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42)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42화(142/179)
오르페우스의 이야기 – (1)
오르페우스(Orpheus).
그는 무사이 여신들 중 장녀인 칼리오페(Calliope)와 트라키아의 왕인 오이아그로스(Oeagrus) 사이에서 태어난 반신.
그의 음악적 재능을 눈여겨본 아폴론에게서 직접 리라를 연주하는 법을 배웠고,
오직 음악만으로 영웅의 자질이 있다 평가받아 저승의 영웅 훈련소에 들어간 이.
아르고 호에서 세이렌들의 노랫소리를 리라로 물리치거나 폭풍을 잠재우기도 했다.
그리스 최고의 음악가로 명성을 날리던 그는 님프 드라이어드 중 하나인에우리디케(Eurydice)와 결혼했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오르페우스가 아르고 호 원정을 다녀오느라 집에 없는 동안 그의 아내는…
“저기. 혹시 님프…”
“히익?! 다가오지 마세요!”
“아니 잠깐…”
콰득.
“꺄아아악!!”
농부, 시골, 양봉의 신이자 꿀벌치기이기도 한 아리스타이오스(Aristaios)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려고 다가갔는데…
흑심을 품고 다가오는 것으로 착각하여 도망치다가 독사에 물려 죽고 말았다.
여태까지 아리따운 님프들이 남신에게 당한 사례가 얼마나 많은가?
하지만 정말로 흑심이 없던 아리스타이오스의 입장에서는 그저 억울할 뿐이었다.
아무튼 그렇게 아르고 호 원정에서 다녀와 아내의 시체를 본 오르페우스는 그 자리에서 오열했다.
“크흐흐윽! 에우리디케! 에우리디케! 내 당신을 반드시 살려내고야 말겠소!”
그리하여 저승으로 가려고 마음먹은 오르페우스였지만, 테베를 통해 가는 길은 막혀있었고…
다른 방법으로 저승에 내려가야만 했다.
결국 리라 하나만 들고 길을 떠난 오르페우스는 그의 음악 솜씨로 지하 세계로 가는 길을 물어가며 저승의 입구에 도착했다.
한눈에 보아도 어두컴컴한 지하로 향하는 길.
“후우…”
하지만 이곳으로 간다고 그의 아내를 구할 수 있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저승의 신이 그의 재주를 높이 사서 아내를 살려줄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다.
그와 같이 살아있는 인간이 지하 세계에 향한다면 그 끝은 죽음이겠지.
에우리디케를 데려오려다가 그 자신도 빠져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너무 높았다.
하지만 오르페우스는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지하로 향하는 길 앞에서. 오르페우스는 마지막으로 리라의 현을 점검했다.
그리고 에우리디케의 죽음을 목도했을 때의 감정을 끌어올리며 천천히 음악을 연주했다.
♬♪~♩
폭풍을 잠재웠을 때보다, 세이렌들을 패배시켰을 때보다… 더…
생애 최고의 연주가 아니라면.
절대로 에우리디케를 데려올 수 없겠지.
* * *
눈을 감은 오르페우스가 발걸음을 옮겼다.
시야가 보이지 않아도 상관없었다. 음악이 그를 목적지로 인도하고 있었으니.
~ ♪♩
애끓는 그의 리라 소리에… 앞을 막은 돌멩이들이 스스로 길을 비켰다.
산 자를 오한에 빠뜨리다가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저승의 기운도, 음악으로 보호받는 그의 몸에 침투하지 못했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둠 속에서.
오직 오르페우스의 리라 소리만이 맑게 울려퍼진다…
저승의 첫 번째 강, 아케론(Acheron).
뱃사공 카론은 리라를 뜯으며 들어오는 미친 인간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선율은 여태까지 뱃사공 일을 하면서 고생한 그의 심신을 어루만지고 치유해주었다.
애끓는 음정은 인간의 아픔을 나타내는 듯 했으며, 눈을 감은 오르페우스의 눈물이 감정을 더했다.
억겁의 세월을 살아가며 영혼들을 나르던 카론이었지만.
지금만큼은 마음이 흔들렸다.
“건너편으로 저를 태워주십시오… 카론 님.”
“…이번 한 번뿐이다. 인간아.”
산 자는 절대로 통과시켜주지 않는 카론이 그에게 턱짓을 하며 배에 태웠다.
~ ♪
“큽… 어머니… 죄송합니다.”
“으흑. 젠장. 저 리라가 뭐라고.”
“하아아…”
그의 리라 소리에 아케론 강을 함께 건너던 다른 영혼들과 카론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배 위는 순식간에 울음바다가 되었고, 눈물이 없는 망자들의 대성통곡이 비통의 강을 뒤덮었다.
저승의 두 번째 강,코퀴토스(Cocytus).
시름의 강은 그 명성대로 아주 차가웠다. 육신을 잃어버린 망자들조차 꺼려할 정도로.
강물에 자신의 과거가 비친다는 코퀴토스의 강…
“하하하하! 당신은 정말 아름다운 것 같소. 이제 영원히 함께…”
“그럼요. 저는 이래봐도 님프들 중에서…”
그곳에서 오르페우스는 자신이 에우리디케와 결혼하던 그 순간을 보았다.
칼날 같은 아픔이 그의 가슴을 찢어놓았고, 그는 망설임 없이 코퀴토스 강을 통과했다.
