
거기에 헤라의 힘이 듬뿍 담긴 폭풍이 헤라클레스를 휘감고 신전에서 떨어뜨리려 했지만 그는 꿋꿋이 버텨냈다.
몰아치는 비바람 정도는 저승에서 단련한 그의 인내심과 강철같은 근육으로 버틸 수 있었다.
일주일.
이제 그는 헤라 여신을 모신 신전 근처의 유명인사가 되었다.
근육질의 거한이 여신에게 사죄하기 위해 비바람을 견디며 고행한다는 소문은 근처 도시에도 널리 퍼졌다.
“이보시오, 당신이 헤라클레스라는 자요? 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어이! 근처에는 비바람이 몰아친다고, 조심해!”
“헤라 여신께서도 무심하시지…”
도시의 사람들 사이에서 그에 대한 동정론이 일고, 응원을 하는 자도 생겨났다.
부디 저 영웅이 여신의 신벌을 견디고 죄악을 용서받길…
2주.
헤라클레스에 대한 동정론이 인간들에게서 일어나자, 그를 응원하는 사람들을 물리기 위해 헤라가 우박을 보냈다.
어지간한 돌보다 단단한 우박이 하늘에서 쉴새 없이 쏟아져 내렸다.
툭. 투투툭.
“어엇. 이봐 멀리 떨어지자고!”
“조심해! 저곳에만 우박이 떨어지잖아!”
“정말로 헤라 여신님의 벌인가 보네…”
하지만 스틱스 강의 힘으로 단련된 영웅의 피부는 전혀 상처입지 않았다.
헤라클레스는 여전히… 처음의 그 자세로 있었다.
사람들이 수근거리고, 이제는 그에게 말을 붙이는 이조차 사라졌다.
그가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퍼지고 반신이나 변장한 괴물이라는 가설도 돌았다.
3주가 지났다.
구름 위의 헤라는 초조해졌다.
가증스러운 제우스의 사생아가 신전에서 물러간다면, 그를 광기에 빠지게 할 계획이였기에.
그러나 저 인간은 계속해서 그녀에게 용서를 청하고 자비를 바라는 모습을 보였다.
저렇게 자신의 신전 가까이에서 죄를 청해서야, 저 사생아가 광기에 빠져 휘두르는 폭력에 자신의 사제들도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어떻게든 저놈을 멀리 떨어뜨려 놓는다면… 광기를 보낼 수 있겠지.
참다못한 헤라는 자신과 제우스의 딸인 여신, 헤베를 불렀다.
“헤베.”
“예. 어머니.”
“청춘의 여신인 네가 저 인간을 유혹해보거라. 내 신전에서만 떨어뜨리면 된다.”
그렇게 인간으로 변장한 헤베가 헤라클레스에게 다가갔다.
아무리 인간의 형상을 취하고 있었어도 그녀는 청춘의 여신, 그 아름다움은 모든 인간들의 넋을 빼놓았다.
“세상에…”
“어찌 저런 아름다움이 있는가. 그 예전 프시케 공주가 저런 미를 가졌을까.”
“가히 아프로디테의 현신이라기에 모자람이 없군.”
수많은 인간의 칭송과 찬사에도 여신은 발을 옮겨 헤라클레스에게 다가갔다.
헤라의 신벌을 받는 죄인에게 다가가는 그녀의 모습. 그것을 본 주변 사람들이 탄식한다.
“당신이 헤라클레스인가요?”
“……”
“헤라 여신님도 가혹하시지, 어째서 이런 시련을 안겨주시는 걸까요.”
“……”
“당신의 사연이 궁금하네요. 저와 함께 조용한 곳으로 가서 이야기를 나눠요. 헤라 여신께서도 잠깐 자리를 비운 정도로는 뭐라고 하지 않으실 거예요.”
애처롭게 꾸며낸 감정이 가득한 손길이 헤라클레스의 어깨에 닿았지만,
그는 전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전혀 관심 없다는 듯, 묵묵히 땅바닥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을 뿐.
한참 동안 그를 미혹하던 청춘의 여신은 이내 포기하고 떠나갔다.
여신의 신전 앞에 헤라클레스가 엎드린 지 4주째.
분노한 헤라는 전령신 헤르메스의 아들인 자연의 신, 판을 불렀다.
폭풍도, 우박도, 비바람이나 여신의 유혹도 통하지 않는다면…!
“판. 저 사생아에게 자연의 역겨움을 보여주어라. 찌푸린 얼굴로 더러운 오물을 털어내는 인간의 민낯이 드러나도록 해라.”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요. 그런데 저 인간은 헤라클레스 아닙니까?”
“그 저주받을 이름은 내 앞에서 꺼내지도 마라!”
“흡… 죄송합니다요!”
그렇게 신들의 여왕이 내린 명에 따라 자연의 신이 움직였다.
하늘을 날아다니던 새, 근처 숲에서 물을 마시던 사슴, 멧돼지, 다람쥐나 청설모…
“이제부터는 저곳에 오물을 쏟아내거라.”
온갖 동물들이 자연의 주인이 시킨대로 움직였고…
헤라클레스의 몸에 하나. 둘. 동물들의 배설물이 쌓이더니 결국은 점점 쌓이기에 이르렀다.
거무튀튀한 배설물들이 헤라 신전의 앞에 쌓였고, 엄청난 악취가 풍겨나왔다.
* * *
그리하여 현재. 헤라클레스는 코가 썩을 것 같았다.
후두둑. 투욱. 찍ㅡ
“크으…! 냄새! 저게 뭐야 대체?!”
“냅둬. 무언가 잘못을 저지르고 헤라 님께 참회하는 죄인이잖아. 벌써 4주째라고.”
