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43)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43화(143/179)
오르페우스의 이야기 – (2)
“한번만… 제 연주를 들어주십시오.”
“뭐라고?”
“당신의 마음에 찰 극상의 연주를 보여드리겠나이다! 부디 에우리디케를 살려주십시오!”
나, 하데스는 감히 저승에 발을 들인 생자를 쳐다보았다.
가까이서 연주를 하면 내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미 아폴론이 앉아있는 음악의 신 자리를… 가히 노려볼 만한 뛰어난 실력.
하지만 이미 죽은 자를 살려달라니.
신의 패악질에 의해 죽은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죽음.
비록 안타까워도 이자의 소망을 들어줄 수는 없다.
옆으로 곁눈질해 페르세포네를 보니, 그녀는 바닥에 떨어진 물건을 주을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손을 모아 오르페우스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눈물이 다시 맺히는 걸 보아하니 음악이 정말 감명 깊었던 모양.
하지만 내가 봄의 여신처럼 쉽게 넘어갈 거라고는…
디리링 ~♬♪
그 소리를 가까이서 듣는 순간, 오랜 기억들이 떠오르며 추억에 빠졌다.
여태까지 겪은 슬픈 일을 다시 상기하게 해주는 리라 연주. 아내를 잃은 슬픔이라…
성채 한가운데에서 퍼져 나오는 애끓는 음악.
다시 한번 저승의 모두가 행동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폭풍도. 세이렌도. 저승의 강들마저 이겨낸 그의 리라 연주는 정말 대단했다.
나조차도 순간 동정심이 들어… 그의 아내를 데려가는 걸 허락할 뻔했으니.
~♪
하지만 내 마음을 움직인 것은 음악이 아닌, 그의 마음에 있었다.
눈물을 흘리는 오르페우스가 혼신의 힘을 다해 손가락을 움직인다. 어떠한 무력도, 믿는 뒷배도 없는 인간이.
저승을 다스리는 나를 설득하고,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보이는 생애 최고의 연주.
인간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는 기예.
잠시 동안 이어진 연주가 끝나고… 오르페우스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페르세포네의 양 눈에서는 쉴 새 없이 눈물이 흐르고 있었으며, 저승의 망자들 역시 탄식하며 일을 멈췄다.
타르타로스를 제외한 저승 전역에 영향을 미친 건가.
“그래도 허락할 수 없다.”
“…!”
“그 위업. 놀라우나 거기까지다. 저승의 법도를 깰 명분도, 실리도, 정당한 사유도 되지 못한다.”
툭.
내 말에 오르페우스의 손에서 리라가 떨어졌다.
방금까지 천상의 음률을 뽐내던 도구는 볼품없이 널부러진 모습을 보였다.
저 고개 숙인 표정을 보아하니 마음이 아파오지만… 그래도 안 된다.
그렇게 그를 이승으로 돌려보내려고 하는 순간, 페르세포네가 나를 바라보았다.
“하데스 님.”
“…?”
“저 인간의 아내를 살려주시면 안 될까요?”
나는 단번에 거절하려다가 물기 어린 그녀의 눈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조금은 떨리는 목소리지만 간절한 바램이 담긴 시선.
* * *
봄과 씨앗을 다스리는 여신의 말에 흔들리는 내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오르페우스라는 인간이 오기 전, 페르세포네에게 청혼하려 했었기에 더욱.
방금 그녀에게 청혼하려 했기에… 내게 실망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페르세포네…”
“저승의 주인으로서 내린 판단이 그러시다면. 자비의 신으로서 내리실 판단은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내겐 저승이 우선이다. 이건 엄연히 저승의 규칙이고, 세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일이다.”
“그래도… 리라 하나만 들고 저승에 왔을 정도로 애절한 사랑인데…”
“아무리 네가 말해도 허락할 수는…”
쿠웅!
나와 페르세포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오르페우스가 바닥에 머리를 찧는다.
영웅의 머리에서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나와 땅에 스며들었다.
“플루토시여! 제 아내를 데려갈 수 없다면 저승에서라도 함께하고 싶습니다!”
