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46)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47화(146/179)
아스클레피오스의 이야기 – (1)
아스클레피오스(Asklepios).
그는 태양신 아폴론과 테살리아의 왕녀 코로니스 사이에서 태어난 자식이다.
그러나 그가 코로니스의 뱃속에 있을 때, 그녀가 인간 남성과 바람이 났고… 까마귀에게 그 소식을 전해들은 아폴론은 코로니스를 죽여버렸다.
물론 그 소식을 전해준 하얀 깃털을 가진 까마귀 역시 아폴론의 눈빛에 태워져 검게 변했다.
그렇게 코로니스의 시체에서 갓난아이인 아스클레피오스를 꺼낸 태양신은 그의 재능을 눈치채고 테베로 보냈으니,
그것이 바로 아스클레피오스가 저승에서 케이론에게 의학을 배우게 된 계기였다.
“과연. 아폴론 님의 말대로 재능이 있었구나.”
“…?”
“무구를 다루는 법은 도통 배우지를 못하더니, 의술적 재능은 그 누구보다 뛰어나다니.”
그리하여 검과 창을 놓고 의학 지식만을 쌓아가던 그는 금새 케이론을 능가했다.
저승에서 죽어라 싸우는 영웅들이 그의 의술 습득을 위한 제물이 되었기는 했지만.
뚜두둑!
“크아아악! 아스클레피오스. 이 미친놈아!”
“아. 이쪽이 아닌가. 그럼 반대로 돌려보면…”
뚜두두둑!
비록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는 순조롭게 성장했다.
“자. 밖에 나갈 때는 이렇게 입 가리개를 착용하고 나가시죠. 흙먼지가 많은 지역에서는 인간의 가슴부위에 먼지가 쌓이는…”
“조금 답답하긴 하군.”
“그리고 아이가 음식을 먹고 복통이 났을 때에는 제가 드린 약초를 달인 물을 먹이면…”
“아스클레피오스 선생님! 국왕 폐하께서 선생님을 급히 찾으십니다!”
“그분께서 또 발이 아프시다고 하셨습니까?”
“…그걸 어떻게 아셨나요?”
“그건 뿌리를 뽑을 수 없는, 계속해서 재발하는 병이니 이 관리법을 가져가시면…”
다른 영웅들이 괴물을 잡으러 돌아다닐 때, 그는 그리스를 떠돌며 병자들을 치료했다.
“플루토 신이 인간 세계에 내려주신 민트의 효능이 이리도 많다니… 으음.”
“선생님! 말씀하신대로 역병에 걸려 죽은 시체를…”
“그분의 부모에게는 제대로 허락을 구했나?”
다른 영웅들이 위업을 쌓으려 무예를 수련할 때, 그는 자신의 의학을 연구하며 지식을 넓혔다.
그리하여 지금의 아스클레피오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의술의 달인, 아스클레피오스 선생님이다.”
“못 고치는 병이 없다는 그리스 최고의 의사?”
“죽은 자도 살릴 수 있는 거 아니야? 저번에 숨을 쉬지 않는 자의 가슴팍을 건드리더니 살아나던데…”
“물에 빠져 죽은 남성을 살린 일화? 그건 정말 대단했지.”
“아폴론 님의 자식이라 그런 능력이 있는 걸지도.”
저승의 영웅 훈련소에 오로지 의술만으로 자격을 인정받은 자, 황금 양털 원정대의 선의(船醫).
오르페우스의 음악에 버금간다는 그의 의술을 그리스의 모두가 인정하고 있었다.
심지어 그가 죽은 사람을 살린다는 것을 진지하게 믿는 이도 많았다.
하데스의 전생, 21세기의 기준으로는 물에 빠져 숨을 쉬지 않는 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한 것뿐이지만…
이 시대의 의학은 그렇게까지 발달하지 않았다.
결국 아스클레피오스가 죽은 이마저 살린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고,
어느 시골에서는 의술의 신으로 추앙받기까지 하였다.
“네가 죽은 이도 살린다는 아스클레피오스라는 인간이 맞나?”
“…누구십니까?”
“나는 아르테미스다. 네 아버지인 아폴론이 내 오라버니지.”
당연하게도 그 소문은 신들이 있는 올림포스까지 퍼지기에 이르렀다.
