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25)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25화(125/140)
저승의 안주인을 노리는 자 – (1)
헤라클레스는 확연하게 달라진 시선을 느꼈다.
네메아의 사자를 잡았을 때만 해도 그를 영웅이라며 추앙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다채로운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저 사람이 그…”
“사자 가죽… 허리춤의 황금 검. 헤라클레스다.”
“거짓말로 자신의 위업을 부풀린 것이 아닐까? 애초에 어떻게 인간이…”
“쉿! 쉿! 지상에 현신한 신이라는 소문도 있어.”
“몸을 보니 힘 좀 쓰게 생겼지만… 정말로 히드라와 크리사오르, 라미아를 동시에 상대해서 죽였다고?”
그가 너무 비현실적인 업적을 쌓아서 그런지, 온갖 유형의 사람들이 다 보였다.
영웅을 질시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다 못해 의심하는 이들. 지상에 현신한 신으로 믿는 이들.
경외와 동경, 질투와 의심으로 가득한 대중의 시선.
“그쪽이 헤라클레스요? 킁. 난 도저히 댁이 뒤집어 쓴 그게… 네메아의 사자에게서 벗겨낸 것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데.”
그래, 종종 이런 이들도 나타나곤 했다.
투쟁심이 어린 눈빛. 이름이 알려진 영웅을 꺾어 보고 싶다는 욕망.
헤라클레스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어깨를 잡은 남성을 그대로 무시하고 지나갔다.
애초에 헤라의 신전에 보고를 올리러 가는 길이기도 했고, 케이론 선생의 가르침도 있었기 때문에.
“헤라클레스, 약한 자들을 함부로 괴롭히면 안된다.”
“케이론 선생님, 하지만 그런 놈들이 제게 먼저 덤빈다면 어쩔 수 없이…”
“그래도 적당한 선에서 끝내도록 해라.”
“왜 그래야 합니까?”
“영웅이 될 것이라면 강한 힘이면 충분하겠지. 하지만 하데스 님에게 듣기로, 네 목표는 신이 되는 것 아니냐? 조금만 눈에 거슬린다고 필멸자를 가혹하게 대한다면, 만약 네가 신이 되고 나서도 진심어린 추앙은 절대 받을 수 없을 것이다. 뭐, 신이 될 수도 없겠지만 말이야.”
사실 그냥 귀찮다는 마음이 제일 컸다.
그냥 무시하고 지나가는 헤라클레스를 잡던 남자는 그의 힘에 가볍게 밀려났고,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자신의 손과 그를 바라보았다.
헤라클레스는 아직도 잘 이해할 수 없었다.
신이 되는 것과 인간들의 진심어린 추앙이 무슨 상관인지.
어차피 그를 제외한 다른 인간들 앞에서 괴물을 좀 잡고 가벼운 일들을 해내면 받을 수 있는 것이 찬사.
“저것 봐… 저번에 팡크라티온에서 우승한 저자가 단번에 밀려났어…”
“맙소사. 힘에서 아예 상대도 되지 않는군.”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그를 향한 찬사와 감탄은 늘 익숙한 것.
정말로 이것이 필요할까? 별로 기분이 좋거나 그러지도 않은데.
하지만 그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단순히 과업을 달성하는 것만으로는 안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무언가. 무언가가 필요한데… 아니 애초에 신이라는 건 하나의 분야에서 제일가는 자가 아닌가?
“오늘도 맑은 하늘을 저희에게 내려주신 제우스 님께…”
“공정의 신, 플루토시여…”
그의 아버지나 큰아버지에게 이루어지는 찬사를 잠시 바라보던 헤라클레스가 발걸음을 옮겼다.
역시, 잘 모르겠네.
* * *
페이리토스(Pirithous).
테살리아 지방의 왕인 그는 아테네에서 지혜의 영웅이라 널리 알려진 테세우스(Theseus)와 절친한 친구였다.
페이리토스는 자신의 아내가 아들을 낳고 죽자, 다시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반은 인간이며 반은 황소인크레타의 괴물,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크레타의 공주인 아리아드네와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그의 친우, 테세우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페이리토스. 내게 도움을 청할 일이 있다고?”
“음. 테세우스. 자네는 이미 결혼을 하지 않았나? 마침 아내가 죽어서 그런데, 새 부인을 들이는 일을 도와줬으면 해서 말이야.”
“자네의 부탁이면 못 들어줄 것도 없지. 어디 한번 자세히 말해보게.”
테세우스는 흔쾌히 승낙했다.
테살리아의 왕과 친하다는 사실 자체가 큰 도움이 되기도 했고, 절친한 친우의 부탁이었기에.
하지만 페이리토스가 노리는 여자는 조금 특별했다.
“나는 그렇게 아름답다는 봄의 여신과 결혼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겠지?”
“뭐라고…?”
“데메테르 여신과 제우스 신에게서 태어난 여신의 미모가 이승에도 소문이 자자하더군.”
테세우스는 잠시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자신의 친우가 인간도 아닌 여신을 노리는 것에서 어이를 상실했고,
그 여신이 저승의 주인, 플루토의 아내로 알려진 여신이라는 것에서 다시 한번 넋을 잃었다.
“…그냥 포기하게.”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하나. 나는 테살리아의 왕인데, 여신과 연이 닿지 못할 이유도 없지.”
“저승의 안주인으로 알려진 여신을 노리다니, 자네 정신이 나갔나?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꿔먹게.”
“자네가 겁이 이리도 많은 줄 몰랐군.”
