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55)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56화(155/179)
기간토마키아(Gigantomachia) – (4)
아틀라스가 가이아 편에 섰다!
수많은 기가스의 정혈과 원념을 흡수한 아틀라스가 나타나자올림포스의 신들은 경악했다.
천구를 들고 있는 평상시의 그도 3주신에 버금가는 강자인데…
“하데스가 하는 말은 들었겠지! 모두 충격에 대비해라!”
“아틀라스 님이 대체 왜…!”
“보나마나 가이아께서 충동질했겠지!”
번쩍- 콰아아아아앙!!!
플레스라 평원이 방금의 충돌로 소멸했다.
다행히도 평원 밖으로 물러난 신들은 각자 권능이나 힘으로 충격파를 막아냈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쿠쿠쿠쿵! 콰아앙!
기가스들도. 올림포스 신들도. 모두가 당황하며 도망쳐 나왔다.
저기에 휩쓸린다면 아무리 불사의 신이라 해도 무사하지는 못할 터.
필멸자들이 우러러보는 신들이 사방으로 대피하며 꼴사나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간이 찢겨나가고, 죽음의 힘과 벼락, 해일이 몰아치는 저곳에 누가 감히 들어설 수 있겠는가.
a0ZxRGFSbmE5L0VrOU9wRTVXcFlKdGg4R3FwbDhLK3ZxTGNNV0t3T0p1UldoY1ZtU1dWMDRidjNJOXN5ak9tMQ
“헤파이스토스. 일단 나를 따라와라, 이곳은 저들에게 맡기고 도망치는 기가스들을…”
“알겠습니다. 어머니!”
“젠장. 필멸자들이 많이 죽어나려나? 이러면 다시 인간을 만들어야 하는데…”
“빠져나간 기가스들이 얼마나 되지?”
헤라와 데메테르. 헤스티아 여신 등. 티탄 전쟁을 경험했던 오래된 신들조차 눈살을 찌푸리며 움직였다.
이를 악문 전쟁의 신, 아레스가 성큼성큼 걸어와 화로의 여신에게 향했다.
“헤스티아 님! 예전에는 저 아틀라스를 어찌 이기셨습니까!”
“원래는 저 정도로 강하지 않았어. 가이아 님이… 천구를 들고 있던 그를 이곳으로 소환함과 동시에…”
“힘을 불어넣은 거겠지. 하지만 저 상태를 오래 유지하지 못할 거야.”
전쟁과 지혜의 여신 아테나가 말을 이어받았다.
그녀 역시 지친 얼굴과, 몸 이곳저곳에서 이코르가 흘러내리는 몰골을 하고 있었다.
당황도 잠시, 신들은 빠르게 움직여 대응하기 시작했다.
아테나 여신이 인간 세상에 신탁을 내리고, 몇몇 신들은 도망치는 기가스를 쫒으며… 마법의 여신 헤카테가퍼져나오는 충격파를 상쇄하는 등.
다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가운데…
“저기. 디오니소스 님.”
“허억… 뭐냐. 헤라클레스. 후우… 힘드니까 빨리 말해라.”
“지금 새롭게 나타난 적이 아틀라스라니 대체 무슨 말입니까?”
“말 그대로다. 천구를 드는 벌을 받고 있던 티탄, 아틀라스가 가이아 쪽에 합류한 거지!”
헤라클레스는 아틀라스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다.
신이 되면서 신들의 역사에 대해 어느 정도 배움을 얻었기 때문.
저기서 3주신과 치열하게 다투는 아틀라스가 그의 아버지인 제우스와 비견될 정도로 강력하다는 것 또한.
하지만 그것이 그가 물러설 이유는 되지 않았다.
“…?”
“헤라클레스?”
힘과 투쟁의 신은 잠시 고민하다가 격렬한 충돌이 일어나는 한가운데로 발걸음을 옮겼다.
12신들도 기겁하는 저 끔찍한 파괴의 현장으로 걸어 들어간다고?
“헤라클레스! 어디로 가는 거냐!”
“적이 나왔으니, 도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투쟁이란, 극복하고 뛰어넘는 것.
* * *
“흡! 거기구나. 하데스!”
쉬이이이잉ㅡ! 콰아앙!!!
