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58)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59화(158/179)
하데스의 결혼식 – (1)
길고 긴 기간토마키아가 끝나고, 신들은 저승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저승의 왕인 내가 이곳에서 결혼식을 열겠다고 공표한 까닭이다.
우리가기간토마키아에서이길 수 있었던 까닭은 닉스 님이 참전하셨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퍼졌고,
제우스의 발언으로 내 공이 제일 큰 것으로 선언되었다.
당연한 일. 기간토마키아에서 제일 많은 기가스를 잡아죽인 건 헤라클레스지만.
프로메테우스를 설득하고, 티폰이 묻힌 에트나 산을 방어하고, 닉스 님을 끌어들인 것은 전부 내가 한 것이니까.
아무튼 전 세계에 흩어져 있던 올림포스 신들이 저승으로 몰려와 작은 소요를 빚었다.
아케론 강에는 저승으로 향하기 위해 카론의 배에 오르는 신격들과 영혼들이 한데 모였고…
“이곳이 저승인가요? 저는 처음 와보는…”
“올림포스에서 온 놈들은 빨리빨리 지나가라. 나는 영혼을 태우기에도 바쁘단 말이다.”
“헉. 카론 님!”
“모. 못 보던 사이에 나룻배가 많이… 아주 많이 달라졌군요.”
“나룻배가 아니라 강철배가 아닌가?”
물론 저승의 뱃사공인 카론이 상당히 고생해줬다.
기간토마키아 승전 연회 겸. 내 결혼식도 저승에서 열리니 어쩔 수 없겠지.
당연히 먹고 마실 암브로시아와 넥타르는 올림포스에서 공수하기로 했다.
헤베가 헤라클레스와 결혼하고 나서, 그녀 대신 암브로시아와 넥타르 관리를 맡게 된 가니메데스도 고생하겠군.
오늘만큼은 이곳이 모든 필멸자가 두려워하는 저승이라는 것은 느껴지지 않도록 화려하게 꾸미도록 명했다.
보물고에 쌓여있는 보석은 정말 차고 넘칠 정도로 많으니까.
나는 신랑이라고 온갖 의복을 갈아입고 맞추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미 며칠 전에 옷은 다 맞췄는데 어째서지.
최종적으로는 온갖 장식이 박힌 검은 가운에 왕관을 쓰고 의자에 앉은 상황.
오른손에 들린 바이던트의 감촉을 느끼며 조금은 긴장되는 몸을 이완시키고 있는데…
“와. 하데스 님! 차려입으니 정말 멋있으세요!”
“우와아…”
“어깨 부분에 치장을 조금 더…”
종종 신들이 들어와 나와 이야기를 나누고 덕담을 던지고 갔다.
찾아보기 어려운 신들도 많이 왔는데, 특히 불화의 여신인 에리스 님은 많은 신들이 꺼려했지만 무시하고 초대했다.
나와 결혼할 레테 여신의 어머니를 어떻게 빼놓을 수가 있겠나.
마음씨도 고우신 분이라, 알아서 슬쩍 보고 갈테니 너무 신경쓰지 말라고 하시더라.
딸의 결혼식에 괜히 분란을 일으키기는 싫다고…
아닌가? 만약 초대하지 않았다면… 으음.
그분 외에도 배고픔의 여신인 리모스나 복수의 세 여신들처럼 남들이 꺼려하는 신들도 모두 불렀다.
이런 걸 차별한다면 공정의 신이 아니지, 내게는 풍요의 뿔이 있으니 리모스 여신의 허기도 잠시나마 만족시킬 수 있을 터.
아테나와 메두사의 관계처럼 껄끄러운 자들은 마주하기 힘들도록 자리도 조정했고,
미리 말을 좀 해놓았으니. 아. 누군가 왔다.
“하데스. 결혼 축하한다.”
“아. 다들 오셨… 알렉토 여신님은 함께 오시지 않으신 겁니까?”
“…알렉토는 너 때문에 울고 있어.”
영문 모를 소리였지만, 알렉토 여신님은 나중에 결혼식이 끝나고 찾아뵙기로 했다.
덜컥.