“아니, 겁먹은 것이 아니라, 내 말을 좀 들어본다면 자네도 납득할거야.”
한숨을 쉰 테세우스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승의 훈련소에서 나온 성인이 된 테세우스.
그는 온갖 악당들과 괴물, 미노타우로스를 죽이고 크레타의 공주인 아리아드네와 고향으로 도피하던 중이었다.
정확히는 배를 타고 아테네로 건너가던 중, 섬에 머무르게 되는데…
“거기. 미천한 인간아.”
“누… 누구… 십니까?”
“나는 디오니소스다. 네가 매일같이 마시는 포도주가 바로 내 은혜니라.”
야심한 밤, 잠이 든 아리아드네를 뒤로 하고 모닥불을 지키던 테세우스의 앞에 신이 나타났다.
그것도 무려 올림포스 12신, 술과 광기를 주관하는 디오니소스가.
“저기 있는 크레타의 공주, 아리아드네의 미모가 정말 훌륭하구나.”
“예? 하지만…”
“저 여인은 나의 아내로 선택받았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말귀를 못 알아먹는군. 내가 점찍은 여인이니 섬을 떠나서 멀리 꺼지라는 말이다.”
아무리 테세우스가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대영웅이라도… 상대는 신.
그것도 광기를 주관하는 12신의 말.
도저히 거스를 수 없다. 이대로 아리아드네를 잃어버려야 하는가.
그렇게 절망에 빠진 인간에게 구원이 당도했다.
눈을 안대로 가리고 검과 천칭을 든 여자가디오니소스의 뒤에서 걸어나왔기 때문에.
“너나 꺼져라.”
“뭣이?! 어느 놈이 감히… 디케?!”
“…라고 하데스 님께서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또다시 애인이 있는 인간을 탐낸다면 저승으로 데려오라고 하셨고요.”
“에이잇! 이런 젠장… 으드득.”
신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은 테세우스는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방금 디오니소스에게 자신의 아내를 빼앗길 뻔했고, 정의의 여신 디케가 나타나 그를 구해주었고,
여신을 보낸 분이 공정과 자비로 이름 높은 저승의 주인이라는 것을.
디오니소스를 쫒아보낸 정의의 여신은 테세우스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자비로운 미소에 안도한 영웅이 고개를 숙여 질문했다.
“저.. 정말로 플루토께서 여신님을 보내신 것입니까?”
“저승의 주인께서는 바쁘시다. 내가 그분의 이름을 빌린 것뿐이지.”
“그런…! 정말. 정말로 감사합니다. 디케 여신님!”
“하지만 내가 디오니소스 님을 돌려보낼 수 있었던 것은 하데스 님 덕분이다. 만약 또다시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하데스 님의 신전에 도움을 구하도록.”
“플루토께도 정말 감사드립니…”
하기야, 그 말이 맞다. 아무리 정의의 여신이라지만 상대는 올림포스의 12주신.
저승의 주인의 비호가 없었다면 광기의 신이 이리도 쉽게 물러가지는 않았겠지.
무사히 아리아드네와 함께 고향인 아테네로 돌아온 테세우스는 왕이 되었고,
그 즉시 플루토 신과 디케 여신을 모시는 신상을 지었다.
도시 아테네는 오직 지혜의 여신만을 모시는 도시였지만…
아테나 여신의 신전에 그의 사정을 말하고 허락을 구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테세우스가 가지는 신앙은 지혜의 여신뿐만 아니라, 저승의 주인과 정의의 여신에게도 향했다.
* * *
아테네의 왕, 테세우스는 이 모든 것을 페이리토스에게 설명했다.
그의 친우인 자신에게 큰 은혜를 입힌 플루토의 아내를 노리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에.
하지만 페이리토스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쩝… 아무튼 도와줄 수 없다는 말인가? 자네가 이토록 겁쟁이라니, 크게 실망했네.”
“아니, 겁쟁이가 아니라…! 하…”
“됐네. 됐어. 자네가 굳이 도와주지 않아도 페르세포네 여신을 아내로 맞이할 방법은 있으니까.”
테세우스는 답답함에 가슴팍을 두드렸다.
어떻게 인간이 여신을, 그것도 저승의 안주인을 탐한다는 말인가.
그리고 설령 페르세포네 여신과 잠자리를 해도 그녀의 아버지는 제우스이며, 어머니는 데메테르에…
페이리토스가 죽음을 맞이하면 가게 될 저승의 주인이 그녀의 남편이지 않나?
테세우스의 계속된 설득에도 페이리토스는 요지부동.
그의 눈동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페르세포네를 아내로 맞이하겠다는 야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더 이상 설득할 수 없겠다고 여긴 테세우스가 이마를 짚으며 그에게 물었다.
“아니, 그럼 자네는 대체 무슨 방법을 써서 페르세포네 여신을 아내로 맞이할 셈인가?”
“그야 간단하지.”
이에 자신감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는 테살리아의 왕.
테세우스는 뚱한 표정으로 자신의 친우, 아니 망상에 빠진 미치광이를 쳐다보았다.
“저승으로 내려가 하데스에게 ‘내 왕국에서 잔치를 열 생각인데, 아름다움으로 명성이 자자한 페르세포네 님을 초대하고 싶다.’라고 한 다음, 내 말에 속아넘어간 페르세포네 여신을 이승으로 데려와 곧바로 덮치고 결혼식을 올린다면…”
스르릉-
“이런 미친놈을 보았나!”
테세우스는 냅다 허리춤의 칼을 뽑아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