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30)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30화(130/140)
바다 괴물 카리브디스 – (1)
깊은 바닷속, 포세이돈의 궁전.
나, 하데스는 포세이돈의 초대를 받아 그의 궁전에서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
저승에서 스틱스 님의 무릎에 머리를 기대고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에 서신이 도착했기 때문.
이번엔 또 무슨 일인가 생각하며 바닷속에 왔는데…
“하데스. 아무튼 그래서 내 자식들을 저승에 보냈으면 하는데.”
“자존심 높은 신들이 케이론 선생의 말을 순순히 들을까? 그리고 너는 자식들을 굉장히 아끼지 않나?”
자신의 자식들, 물론 반신이 아닌 신들을 저승에서 교육시키고 싶다니, 이게웬 변덕인가.
아무래도 저번에 아레스와 마찰이 생긴 일 때문인지. 사람, 아니 신이 달라보이는군.
내가 그를 빤히 쳐다보자 바다의 주인이 수염을 쓰다듬더니 넥타르 잔을 들어 한 입에 털어넣었다.
포세이돈의 눈길이 연회장에 모인 신들과 신수들을 한번 흩어보고 지나갔다.
“그것도 어느 정도껏이지, 저번에 내가 이야기 했지 않았나? 트리톤을 제외하면 다들 하나같이…”
“혹시 이번에도 누가 죽거나 다치기라도?”
“잠시 내 이야기나 좀 들어보라고.”
그가 천천히 자신의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뭐… 안타이오스라고 하는 거인 아들이 있는데, 힘겨루기를 좋아해서 지나가는 사람들과 겨룬 다음…
자신에게 진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그 시체를 포세이돈에게 제물로 바쳤다?
“나를 생각하는 마음은 극진한데, 주변 시민들에게서 원성이 아주 자자하니까 문제야.”
“거인 아들이면 그 아이의 어머니가 누구냐?”
“가이아.”
뭣. 가이아와 관계를 해서 아이를 낳아?
헤파이스토스의 경우와는 이야기가 완전히 다르다.
포세이돈과 가이아의 다른 자식인 왕뱀 피톤은, 우리가 가이아와 싸우기 전에 낳은 아이.
하지만 방금 말한 거인이 최근에 태어났다면…
스아아아-
그를 노려보며 힘을 끌어올렸다. 바닷속은 포세이돈의 영역. 함정은 아닐 것 같지만…
바이던트를 꺼내야 하나 생각하는데, 포세이돈이 술잔을 탁 내려놓더니 다급히 손사래를 쳤다.
“잠깐. 나는 가이아 쪽으로 전향한 것이 아님을 스틱스 강에 대고 맹세하지. 가이아와의 사이에서 난 아이들은 아주 오래전에 낳은 아이들이야.”
“아주 오래전?”
“그래, 그래서 저번에 가이아가 날 회유하려 했던 것이고. 흥… 몸을 조금 섞었다고 내가 넘어갈 줄 알았겠지.”
아주 오래전이라면 태초인가? 아니면 피톤과 함께 낳았던 아이일 수도 있겠네.
아무튼 스틱스 강에 맹세했으니 진실이겠지.
“흠. 흠. 아무튼 안타이오스 말고도 내게 아픈 손가락은 많이 있지. 카리브디스라고…”
“제우스가 진노했다는 네 딸? 그 아이도 설마 가이아의?”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카리브디스(Charybdis).
포세이돈의 장녀였으나 엄청난 식탐 때문에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마구 먹어댔고,
이에 화가 난 제우스가 번개를 날려 그녀를 바닷속으로 던져버렸다는 일화.
저번에 이런 일화를 들었을 때에는 그냥 식탐이 많은 여신이라고 생각하며 넘어갔는데,
가이아와 포세이돈의 딸이었군. 그런데 장녀라면 트리톤과 비슷하거나 그 이전에 태어났다는 것이 아닌가?
어둡고 컴컴한 지하 세계에서 일만 하다 보면 이게 문제다.
종종 정확한 정보를 알지 못하거나 신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소식을 늦게 접하게 된다.
물론 나도 그런 것에 신경 쓸 틈이 없었긴 하지만…
“후우우… 그때 일만 생각하면 정말 제우스 놈에게 화가 치밀어…”
“굉장히 아끼는 딸이었나 보네.”
