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57)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58화(157/179)
기간토마키아(Gigantomachia) – 후일담
올림포스 신들이 플레스라 평원으로 쳐들어가기 하루 전.
인간 세상에도 경고를 해야 한다는 의견에 따라… 각 신전에는 신탁이 내려졌다.
내일, 플레스라 평원 인근에는 아무도 다가가지 말아라.
끔찍한 괴물들인 기가스가 넘쳐나니.
신들의 전쟁에 휘말리면 오직 죽음만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인간 세상은 갑작스럽게 내려진 신탁에 많은 갑론을박이 오고 갔다.
평소와는 달리, 왜 플레스라 평원을 경고해 주셨을까. 왜 전쟁이라고 표현하셨을까.
“플레스라 평원에 그 기가스라는 것들이 넘쳐난다는 말이오?”
“아마 신들께서 그 괴물들을 소탕하시려는게 아닌가 싶어요. 예전에 왕뱀 피톤을 아폴론께서 죽이신 것처럼.”
“으음. 예전의 역사를 돌아보면, 뱀의 하반신과 인간의 상반신을 가진 자들은 신에 필적할 정도로 강했다고 하네.”
“그 당시, 신전을 때려부수던 기가스들을 신들께서 제압하셨다는군.”
“아테네 인근에 아레스 신과 아테나 여신께서 직접 강림하셨다는 기록도 있고… 그 카드모스 왕이 말년에 싸웠던 괴물이 뱀의 형태와…”
“잠깐! 카드모스 왕이 기가스 한 마리를 잡았다는 기록이 있잖아!”
테베의 창시자인 대영웅조차 겨우 잡을 수 있었던 기가스.
그 말은 반대로 말한다면…
기가스라는 괴물을 잡는 자가 대영웅이라는 건가?
아니지, 괴물을 잡는 원정대에 참여하기만 해도 영웅으로서 명성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다!
“신들께서도 전력으로 상대하는 놈이라면, 만약 그 기가스라는 것을 하나라도 잡아서 제물로 바친다면…”
“하. 하지만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테베 출신 영웅들을 모으면 되지 않겠나? 당장 벽보를 붙이고 그리스 전역에 이 사실을 알려라!”
“하지만 분명 내일이라고…”
“그러니까 빨리 움직여라! 어서!”
“밖에 자신을 아테네의 왕이라고 주장하는 자가 나타났습니다!”
“아테네에서 어떻게 여기까지? 아니지, 아테네의 왕은 미노타우로스를 잡은 영웅이니. 으음.”
“마침 트라키아 인근에 있던 영웅들을 소집한 결과가…”
“위업! 위업은 어디에 있지!”
“멜레아그로스 왕자? 아니, 당신은 신혼이라 들었는데 왜 여기 있소?”
“마침 아탈란테와 트라키아 인근을 여행중이던 참인데, 신혼 선물로 그 기가스라는 괴물의 가죽을 주면 좋아할 것 같아서.”
마침 요즘에는 괴물들의 씨도 말랐겠다.
명성과 이름을 널리 알릴 기회를 포착한 수많은 영웅들이 트라키아 근처로 모여들었다.
너무 멀리 있는 자들은 오지 못했지만… 원정대를 꾸리기에는 충분했다.
아테네나 테베 등. 이름 있는 도시의 근처에는 악당들도, 괴물들도 없었다.
위업을 쌓을 만한 괴물은 모조리 쓸려나갔고, 저승에서 단련을 마친 영웅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했다.
저승에서의 훈련이나 아르고 호 원정에 비해… 이승은 너무 평화로웠고, 영웅들은 괴물을 찾아 그리스를 떠돌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발걸음이 잘 닿지 않고, 종종 인간이 실종된다는 소문이 돌던 플레스라 평원 근처에도 있었던 것.
이 모든 것이 어떻게든 위업을 쌓아 대영웅이 되겠다는 욕망의 발로.
