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24)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24화(124/140)
두 번째 과업 – 히드라 처치 (3)
끊임없이 재생하며 다가오는 히드라의 공격을 이리저리 피하는 헤라클레스.
영웅의 머릿속은 히드라의 재생을 막을 방법으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불로 지지는 것이 통하지 않는다면… 무언가로 꿰뚫어버린다면 재생하지 못할 터.’
몸에 수많은 나무를 박아넣고 바윗덩어리로 누른다음, 흙으로 파묻는다면 제아무리 불사의 괴물이라도 죽겠지.
그런데…
‘내가 이리도 많이 물러났었나?’
슬쩍 주변을 둘러본 헤라클레스가 자신의 위치를 자각했다.
히드라의 맹독을 피해 땅바닥도 구르고, 몇 발자국이나 뒷걸음질치며 물러난 자신.
그에 반해 머리가 터져나가도 재생하며 다가오고 있는 괴물.
영웅과 괴물은 너무나도 대비되었다.
지금 사냥당하는 것이 누구인지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의 확연한 차이.
빠드득-
그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이게… 맞을까? 기껏 놈을 처치한다고 해도 지금의 치욕을 갚을 수 있을지…
히드라의 독액이 두려워서 피해 다니는 겁쟁이가 어찌 신의 자리에 도전할 수 있을까?
재생력이 두려워서 불로 지지고 흙더미에 파묻는다는 생각은 다른 영웅들이나 할 법한 생각이 아닌가?
저런 괴물에게 정면으로 맞서지 못한다면, 올림포스에서 점점 더 멀어질 뿐!
‘그래, 애초에 편법을 사용하려 했던 것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었다.’
꾸드득-
헤라클레스는 여태까지 한 손으로 대충 휘두르던 쇠몽둥이를 양 손으로 단단히 잡았다.
강철조차 그의 손아귀 힘에 일그러지며 비명을 토해내지만,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눈앞의 히드라를 노려보는 그.
지혜를 이용해 괴물을 속여넘기고 꾀를 내어 죽인 과업을 이룬 인간들은 모두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하지만 자신이 도전하는 것은 신. 저 하늘 위에서 모두를 굽어보는 신이 되기 위해서는…!
“…쳐죽여주마.”
괴물의 재생력 따위, 정면으로 깨부순다.
헤라클레스는 끝내 자신의 손에 죽음을 맞이한 네메아의 사자를 떠올리며 쇠몽둥이를 휘둘렀다.
놈의 체액이 튈까 조심스럽게 몽둥이를 휘두르던 여태까지와는 달리, 전력을 다한 일격.
후우웅! 촤악!
‘체액에 독이 있다면, 피하는 것이 아니라 풍압으로 날려버리면 된다!’
히드라의 머리 하나가 날아갔지만 그가 있는 방향으로는 조금의 체액도 튀지 않았다.
확신을 얻고 계속해서 몽둥이를 휘두르는 헤라클레스.
좌에서 우로. 우에서 좌로. 전력을 다한 일격을 계속 반복한다.
언제까지? 당연히 눈앞의 괴물놈이 재생하지 못하고 죽을 때까지!
후우우웅ㅡ! 푸확! 촤아악!
“흐ㅡ아아아아압!!!”
연격. 또 연격.
헤라클레스의 몸은 헤라의 젖과 스틱스 강의 힘으로 강화된 인류 최고의 육체.
그렇기에 전력을 다한 일격을 계속해서 휘몰아쳐도 전혀 지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의 모든 신경은 눈앞의 적을 때려부수는 것에 집중하는 상태.
눈앞의 적을 죽인다가 아니라, 광풍같은 연격으로 아예 분쇄한다.
거대한 산이든, 괴물이든, 독액이든. 그의 앞을 막는 것은 모조리 부수고 지나갈 뿐.
“네 재생이 빠른지, 내가 널 부수는 속도가 더 빠른지 겨뤄보자!!!”
ㅡ쉬이이익?!
히드라의 머리 하나가 터져나갔다.
다시 재생했다.
히드라의 머리 두 개가 동시에 터져나갔다.
다시 재생했다.
머리 세 개, 아니 네 개가 찢겨나갔다.
다시 재생…
괴물의 머리 하나가 맹독을 내뿜어 인간을 녹여버리려고 한다.
하지만 헤라클레스의 몽둥이질이 그 머리를 먼저 날려버렸다.
그들의 싸움은 무려 이틀동안 계속되었다.
맹독을 띤 히드라의 체액과 헤라클레스의 땀방울이 바닥에 떨어지고, 흩날리는 파편이 자욱하게 일어난다.
