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64)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65화(164/179)
황금 사과의 이야기 – (3)
트로이(Troy).
아나톨리아 반도에 있는 도시국가 중 하나.
예전에. 포세이돈과 아폴론, 헤라가 제우스에 맞서 반란을 일으켰던 적이 있었다.
그 당시 하데스의 개입으로 반란은 실패했고, 헤라는 1년간 모루와 수갑을 차고 묶여 있었으며…
아폴론과 포세이돈은 1년간 인간들의 왕 밑에서 종으로 일하게 되었다.
바로 그들을 노예로 부린 자가 바로… 당시 트로이의 왕이었던 라오메돈(Laomedon).
그런데 이 라오메돈 왕은 매우 간이 크게도…
이 두 신들을 시켜 트로이의 성벽을 만들게 한 다음, 품삯을 주지 않았다.
“어차피 당신들은 제우스 신의 명에 따라 내 밑에서 일했던 것 아니었소? 품삯이 신에게 왜 필요하단 말이오!”
“이. 이런 빌어먹을 놈이!”
“하…! 좋아. 감히 인간 따위가 우리를 무시해?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렇게 트로이는 두 올림포스 12신의 신벌을 받게 되었다.
아폴론은 전염병을, 포세이돈은 강력한 바다 괴물을 보내 트로이의 시민들을 괴롭혔고…
바다 괴물은 과업을 쌓기 위한 영웅들에 의해 토벌되었으나,
아폴론이 보낸 전염병은 도저히 잡히지를 않았다. 전 세계에서 불려온 의사들도 모두 난색을 표할 정도.
“하아… 정녕 신이 내린 벌을 아무도 해결할 수 없단 말이냐?”
“폐하. 태양신에게 맞설 수는 없습니다. 부디 결단을…”
“어쩔 수 없군. 모든 왕자와 공주들을 불러라! 아폴론 신께 용서를 빌어야겠다.”
결국 트로이는 수많은 제물을 준비해 아폴론 신전으로 가서 용서를 빌었다.
왕인 라오메돈과 그의 왕자와 공주들까지 모두 나서서 머리를 박은 끝에…
화르르륵-
“아. 아폴론이시여!”
“미천한 인간아. 이제야 네 죄를 깨달았느냐?”
“제가 죽을 죄를 지었나이다! 명하시는 무슨 일이든지 할 것이니, 부디 전염병을 거둬 주십시오!”
찬란한 자, 포이보스 아폴론이 이승에 강림했다.
아폴론은 수많은 제물에도 심드렁했지만, 이 정도면 충분하겠거니 싶어서 전염병을 거둬주려다… 미래를 보았다.
예언의 신, 아폴론.
비록 프로메테우스나 가이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의 예언은 대단히 정확하다.
다프네와 코로니스 등. 제대로 된 사랑은 모두 비극으로 끝난 그의 우울한 마음을 달래줄 여인을 찾을 정도로.
예언의 신의 손가락이 한 왕자를 가리켰다.
“거기. 인간 왕자. 이름이 무엇이냐?”
“저… 저 말입니까? 저는 포다르코스라고 합니다! 태양신이시여!”
“흠. 네가 나중에 딸을 낳는다면,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내 신전으로 보내라. 그러면 트로이를 용서해주마.”
“네에? 네. 네엡! 알겠습니다!”
아폴론이 본 것은 먼 미래에 뛰어난 미모를 갖추고 태어날 카산드라(Cassandra).
마음에 드는 이를 미리 점찍어 놓는 용도로 예언이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했지만, 아무튼 아폴론은 그리 행동했다.
그렇게 미래에 태어날 아름다운 카산드라의 미모를 생각하며 미소 짓던 아폴론이 사라지고,
트로이에도 전염병이 사라지게 되었다.
“하아… 포다르코스! 너를 내 후계자로 임명하겠다!”
“아. 아버지! 하지만 제게는 수많은 형님과 누님들이…!”
“아폴론 신에게 바쳐질 이가 공주쯤은 되어야 신의 면목도 살 것이 아니냐? 그리고 신께서 갑자기 약속을 어기시거나 그럴 수도 있으니…”
다분히 트로이를 위한 판단과 정치적인 의도에 의해,
아폴론에게 미래의 딸을 바쳐야 하는 자, 막내 왕자였던 포다르코스가 왕위를 물려받게 되었다.
