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31)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31화(131/140)
바다 괴물 카리브디스 – (2)
포세이돈의 딸인 카리브디스는 그 엄청난 식탐 때문에 제우스의 분노를 산 자.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마구 먹어댔으며, 지나가는 배까지 빨아들여 통째로 삼킬 정도라니…
“포세이돈, 네 딸의 몹집이 어느 정도냐?”
“별로 크지는 않은데? 고작해야 티폰 놈의 허리에도 못 미치는 앙증맞은 모습이지.”
“그게 어딜 봐서 앙증맞다는 거냐.”
티폰은 어깨가 하늘에 닿고, 머리가 밤하늘의 별에 스치는 거신(巨神).
애초에 그놈과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카리브디스의 몸이 얼마나 거대한지 알 수 있겠군.
하기야… 그만한 거구라면 당연히 식탐이 넘치겠지.
제우스가 순간의 화를 참지 못하고 벼락을 던질만도 해.
“올림포스로 전령을 보내 데메테르를 불러줄 수 있나?”
“데메테르는 왜?”
“내가 가서 다자고짜 식탐을 억제하라고 하면 당연히 말을 듣지 않을테니까, 풍요의 축복을 받은 곡물을 주기적으로 준다면 네 딸도 뱃사람들을 괴롭히는 일을 그만두겠지.”
“그… 크흠! 나도 그 방법은 생각해보았지만… 데메테르가 내 딸을 위해 나서줄까?”
수염을 쓰다듬으며 슬쩍 고개를 돌리는 포세이돈.
놈이 저번에 페르세포네가 실종되었을 때 데메테르에게 무언가 일을 저지르려고 했었지.
아마도 강제로 관계를 맺으려 한 것이 아닌가 싶지만… 아무튼 그때 이후로 찬바람이 부는 모양.
데메테르는 또 어떻게 설득한다.
“하. 이게 다 네가 저번에 데메테르를 음흉한 눈으로 쳐다보아서가 아니냐?”
“음흉한 눈이라니! 나는 그저 ‘위로’를 해주려고…”
“위로? 대체 누가 딸이 실종되어 슬퍼하는 어머니에게 끈적한 눈길이나 보낸다는 말이냐!”
“커흠흠! 아, 거 여기까지만 하지! 옛날 일은 넘어가자고!”
정말이지 기가 막히군. 그냥 카리브디스를 두들겨 패고 인간들을 잡아먹지 말라고 할까?
후우… 아니다. 이미 제우스에게 벼락도 맞았고, 가이아의 딸이기도 하니까…
“그냥 데메테르에게 네가 빚진 걸로 해라.”
“아니, 빚까지는 좀 그런데?”
“그건 싫다고? 그럼카리브디스가 인간들에게 욕먹게 두면 되겠군. 네가 딸을 보면 마음이 약해지니 내가 대신 혼내겠다는데… 데메테르에게 빚 하나 지는 것이 그리 싫으면 어쩔 수 없지.”
“…?”
“필멸자가 바다로 나오기 전에 너에게 안전을 기원하는 공물을 항상 바치지 않나? 그런데 카리브디스가 계속 배를 통째로 삼키게 놔둔다니, 받아먹은 보답도 제대로 못 해주는 것이 바다의 신이니 어쩌니 하는 소문이 좀 퍼져도 나는 모르는 일이다. 네가 자꾸 그러니 아테나에게 도시도 빼앗긴 게 아니냐? 내가 아테네 사람이었어도 아테나를 골랐겠다. 쯧.”
그의 자존심을 자극할 만한 말을 마구 꺼내들어서 그런가.
포세이돈의 안색이 점차 썩어들어간다.
“자기 자식이 닥치는 대로 지성체를 잡아먹는데 제대로 신경쓰지 않는 바다의 주신이라, 그거 아주…”
“거 알겠으니 그만하지! 데메테르에게 빚 좀 졌다고 생각하면 될 거 아닌가!”
“좋은 생각이다. 인간들이 네 자비를 칭송하겠어.”
갑작스레 밀려오는 파도마냥, 약간만 도발하면 잘 넘어온다니까.