저승의 세 번째 강,퓨리플레게톤(Pyriphlegethon).
영혼을 태워 정화시킨다는 이 불길의 강은 정말로 뜨거워 보였다.
발걸음을 내딛으면 곧장 타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그의 육신 정도는 단숨에 불살라버릴 것만 같은 화염.
하지만…
아내를 잃어 타들어가는 그의 마음보다 뜨겁지는 않으리라.
저승의 네 번째 강,레테(Lethe).
이승의 기억을 사라지게 만든다는 악명 높은 레테의 강물.
그러나 오르페우스는 리라를 연주하며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기억은 아내와의 추억을 남길 수 있으면 충분하다. 내가 바라는 것은 오직 에우리디케를 살리는 것.
강렬한 집념. 확고한 목적. 타오르는 의지.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하는 리라 연주.
오직 아내를 데려오겠다는 목적으로 저승에 발을 들인 영웅의 집념은 너무나도 단단했다.
그래, 망각의 강물이 그의 기억을 지우지 못할 정도로.
~♩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 강인 스틱스 강까지 건넌 그는 하데스의 성채를 향해 나아갔다.
리라 소리 때문에 눈물을 줄줄 흘리는 영혼들과 함께 나아간 그는 저승의 문을 지키는 신수,케르베로스(Cerberus)를 발견했다.
“크르르…”
살아있는 인간을 물어뜯으려던 케르베로스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으르렁댓다.
처음으로 느껴본 슬픔이라는 감정이 신수의 흉폭성을 잠재운다.
거기에 더해… 케르베로스는 헷갈려 했다.
단신으로 저승의 강을 통과한 오르페우스의 영혼은 처음과 많이 달라졌기에.
헤라클레스가 인간에게 신앙을 받고 과업을 수행해 격을 올렸듯이.
오직 음악의 힘으로 불가능한 난관을 돌파한 그는 점차 성장하고 있었다.
원래부터 반신인 오르페우스가 격까지 높아지자, 더욱 헷갈린 케르베로스는 결국 길을 비켰다.
* * *
그렇게 저승을 다스리는 하데스 앞에 도착한 오르페우스.
그의 리라 소리에 옆에 있는 아름다운 금발의 여신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지만, 옥좌에 있는 검은 머리의 신은 요지부동이었다.
전력을 다한 연주로도 저승의 주인에게는 별 감흥이 없다는 말일까?
오르페우스는 리라 연주를 멈추고 다급하게 무릎을 꿇고 외쳤다.
“저승의 주인이시여! 저는 오르페우스(Orpheus)라고 하는 미천한 인간입니다. 제발 제 아내인 에우리디케(Eurydice)를 살려 주십시오!”
찰나의 침묵이 흐르고, 저승을 다스리는 신이 입을 열었다.
“죽은 자를 살려 달라? 그 음악 솜씨만 믿고 저승에 온 건가?”
“…부디 간청드립니다!”
“탄탈로스 때의 선례가 있으니 죽음을 맞이한 과정이 불합리하다면 들어줄 수 있다. 잠시 기다리도록.”
플루토 신의 손짓에 근처의 시종이 다가왔고, 그의 명을 받아 밖으로 나갔다.
억겁과도 같은 기다림이 잠시 이어지다가… 다시 돌아온 시종이 그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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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내인 님프, 에우리디케는 독사에 물려 죽은 사고사를 당했구나. 제법 안타까운 일이기는 하지만… 이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
“그… 그런!”
“그 어떠한 도움도 받지 않은 생자의 몸으로 저승에 도달하고, 나를 만난 그 과업에 대한 보상으로 네 목숨을 거두지는 않겠다. 이만 돌아가라, 음악의 영웅이여.”
도저히 자비의 신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냉혹한 말에 오르페우스의 심정이 무너졌다.
아니지, 플루토 신께서는 저승의 주인이시기도 하니까… 하지만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그는 반드시 에우리디케를 데려가기로 결심했다.
혼자서 저승에 빠져나와봐야 무슨 소용인가. 그녀를 데려갈 수 없다면 자신이 죽어서라도…!
“제발. 제발 부탁드립니다!”
“님프 하나 정도를 살려주는 일이 내게는 어렵지도 않다고 생각하겠지. 그럴 생각으로 저승에 왔겠고.”
“……”
“네 말대로 어렵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나는 네 아내를 살려줄 수 없다.”
“어째서… 입니까?”
“내 마음대로 망자들을 살려낸다면, 이승과 저승의 경계가 무너지겠지. 이는 세상의 균형과도 직결된 문제다. 탄탈로스의 사례처럼 너무나도 억울하고 끔찍한 죽음이 아니라면… 제우스가 직접 내게 부탁해도 되살릴 수 없다.”
오르페우스는 고개를 들어 지하 세계의 왕을 보았다.
옥좌 옆에 있는 금발의 여신은 그의 편을 들어주고 싶은 눈치였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감히 저승을 다스리는 플루토의 권위를 침범하지 못하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래도 그는 포기할 수 없었다…
설령 플루토의 노여움을 사서 타르타로스에 떨어지더라도. 반드시 에우리디케를…!
“한번만… 제 연주를 들어주십시오.”
“음?”
“당신의 마음에 찰 극상의 연주를 보여드리겠나이다! 부디 에우리디케를 살려주십시오!”
아내를 잃은 남편은,이를 악물며 다시 리라를 들어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