당연하게도 눈앞에서 왕위를 놓친 수많은 왕자들이 반발했지만 소용없었다.
그 누구도 태양신의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는 않았고, 미래에 태어날 포다르코스의 딸은 아폴론 신의 옆자리가 예정되어 있었으니.
왕의 명령. 아폴론 신에 대한 두려움.
태양신에게 바쳐진 이가 공주라면, 그 국가에도 신경을 좀 써주지 않을까… 하는 사람들의 생각.
그렇게 왕위에 오른포다르코스는 아폴론 신앙을 국교로 선포하고, 자신의 딸인 카산드라를 신전의 사제로 보냈다.
노년의 포다르코스는 수많은 아들 역시 낳았는데…
“예? 헤르메스 신이시라고요?”
“그래. 내가 바로 신들의 전령, 헤르메스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황금 사과를 받을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였다.
* * *
“…그러니까 너는 이 세 여신님 중,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황금 사과를 바치면 된다.”
“꿀꺽. 헤라 여신님에. 아프로디테, 아테나 님…”
나는 헤르메스에게서 황금 사과를 조심스럽게 받아드는 청년을 보았다.
지금 지상에서 제일 잘생긴 인간이라는 헤르메스의 주장답게, 과연 신에 버금가는 수려한 외모가 돋보였다.
그 외모를 본 세 여신들도 심판을 맡기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는지 납득하는 기색.
잠시 그를 바라보던 여신들이 입을 열어 그를 설득했다.
“인간. 이름이 파리스라고 했나? 신들의 여왕인 내게 그걸 바친다면 최고의 부와 권력을 주겠다.”
먼저 헤라는 최고의 부와 권력을 준다고 약속했으며.
“트로이의 왕자여. 내게 황금 사과를 준다면 너는 전쟁에서 절대로 패배하지 않을 것이다.”
아테나는 전쟁에서의 승리를.
“나는 네게 아름다운 여인을 안겨줄 수 있단다. 남성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그런 여인을.”
아프로디테는 그에게 아름다운 여인을 주겠다고 말했다.
아니 잠깐만. 애초에 무언가를 주겠다고 하면서 설득한다면 그냥 보상이 높은 쪽을 고르는 게 당연하지 않나?
이러면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고 뭐고… 한 마디만 보태볼까.
잠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트로이의 왕자라는 점을 명심해라.”
“…당신께서는 어느 분이십니까?”
“그건 알 거 없고,보상에 현혹되지 말고 신중하게 결정하라는 말이다.”
내 눈을 바라보던 트로이의 왕자가 다시 여신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당연히 자신에게 황금 사과를 바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 여신들.
내 생각에. 지금 파리스가 할 수 있는 선택은 한정되어 있다.
사과를 세 조각으로 쪼개어 바치는 것은 최악. 세 여신 중 하나를 고르는 것은 차악.
“어서 골라라. 쉬운 선택 아니냐?”
“네게 딱 어울리는 미녀를 손에 넣을 기회를 놓치려고?”
“많은 이들이 전장에서 내 이름을 기도한다. 그 가호를 네게 내려주겠다는…”
아무도 선택할 수 없다며 조아린다면… 다른 여신들의 신벌은 내가 막아줄 수 있으니 최상.
그리고 파리스의 선택은…
“미와 사랑의 여신께 이것을 바치겠습니다!”
“후후훗. 그래.”
미와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에게 황금 사과를 바치는 것이었다.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 선택으로 발생할 결과는 네 책임이다. 인간.”
결국 사과의 주인이 결정되고, 헤라와 아테나는 경고를 던지고 헤르메스와 함께 떠나갔다.
아프로디테는 희희낙락하며 황금 사과를 들고 좋아하고 있었으나. 파리스의 표정은 조금 애매모호했다.
“네게 어떤 여인이든지 꾀어낼 수 있는 매력을 선사하겠다. 필멸자라면 누구든지 거부할 수 없을 것이다.”
“……”
“필요할 때, 내 이름을 불러라. 그럼 네가 점찍은 여인은 네 것이 될 것이다.”
“그. 그렇다면… 혹시 이미 결혼한 여인도 마찬가지입니까?”
아니 이놈은 정신이 나갔나? 결혼한 여인을 노려?
