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59)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60화(159/179)
하데스의 결혼식 – (2)
“결혼식에서 할 이야기는 아니지만… 영웅들의 수를 좀 줄이는 것에 대해 논의해볼 생각인데. 나중에 저승으로 전령을 보내면, 올림포스로 방문해 줄 수 있겠나?”
다른 때도 아니고 결혼식인데 이런 말이라.
그런 중요한 이야기는 나중에 해줬으면 좋겠다만, 반대로 생각하면 제우스의 생각에 이 일이 굉장히 중대하다는 뜻이겠지.
“내 생각에는 당분간은 괜찮을 것 같은데 말이야. 저승에 직접 온 이들이 많으니 두려움 때문이라도 허튼 짓은 하지 못할거야.”
“음…”
“신에 버금가는 자들이 많아져도 어차피 필멸자. 우리가 걱정할 바는 아직 아닌 것 같군.”
제우스가 턱수염을 쓰다듬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아아. 나도 당장 인간들을 멸한다던지, 벼락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은 아니야. 그냥 언젠가는 영웅들로 인해 문제가 생길 것 같아서.”
“올림포스를 통솔하는 네 입장도 이해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다. 정 걱정되면 사후에 받을 저승의 심판에 대해 일부 알리는 방안도 있으니까.”
아무리 내가 전생에는 인간이었고, 자비와 공정의 신이라 불리며 필멸자에게 우호적이지만.
사실 제우스의 걱정이 아예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기간테스. 즉 기가스는 프로토게노이가 직접 창조한… 신을 멸하기 위해 만든 괴물 병기.
그런데 아무리 잡졸들이라지만 한낱 인간들이 그들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은 신에 비견될 수도 있다는 뜻.
의심이 적고 미래를 대비하지 않는 권력자는 그 권력을 유지할 수 없다.
제우스의 의심도 어느 정도 타당한 말. 그러나 내 판단에, 지금 세대의 영웅들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아도 될 싶은데…
“음, 결혼식인데 이런 이야기를 해서 미안하군.그럼 다음에 무슨 문제라도 터진다면, 그때 다시 전령을 보내겠어.”
“그래. 자세한 건 나중에 이야기하지.”
“여기 내가 결혼 선물로 가져온 것이나 보라고. 독수리 깃털로 만든 부채인데, 비를 그치게 하는…”
이내 웃어보이는 제우스와 대화를 나누다가 다시 내 아내들에게 돌아갔다.
음. 멘테는 님프들에게 갔고… 레테 여신은 왜 보이지 않지? 페르세포네는 어머니인 데메테르와 이야기 중, 그리고 여신들의 무리에 둘러싸여 있는 스틱스.
“와아… 정말인가요. 스틱스 님? 페가수스를 타고 하늘 위에서 입을…”
“꺄아악! 세상에!”
“정말로 에로스가 쏜 황금 화살에 맞은 것도 아닌…”
“대체 신계 최고의 철벽이라고 불리셨던 하데스 님과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지 더…”
얼굴을 붉히고 쑥덕거리면서 무언가 비밀스러운 대화를 나누는 현장으로 끼어들었다.
“잠깐 실례.”
“헛…!”
“하데스 님! 페르세포네를 기가스로부터 구해주셨다는 게 정말인가요?”
“아앗… 잠시만요! 조금만 더 떠들고…”
온갖 질문이 쏟아져 굉장히 난처했지만 무사히 스틱스를 빼낼 수 있었다.
저번에 헤라클레스와 헤베의 결혼식 때에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던 것 같았는데… 하기야 한가한 올림포스 신궁이라면 가십거리를 소비하는 것 외에는 즐길거리가 적으니까.
검은 머리의 아름다운 아내가 살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슬쩍 다가온다.
이제는 스킨쉽도 아주 자연스러워진 우리. 나도 그녀에게 맞춰주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후유… 누가 무사이 여신 아니랄까봐, 에라토(Erato)가 연애시에 필요한 영감을 얻겠다고 질문을 잔뜩 하네요…”
“오늘의 주인공이 우리니까.”
내 말에 살포시 웃으며 머리를 기대오는 여신. 어쩐지 예전에… 파에톤 때의 일이 생각나는군.
가슴팍에서 느껴지는 약간의 무게감과 좋은 향기.
은은한 산들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이런 간질간질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아니지. 이제는 정식으로 결혼도 했지 않았는가?
“…그래요. 오늘은 참 좋은 날이죠.”
스틱스 여신 역시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서로의 눈빛이 교차할 때, 우리는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챘고.
조용히 눈을 감은 맹세의 여신에게 입을 맞추며 사랑을 속삭였다…
* * *
잠시 다른 여신들도 챙기러 식장을 돌아다니던 나는 레테 여신에게 향했다.
페르세포네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대화하는 데메테르와, 다른 여신들 앞에서 무언가를 자랑스럽게 말하는 멘테를 방해하기는 싫었으니까.
“얘. 그래서 네가 첫 번째가 아니었다고? 이걸 그냥 확!”
“아니 어머니… 나는 정말로 괜찮다니까…”
어디론가 사라진 듯했던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를 발견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모양이다.
자신이 환영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기라도 하는 듯, 신들이 잘 다니지 않는 외곽 부분에서 안을 구경하는 장모님.
