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62)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63화(162/179)
황금 사과의 이야기 – (1)
드디어 결혼식이 끝나고… 다시 조용해진 저승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테베에 있는 내 신전에, 닉스 여신님을 위한 신상도 만들었고.
“주 하데스께서 신탁을 내리셨습니다. 밤의 여신, 닉스 님의 신상을 만들라는…”
“닉스 님? 프로토게노이의 신상을 만들고 위명을 퍼뜨리라고 하신 건가?”
“그런 분도 저승에 계셨나?”
가끔은 정의의 여신인 디케를 시켜 신이나 인간들을 단속하는 일도 있었다.
요즘 들어서 인간들이 강해져 신을 우습게 알거나 패악질을 부리는 경우도 제법 있었거든.
물론 어째서인지 결혼식에 찾아오지 않은 복수의 여신 중 하나, 알렉토 님에게도 찾아가 보았고…
“알렉토 님?”
“으흑… 흑. 하데스. 왜 다른 여신들은 되는데 나는 안 되는 거야?”
“아니, 그게. 그러니까.”
“역시 이 흉한 머리카락 때문이야? 아니면 눈에서 흐르는 피?”
날 좋아한다고 애원하던 그녀를 진정시키느라 많은 고생을 했다.
설마 복수의 여신께서 내게 마음을 품고 있을 줄이야. 하지만 마구잡이로 부인을 늘리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데…
“하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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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아픈 생각을 하던 와중, 문이 열리고 스틱스 여신이 들어왔다.
오늘도 아름답게 치장하고 왔네. 으음. 혹시 낮부터… 아니겠지?
“하데스. 이번에 테티스가 결혼한다는 이야기 들었어요?”
“아. 제우스가 보낸 전령은 받았지만, 나는 굳이 갈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
“펠레우스라고 했던가? 아무튼 그 인간 영웅이랑 정말로 사랑에 빠진 모양이에요…”
인간과 신의 교제는 결실을 맺었다.
카드모스때도 그렇고, 헤라클레스도 그렇고, 테티스 여신도 혼인까지 한 걸로 보아서는 영웅들이 신에 점점 가까워지기 시작한 걸까?
“하데스! 큰일. 큰일 났어요!”
“…레테?”
스틱스와 대화하던 중, 레테 여신이 황급히 뛰어들어왔다.
이번에는 또 뭐야.
“어머니가 보이지 않으세요!”
“에리스 여신님이? 그냥 무슨 볼일이라도 있으신 것은…”
“그게 아니라, 테티스 여신의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했다고 화를 내시다가 달려나갔으니 문제죠!”
뭐라고? 에리스 여신님이 결혼식에 초대받지 못해? 그리고 화를 내시다가 뛰쳐나가?
이건 분명히 무슨 일을 저지르려는 것이다.
“굶주림의 여신도, 심지어는 가이아 님에게도 초대장을 보냈다는데, 어머니에게만 초대장이 안 왔다고요!”
운명에는 늘 행복하고 정의롭거나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 법이지만,
그래도 결혼식에서는 조금만 넘어가 주셨으면 하는데…!
“지금 당장 가 봐야겠어. 어디서 결혼식이 열린다고 했지?”
“올림포스 신궁에서요.”
나는 다급히 저승을 나가 올림포스로 달려갔다.
불화란 늘 있는 것이고, 운명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이지만.
불화가 일어날 장소는 아버지를 뛰어넘는 아들을 낳을 것이라는 예언을 받은 테티스의 결혼식.
만약 결혼식이 파토나면 예언은 어떻게 되는 거지?
제우스는? 신들의 왕은 어찌 반응할까.
문제가 또 터지기 전에 미리 수습하는 것이야말로 나중의 귀찮음을 막을 수 있는 방법.
* * *
하지만 테티스의 결혼식에 도착했을 때, 나는 이미 늦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구름 위의 신들의 결혼식에서 온갖 고성이 오고 가고 있었으니까.
“하! 신들의 여왕이자 결혼과 가정의 여신인 나야말로 이 황금 사과에 어울리는 것이 당연하거늘!”