자연스럽게 인상이 찌푸려지자 아프로디테가 이쪽을 힐긋 살피더니 말했다.
“물론 그렇긴 하지만, 굳이 기혼자를 노려야겠니?”
“제게 약속하셨지 않으셨습니까? 부디 부탁드립니다! 미와 사랑의 여신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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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그래.”
상벌을 내리기 전이라면 몰라도, 다른 신의 보상이나 신벌에 간섭할 수는 없다.
이는 신들의 암묵적인 합의이며 수천년간 이어진 법칙.
그런데 유부녀를 노려? 트로이의 파리스라고 했었지.
어디 죽고 나서, 저승에 오면 보자.
* * *
저승으로 돌아온 나는 곧장 이승의 동태를 살폈다.
방금 아프로디테의 축복을 받은 파리스가 어디로 향하는지 보기 위해서.
놈은 스파르타로 향하고 있었다.
이동 경로도 일직선이고, 확고한 목적을 가지고 찾아가는 발걸음.
그리고 분명 이미 결혼한 여인을 물어봤었지? 그럼 딱 하나뿐이군.
제우스의 딸이자 반신, 스파르타의 여왕 직을 맡고 있는 헬레네.
그 미모가 몹시 뛰어난 데다가… 그녀의 오빠들인 카스토르와 폴룩스, 그 둘이 위업을 이룬답시고 권력을 포기해 받게 된 스파르타의 상속권.
그래서 수많은 구혼자들이 그녀를 취하겠다고 몰려들었었지.
아마 그 결과가 이랬던 걸로 기억한다.
누가 헬레네를 취하든 승복하고, 이 결혼을 훼방놓는 자가 있다면 이 자리의 구혼자들이 함께 힘을 합쳐 물리친다는 맹세.
그리고 어떤 영웅 하나가 결국 그녀와 결혼했었지. 이름이 멜… 어쩌구라고 했었는데.
제우스가 자신의 딸의 미모를 자랑하며 늘어놓았던 이야기여서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그녀의 아름다움이 예전 프시케 공주와 비견된다는 소문 때문에, 아프로디테도 흥미를 보였으니까.
저 정신나간 놈이 그런 헬레네를 취할 생각일까?
자신이 트로이의 왕자라는 자각은 있는 모양인지. 정말 알 수가 없군.
잠깐. 제우스가 어차피 전쟁이 일어날 운명이라고 했다.
지금 그리스에는 헤라클레스와 테베 훈련소의 위명을 듣고 자란… 다음 세대 영웅들이 아주 우글거리고.
헬레네의 구혼자들은 각종 도시국가의 왕이나 후계자들도 있었다.
물론 내 신전이 있는 테베의 왕은 참여하지 않은 걸로 기억하지만.
제우스의 딸을 건드린 여파가 어떻게 퍼져나갈지는 누구라도 짐작이 가능한 부분.
비록 헬레네를 얻는 것이 아프로디테의 상이니 간섭할 수는 없지만, 트로이의 국민들은 무슨 죄냐.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아테나도, 헤라도, 포세이돈도 전부 트로이를 적대시하겠지.
기가스마저 때려잡은 수많은 그리스의 영웅들은 대부분 나이를 많이 먹어 자중하겠지만, 그들의 자식들까지 생각해보면… 트로이는 순식간에 짓밟힌다.
영웅들을 처리하려는 신들의 계획에 휘말리는 도시라.
파리스는 굉장히 마음에 들지 않지만, 아직은 제우스의 딸을 건드리지는 않았으니 잠깐 제쳐두고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정의는 트로이 쪽으로 약간 기울어진 것 같다.
물론 그것 이외에도 포세이돈이 끼어들 것이 확실시 되니. 누군가는 반대편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지 않겠는가?
…제우스가 헤르메스에게 했던 말이 머리에 스쳐 지나가는군.
“그 인간이 누굴 고르든, 분명 난리가 날 것이다?”
생각을 마친 나는 꿈의 신, 모르페우스를 불렀다.
“모르페우스. 트로이의 왕에게 꿈으로 신탁을 내려야겠다.”
“뭐라고 전달하면 되겠습니까?”
아무 대가 없이. 어떠한 명분도 없이 도와줄 수는 없지만.
“오직 아폴론만을 모시는 트로이에 내 신전을 세운다면, 다가오는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이러면 조금 달라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