물론…
“흐으음. 아는 놈들이 제법 보이는군.”
“이번에는 이아손은 없는데? 카스트로도 어디 갔나.”
“알 게 뭐냐! 아무튼 이 정도면… 괴물이 메가이라 여신님 정도가 아니라면 충분히 잡아죽일 수 있다고!”
겨우겨우 평원을 탈출한 몇몇 기가스들에게는 불행이었지만.
* * *
의외로 영웅들은 굉장히 이성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항상 자신보다 강한 자들과 훈련과 실전을 거친 이들이었으니까.
“신들께서 전쟁이라 하셨지. 그렇다면 티폰이나 피톤과 같은 경우일 수도 있어.”
“멀찍이 떨어지자고,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싸움이 일어날지도 몰라.”
“괜히 휘말리기 싫으니 한 이쯤에서 숨어있다가…”
그렇게 되어. 여러 개의 산을 넘어 조용히 무기를 들고 숨어있는 영웅들.
과연 신탁의 내용대로… 상상을 초월하는 신의 권능이 퍼져나갔다.
콰아아아앙!!! 드드드… 후우우웅!
하늘이 갈라지고 땅이 울리며, 산이 날아다니는 광경까지 목격한 이들.
다행히도 멀리 떨어져 있었던 것과… 천운이 따라줘 전투의 여파에 휘말리지 않았지만.
“우리가 끼어들어도 되는 게 맞나?”
“…이건 헤라클레스가 와야 할 것 같은데.”
슬슬 사기가 꺾이는 그들.
아무리 인간 중에서 강해졌어도, 플레스라 평원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짐작도 하기 힘든 그들이었다.
그냥 돌아가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하는 그들의 앞에… 부상당한 기가스가 나타나기 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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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흑! 쿨럭… 으음!”
뱀의 하반신에 인간의 상반신.
피투성이가 된 기가스는 무언가에 쫒기기라도 한 듯, 다급히 도주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딱 좋은 먹잇감처럼 보인다는 것.
“저놈은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조금 강해보이기는 하는데. 역시 저 정도는 되어야 위업이 되지.”
“드디어 제대로 싸울 수 있겠군.”
“설마 그 용이나 군신, 메가이라 여신님보다 놈이 강하겠어?”
“좋아, 죽여버리자!”
다급히 전장에서 도주하던 기가스는 자신의 앞을 가로막는 정신나간 인간들을 마주했다.
감히. 신들이 만들어낸 생명들 따위가. 죽고 싶은 건가?
후웅!
그는 건방진 인간들을 단번에 죽일 생각으로 근처의 나무를 뽑아 휘둘렀으나…
“흡! 이 놈 꽤 빠르다. 조심해!”
“오른쪽 눈을 다친 놈이야. 시야의 사각을 이용하면…!”
“왼쪽 눈도 뽑아버리자고!”
어째서인지 단 한 명도 그의 공격에 맞지 않았다.
* * *
콰아앙! 피유융! 우직.
영웅들과 그 기가스는 제법 오랜 시간을 싸웠다.
썩어도 준치라고, 아무리 부상당하고 지친 기가스라도 인간들이 잡기는 어려웠던 것.
하지만 이건 영웅들의 입장이고…
신들만이 자신의 적수라고 생각했던 기가스의 입장은 또 달랐다.
“크아아악! 신들의 피조물 따위에게… 내가…!”
“닥쳐라! 잠들지 않는 용보다 약한 놈이!”
“후우… 헤라클레스가 왔으면 너 따위는 허리를 접어 버렸을 것이다!”
“헉. 헉. 제법 강하긴 하지만 네놈 정도의 상대랑은 수도 없이 싸워봤…”
그렇게 온 몸에 화살과 창이 꽂힌 기가스는 분통을 터뜨리며 죽음을 맞이했다.
아니, 신이랑 싸우다가 죽은 것도 아니고… 가이아 님이 만드신 내가 고작 저런 인간 놈들에게…
“하아… 훅. 이봐. 멜레아그로스. 괜찮냐?”