하지만 그 짓도 여기까지. 더 이상 말하면 화를 내겠어.
* * *
“그래서 올림포스에서 잘 쉬고 있던 나를 불렀다?”
바닷속으로 온 데메테르가 포세이돈과 나를 번갈아서 바라본다.
갑작스럽게 3주신 중 둘의 연락을 받고 바닷속으로 온 데메테르의 눈에서 의아함이 가득하다.
“그래, 무려 여기 있는 포세이돈에게 빚을 지워둘 기회이니 너도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내 대답에 그녀가 바다의 주인을 위아래로 흩어보았다.
저 눈초리는 대체 무슨 의미일까. 굉장히 떨떠름한 눈빛인데…
“흥. 이제야 조금 자식 관리를 하기로 결심한 건가? 부디 그 결심이 오래가길 빌겠다. 포세이돈.”
“…원래 그 아이는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놔두고 싶었지만, 여기 있는 하데스의 말에도 일리가 있어서.”
“그래서 내가 정확히 뭘 해주면 된다고?”
다행이다. 일단 데메테르가 협조해 주는구나.
물론 굉장히 아니꼬운 눈빛을 간간히 보내기는 하지만… 나와 페르세포네의 관계나 카리브디스의 만행 때문에 참아주는 듯 하네.
포세이돈도 그걸 알고 있으니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것 같지는 않고.
“음. 풍요의 축복으로 음식을 만들어주면…”
“데메테르, 너는 기아의 여신 리모스와 반대되는 풍요의 신격이 아니냐? 그러니…”
“인간들이카리브디스가 사는 곳 근처로지나갈 때에는 바닷속에 제물을 바치라고 명하겠다.”
“조금의 양으로도 배가 찰 수 있을 정도라면 그녀도 만족할 터.”
“포세이돈, 그런데 그냥 네가 가서 설득하면 될 일 아니냐…”
“나는 사실 지금도 그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 편이 좋은 게 아닌가 싶어서…”
“왜 카리브디스가 그 꼴이 되었는지 안봐도 뻔하군.”
그렇게 포세이돈과 데메테르, 내가 카리브디스를 설득할 방법을 궁리했다.
그냥 힘으로 두들겨 패고 강압하는 방법은 사용하기에는 부모가 너무 거물이긴 하지.
데메테르는 풍요의 축복을 가득 내린 대지에서 음식을 생산해 신전에 저장한다.
그러면 포세이돈이 자신의 신전에 신탁을 내려, 바다에서 카리브디스가 사는 곳 근처를 지나칠 때에는 데메테르의 축복을 받은 음식을 바쳐야 한다고 이르고…
또한 암브로시아와 넥타르, 바다의 음식을 주기적으로 카리브디스에게 전해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스틱스 강에 맹세하지는 못하겠지만… 내 삼지창에 걸고 약속하지.”
“좋아. 다음에 부탁할 일이 있다면 연락하겠다. 포세이돈.”
포세이돈은 데메테르에게 빚 하나를 진 것으로 간주한다.
물론 과도한 요구를 들어주지는 않겠지만, 바다의 주신에게 부탁할 수 있는 권리.
“드디어 다 끝났군. 그럼 이제 네 딸과 이야기하러 가볼까.”
포세이돈이 씁쓸하게 입을 다신다. 그러니까 진작 자식교육을 잘 시켰어야지.
뭐, 이제라도 조금 정신을 차린 것 같으니 다행이다만.
* * *
포세이돈이 붙여준 신수, 돌고래의 등을 타고 카리브디스가 있다는 곳으로 이동했다.
파도도 잔잔하고, 바람도 적당히 불어오는 고요한 바다. 조금 떨어진 장소에는 인간들이 탄 배도 지나가고 있었다.
날 태우고 이동하던 돌고래가 멈추길래 해수면을 밟고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제 도착한 거겠지? 저 아래쪽에, 제법 강력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저게 바로 카리브디스인가?
힘으로 따지자면 트리톤보다 윗줄 같은데… 하긴, 어머니가 가이아이며, 본인도 여신이니까.
“음?”