“결혼식에 나도 초대해주는 좋은 사윗감을 찾은 건 좋은데, 어떻게 네가 스틱스에게 밀릴 수가 있니! 미모고 인연이고 뒤떨어지는 부분이 뭐가 있다고! 안 되겠다. 내 비장의 황금 사과라도 던져서 어디 한번 난장판을 만들어…”
그런데 레테와 대화하는 내용이… 어쩐지 조금 위험한 것처럼 들린다?
이대로 보고만 있으면 미래에 큰 후회를 하게 될 것 같아, 기척을 드러내고 다급히 끼어들었다.
“어엇…? 하데스…!”
“크. 흠흠! 에리스 님! 와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 마침 할 이야기가 있었는데 잘 왔구나. 듣자하니 우리 레테에게 두 번째로 청혼했…”
레테 여신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려다가… 날 보고 슬쩍 손을 내리는 불화의 여신님.
제발. 장모님. 그거 아니란 말입니다. 일단 좀 진정하시죠.
“아. 하하하!”
일단 웃고 보았다.
“아까 하시던 말씀을 들었는데. 약간의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오해?”
“저는 스틱스를 레테보다 더욱 사랑하여 두 번째로 청혼한 것이 아닙니다. 저승의 정실부인으로 스틱스를 삼으려는 의도 또한 없었고요.”
잠시 아리송한 표정을 짓던 에리스 여신님이 날 흘겨보신다.
“흐음.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이 아니니?”
“절대로 아닙니다. 비록 여신들에게 청혼하러 가는 도중, ‘처음으로 만난 자’가 스틱스였지만… 제가 의도를 가지고 청혼 순서를 조절하지는 않았습니다. 공정의 신인 제 신격과도 관련이 있기에, 사랑하는 여신님들에게 차등을 두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 그래…?”
내가 이런 열변을 왜 토해야 하는지는 몰라도.
신의 직감으로 열심히 입을 움직였다. 부디 설득의 여신이 나를 가호하기를.
“하기야. 생각해보니 다른 남신들이라면 몰라도, 네가 그럴리는 없겠지. 그래도 레테를 잘 챙겨줘야 한다?”
“물론입니다.”
“아앗. 하데스…”
눈치 빠르게 레테 여신을 품으로 끌어당겼다.
불화의 여신인 장모님은 방금 결혼한 우리들의 화목한 모습을 잠시 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기분이 풀리신 것 같으니 지금이다. 품을 뒤져 잡히는 장신구 하나를 꺼내 그녀에게 슬쩍 내밀었다.
좋아. 자세히 고를 겨를이 없어서 아무거나 집었는데, 디케가 나를 도와주는 건가?
“아! 그리고 저와 레테의 결혼식에 와주셔서 작게나마 성의를 표시하고 싶었습니다.”
“오… 이건?”
“지하 깊은 곳에서만 나는 보석을 이용해, 헤파이스토스가 직접 가공한 장신구입니다. 여신님께 잘 어울릴 듯하여…”
“너도 참. 내게 이런 걸 선물할 줄도 모르고 깽판이라도 칠 뻔했잖니! 오호호호!”
이런 미친. 정말 큰일날 뻔했군.
* * *
“그럼 살펴 가십시오. 에리스 여신님.”
“그래. 그래. 다음에는 손주도 좀 안겨주면 좋겠구나. 호호!”
“아하하…”
손을 흔들며 불화의 여신을 배웅해드렸다.
내가 드린 장신구가 마음에 들었는지 기분 좋은 얼굴로 멀어지시는 장모님.
“휴우…”
저승의 주인이 무슨 소용이냐.
무조건 잘 보여야 하는 장모님이 아직도 눈앞에서 아른거리는데.
“하데스…. 그거 정말이죠…?”
“당신이나 스틱스나, 모두를 똑같이 사랑한다는 말?”
“…”
“당연하지. 이런 부분에서는 차별이 없었으면 해서.”
부드러운 은발머리를 쓰다듬으며 귀여운 부인을 달래자.
그녀가 내 귀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무슨 말이라도 하려는 건가?
살포시 당기는 손을 따라 허리를 숙이자… 데메테르의 축복을 듬뿍 받은 사과마냥 붉어진 레테 여신이 속삭인다.
내 눈도 바라보지 못하고 신력으로 소리도 차단한 채, 더듬거리는 한마디.
“그. 그럼… 지금 당장 증명해 주세요.”
뭐라고?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사정없이 떨리는 눈을 감추지 못하고 그녀를 바라보자 수줍게 고개를 돌리는 레테.
“첫 청혼은 스틱스에게 했으니까. 처음은 저랑 해도… 되잖아요?”
결혼식을 위해 입은 얇은 키톤. 한껏 치장한 장신구.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워 보이는 그녀의 미모.
이성에게 함부러 손을 대는 자들은 모두 저승에서 강한 처벌을 받는다.
자유분방하고 변덕스러운 올림포스 신들이 마음에 드는 필멸자를 납치하면 디케를 시켜 막았다.
그렇기에 내게 붙여진 직함은 바로 자비와 공정의 신.
하지만… 지금 레테 여신과는 결혼한 사이가 아닌가?
비록 다른 여신들이나… 결혼식장에서 하는 건 조금… 아니다.
사랑하는 부인이 이리도 부탁하는데.
매몰차게 거절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곧바로 신력을 일으켜 자리를 옮겼다.
그림자가 우리를 뒤덮고, 결혼식장에서 떨어진 먼 곳으로 향한다.
나는 저승의 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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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만큼은 제우스도 날 찾기는 어렵다.
“…네가 먼저 유혹한 거야. 레테.”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