“하…”
사랑에 미쳐있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 아내와 함께할 수 없다면 죽여달라고 한다니.
그래도 알아본 바에 따르면 바람을 피우거나 첩을 두지도 않았으니… 이 정도 사소한 무례는 넘길만하다.
진심인 것 같지만, 조금만 시험해 볼까.
네 의지를 내게 보여라.
“아내를 데려가지 못한다면 죽어도 상관없다? 지금 나를 우습게 보는 것이냐?”
“…!”
“네가 죽음을 불사해서 아내를 구하겠다고 하면, 내가 안타까워하며 되살려 줄 것 같았더냐?”
페르세포네가 입을 벙긋거리며 당황한 표정을 짓지만.
일부러 강경한 어조로 말을 끝맺었다. 자, 이제 어떻게 나올 테냐?
오르페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더니 이내 기어들어가는 소리를 내었다.
“정말로 아닙니다. 스틱스 강에 맹세코 그런 의도는 없었습니다.”
“……”
“저는 사랑하는 아내를 지키지 못한 죄인이니… 에우리디케를 살려주시지 않으시거든 제 목숨을 거둬 주십시오. 어떠한 벌도 감내하겠습니다.”
그는 이 말을 마지막으로 침묵했다.
“하…”
나는 작은 탄식을 내뱉으며 머리를 짚었다.
그래, 바로 이런 것이 문제.
저승을 다스리는 자로서 제일 골치아픈 일이 이러한 것들.
이승에서 죄를 지었으면 벌을 내리고, 선한 일을 했으면 저승에서 보답해주면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이 법도를 어기는 일을 간청하는 자가 선한 이거나 영웅이라면, 혹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면.
올바르게 판단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제아무리 절대자인 신들이라고 할지라도 감정이 있고, 주관이 있고, 실수도 하는 법.
내가 지금 이 영웅의 간청에 흔들리는 것 역시 그렇겠지.
“하데스 님. 제발.”
“…페르세포네.”
공정한 판결을 내리려면 이런 예외를 허락해서는 안 되지만, 자비를 베풀지 않는 냉혹한 모습을 코레 앞에서 보여주기도…
하. 운이 좋구나… 이번 한 번뿐이다.
절대로 페르세포네가 내게 실망하는 모습을 보기 싫어서가 아니다.
“좋다. 데려가라.”
“…!”
고개를 치켜들며 화색을 띠는 영웅.
“다만, 네가 아내를 저승에서 데려왔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라야 한다. 이런 선례는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니, 만약 오늘의 일이 조금이라도 새어나간다면 너는 죽어서도 고통받을 것이다.”
“감사… 감사합니다!! 자비로우신 플루토여! 이름도 바꾸고, 한적한 곳에서 아내와 은거하겠습니다!”
“그 맹세. 타르타로스에 떨어지기 싫다면… 제대로 기억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것으로 되었다.
* * *
몇 번이고 머리를 박으며 감사 인사를 하던 오르페우스가 그의 아내의 영혼을 데리고 저승을 빠져나가고…
나는 내 팔짱을 끼며 옆으로 다가온 페르세포네를 바라보았다.
“하데스 님. 감사해요…”
“네가 부탁해서 들어준 게 아니다. 위업에 걸맞는 보상이었을 뿐.”
“네에에. 알았어요! 헤헤!”
전혀 믿는 눈치가 아닌데. 됐다…
“밖에 누구 있느냐? 들어와라!”
“예! 무슨 일이십니까?”
오르페우스의 연주에 의한 여파가 아직도 남아있는지, 알현실 바깥에서 대기하던 시종 역시 눈물을 주르륵 흘리고 있었다.
“올림포스에 전달해라. 음악의 하위 신격 후보자를 추천하고 싶다고.”
“알겠습니다!”
“방금 나간 인간 영웅이 그 대상이다. 다른 의견이 없다면 오르페우스의 수명이 다할 때, 그 영혼을 올림포스로 보낸다고 전하도록. 그리고 카론에게도 나중에 내가 따로 보자고 전해라.”
다시금 조용해진 알현실.
