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23)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23화(123/140)
두 번째 과업 – 히드라 처치 (2)
히드라가 있다는 네르네 샘에 도착한 헤라클레스.
사방에서 뿜어져 나오는 독기 때문인지 근처의 작은 식물들이 모조리 말라죽고, 생명체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몹시 위험해보이는 녹색 안개가 가득한 이곳에서 영웅이 어떻게 활동할 수 있었냐면…
‘아스클레피오스가 아폴론 신전에 들러서 받은 물건이라고 했었지. 멀쩡하게 돌려줄 수 있을 건지는 모르겠네.’
그는 온 몸을 네메아의 사자 가죽으로 단단히 감쌌으며, 천으로 입을 감싸고 쇠몽둥이를 들었다.
입과 코를 가린 천은 의술의 신, 아폴론의 가호를 받은 신물.
그렇기 때문에 이 엄청난 독기 속에서도 멀쩡하게 호흡할 수 있었다.
물론 천을 벗어도 그의 몸은 독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지만, 방심은 금물이라는 케이론 선생의 가르침에 따라…
“음?”
갑자기 무언가가 허공으로 날아온다. 아주 빠르게.
금빛으로 빛나는 길쭉한 무언가… 검?
슈욱. 티잉ㅡ!
빛나는 황금 검이 공기를 가르며 그의 심장으로 날아오다가 쇠몽둥이를 맞고 튕겨져 날아갔다.
잠깐, 황금 검이면 설마…
쉬이익!!!
집보다 거대한 왕뱀. 허공을 자유자재로 날아다니는 황금검.
저것은 설마… 아토스 산 원정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영웅 오리온을 죽였다는…!
‘황금 검의 크리사오르(Chrysaor)? 저 괴물 놈이 왜 여기 있지?’
메두사 여신의 잘린 목에서 태어난 괴물이 그를 노리고 거대한 몸체를 움직였다.
굉음을 내며 그대로 돌진해오는 왕뱀. 그 거대한 체구에 밀린 헤라클레스가 허공에 띄워져 날아간다.
“흡!”
쿠구궁! 터엉!
물론 그 충격은 네메아의 사자 가죽도 뚫을 수 없었지만,
불의의 기습에 대충 쥐고 있던 쇠몽둥이가 멀리 날아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곧바로 바닥에 놓친 쇠몽둥이를 잡아들어 휘두르려는 헤라클레스였지만,
그보다 빨리 그것을 잡는 이가 있었으니…
“오호호… 네가 가이아 님께서 말씀하신 영웅이구나?”
“…?”
마치 장미와도 같은 아름다운 미소를 띠고 있는 미녀.
하지만 그녀의 하반신은 인간이 아닌, 뱀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헤라클레스는 이 괴물에 대해 케이론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적이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인 제우스 님의 애인이었으나, 헤라 님의 저주를 받고 끔찍한 모습이 된…
“설마 라미아?! 아테네 인근의 산에 숨어 살고 있는 것이 아니였다고?”
“오. 신들에게 운명을 농락당하는 불쌍한 아이가 나를 알아봐준다니 영광이라고 해야 하나?”
라미아가 귀까지 닿는 입꼬리를 올려 함박웃음을 짓는다.
기쁨보다는 어쩐지 기괴해보이는 미소를 잠시 짓던 그녀가 헤라클레스에게 말했다.
“그야 당연히~ 위대하신 가이아 님께서 저주받을 신들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신다고 했지 뭐니?”
“가이아 님이라면 프로토게노이?”
“네가 제우스의 아들이라는 이야기도 알고 있지, 그 쓰레기 같은 헤라 년이 내게 저주를 내리는데도 방관한… 으… 흐흐흐… 신들과 엮이면 끝이 좋지 않아. 네 운명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조적인 미소를 띠던 그녀의 눈이 돌아가며 광기를 머금는다.
슬며시 들어올린 손톱이 날카롭게 자라나고, 그 무거운 쇠몽둥이를 가볍게 들어올리는 괴물의 괴력.