문이 열리고 또다시 신격 하나가 선물을 들고 들어왔다.
이번에는 아프로디테인가?
“헛… 하. 하데스. 매일 칙칙한 옷만 입다가… 츄릅. 지금 많이… 흡!”
“아이고. 어머니! 제발 이러지 마세요!”
“얘. 얘도 참. 잠시만 눈호강을…”
“…?”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가 들어와 날 멍하니 훑어보며 침을 흘리다가,
기겁한 에로스에게 끌려나가는 일도 있었고.
“하데스! 오랜만이군!”
“혹시 우리에게 선물 받고 싶은거라도 있나? 자네 무기나 좀 손봐줄까 하는데.”
“제 퀴네에나 좀 봐주시죠.”
“…대체 뭐에 부딪힌 건가?”
“포세이돈도 삼지창에 흠집이 났다는데, 아마 고쳐달라고 하지 않을까요.”
“스퀴테에 또 맞부딪힌 것은 아니겠지?”
불사는 아니지만, 불로의 힘은 가지고 있는퀴클롭스들이 들어오는 일도 있는 등.
이외에도 수많은 신들에게 덕담과 선물을 받는 시간이 잠시 이어졌다.
* * *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식이 시작할 때가 되었다.
내게 들어오라는 목소리와 함께 걸어들어간 저승의 정원.
주례를 맡은 결혼식의 신 히메나이오스가 이쪽을 바라보고 씨익 웃는 가운데.
나는 아름답게 치장한 그녀들을 볼 수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드는 페르세포네, 미소를 띠며 손에 낀 반지를 쓰다듬는 스틱스, 수많은 신격 앞에서 치장한 옷을 입은 것이 어색한지 고개를 숙인 멘테,순백의 새하얀 키톤을 입고 허리에 손을 올린 레테 여신까지.
붉은색의 화려한 베일과 시들지 않는 꽃으로 만든 화관을 쓰고 웃고 있는 그녀들.
바닥에 깔린 꽃들을 밟으며 앞으로 나서자, 양 옆으로 서 있는 신들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드디어 결혼하시는군. 저승의 안주인은 저 넷인가?”
“멘테라는 하급신은 첩이라는군. 그런데 모두를 받아들인다니… 하데스 님도 참.”
“공정의 신이셔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데스 님께서 언제쯤 결혼할 것인지 내기도 하고 그랬었는데…”
“데메테르 님이 그렇게 아끼시는 봄의 여신의 미모가 저 정도였다니.”
“하데스 큰아버지. 축하드립니다.”
어둠 속에서 은은하게 빛나는 정원에는 지하세계의 보석들이 별처럼 빛나고 있었고.
이승에서 음악가였던 반투명한 망자들이 떠다니며 신성한 노래를 불렀다. 신들의 축제를 찬양하는 노래가 저승에 울려퍼진다.
“헤헤.”
“꿈을 꾸는 것만 같아요…”
히메나이오스와 그녀들의 앞까지 도달해 시선을 마주하자.
다들 조금씩 상기되어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눈에 띤다. 내 얼굴도 아마 이러겠지?
“으흠. 흠! 스틱스 강의 이름 하에. 필멸자의 종착점인 이곳에서. 당신들은 영원히 하나가 될 것입니다.”
나를 바라보는 네 명의 아름다운 여신들에게 눈이 쏠린 탓인지,
히메나이오스의 말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오직 그녀들과 나만이 존재하는 것 같았기에.
“그럼… 저승의 왕께서는 이 아름다운 네 여신들과 평생을 함께 보내시겠습니까?”
“물론.”
“여신들께서는 이 어둠 속에서도 영원히. 저승의 주인과 운명을 함께 하시리라 맹세하겠습니까?”
이쪽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흔쾌히 대답하는 네 여신들. 그들의 눈동자를 하나하나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했다.
고대 그리스에 환생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만난 스틱스 여신, 레테 여신. 내겐 정말로 소중한 전생의 기억을 일부나마 찾게 해준 멘테. 첫 만남은 당혹스러웠으나 나쁘지 않은 여신이라는 걸 깨달은 페르세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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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너무나도 소중한 이들.