재생의 괴물과 파괴하는 영웅.
이 끝없는 굴레의 순환에서 먼저 항복을 선언한 것은 괴물이었다.
머리가 계속해서 터져나가는 히드라가 몸을 돌려 도망치려 한다. 어떻게든 이 두려운 인간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하지만 헤라클레스의 몽둥이질이 더 빨랐다.
콰직. 푸확. 콰지직!
우람한 히드라의 덩치가 점차 깎여나간다.
괴물의 재생력이 계속해서 터져나가는 몸의 상처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종국에는…
퍼어엉! ㅡ푸화아아아악!!!
전력을 다한 필사의 일격이 히드라의 거구를 통째로 날려버렸다.
아홉 개의 머리를 비롯한 몸통까지 전부.
“…해치웠나?”
끊임없는 재생력을 갖춘 맹독의 물뱀은.
끊임없는 힘을 가진 헤라클레스에 의해 토벌되었다.
* * *
헤라클레스는 땅바닥에 앉아 천천히 네메아의 사자 가죽을 몸에서 벗었다.
히드라를 죽이는 것에 제일 까다로웠던 점은 바로 맹독.
제아무리 헤라클레스라도 이틀 내내 히드라의 독을 신경 쓰며 싸워야만 했다.
네메아의 사자 가죽에 잔뜩 묻은 녹색 독을 바라보던 영웅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만약 저승에서 경험한 메가이라 여신님과의 훈련이 없었다면, 그는 이곳에서 죽었을지도.
“후우…”
그 벨레로폰도, 카드모스도 그의 몸에 상처를 내지 못했지만 신의 힘은 너무나도 쉽게 그를 상처입힐 수 있었고…
이에 다른 영웅들처럼 기술이라는 것을 배우고, 필사적으로 공격을 막고 피해야만 했던 경험.
여신과의 대련은 헤라클레스의 수준을 몇 단계나 위로 끌어올렸고, 그 결과가 바로 이것.
잠시 숨을 고르며 몸을 이리저리 살피던 그의 귓가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려왔고,
고개를 돌려보니 온통 파헤쳐지고 뒤집어진 지면과 전투의 흔적을 보면서 기겁하는 수십의 병사들이 있었다.
“허… 허억!”
“이게 무슨…!”
“음?! 병사들? 누가 보냈소?”
그의 질문에 병사들은 더듬거리며 말했다.
“어어.. 우리는 아르고스 국왕 폐하의 휘하에 있는 자들인데… 이곳에서 큰 소리가 난다는 시민들의 요청에…”
“아, 내가 히드라랑 크리사오르, 라미아를 좀 처리하느라 났던 소란이오.”
“뭐. 뭐. 뭐. 뭐요?!”
“히드라는 내가 몽둥이질로 터뜨렸고, 크리사오르랑 라미아는 저쪽으로 가다보면 바닥에 시체가 있소.”
아르고스의 병사들은 그의 말에 넋을 잃어버렸다.
이 미친 자가 뭐라고 지껄이는 거지? 맹독을 내뿜는 히드라도 모자라 황금 검의 크리사오르, 아테네 인근에서 악명높던 라미아까지?
하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엄청난 전투의 흔적과, 그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
괴물도 때려잡을 듯한 우람한 근육질의 거구, 녹색 맹독이 잔뜩 묻은 네메아의 사자 가죽을 본 병사들은 반신반의하는 눈이 되었다.
“저기, 바닥에 있는 녹색 체액은 히드라가 날뛴 흔적 아닌가?”
“여기에 신벌이라도 내렸나? 갈기갈기 찢긴 저것은 설마 히드라의…!”
“맙소사. 당신은 네메아의 사자 무리를 쓸어버렸다는 헤라클레스 아니오? 내 친척 중에 헤라 여신님의 사제가 있는데…”
“내가 뭘 보고 있는 거지… 진짜 히드라가 죽은 건가?”
“그렇다면 허리춤의 저 황금 검은 진짜 크리사오르의…?”
“…아무튼 나는 바쁘니 이만 가보겠소.”
헤라클레스는 그들을 뒤로 하고 네메아의 사자 가죽을 집어들어 움직였다.
그를 경외하는 병사들이 말하는 대영웅이 어쩌구, 올림포스 신이 현신한 것이 틀림없다는 소리는 모조리 무시했다.
“신이 무엇인지 아느냐? 그저 강하고 불사의 몸을 지닌 완벽한 존재라고 생각하느냐?”
자신은 이렇게나 강한데, 이미 이룬 위업도 충분할 텐데.