“그럼 저건 뭔데? 주변의 새들이고 짐승들이고 죄다 저기에 배설물을 싸지르고 가잖아!”
“쉿! 쉿! 저게 아마 신벌인가 봐.”
“으으… 냄새. 신전 안에서까지 역겨운 냄새가 나는데 이거 맞아?!”
“헤라 님께 저 죄인이 죄를 뉘우친 것 같다고 기도를 올려야겠어. 냄새 때문에 도저히…”
“아니 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그에게 호의적이던 시선은 동물의 노폐물이 그의 몸에 쌓여감에 따라 혐오스러운 눈길로 바뀌었다.
여신의 신벌을 묵묵히 받아내던 고행자의 고결함보다 당장의 악취가 더 가깝게 느껴졌기 때문에.
‘이런 젠장. 이러다가 악취 때문에 기절하겠어.’
당연히 헤라클레스는 미칠 것만 같았다.
자신의 몸에 쏟아지는 우박이나 비바람, 여인의 유혹에도 멀쩡했던 그의 강철같은 정신력도…
후두둑.
‘윽. 저 미친 짐승 놈이 변을 보고 나서 오줌도…!’
이 엄청난 악취와 불쾌감 앞에서는 한계를 드러냈다.
하지만 헤라클레스에게는 다행히도, 그 정신력은 헤라 여신의 사제들보다는 굳건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신전 앞에서 나는 엄청난 냄새 때문에 여신의 사제들이 기도를 올리기 시작한 것.
“헤라 여신이시여… 저자가 대체 무슨 잘못을 저질렀단 말입니까?”
“차라리 신벌을 내려 죽이소서… 신전 안에 온통 동물의 냄새가…”
“신들의 여왕의 심기를 거스른 죄는 만 번 죽어 마땅하나 이제는 저 죄인도 뉘우쳤을…”
이 상황을 구름에서 지켜보던 헤라는 진노했다.
“으드드득! 사생아 놈이 인내심은 아주 대단하구나!”
“저… 어머니. 제가 말을 걸어도 돌아보지도 않던데. 그냥 용서해주시는 편이…”
“시끄럽구나. 헤베!”
‘흥… 스틱스 강에 들어갔지만 어차피 인간,과업으로 죽이면 되겠지.’
* * *
한 달하고 하루, 타나토스의 날.
동물들의 분변으로 엉망이 된 헤라클레스를 향해 헤라 여신의 사제가 다가왔다.
그는 헤라클레스가 처음 만났던 바로 그 사제.
“으윽… 냄새. 이보시오, 헤라클레스! 당신이 이겼소.”
“…!!”
“헤라 여신께서 신탁을 내려주셨소. 일단 몸을 좀 씻고 신탁을 받으시오.”
코를 감싸쥐고 황급히 다시 신전 안으로 사제가 들어가자,
그제서야 헤라클레스는 무려 한 달 만에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후두두둑.
그의 몸에서 온갖 악취나는 분변이 떨어졌지만 헤라클레스는 씩 웃었다.
드디어… 신들의 여왕이 과업을 내려주시는가?
풍덩!
영웅은 근처의 강으로 가서 모든 옷을 벗어던지고 물에 뛰어들었다.
그 악취와 역겨움에 물고기들이 황급히 도망치고 급기야는 강의 신마저 모습을 드러냈다.
지팡이를 짚고 나타난 강의 신은 물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헤라클레스를 향해 마구 삿대질했다.
“어느 미친 인간이 강을 오염시키는지 보았더니 헤라 여신님의 신벌을 받는 놈이구나!”
“강의 신…? 아니, 그… 미안하게 되었소.”
“뭐라?! 미안하게 되었소? 이런 미친 놈을 보았나! 오늘이 타나토스 님의 날만 아니었어도 네놈은 헤라 님이 아니라 내 손에 죽었을 것이다!”
그 말을 마치고 사라진 강의 신이 있던 자리를 헤라클레스가 멍하니 바라보았다.
당연히 신벌이 두려워서가 아니었다.
‘싸우면 내가 이길 것 같은데… 아닌가?’
잠시 불손한 생각을 하던 그는 가죽 튜닉과 샌들을 비롯한 옷도 강물에 씻어 말끔하게 만들어 입었다.
그리하여 다시 헤라 여신의 신전으로 향하자 그곳에는 동물들의 배설물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사제들이 감사 기도를 올리는 것으로 보아 여신의 힘으로 없애버린 모양.
“헤라클레스. 안으로 들어오시오. 대사제께서 당신에게 여신의 신탁을 전달해주실 것이오.”
“으음.”
신전 안으로 들어간 헤라클레스의 앞에 나이 지긋한 여인이 나타났다.
고급스러운 복장과 주변인의 태도로 보아 그녀가 헤라 여신의 대사제인 것 같았다.
“헤라 여신님의 신탁을 전달하겠습니다.”
“……”
“당신의 원죄를 씻을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 여신님께서 내려주시는 과업을 모두 완수해야 합니다.”
“과업을 몇 가지나 완수해야 합니까?”
“총 10여 가지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씀하셨고, 첫 번째 과업의 내용에 대해서도 알려주셨습니다.”
아니… 달성해야 하는 과업이 10개라고? 그리스 전역을 다 돌아다니게 생겼군.
물론 신이 되는 것이 목표이긴 하지만…
마음속으로 투덜대는 헤라클레스의 귀로 첫 번째 과업의 내용이 들려왔다.
“당신의 첫번째 과업은… 네메아의 사자 무리를 모두 처리하는 것입니다.”
사자 무리? 분명 케이론 선생님에게 배웠을 때…
네메아의 사자는 한 마리라고 들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