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65)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66화(165/179)
어딘가 이상한 트로이 전쟁 – 전조
도시국가, 트로이에서 유유자적 지내고 있던 포다르코스 왕.
그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모든 대신들을 다급하게 불렀다.
트로이의 왕자인 데이포보스나 헥토르. 아이네이아스 등을 비롯한 장수들.
거기에 아폴론에게 바쳐져 신전의 무녀가 된 카산드라까지.
모든 이들을 한 자리에 불러모은 포다르코스 왕은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어젯밤. 꿈에 모르페우스 신이 나타나… 내게 플루토의 신탁을 전달했소.”
“신탁을…!”
“으음!”
그의 말에 모두가 귀를 기울일 때, 카산드라만은 어째서인지 밝은 표정이었다.
“우리 트로이에 플루토 신전을 세운다면, 다가오는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신탁이었다. 이를 어찌 받아들여야 하는가?”
“플루토 신전을 말입니까?”
“하지만 저희는 아폴론 신을 모시고 있지 않습니까? 태양신께서 만약 노하신다면…!”
“아니. 플루토께서 직접 신탁을 내리셨다고 말씀드리면 그러시지는 않을 것이오.”
“하지만 저승의 신전이라니, 조금 불길합니다.”
신하들은 앞다투어 의견을 내었다. 신의 신탁에는 웬만하면 따르는 것이 좋겠지만.
저승을 다스리는 신이 어찌 트로이를 도와준다고 하는 것일까? 죽은 자들의 왕을 믿어도 될까?
논쟁이 격화되기 전, 포다르코스 왕은 자신의 딸인 카산드라를 바라보았다.
아폴론의 사랑을 받아 예언 능력을 갖추게 된 그녀는 포다르코스 왕의 든든한 조언자이자 버팀목.
“카산드라야.”
“예. 아버지.”
“너는 태양신의 총애를 받아 예언을 할 수 있지 않느냐? 우리가 플루토 신의 신탁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이에 카산드라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그것만이 저희에게 닥친 위기를 헤쳐나갈 수 있는 실마리 중 하나입니다.”
“으음…”
“만약 플루토 신의 신탁을 따르지 않는다면 트로이는 멸망할 것입니다.”
아폴론 신의 총애를 받아 예언 능력을 받았기로 유명한 그녀.
보통 인간과 신의 사랑은 비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어째서인지 카산드라는 예언 능력을 갖췄음에도 아폴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예언자들은 미래를 내다볼 수 있기에 신과의 사랑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민에 빠진 포다르코스 왕 앞으로 걸어나오는 한 남자.
훤칠한 키와 좋은 체격. 외모까지 빼어난 그는 트로이의 총사령관임과 동시에 제일 가는 영웅이었다.
“아버지. 제가 한 말씀 올려도 되겠습니까?”
“오. 헥토르! 그래. 어디 네 의견을 말해보거라.”
그리고 트로이의 왕자이기도 했다.
* * *
트로이의 총사령관이 천천히 입을 열자, 모두가 그의 말에 집중했다.
“트로이의 위기니 뭐니 하는 것은 일단 제처두고, 신탁을 내리신 신이 어떤 신인지를 먼저 파악하시는 것이 옳은 것 같습니다.”
“이미 말했지 않았나? 분명 저승을 다스리는 플루토께서…”
“그러면 그 플루토 신은 어떤 신입니까?”
그제서야 모두가 헥토르의 의도를 눈치챘다.
플루토 신은 저승을 다스리는 주신이지만, 또다른 이름은 부, 그리고…
“자비와 공정! 음. 네가 하고 싶은 말을 알겠다.”
“맞습니다. 플루토 신은 좋지 못한 소문이나 기록을 찾아볼 수가 없을 정도로 선신으로 꼽히시는 분. 아무리 저승이 두려움의 대상이라고 해도… 그분과 관련된 일은 메두사 신의 사례나, 페르세우스 왕의 일화와 같은 미담뿐입니다.”
“하기야. 변덕스러운 다른 신들에 비한다면…”
둘의 대화에 다른 신하들 역시 한마디씩 보탰다.
올림포스에는 수많은 신격이 존재하나, 악평이 거의 없는 신은 그 하나뿐이기에.
“저도 들어보았습니다. 어차피 필멸자는 때가 되면 모두 저승으로 향하니, 산 자들에게는 자비롭다는 소문을.”
“공정과 자비의 신보다 신뢰할 수 있는 분은 오직 정의의 여신만이…”
“적어도 저희 트로이에 해를 끼치시려는 의도는 아닌 것으로…”
그리하여 트로이에 플루토 신전이 건설되기에 이르렀다.
부와 저승, 공정과 자비를 담당하는 신의 신전이 건설되자 트로이의 국민들의 반응은 미묘했다.
“플루토 신전이라. 민트를 참 잘 쓰고 있기는 한데…”
“우리는 아폴론 신을 모시고 있지 않나? 태양신께서 또 노하신다면 어찌 감당할지.”
“부의 신이시기도 하시니 좋긴 하지만. 으음. 모르겠군. 폐하께서 알아서 잘 하실테니.”
“카산드라 공주님께서 아폴론 신전의 무녀로 들어가신 걸로 아는데. 플루토 신전이라.”
그리고 이렇게 플루토 신전이 지어지는 동안, 트로이에는 파리스 왕자가 도착했다.
분명 여행을 다녀왔다는 그의 옆에는 모든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아름다운 여성이 함께했고…
처음 본 여인을 데려온 파리스에게 포다르코스 왕이 질문했다.