“당연하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첫째 딸을 제우스가. 쯧. 이승의 소식에 관심을 좀 가지는 게 어떤가?”
“그래서 그 카리브디스는 왜? 바닷속에 빠졌으니 네가 잘 돌보면 되지 않나.”
“…지나다니는 배를 통째로 빨아들여 인간들을 잡아먹으니까 문제지.”
“그럼 그 아이도 교육…”
“됐네! 내 딸은 내가 알아서 하지.”
그럼 카리브디스 이야기는 굳이 왜 꺼낸 거냐?
* * *
아무튼 이건 좋은 기회다.
패악질을 부리는 포세이돈의 자식들도 교육하고, 부탁을 받는 입장이니 대가도 받을 수 있겠지.
곧 포세이돈이 다시 날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내 장녀인 카리브디스만 빼고, 다른 놈들을 따끔하게 교육하고 싶어.”
“그러지 말고 네 딸도 단단히 교육을 시키는 게 어때?”
“아아! 그 아이에게 벼락을 맞게 한 것 자체가 아비로서 미안한데, 그깟 인간들 좀 잡아먹게 놔두면 어떠나!”
그럼 다른 자식들은 왜 차별하는 거야?
자신의 장녀에 대한 포세이돈의 애정이 내 생각보다 훨씬 깊군.
바다에서 죽은 인간들은 대부분 큰 원한을 가지지 않는다. 바다는 자연의 이치. 어쩔 수 없는 죽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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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직접 판결을 내린 적도 적어서… 카리브디스가 배까지 통째로 잡아먹는다는 건 몰랐네.
“다른 아이들이 트리톤의 반만이라도 따라오면 좋겠건만. 어떻게 발끝조차도 못 미치는 것들이 많은지!”
“그러고 보니 트리톤이 보이지 않는데.”
“트리톤에게 못난 동생들을 적당히 교육해보라고 했어. 그러고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놈들을 저승으로 보내려고.”
“청혼용으로 사용할 만한 적당한 물건들을 추천해준다면 받아주지. 그 많은 부인들에게 고백은 어떻게 했는지도 좀…”
이 말을 내뱉자마자 포세이돈이 흥미 어린 눈으로 나를 쳐다본다.
“누구에게 청혼이라도 할 건가?”
“…그냥 알고 있으려고 하는거다. 저승의 안주인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거, 언젠가 있을 결혼식이 기대되는군. 내가 알기로 여신들이 좋아하는 선물로는…”
잠시 포세이돈과 여신들의 마음을 사는 법에 대해 대화했다.
뭐 자신이 암피트리테의 마음을 얻기 위해 엄청나게 쫒아다녔고, 돌고래가 그녀의 위치를 알려줘서 발견했다는 등…
여신들에게 황금 목걸이와 바닷속 깊은 곳에서 나는 진주를 선물했다는 이야기… 내게 도움이 될지는 몰라도 제법 흥미로웠다.
그렇게 이야기를 하던 중, 연회장의 문이 열리고 상어와 인간이 섞인 포세이돈의 권속이 들어왔다.
곧장 포세이돈에게 다가와 무릎을 꿇고 서신을 전달하는 것으로 보아 전령인가?
“음. 트리톤이 내 자식, 폴리페무스를 교육하는데 제우스의 아들을 써먹겠다고 하는군.”
“폴리페무스라고?”
잠시 그에게서 폴리페무스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외눈박이 거인 퀴클롭스이며, 바다의 님프에게 구애하다가 실연당해 인간들을 잡아먹고 있다는 것을.
“헤라가 내려준 과업의 일환이려나.”
“그런데 헤라클레스면, 예언의 영웅으로 거의 확실시 되고 있는 놈으로 알고 있는데. 폴리페무스가 크게 다치는 건 아니겠지? 아무리 내 자식의 힘이 강하더라도 히드라나 네메아의 사자와 비교한다면… 으음. 설마 싸우다가 눈이라도 머는 일은 없겠지? 만약 그렇다면 바다에 발도 붙이지 못하게…”
포세이돈이 자리에서 일어나 걱정스러운 얼굴로 머리를 짚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네 아들임을 헤라클레스도 알고 있을 텐데, 설마 죽이기야 하겠어?”
“제우스의 아들에게 얻어맞는 꼴이 보기가 싫으니 이렇지! 안되겠군, 잠시 보고 있어야겠어.”