“어. 어어.”
“신혼인데 조심해라. 너는 아탈란테가 있잖나?”
“저기 있는 테세우스나 조금 챙겨줘. 아까 한 방 얻어맞지 않았어?”
물론 영웅들도 이곳저곳을 다치고 잔뜩 지친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얼굴에는 강력한 괴물을 죽였다는 희열로 가득했다.
“흐. 흐하하하! 죽였다!”
“설마 저놈한테 죽은 자는 없지? 다행히도… 나중에 케이론 님에게 야단맞을 놈은 없군!”
“피톤? 키마이라? 대충 그것들보다 더 강한 거 같은데.”
“이 놈의 가죽은 누가 가져가지? 테세우스? 멜레아그로스? 이다스?”
그리하여 전리품을 나눈 영웅들은 다시 산에 숨어 다음 목표를 탐색했다.
그렇게 또다시 부상당해 도망치는 기가스 하나를 발견하게 되고…
“저기 또 있다!”
“거기 서라 이놈! 나, 이다스가 네놈의 목을…”
“뱀 가죽을 벗겨야 하니 이왕이면 인간인 부분을 공격하자고!”
“위업! 위업!”
“뭐. 뭐냐. 이 미친…!”
산을 돌아다니던 그들이 토벌을 마칠 때쯤에는.
세 구의 기가스 시체가 영웅들의 앞에 놓여 있었다.
“아레스 님께 제물로 바칠까?”
“내 몫은 아테네로 돌아가면 아테나 여신님의 신전에 바칠 생각인데.”
“그럼 나는 여기서 플루토께 제물을 바쳐야겠어. 이봐! 플루토 신을 모시는 놈들은 같이 하자고!”
“어디 제우스께도…”
기도가 신에게 전달되는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기도를 올리는 신도의 신앙심, 간절함, 신이 이승을 살피고 있는지, 제물의 양이나 질…
물론. 신들의 적인 기가스를 제물로서 바치는 기도는 마지막 경우였다.
그 어떤 금은보화보다 뛰어난 제물의 질.
당연히 플레스라 평원에서 뒷수습을 하던 나, 하데스에게도 전달되었다.
스틱스 여신의 말을 듣고 잠시 정신을 집중해보니.
“플루토시여! 신탁으로 내려주신 기가스라는 괴물을 몇 마리 잡았나이다!”
“당신께서 다스리는 곳으로 향한 이 괴물들을…”
내게 기가스의 시체를 바치며 기도하는 영웅들이 보였다.
하반신의 뱀 가죽이 벗겨지고, 제물로서 불에 태워지고 있는 기가스 시체.
제우스도 인간들이 기가스를 때려잡았다는 것을 알아챈 듯, 오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다른 신들 역시 마찬가지. 인간들이 기가스 여럿을 잡은 사실에 당황하는 눈치.
“힘과 투쟁의 신은 그렇다 쳐도, 다른 인간들도 이 정도였나?”
“인간들이 너무 강해진 것 아니야?”
“헤라클레스 님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조금 애매한 감정이 들었다.
스스로를 지킬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것은 대견한 일이고, 저승 훈련소에서 열심히 노력하던 것은 알고 있지만.
너무 많이 강해진 것이 아닐까?
신들이 필멸자에게 그리한 것처럼, 다른 약한 인간들에게 패악질을 부린다면…
영웅의 대부분은 반신들이었기에 선민의식이라도 생기는 것은 아니겠지?
괴물을 죽이는 영웅이라는 자부심이 자만심으로 발전하지 않았으면 좋으려만.
겸손이 미덕이라는 신탁을 내려볼까? 일단 정의의 여신에게 인간들을 잘 단속하라고 해야겠다.
“흐음… 인간들이 이리도 강해졌단 말이지…”
제우스는 뭘 저리 중얼거리는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