아틀라스가 날린 주먹이 또다시 내 귀를 스치고 지나갔다.
충격파로 인해 뜨끈한 액체가 흘러내리며, 뒤에 있는 산 하나가 통째로 날아가는 것이 느껴졌다.
그 풍압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바이던트를 휘둘렀지만 이 거신은 어깨로 받아내며 반격했다.
그것 참. 예전부터 더럽게 단단했던 몸뚱이가 더 견고해졌군.
후우웅-
힘만 강한 무식한 놈 같으니.
어떠한 권능도, 맡고 있는 권역도 없는 아틀라스지만… 굳이 하나를 따진다면 힘이 아닐까?
만약 헤라클레스가 없었다면 힘의 신격은 그가 차지하고 있어도 어색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지긋지긋한 싸움은 아주 오래전에 끝냈어야 했는데!”
카가가강! 피슉.
포세이돈이 삼지창을 아틀라스의 팔에 내리치며 말했다.
전의보다는 짜증이 가득한 목소리. 그도 그럴 것이, 안 그래도 강건한 아틀라스의 몸인데…
“뭐. 할아버지 우라노스의 성기를 잘랐던 낫만 피한다면 별로 아프지가 않다만?”
“대지모신 아니랄까 봐 정말 까다로운 축복을 내리셨군.”
“재촉하지 않아도 금방 잘라주마.”
대지모신 가이아에게서 받은 힘 때문에, 바이던트나 삼지창에 맞아도 오직 생채기만이 났으니까.
제우스의 벼락에도 버티는 내구를 가지고 있으니 당연하겠지만.
그래서 언제부턴가 제우스는 벼락을 내려놓고 스퀴테만을 휘둘러 놈을 쓰러뜨리려고 하고 있었다.
티탄 신족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불멸. 하지만 팔다리를 자르거나 치명적인 부상을 입힌다면 단기간에 회복하지 못하겠지.
“후우…”
퀴네에를 오랫동안 쓰고 있다 보니 투구 사이로 땀이 흘러내린다.
가이아에게서 힘을 받은 아틀라스는 현재 상태를 오랫동안 유지하지 못한다. 이 지지부진한 싸움은 결국 우리의 승리로 흘러갈 터.
하지만… 우리가 이곳에서 묶여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
대지에서 다시금 모이는 힘이 느껴진다.
플레스라 평원은 완전히 붕괴한 지 오래지만, 가이아는 다시 힘을 끌어모으고 있다.
아까의 충돌에 살아남은 기가스들이 사방으로 도망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들이 급히 추격했지만, 그들이 인간 세상으로 흩어진다면 인류의 절반 이상이 죽어나갈지도 모른다.
나와 결혼을 약속한 스틱스 여신은. 레테는. 페르세포네는…
모두 무사할까? 치열한 전투가 계속해서 이어지다 보니 그들의 근황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흐흐… 이제야 슬슬 천구를 떠넘길 때가 다가오는군.”
“하!”
그렇다고 아틀라스를 무시하고 다른 곳을 살필 수도 없다.
3주신 중 둘만이라면 충분히 티탄의 힘으로 빠져나가 다른 신이나 인간들을 학살할 수도 있으니까.
결국 여기서 제압하거나 쓰러뜨려야 한다는 건데. 정말 쉽지 않군.
세상의 균형이 깨지든 말든, 저승을 이곳으로 끌어와 저 밑바닥으로 떨어뜨려 버릴까? 생명들이 얼마나 죽어나든…
포세이돈도 비슷한 고민을 하는 듯. 기색이 심상치 않다.
대홍수 때처럼 육지를 모조리 바다로 뒤덮어버리면 제아무리 아틀라스라 해도 견딜 수 없겠지.
음? 누군가 이쪽으로 오는 기척이…
분명 공격에 휘말리니까 전부 물러나라고 했을 터인데.
주신급의 기파와 사방으로 터져나오는 충격을 모조리 뚫고 올 수 있는 신은 한정되어 있다.
기껏해야 헤카테 여신님이나, 운명의 세 여신. 혹은…
“받아라아!!!”
…이를 악물고 쇠몽둥이를 휘두르는 헤라클레스라던가.
까아앙!