“파리스. 설명해 보아라. 저 여인이 내가 아는 자가 맞느냐?”
“예. 그것이… 아버지! 이는 아프로디테 여신님께서 내린 축복으로… 황금 사과…”
파리스는 더듬더듬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말했다.
그의 말인즉, 스파르타의 왕인 메넬라오스의 아내인 헬레네를 꼬셔서 데려왔다고.
이를 들은 포다르코스 왕은 당연하게도 크게 노했다.
“뭐라고! 헬레네라면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의 아내가 아니냐!”
“…그. 그것은.”
“지금이 바로 그 예언의 순간이구나! 네가 트로이 바깥으로 나서지도 못하게 해야 했거늘!”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는 관련된 예언 하나가 있었다.
그가 태어났을 때… 트로이를 위기로 빠뜨릴 것이라는 신탁.
신탁을 들은 포다르코스 왕과 그의 부인 헤카베는 한참을 고민했으나, 결국 그것을 무시하기로 하였다.
트로이가 통째로 멸망한다고 확언된 것도 아니고, 나라에 위기를 가져온다고 자기 자식을 죽일 수는 없었기 때문에.
“너 하나 때문에 우리 트로이가 전쟁의 업화에 휩싸이게 되었다!”
“예… 예. 아버지…”
“꼴 보기도 싫다! 그 여인을 데리고 당장 근신해라!”
왕의 알현실에서 쫒겨나듯이 나온 파리스를 바라보며, 포다르코스 왕은 머리를 짚었다.
플루토의 신탁에서 말한 트로이의 위기가 바로 이것인가?
지금 이승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를 파리스가 취한 방법은 간단했다.
스파르타의 왕 메넬라오스에게 가서 신분을 밝히고 후한 대접을 받은 다음, 메넬라오스가 외할아버지의 장례식에 다녀온 틈을 타 헬레네를 꼬시고 도망친 것.
“파리스!!! 접대의 관습을 어기고 내 아내와 함께 도망쳐? 트로이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리겠다!”
당연히 메넬라오스 왕은 크게 분노하였고, 자신의 형인 아가멤논이 다스리는 미케네로 찾아가 이를 알렸다.
아무리 강국인 스파르타의 힘이라도 혼자서는 트로이를 함락시키기 어려웠으니.
“그래. 접대의 관습을 어긴 파리스를 죽여버리고 트로이를 멸망시키도록 하자.”
“당장 헬레네에게 구혼했던 이들에게 연락을 돌리겠습니다.”
“그리스 전역에서 모인 연합군이 트로이로 쳐들어간다면 금방 파리스의 목을 베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의기투합하여 트로이를 멸망시키기로 결의했고, 이 모든 것은…
“…그러면 그렇지.”
저승에 있는 하데스 역시 알고 있었다.
* * *
헬레네는 그리스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인, 그녀의 구혼자들은 한 나라의 왕들.
이런 마당이니 헬레네를 데려간 파리스의 운명은 불 보듯 뻔한 것. 그리스 연합군은 이미 만들어지고 있었다.
구혼자들이 정말로 여자 하나를 위해서 군대를 일으킬 리는 없다.
그리스는 영웅들의 땅이고, 헬레네에게 구혼했던 이들은 어딘가의 왕족이나 왕인 자들이 많았으니까.
부모님 세대로부터 듣고 자란 영웅의 일대기.
과업을 이루고 명성을 떨쳐 이름을 날리는… 그런 것을 꿈꾸는 이들.
전쟁을 통해 명성을 떨치려는 이들부터, 트로이를 멸망시키고 얻을 금은보화를 탐내는 이들까지 수두룩하겠지.
당사자인 메넬라오스를 제외한다면, 헬레네를 되찾는다는 것은 그저 좋은 명분에 불과할 뿐이다.
어차피 신들이 개입하지 않았어도 일어날 전쟁.
하지만…
“너 하나 때문에 우리 트로이가 전쟁의 업화에 휩싸이게 되었다!”
“예… 예. 아버지…”
“꼴 보기도 싫다! 그 여인을 데리고 당장 근신해라!”
저기. 아프로디테에게 받은 축복을 가지고 결혼한 여성을 유혹한 놈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전쟁은 전쟁이고, 일단 당장이라도 헬레네를 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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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이 내린 포상이나 벌은. 다른 신이 취소하거나 개입할 수 없다.
그것이 올림포스 신들의 암묵적인 약속이자 신들의 법칙.
그러니까…
“모르페우스. 포다르코스 왕의 꿈에 다시 나타나 내 말을 전달해라.”
“이번에는 뭐라고 전하면 되겠습니까?”
“정의의 여신은 저승에 속한 신이라고 전하도록. 트로이는 아폴론을 모시고 있으니 분명 내 뜻을 알아들을 것이다.”
인간들이 ‘자발적으로’ 신의 포상을 거부한다면 되는 것 아닌가?
비록 내가 직접적으로 개입해 헬레네를 원래 남편에게 돌려주라고 할 수는 없지만, 트로이에 신전이 지어진 이상… 운명이나 예언을 우회하는 방법은 차고도 넘친다.
이 일이 밝혀진다면 아프로디테의 원망을 조금 사고, 제우스에게 한 소리 들을 수도 있겠지.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혹시…”
“아니면 그냥 저승은 정의의 편이라는 뉘앙스를 보여주고 오면 된다.”
하지만 저 불륜 문제부터 치워버려야겠다.
이제는 내 신전도 트로이에 세워졌으니, 이 정도 개입은 아폴론의 기분도 상하지 않을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