“신들에게 제법 예쁨을 받는 모양이지만, 네 쓸모가 다해도 과연 그럴까…”
헤라클레스는 눈앞의 반인반사 괴물을 노려보았다. 그 옆에 있는 거대한 왕뱀인 크리사오르도.
이 힘의 영웅은 이상하게만큼 뱀들과 인연이 많았다.
그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갓난아이였을 때부터 뱀 두마리를 죽였다던가.
저승의 훈련소에서는 거대한 왕뱀인 피톤과 혈전을 벌여보았으며,
지금은 그가 받은 과업은 머리가 아홉 달린 독사인 히드라를 죽이는 일에,
눈앞에 새로 나타난 라미아와 크리사오르 역시 지긋지긋한 뱀들.
“내 쓸모는 모르겠지만, 내가 뱀을 잡아죽이는 것에 재능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 덤비라고.”
“흐흐… 네가 자랑하던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
헤라클레스는 함성을 내지르며 그들에게 달려나갔다.
* * *
가이아의 예언은 절대적.
그녀의 지혜가 결국 실마리를 잡았다.
인간 영웅이 참전한다면 기가스는 몰살당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미 탄생한 영웅들은 어쩔 수 없다.
카드모스, 벨레로폰, 페르세우스 등…
이들의 영혼은 저승에 있기 때문에 그녀도 손을 쓸 방법은 없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영웅이 탄생하지 않도록 막으면 되지 않을까?
그것이 요즘 벨레로폰을 뛰어넘는다는 명성을 떨치는 제우스의 아들이라면 더더욱.
영웅이 위업을 쌓지 못하게 막으면 된다.
그래서 크리사오르와 라미아를 히드라의 거처로 보냈다.
헤라클레스를 죽이면 좋고, 죽이진 못하더라도 힘을 빼놓는다면 히드라가 영웅을 죽일 수 있겠지.
라미아는 본디 리비아의 여왕으로, 제우스의 애인이었으나 이를 헤라에게 들켜 저주를 받았다.
그녀가 신들의 여왕에게 받은 저주는 [네가 낳은 제우스의 아이를 모두 죽이고, 앞으로 낳을 아이도 죽이리라.]였고…
이에 반인반사 괴물이 되어버린 라미아는 인간 아이들이 눈에 띨 때마다 모두 죽여버렸다.
그녀의 감미로운 목소리에 홀린 남성들 역시 마찬가지로, 한끼 식사로 만들어버리는 괴물.
당연히 올림포스 신들에게 깊은 증오를 품은 라미아는 흔쾌히 가이아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증오스러운 놈들을조금이라도방해할 수 있다면…!
하지만…
쉬… 쉬이익!
“꺄아악! 어떻게 맨몸으로 쇠몽둥이를…!”
그들은 헤라클레스에게 조금의 생채기도 만들 수 없었다.
허공을 날아다니는 황금 검은 신경도 분산시키지 못했고, 라미아가 휘두른 손톱과 쇠몽둥이는 간지럽기만 할 뿐.
오리온을 죽인 왕뱀은 헤라클레스의 주먹에 맞아 피를 토하며 쓰러졌으며…
라미아는 그의 우악스러운 손길에 목을 잡혀 허공에 띄워졌다.
“아까 나에게신들과 엮이면 끝이 좋지 않다고 말했었지?”
“크으으! 그래! 네까짓 놈이 아무리 날고 기어도 인간! 신벌에는…”
“그건 네가 걱정할 필요가 없다. 나는 신이 될 것이니까.”
“뭐라고?! 이런 미친놈이… 커…억.”
헤라클레스는 그대로 질식해버린 라미아를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녀 옆에는 거대한 왕뱀 역시, 이제 숨통이 끊어진 채 체액을 내뿜고 있었다.
괴물이 다루던 황금 검을 허리춤에 찬 영웅이 몸의 먼지를 털어낸다.
‘별 것도 아니군. 이제 히드라를 잡으러 가볼… 음?’
드드드… 쉬이이익!!!
그리고 이 소란을 듣고 자신의 동굴에서 살던 히드라가 기어나왔다.