아틀라스의 뒤에서 나온 헤라클레스가 그를 거세게 후려쳤고, 충격에 고개가 옆으로 돌아가는 티탄.
주신이 날린 공격이 아니라고 그냥 맞아준 모양인데. 헤라클레스는 힘의 신이다.
3주신을 제외하면 적수가 거의 없는 강한 신격.
그의 쇠몽둥이는 대장장이 신이 만든 특제.
주관하는 영역은 힘.
힘의 신이 전력으로 휘두르는 ‘힘’
“음?!”
이는 잠시나마 아틀라스의 고개를 돌려지게 만드는 것에 성공했다.
비록 티탄의 몸에 어떠한 피해도 가하지는 못했고… 뒤이은 반격에 얻어맞고 날아갔지만, 그 잠깐의 틈으로도 충분했다.
서걱-
“크아아악!
빈틈을 발견한 제우스가, 스퀴테를 휘둘러 아틀라스의 다리를 잘라버릴 정도로.
* * *
뒤이어 내가 달려가 놈의 눈을 찌르고, 포세이돈의 삼지창이 거세게 배를 가격했다.
황금빛 피분수를 뿜어내며 널부러지는 티탄. 잘못된 선택을 한 대가를 치뤘군…
“크으윽!”
“잘했다! 헤라클레스!”
“네 아들은 저기 산까지 날아가서 못 듣는다.”
“후우…”
바닥에서 꿈틀거리며 비명을 지르는 아틀라스를 내려다보며 숨을 골랐다.
드디어 끝난 것인가? 이 지긋지긋한 전쟁이…!
도망친 기가스들의 잔당을 죽이고, 아틀라스를 타르타로스에 던져버리기만 하면.
오래도록 싸워온 대전쟁의 막이 내린다.
이제 상황이 정리되었으니, 아까부터 대지에 모이던 기운을 흩어버릴 때.
푸욱.
바이던트를 대지에 깊게 박아넣고 저승의 힘을 집중했다.
저 깊은 곳에서 단단히 뭉친 대지의 기운을 침식하고 제압한다…
사아아아-
“제우스 님께서 아틀라스의 다리를 잘랐다!”
“승리한 건가?”
“이럴 때가 아니에요. 일단 도망친 기가스들을…”
“아폴론! 아폴론 신은 어디에…!”
저 멀리서 상황이 끝났음을 인지하고 달려오는 신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올림포스를 연호하며 웃는 신들의 모습이 정겹게 보였다.
아. 스틱스 여신도. 레테 여신도… 다들 무사했구나.
비록 지치고 다친 기색이 역력하지만 그래도 중상을 입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정말. 다행이…
기어코.
대지에서부터 들려오는 목소리.
그와 동시에 땅이 자연스럽게 뭉치고 일어나며 거대한 형상을 만들어냈다.
드드드드…
이는 흡사 대지로 이루어진 거신.
위대한 프로토게노이, 닉스 님을 만났을 때처럼 느껴지는 압박감.
제우스가 인상을 찌푸리며 뭐라고 중얼거리는 것이 보인다.
포세이돈이나 다른 신들도 마찬가지. 허탈한 기색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자도 있었다.
기어코 내가 나서게 만드는구나! 나는 너희들을 절대 인정할 수 없다!
아니, 분명 일이 이렇게 될 가능성도 생각해 보았지만…
티폰에. 기가스에. 아틀라스에. 전부 물리쳤는데도 아직까지 이러신다고?
신들끼리 싸우는데 프로토게노이가 끼어드는 법이 있나?
이렇게 된다면 어쩔 수 없다.
미리 설득했던 밤의 여신, 닉스 님의 비호를 받는 수밖에.
사라락-
내가 하늘을 올려다봄과 동시에… 갑작스럽게 밤하늘 그 자체가 지상으로 내려앉는다.
마치 이승 그 자체에 밤이 도래한 것처럼.
신의 눈으로 사방을 둘러보아도 오직 어둠뿐이었다.
밤하늘의 별빛으로 이루어진 검은 형체를 마주한 흙의 거신이 움직임을 멈췄다.
별천지가 된 이승에서 서로를 마주 보는 두 프로토게노이.
소름끼치는 정적이 잠시 이어지다가… 밤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가이아.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