* * *
쿠웅!
아스클레피오스는 어디선가 던져진 거대한 멧돼지 시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온 몸에서 피를 흘린 채로 죽어있는집채만한 크기의 멧돼지.
그 정체는 바로 칼라돈에서 난동을 부리던 멧돼지였다.
“내가 기르던 신수다. 인간 영웅들에 의해 사냥되었는데, 그 직후 안개로 그들의 눈을 가리고 시체를 가져왔다.”
“그런데 어이하여 여신님께서 이것을…?”
“너는 죽은 자들도 살릴 수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 내 신수를 살려내라.”
“칼라돈에서 나타났다는 멧돼지가…! 여신님께서 보내신 것이었습니까?!”
사실 아르테미스는 칼라돈에 보낸 자신의 신수를 살릴 생각은 없었다.
신이 인간에게 노하고… 과업이라는 이름의 적당한 벌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
아르테미스 역시 이 기본적인 원칙에서 벗어나지 않았기에,
멧돼지가 영웅들의 분투로 토벌당하면 못 이기는 척 신탁이라도 내려 제사를 똑바로 지내라고 할 생각이었지만…
‘아무리 영웅이라도 그렇지, 필멸자들 주제에 내 신수를 보자마자 도륙을 내버려? 이 인간에게 명령해 살린 다음 다시 보내야겠다.’
바로 그렇다.
아르테미스가 신벌로서 내린 멧돼지는 영웅들에 의해 ‘단번에’ 죽었다.
바로 그것이 문제. 신벌이 그렇게 끝나면 안 될 일…!
올림포스 12신이 직접 내린 신벌이 영웅들의 ‘치열한 분투’로 해결되었다면 면이 좀 서겠지만…
이렇게 신벌이 끝난다면 여신의 자존심과 위엄에도 문제가 되며, 하위 신격들에게 비웃음마저 당할 수도 있었다.
‘이번에는 절대 쉽게 처리할 수 없도록 광기와 달의 힘을 듬뿍 넣어서 보내야겠어.’
물론, 난데없이 달의 여신에게 죽은 신수를 살리라는 말을 들은 아스클레피오스는 당황했다.
그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나고 손은 덜덜 떨렸다.
“아르테미스 여신이시여! 저는 죽은 자를 살릴 능력은 없습니다.”
“네가 숨을 쉬지 못하는 인간을 되살리는 것을 보았다는 사람이 수두룩한데 어찌 거짓을 말하는가?”
“물에 빠진 이를 구한 것을 말씀하신다면 오해하신 겁니다. 저는 그럴 능력이 없습니다.”
“거짓말 하지 말아라.인간은 신이 아니다. 숨을 쉬지 못한다면 죽는다.”
신은 자신의 분야에서는 뛰어나지만, 자신이 관장하지 않은 영역에 대한 세부적인 지식은 갖추지 못했다.
아니, 갖출 필요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만능의 힘, 신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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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여신은 의술의 신격을 지닌 아폴론이 아니다.
물론 소문으로만 들은 것이 아닌, 아스클레피오스가 살렸다는 인간을 직접 보았다면 죽은 자를 살린 게 아님을 눈치챌 수 있었겠지만.
반신이나 신이 온갖 이적을 행사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얼마 전에는 헤라클레스라는 영웅이 신으로 승천한 것까지 본 아르테미스는 아스클레피오스가 죽은 자를 살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최강의 대영웅이 힘의 신이 되었는데,
최고의 의사가 죽은 자를 살리지 못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정말로 네가 죽은 자를 살린 것이 아니라면 스틱스 강에 대고 맹세해보아라. 그럼 믿어주마.”
“그것이…”
아스클레피오스는 대답을 하지 못했다.
사실은 그도 숨이 멎은 자를 살린 정확한 원리는 알 수 없었기에.
그저 숨결이 멎은지 얼마 되지 않은 인간에게 다시 숨을 불어넣어 주고,
박동하는 심장을 뛰게 만든다면 깨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만을 알았다.
자신이 타나토스의 손길에서 영혼을 구출한 것인지,
아니면 저승의 문턱에 있는 자를 이승으로 데려온 것인지 확신이 서지 않는 아스클레피오스.