바닷속에 있는 그녀에게 접근할 방법을 생각중인데, 주변의 물이 아래로 향하는 것처럼 보였다.
정확히는 그곳에 있는 카리브디스가 해수면으로 올라오면서 바닷물을 빨아들이는 거겠지.
바다 한가운데에 소용돌이가 생기면서 그 거대한 몸체의 일부가 드러났다.
아니, 소용돌이가 카리브디스였다.
거대한 이빨들이 가득한 소용돌이의 한가운데로 모든 것이 빨려들어간다.
당연히,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배를 타고 이동하던 인간들도 마찬가지.
“으아아악! 저. 저기 바다 괴물이다!”
“저 소용돌이, 아니 괴물의 입 안으로 배가 빨려 들어가잖아…!”
“포세이돈 님이시여, 제발 저희를 구해주소서…!”
“이대로 죽는 건가? 빨리 노를 저어!”
“지금 이게 최선을 다해서 젓는 거라고!”
배에 타고 있던 필멸자들이 당황하며 신에게 기도를 올린다. 피가 날 정도로 노를 움켜쥐며 이곳에서 벗어나려고 한다.
이미 포기하고 눈물을 흘리는 자나, 핏발 어린 눈으로 소용돌이를 노려보는 자들도 보였다.
휘오오오오ㅡ
나는 저승의 신. 포세이돈처럼 물과 바다를 다룰 수는 없다.
헤르메스처럼 빠르게 하늘을 날아 인간들을 구출하거나, 이리스처럼 무지개의 통로를 열어 대피시킬 수도 없다.
하지만… 지금 바닷물을 빨아들이고 있는 카리브디스의 행동을 멈출 정도의 힘은 가지고 있었다.
미안하군, 포세이돈.
네 딸을 조금 때려야겠다.
* * *
운 나쁘게도 카리브디스가 살고 있는 해역을 지나게 된 배의 선장은 이를 악물었다.
분명 이 근방에서 실종 사건이 발생한다고는 들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바다의 괴물이었다니.
이럴 줄 알았다면 아예 다른 길로 가는 거였는데.
휘오오오오ㅡ
아니, 괴물? 저게 정말 단순한 괴물일까?
바닷물을 모조리 집어 삼키는 이빨 달린 소용돌이는 신의 위용을 보여주고 있었다.
“흐흐… 으흐흐흑! 어머니!”
“배에 타는 것이 아니었어… 여기서 타나토스를 뵈어야 하는가?”
“바다로 나오기 전에 분명 포세이돈 님에게 암소들을 바쳤지 않았는가! 그런데 왜 이런 일이…”
“포세이돈께서 제물이 마음에 드시지 않은 게 틀림없어!”
배에 있는 선원들은 패닉 상태.
이제는 노를 젓는 것도 멈추고 손을 놓아버렸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끔찍한 소용돌이 괴물에게서 도저히 벗어날 수 없었으니까.
주변의 바닷물을 모조리 먹어치우는 신화적인 괴물 앞에서… 반신도, 영웅도 아닌 평범한 이들은 절망할 뿐.
선장은 눈을 감으며 마지막으로 포세이돈에게 기도를 올렸다.
그의 나이 70. 한평생 해신을 섬겨온 늙은 노인은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게 신을 찾았다.
‘올림포스의 신들이시여! 나의 주 포세이돈이시여! 제발 저희를 가엽게 여기소서!’
주변에서 들려오는 선원들의 아우성, 흐느끼고 울부짖는 탄식의 소리.
그리고…
■■■■■■!!!!!
귀가 찢어질 듯한 굉음…?
급히 귀를 막으며 눈을 떴다.
그의 입이멍하니 벌어지고,눈에서는 맑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조용히 손을 모으고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은늙은 선장.
다른 선원들도 마찬가지로 똑같이 그를 따라했다.
“안전한 곳으로 보내주마.”
바다와 하늘 사이의 모든 것을 소멸시키는 검은 기둥이 세워진다 싶더니,
어느샌가 갑판 위에 올라온 신(神)을 보았기에.
“너희는 아직 저승으로 올 때가 아니다.”
이제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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