“신격은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존재. 단순히 그런 생각만을 가지고 있어서는 아무리 위업을 쌓아도… 절대로 신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어째서 저승의 주인은 그가 신이 될 수 없다고 했던 것일까.
이 넘치는 무력만으로도 신이 될 자격은 충분할 텐데?
대영웅은 아직 알 수 없었다.
* * *
결국 헤라클레스가 히드라를 죽였다.
덤으로 황금 검의 크리사오르와 아테네 인근에서 아이들을 잡아먹던 라미아까지.
“하데스. 라미아를 데려왔네.”
“감사합니다. 타나토스.”
그렇게 저승으로 온 라미아는 당연하게도 나를 만났다.
알현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엎드린 채로 두려움에 떠는 라미아.
얼핏 살펴본 그녀의 눈에서는 많은 감정이 느껴졌다.
분노와 두려움, 신들에 대한 원망과 슬픔… 역시나 망각의 강물이 통하지 않을 정도의 원한을 가지고 있었군.
“고개를 들어라, 리비아의 여왕.”
“여.. 왕?! 흐흐… 제가 아직도 여왕입니까?”
“네 몸을 다시 보아라. 아직도 그 뱀의 하반신이 있는지.”
헤라의 저주는 라미아가 죽음을 맞이함으로서 풀렸다.
정확히 말하자면…시체에는 저주가 남았지만, 저승에 온 영혼은 반인반사 괴물의 형태에서 벗어났다.
“제가 잡아먹은 아이만… 수백이 넘는데요…? 흐흐… 제게 무슨 벌을 내리시렵니까? 타르타로스…?”
“네가 헤라의 신벌을 받아 그 모습이 된 것은 알고 있다.”
“……”
“제우스와 사랑을 나눈 대가로 헤라의 저주를 받아 피로 점칠된 삶을 살았던 것을 감안하겠다. 한낱 인간이던 네가 차마 제우스를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 또한 감안하겠다.”
제우스와 나눈 불륜의 대가는 헤라의 저주.
다른 여인들이 낳은 아이를 훔쳐 잡아먹고 남자들을 유혹해 죽이는 비참한 삶을 살아가던 그녀.
하지만 마냥 자비를 베풀 수는 없었다.
“네가 잡아먹은 아이들의 수가 굉장히 많다. 아무리 헤라의 저주 때문이라지만, 너는 죗값을 치르긴 해야 한다.”
“…으흐흐…”
“본인의 의지가 아닌, 저주에 의한 정신이였으니 망각의 축복으로 기억을 없애주마.”
망각의 여신의 손짓에 라미아의 눈동자가 멍하니 변한다.
하지만 지은 죄가 있다 보니 죗값은 치러야 마땅하다. 수백 년간 죄를 씻는다면 환생하는 것을 허락할까…
라미아가 떠나가고, 레테 여신님이 내게 다가온다.
“크리사오르는 제가 말한 대로…”
“예. 메두사 여신이 만나고 있어요. 페가수스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어머니를 잘 따르는 모양이네요.”
“곧 영웅 훈련소로 보내면 되겠군요. 하늘을 날아다니는 황금 검은 이제 없지만, 그 몸뚱이로도 영웅들에겐 충분할테니.”
괴물들은 종종 죽어서도 편치 못했다.
네메아의 사자나 키마이라도 저승의 훈련장에 있었고… 벨레로폰이 질색했다지만, 필요한 일이었다.
크리사오르도 곧 그들과 같은 처지가 되겠지.
“하데스. 그런데 이 정도면 헤라클레스의 과업을 멈춰야 하지 않을까요?”
“…?”
“올림포스의 신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네요. 벌써 티폰의 자식만 둘을 토벌한 대영웅인데, 이미 예언의 영웅인 것 아니냐고…”
“헤라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제우스의 사생아가 보란듯이 과업을 완수하고 괴물들을 죽이자 몹시 분한 표정이였다고… 저승에 온 헤르메스 신이 그러던데요.”
헤라클레스가 예언의 영웅이 맞다는 가설에 힘이 붙었으니, 헤라도 그를 죽이기는 제법 난처할 것이다.
애초에 내가 신벌을 내려 죽이지 말라고 했으니 고생할 과업만 잔뜩 던져주겠지.
헌데 히드라를 죽이러 간 헤라클레스의 앞을 가이아가 가로막았다라.
그를 계속 방해할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겠지.
“어차피 늦었다… 설령 기가스가 신들의 눈을 피해 빠져나가도 헤라클레스라면…”
기가스라도 납치해서 하나 던져줘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