우물쭈물하던 그를 바라본 아르테미스 여신이 피식 웃으며 말한다.
“후훗. 감히 여신에게 거짓을 고한 죄는 묻지 않겠다. 물론, 내 신수를 성심성의껏 치료한다면 말이지.”
* * *
“하지만 여신이시여! 죽은 이들은 플루토 신의 관할 하에 있습니다! 저 따위가 어찌 그분의 영역을 침범할 수 있겠습니까!”
“내가 그것도 감안하지 않았을 것 같으냐?”
아스클레피오스의 필사적인 항변에도 아르테미스 여신의 미소는 사그라들지 않았다.
인간 주제에 귀찮게 구는군. 신이 명령하면 따를 것이지.
“하데스 님께서는 네가 죽은 자를 되살려도 처벌하지 않으셨다.”
“제가 죽은 자를 살리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내가 보았을 때, 네 의술의 경지는 이미 오라버니를 뛰어넘었다. 의술의 신격을 능히 노려볼만해.”
“…?”
“내 추측으로는… 다른 이가 아닌, 의술의 신격이 될 가능성이 있는 네가 의술로서 죽은 이를 살렸기에 처벌받지 않는 것이다.”
사실 아르테미스 여신은 이 인간이 나중에 처벌을 받던 말던 별 상관이 없었다.
중요한 것은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이지.
아폴론 오라버니의 아들? 흥. 죽은 자를 되살렸다고 하데스 님께 처벌을 받든 말든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다.
하데스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훈계를 조금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정도야 감수하면 될 일.
단 한번도 저승에서 일을 해보지 않은 아르테미스 여신은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으으음…”
여신의 확언에 아스클레피오스의 눈빛이 흔들린다.
하지만 숨이 멎은 것도 아니고, 저렇게 온 몸이 꿰뚫린 괴물을 어떻게 살린다는 말인지?
“최선을 다해서 치료해라. 네 능력이라면 분명히 내 신수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결국 여신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고 멧돼지를 살피기 시작하는 아스클레피오스.
여신이 직접 지켜보고 있어서 최선을 다해 치료해야만 했다.
몸에 박힌 창칼을 빼내고, 피를 닦아내고…
약초를 이용해 회복력을 돋구고, 붕대를 감아 상처를 봉합하고…
“이건 이렇게…”
스윽. 슥.
아스클레피오스의 ‘치료’는 한동안 이어졌다.
하지만 그 자신도 죽은 멧돼지가 살아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으나…
“꿰에에엑…”
‘…뭐야. 왜 살아나?’
이게 어찌 된 일일까? 분명 죽었던 멧돼지가 살아났다.
숨이 멎은 인간을 구한 것과는 아예 비교조차 되지 않는 위업.
그 연유는 다음과 같았다…
영웅이란 인간의 한계에 도달하다 못해 뛰어넘은 자들.
오르페우스의 음악은 폭풍우를 가라앉히고,
이다스의 담력은 태양신 앞에서도 물러나지 않았고,
아탈란테의 궁술은 신도 제법이라고 여길 정도.
그럼 아스클레피오스는 어떨까?
그리스의 모두가 인정하는 의술의 대가, 그와 비견되는 의사는 아무도 없다는 명성이 자자했고…
심지어 시골 마을에서는 이미 그를 의술의 신으로 모시는 곳도 있었다.
오르페우스가 음악으로 아폴론을 뛰어넘었듯,
아스클레피오스의 의술 역시 진작에 아폴론을 뛰어넘었다.
인간들의 의학계에서 그의 이름은 절대적인 권위를 가졌으며,
죽은 자를 살렸다고 알려진 명성은, 황금 양털 원정대에서 폭풍우를 가라앉힌 오르페우스에 못지않았다.
심지어 그의 아버지는 아폴론인데다, 올림포스 12주신인 달의 여신이 그가 죽은 이를 되살릴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즉, 신에 가까운 반신이 위업과 능력, 명성과 신앙까지 갖춘 상황.
이는 필연적인 격의 상승을 불러왔고…
“아주 잘했다. 다음에는 올림포스에서 다시 보겠어.”
“…?!”
결국 정말로 죽은 생명을 되살리는 위업을 달성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