“헤라 여신님께서 그리 말씀하셔도 이건 여신 중 가장 뛰어난 지혜와 유능함을 가진 제게 어울립니다.”
“여기에 쓰인 그대로 뛰어난 미를 갖춘 여신이라면 당연히 제가 아닌가요? 미와 사랑의 여신이 여기 있는데, 자신이 더 아름답다고 주장하시는 것은…”
헤라와 아테나, 아프로디테.
이 세 여신이 황금 사과 하나를 놓고 다투고 있었기 때문이다.
황금 사과가 아무리 귀한 물건이라고는 하나, 나도 몇 개 가지고 있었고.
애초에 헤라의 소유물 중 하나가 황금 사과 나무인데… 분명 다른 연유가 더 있겠지.
나는 신들을 헤치고 다가가 아레스를 불렀다.
“아레스.”
“엇. 하데스 큰아버지. 오셨군요.”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왜 고작 황금 사과를 두고 저 세 여신이 싸우고 있는 거지?”
그가 골치 아프다는 얼굴로 머리를 짚으며 설명한다.
“그야. 저 황금 사과에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라고 쓰여져 있어서 그런 게 아니겠습니까.”
“아.”
“아마 불화의 여신이신 에리스 님의 짓 같은데. 어쩔 수 없죠.”
어깨를 으쓱하는 아레스의 눈에 난처함이 가득했다.
아무튼 이제야 이해가 되는군. 결국 자존심 싸움이다… 이 말이렸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은 당연히 아프로디테지만, 아마도 다들 다른 의미로 해석한 모양이다.
“으음… 자네는 누가 저 황금 사과의 주인으로 적합하다고 생각하나?”
“역시 헤라 님이 가지시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신들의 여왕이 아니면 그 누가 저 사과에 어울리겠…”
“하지만 제일 유능하고 뛰어난 여신은 역시 지혜의 아테나 님 아닌가?”
“그냥 글귀 그대로의 의미라면 아프로디테 여신에게 주는 것이 옳지 않나.”
헤라는 저 문구를 가장 훌륭한 여신이라는 의미로 해석했고,
아테나는 가장 돋보이고 유능한 여신이라는 의미로,
아프로디테는 글귀 그대로 아름다운 여신이라는 의미로 해석한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런 말로 중재를 하려 해도 소용없겠지.
지금 다투고 있는 저들도, 자신들이 각자 다른 뜻으로 해석한 것은 알고 있을 것이다. 정말 자존심 싸움이군.
헤라가 힘으로 두 여신을 눌러버리지 않는 것 또한 마찬가지.
언변과 모두에게 받는 인정으로 정정당당히 황금 사과를 가져갈 생각이겠네.
* * *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축복받아야 할 결혼식은 이미 고성으로 가득했다.
싸우는 여신들은 어디 하위 신격도 아니고, 모두 올림포스 12신의 위에 있는 고위 신격.
이 마당이니, 말릴 수 있는 자가 많을 리가 없었다.
결혼의 신인 히메나이오스는 난처한 기색만을 표하고, 정의의 여신인 디케는 분을 삭이고.
화를 내야 할 결혼식의 주인공들은 애써 모른 척 하고 있었다.
3주신인 포세이돈도 언짢음을 느끼면서 끼어들까 말까 고민하는 마당.
“크흠. 그래도 결혼식인데. 이런 논쟁을 하는 것은 조금…”
괜히 자신에게 저 여신들의 분노가 튀는 것이 껄끄러워 눈길을 피하는 자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런 행태를 잠시 지켜보다가… 한숨을 푹 내쉬며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러니까! 이 사과의 주인은…”
“가장 아름답다고 적혀 있는데도 부정하시는 거에요? 당연히 저 아프로…”
“다들 테티스의 결혼식에서 대체 뭐 하는 거냐?”
방금까지 격렬한 언쟁을 하던 여신들의 따가운 눈총이 꽂힌다.
감히 누가 끼어들었는지 적대감을 가지고 돌려진 고개. 허나 다시 내 얼굴을 확인하더니 누그러들었다.