포세이돈과 자리를 옮겨 진주로 장식된 방에 들어서자 큰 조개껍데기가 있었다.
영롱하게 빛나는 흰 조개에 포세이돈의 신력이 주입되자 이승의 풍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런데…
콰직!
“끄ㅡ어어억!!”
“덩치에 비해 너무 약하군.”
“저. 저. 저놈이 감히 내 아들을!”
“아.”
그곳에는 퀴클롭스 하나를 마구 두들겨 패고 있는 헤라클레스가 있었다.
포세이돈이 이를 악무는 것을 보아하니 저 퀴클롭스가 바로 그의 아들인가 보네.
* * *
한적한 곳의 섬으로 보이는 이승의 광경.
하지만 그곳에는 유혈이 낭자하고, 쇠몽둥이와 바윗덩어리가 날아다니고 있었다.
헤라클레스가 폴리페무스를 두들겨패자 그가 도움을 요청했고… 섬에 살고 있던 다른 키클롭스들이 나온 것.
“으아아악! 퀴클롭스 형제들이여! 도와줘! 여기 웬 인간 놈이!”
“아니, 폴리페무스!”
“형제들이여! 폴리페무스가 당했다!”
“죽어라!”
인간의 수십 배는 되어보이는 외눈박이 거인들이 우르르 몰려나와 헤라클레스에게 주먹을 휘두르지만,
오히려 그들의 주먹이 부러졌다. 바위를 던지거나 나무를 뽑아 휘둘러도 대영웅은 멀쩡했다.
헤라클레스가 폭풍처럼 쇄도해 거인들을 하나둘씩 두들겨 패기 시작했고,
섬은 신음 소리와 비명 소리로 가득찼다.
“크아악! 이 미친 인간이!”
“포세이돈이시여! 저놈에게 신벌을 내려주소서!”
“대체 네놈은 누구냐!”
당연히 이를 보고 있던 포세이돈의 인상은 한껏 구겨졌다.
자식들의 교육이고 뭐고, 막상 눈앞에서 헤라클레스에게 얻어맞는 광경을 보자니 속이 뒤틀리는 걸까?
“으으음! 내 저 놈을 그냥…”
“아니 잠깐, 포세이돈. 네가 개입하면 폴리페무스의 행동은 절대 고쳐지지가 않을거다.”
“하지만 저게 말이 되나? 쇠몽둥이로 내 아들을 두들겨 패고 있는데, 저게 어딜봐서 교육…”
“그럼 다른 자식들도 저승에 보내면 안되지. 말로 들어먹지 않으면 때려서라도 고쳐야 하는데, 식인을 하는 습관이 어디 쉽게 사라지겠나.”
그렇게 이마에 힘줄이 나왔다가 들어가는 포세이돈을 말렸다.
네가 그러다가 화를 참지 못하고 신벌이라도 내려서 죽여버리면 올림포스가 망한다고…
“아무튼 네 자식들은 알아서 저승으로 보내라.”
“크흠… 일단 어린 신들부터 보내지.”
“자식들을 너무 싸고도는 건 오히려 교육에 역효과다. 카리브디스가 사는 곳이나 말해라. 바다까지 온 김에 한소리 하고 가주마.”
바다의 주인을 설득하는 데에는 제법 시간이 걸렸다.
네가 마음이 약해서 자식들을 건들지 못하니 더욱 패악질을 부리는 것이 아니냐…
폴리페무스도 그렇고 저번에 아레스에게 죽은 아들도 그렇고… 한번 호되게 당해야만 정신을 차릴 것이다…
유명한 교육자인 케이론도 영웅들을 회초리로 교육하더라… 등계속해서 바람을 불어넣었는데도 힘들었다.
“네가 자식들에게 그리 무르게 구니까, 다들 패악질만 부려대는 게 아니냐? 내가 대신 야단쳐준대도?”
“으으음…”
한참 동안 이어진 설득 끝에, 포세이돈이 한숨을 쉬며 그의 장녀가 산다는 바다 협곡을 알려주었다.
너무 심하게 대하지 말라고 몇 번이고 신신당부를 하는 걸로 보아 정말 아끼긴 하나 보네.
“불쌍한 아이니 때리지 말고 말로 해줬으면 좋겠군.”
“…말로 해서 들어먹는다면.”
가이아의 딸이기도 하니, 적당히 훈계만 하고 돌아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