저승을 가득 채우던 음악이 사라지자 고요한 정적만이 남았다.
사랑을 위해 목숨을 걸거나 위험을 감수하는 인간은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죽은 아내를 위해 저승까지 찾아와 나를 설득하다니, 그 대담함과 용기는 어째서 그가 영웅인지 알 수 있게 해주었다.
아무리 그래도 하필 중요한 순간에 찾아와서 방해를 해?
물론 아내를 잃은 슬픔, 우연히 내 청혼과 타이밍이 겹친 불상사를 감안하겠지만…
‘그래도 괘씸하군. 어디 죽고 나서 보자…’
이런 일에는 원래 사적인 감정을 넣으면 안되지만.
일단 신으로 만든 다음. 온갖 행사 때마다 부려먹어야겠다. 마침 결혼식 때 축가 담당이 필요했었는데 잘 됐군.
“아! 하데스 님. 제가 아까 말하려다가 잊었는데요…”
“내게 준다는 선물?”
“네에… 그. 여기요!”
오르페우스가 저승에 오기 전, 내일이면 다시 이승으로 올라갈 시간이 되었기에 선물을 준비했다고 했었지.
수줍게 내미는 상자를 받아들어서 열어보자 그 안에는 생각지도 못한 것이 놓여있었다.
기껏해야 꽃이나 적당한 보물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흐흥! 바로 페르세포네 1회 소원권이에요!”
“……?”
“무엇이든지 들어드릴게요! 가지고 계시다가 언제든 쓰셔도 좋아요!”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특정 부위를 강조하는 페르세포네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정말 내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는 선물이네.
500살도 되지 않은 어린 여신의 발랄함이랄까. 허.
상자 바닥에 놓인 양피지에는 여신의 아름다운 필체로 쓰인 글이 적혀 있었다.
Ως θεά της άνοιξης και των σπόρων, δεσμεύομαι να εκπληρώσω τις επιθυμίες οποιουδήποτε το έχει.
적으면서 신력이라도 듬뿍 불어넣었는지, 황금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글씨.
대충 봄과 씨앗의 여신으로서 소원권을 보장한다는 내용이네.
나는 피식 웃으며 소원권을 그녀에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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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페르세포네. 이 소원권, 지금 바로 쓰도록 하지.”
“지금 바로… 요? 흠흠! 네. 뭐든지 말씀해보세요!”
어리둥절한 그녀의 표정을 뒤로하고, 나 역시 미리 챙겨놓았던 상자를 꺼냈다.
그리고 그 내용물을 꺼내 내밀며 입을 열었다.
“이걸 받아주는 것이 내 소원이다.”
“에…?”
“너를 사랑한다. 코레. 나와 결혼해다오.”
“아. 아… 이. 이런 거였으면 소원권은 쓰지 않아도…”
내가 코레에게 내민 것은 황금 사과였다.
가이아가 우리와 사이가 틀어지기 전, 제우스와 헤라가 막 결혼했을 때.
그녀가 헤라에게 선물한 황금사과 나무… 그곳에서 따온 금사과.
그 사과의 겉표면에는 저승의 힘으로 새긴 검은 글씨가 있었다.
아름다운 봄과 씨앗의 여신에게.
“이건… 헤라 님의 황금사과가 아닌가요? 이렇게 귀한 걸 제게…!”
“내 이명은 부의 신이다. 내게도 몇 개 없지만, 구하지 못할 물건은 아니지.”
금빛으로 반짝이는 사과를 받아들고 어쩔 줄 몰라하는 코레의 이마를 넘겨 입을 맞추었다.
“그래서. 대답은?”
“당연히 좋아요! 이… 이미 들어버렸으니 나중에 물리시거나 그러는 건 절대…!”
“스틱스 강에 맹세하지. 그대와 내 사이는 영원한 봄이 계속될 거라고.”
“흐으읏!”
포옥.
어딘가 야릇한 소리를 낸 코레가 내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었고, 우리는 서로 껴안은 자세 그대로 있었다.
바깥에서 전령이 도착해 올림포스의 답을 가져오기 전까지 계속해서.
겨울은 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