* * *
가운데 머리가 유난히 거대한 아홉 개의 뱀 머리. 방금 죽였던 크리사오르보다 거대한 몸체.
신조차 고통을 느끼는 맹독을 뿜어내는 티폰의 자식이 그를 사납게 노려보았다.
헤라클레스는 조용히 바닥을 굴러다니던 쇠몽둥이를 집어들고 입을 천으로 단단히 가렸다.
이번 뱀은 조금 거대하고, 강해보이지만 늘 그렇듯이 그의 발치에 쓰러지리라.
그는 쇠몽둥이를 들고 가장 가까운 머리에 휘둘렀다.
“뒈져라!!!”
ㅡ푸확! 철퍽.
헤라클레스의 괴력에 얻어맞은 히드라의 머리 하나가 그대로 터져나갔다.
히드라는 네메아의 사자가 아니였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가죽이 단단하지는 않은 까닭.
다만…
푸확! 치이익…!
뭉게진 히드라의 머리에서 체액이 제법 튀는 것이 문제.
히드라는 온 몸에서 흐르는 모든 액체가 치명적인 맹독, 조금이라도 닿으면 안된다.
헤라클레스에게는 다행히도, 그가 입고 있는 네메아의 사자 가죽은 히드라의 맹독이 통하지 않았고.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맹독에서 올라오는 독 연기 정도는 그의 몸에 침투할 수 없었다.
푸쉬쉭-
하지만 티폰의 자식은 독액만이 무기가 아니였다.
대지에 발을 디디고 있는 기간테스들에 버금가는 엄청난 재생력.
“허. 뭉게진 머리가 곧바로 재생한다니.”
헤라클레스에 의해 뭉개진 머리는 금새 재생했고, 다른 머리들도 번갈아가며 그에게 덤벼들었다.
단 한번이라도 물리면 맹독이 몸에 퍼져 타나토스 신을 만나게 될 터. 헤라클레스는 몸을 비틀어 독사의 공격을 피해냈다.
거대 괴물과 인간의 싸움에서, 인간은 힘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괴물의 공격을 직격으로 받아내기 힘들다.
막대한 질량에 의해 균형이 무너져 자세가 흐트러진다면 일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물론 헤라클레스 정도의 초월적인 힘을 가진 영웅이라면 상관없는 문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히드라의 공격을 일일이 피해야만 했다.
치이이익!
바로 저 빌어먹을 독 때문에.
‘잠시 후퇴할까…’
머리를 세 개쯤 날렸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재생하는 불사성.
점차 녹색 독액으로 물들어가는 땅바닥. 무시할 수 없는 거구의 힘.
헤라클레스의 마음속에 점차 약한 생각이 들다가 한가지 꾀를 내었다.
‘불로 지져야 하나… 자존심이 좀 상하는데, 어쩔 수 없겠다.’
바로 끊임없는 재생력을 불로 지져서 막는다는 방법.
그는 진작 이 방법을 생각해냈지만, 신격에 닿을 위업을 쌓고 싶었기 때문에 최대한 본인의 힘만으로 해결하려 했었으나…
히드라의 맹독에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저놈의 독만 아니였어도, 진작에 끝났을 것을.’
헤라클레스는 일단 히드라로부터 조금 떨어진 다음, 허리춤을 더듬어 작은 부싯돌을 꺼냈다.
곧바로 주변에 있는 말라비틀어진 나무를 통째로 뽑아서 불을 붙이고…
콰직! 치이익ㅡ!!
쇠몽둥이로 놈의 머리를 아작내고 불로 지져버린다면…!
쉬이이익!!!
그러나 히드라의 터진 머리는 불로 지져도 재생할 수 있었다.
오히려 불로 지지는 틈을 타 휘둘러진 다른 머리에 의해, 헤라클레스는 급히 땅바닥에 몸을 굴러야만 했다.
다행히 네메아의 사자 가죽때문에 땅바닥에 있는 독은 그에게 영향을 입히지 못했으나,
헤라클레스는 당황한 얼굴로 괴물을 노려보았다.
‘…뭐야. 불로 지져도 재생하는데?’
왜 재생이 멈추질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