“하데스. 애초에 황금 사과 나무도 내 것이고, 가장 우아하고 훌륭한 여신이야말로 저인데. 제 격에도 미치지 못하는 여신들이 이걸 가져가는 게 옳다고 보시나요?”
“헤라 님! 헤라 님께서 여신 중에서 으뜸이라는 점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황금 사과는 양보할 수 없습니다. 저야말로 제일 유능한 여신이니 제가 받아 가야겠습니다.”
“하아아… 다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에요!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라잖아요! 미의 여신이 여기에 있는데!”
“아니. 다들 조용히 좀 하고 내 얘기나 들어봐라.”
일단 조용히 좀 시키자.
내 말에 씩씩대던 세 여신이 잠시 입을 다문다.
“고작 저 황금 사과가 뭐라고 이렇게 싸우는 거지? 그냥 이번 결혼식의 주인공인 테티스 여신에게 주는 편이 낫지 않는…”
“안 됩니다!”
“안 돼요!”
“그건 용납할 수 없어요!”
아니 그럼 뭐 어쩌라고. 여기서 계속 싸울 건가?
자존심 싸움도 때와 장소를 가려가면서 해야지, 결혼식장에서 이러고 있는게 말이나 되나?
그냥 권위로 눌러버려? 하지만 헤라까지 그럴 수는 없다. 아무리 짜증나도 신들의 여왕은 존중해야지…
하지만 만약 내 결혼식에서 이렇게 싸우고 있었다면, 아무리 헤라여도 절대로 가만두지 않았을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하든 전부 저승에서 쫓아냈을 터.
“다들 지금 결혼식장에서 뭐하고 있는 짓들이오!!!”
그래. 바로 이렇게.
* * *
테티스가 미움받는 여신도 아니고, 그녀와 결혼하는 인간 영웅인 펠레우스는 제우스의 손자다.
그러니까 제우스가 이렇게 화내는 것도 당연한 일.
“결혼식에 축복을 나눠주지는 못할 망정, 싸움이나 벌이는 꼴이 참 보기가 좋군 그래.”
인상을 팍 쓴 제우스가 이쪽으로 걸어오더니 황금 사과를 집어들었다.
“이 사과의 주인은 나중에 천천히 결정하도록 하겠소! 지금은 새롭게 탄생한 신랑과 신부를 축하하는 일이 우선이오!”
“네에…”
“알았어요. 당신.”
“제우스 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뭐…”
다행히도 일단 다들 넘어가기로 생각했군.
그래. 좀 나중에 싸워라. 남의 결혼식에서 이게 대체 뭐하는 것들인지 원.
발걸음을 옮겨 테티스 여신과 그의 인간 남편에게 다가갔다.
결혼식에 온 김에 축하 인사는 당연히 해야지.
“크흠. 흠. 잠시 소란이 있었지만 결혼을 축하드립니다. 테티스 여신님.”
“감사해요…”
“펠레우스라고 했나? 옆에 있는 인간도.”
“감사합니다. 저승의 왕이시여!”
몇 마디 덕담과 적당한 결혼 선물을 주고 곧장 제우스에게 향했다.
그는 불화의 원인이 된 골칫덩어리를 바라보며 고민에 빠져 있었다.
“제우스.”
“이걸 누구에게 줘야 할지 머리가 아프군.”
“사실 그냥 있는 그대로 해석해 버리고 아프로디테에게 줘버리는 게 나을 것 같지만…”
“그럼 싸움이 벌어지니까.”
황금 사과를 세 조각으로 쪼개서 나눠주면 자신들을 우롱하는 거냐고 싸우겠고.
누구 한 사람에게 주면 다른 두 여신이 원한을 품겠고.
권위로 찍어눌러서 그냥 결혼식의 주인공인 테티스에게 준다면 세 여신이 다 원한을 품겠고.
그럼 모두가 납득할 만한 자에게 심판을 맡겨야 하지 않나?
제우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듯,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음. 그래. 역시 신들의 왕인 네가 잘 정해서 한 여신에게 준다면…
“하데스 형님이 정해줄 수 있나? 공정의 신으로 이름 높은 저승의 주인의 결정이라면 다들 불만이 좀 있어도 납득하겠지.”
“야이…”
나한테 떠넘기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