그녀들에게 과분한 나를 좋아하고, 기다려준 고마운 여신들.
“결혼의 신인 이 히메나이오스의 선언 아래, 당신들이 하나가 되었음을 세상에 공표합니다.”
디리링~ 하는 음악이 울려퍼지고…
마지막으로 그녀들과 하나씩 입을 맞추며 부드러운 감촉을 느끼는 순간,신들이 박수갈채를 보낸다.
우레와 같은 함성이 사방에서 터져나온다. 이리스가 손을 내저어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고, 아폴론이 리라를 부드럽게 뜯었다.
“휘이이익! 축하드립니다! 하데스 님!”
“기간토마키아도 끝난 마당에 즐거운 신혼생활 되십쇼!”
“저승에 종종 내려가서 일이라도 도와드리겠습니다!”
“…뭐라고? 자네 미쳤나?”
“크흐흐흣! 크흐흣! 그래! 이거지! 으흐흣!”
“에우로스? 무슨 음모라도 꾸미는 그 웃음소리는 제발…”
“가정의 여신으로서 말하건데, 부디 행복한 가정을 이뤘으면 좋겠네요.”
피식 웃으며 넥타르를 마시는 제우스. 암피트리테와 웃으며 이곳을 바라보는 포세이돈.
어쩐지 평소보다 퉁퉁 붓고 알록달록해진 얼굴로 박수를 보내는 헤파이스토스… 각자 지닌 재주를 자랑하기 시작한 무사이 여신들.
살짝 부루퉁한 표정의 아프로디테. 페르세포네를 바라보며 눈물을 닦는 데메테르.
이들을 제외하고도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하급신들과 님프, 시종과 영혼들이 왁자지껄 떠들었다.
그리고 작게 들린 하급 신격들의 대화 한마디.
“잠깐, 오늘은 저승의 안주인이 정해진 날인데. 그럼 혹시 쉴 수 있는건가?”
“그런… 가?”
“한 달 정도만 제발…!”
과연 그렇군. 내가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위에 있는 자가 너무 업무에만 집착해도 안될 일이다. 물론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긴 하지만.
결혼식 날에도 일하는 건 뒤에서 욕을 먹어도 할 변명이 없겠지.
“아아. 저승에 속한 신들은 잘 들어라! 오늘은 경사스러운 날이니, 내 권한으로…”
기대감에 가득 찬 신들의 얼굴이 보였다.
카론과 타나토스의 동공이 서서히 커지며 의혹과 기대를 드러내는 와중, 입을 열어 선언했다.
“…나흘간 저승의 업무를 중단하겠다.”
이 정도면 많이 양보했다.
* * *
어째서인지 기쁜 소식에도 어깨가 쳐지던 신들이었지만, 그래도 곧 즐겁게 떠들며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
몇몇 신들의 기색이 조금 이상해 보이기는 한데… 별일 없겠지?
“으윽… 하데스 님께서 업무 얘기를 하니 갑자기 머리가 아파오는데.”
“아레스. 너도 그러냐? 나도 어쩐지…”
“크으윽. 그래도 나흘이나 쉬는 게 어디인가. 아니 잠깐, 나… 지금은 저승 소속이 아닌데?”
“서류는 안돼… 서류는.”
원인 불명의 고통을호소하는 수많은 신들을 무시하고 내게 다가온 제우스를 바라보았다.
헤라와 함께 있다가 넥타르를 들고 다가오는 그는 저승의 풍경을 이리저리 구경하고 있었다.
“하데스 형님. 내가 보지 못했던 사이에 저승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
“너는 대홍수 이후로 이곳에 거의 오지 않았으니까. 나름대로 개혁을 조금 했지.”
“저승에 이리도 볼만한게 많은 줄은 몰랐군.”
잠시 이런저런 말을 꺼내던 제우스가 진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결혼식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영웅들의 수를 좀 줄이는 것에 대해 논의해볼 생각인데. 나중에 저승으로 전령을 보내면, 올림포스로 방문해 줄 수 있겠나?”
또 대홍수 같은 건 아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