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67)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68화(167/179)
어딘가 이상한 트로이 전쟁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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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항해를 마치고 트로이의 동맹국들부터 처리하기로 한 연합군.
그들은 근처의 작은 나라들을 침략해 많은 전리품을 얻었다. 금은보화와 땅, 그리고… 아름다운 미녀들까지.
여신 테티스와 결혼한 영웅, 펠레우스의 자식인 아킬레우스(Achilles).
아버지보다 위대해질 것이라는 예언에 따라. 그는 아버지를 능가하는 영웅으로 자라났다.
연합군이 트로이 근처의 동맹국들을 침략할 때, 제일 앞장서서 싸우며 많은 전공을 세웠을 정도로.
“아가멤논. 내가 브리세이스와 크뤼세이스라는 아름다운 두 미녀를 얻었는데. 크뤼세이스는 당신에게 주겠소.”
“오. 아주 좋군. 절세미녀라…”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의 동맹국을 침략하고 데려온 두 미녀 중 하나를 총사령관인 아가멤논에게 주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으니, 크뤼세이스의 아버지이자 아폴론 신전의 사제인 크뤼세스가 아가멤논에게 딸을 돌려달라고 간청했다가 내쫒겼다는 사실이었다.
이에 앙심을 품은 크뤼세스는, 자신이 모시는 아폴론 신에게 기도해 그리스 군을 벌해달라고 하였고…
안 그래도 트로이 편이었던 아폴론은 냅다 전염병을 퍼뜨렸다.
결국 신벌에 죽어나가는 병사들 때문에 아가멤논은 많은 재물과 더불어 크뤼세이스를 그녀의 아버지에게 돌려줘야만 했고,
이에 앙심을 품은 아가멤논은 브리세이스를 아킬레우스에게서 빼앗았다.
“아가멤논! 왜 내 브리세이스를 데려가는 거요!”
“시끄럽다. 아킬레우스! 네가 일부러 아폴론을 모시는 사제의 딸을 내게 바친 것이 아니냐? 그리고 최고의 전리품은 마땅히 총사령관인 내가 가져야 한다!”
“뭐요? 말도 안되는 소리! 흥. 그렇게 나온다면 나는 더 이상 싸우지 않겠소!”
그렇게 화를 내고 자신의 막사로 돌아간 아킬레우스.
당연히 장수들은 아가멤논을 설득해 보려고 노력했다. 직접 본 아킬레우스의 무위는 정말 대단했기 때문에.
모두에게 존경받는 이전 세대의 영웅, 폴리데우케스가 먼저 입을 열었다.
“이봐. 네스트로. 네가 저 화난 젊은이를 좀 설득해 보라고. 그리고 아가멤논. 나랑 이야기 좀 하지.”
“음?”
“아름다운 여인 따위가 어디 명예에 비할 바는 아닌 거 같은데. 저 아킬레우스라는 어린 친구는 젊었을 적 펠레우스보다 훨씬 뛰어나 보여. 그런 자와 반목하는 건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아닌라고 생각하네.”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형님. 미인이야 뭐, 트로이를 함락시키고 얻으면 되지 않겠습니까?”
“나 역시 동의하오.”
“괜히 전리품 가지고 싸우지 맙시다.”
폴리데우케스의 말에 다른 장수들도 동조했다. 그들은 명예와 재물을 얻을 이번 원정이 실패로 끝나는 것을 원치 않았다.
결국 아가멤논은 장수들의 여론에 이기지 못하고 브리세이스를 돌려주겠다 약속했으며…
“이보게. 아킬레우스.”
“네스트로? 내게 무슨 용건이라도 있소?”
“자네의 아버지인 펠레우스는 정말 대단했지.”
화를 내고 돌아간 아킬레우스는 네스트로가 설득했다.
모두에게 존경받는 노장이자 영웅의 말에 아킬레우스도 일단 이야기를 들어주는 모양새.
“테베 훈련소. 자네도 알고 있나?”
“그에 대해 모르는 이가 그리스에 얼마나 되겠소.”
“이아손이나, 헤라클레스 등 대단한 영웅들이 많았지만. 자네 아버지인 펠레우스 역시 그리 뒤쳐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아는가? 테티스 여신이 주관하는 사냥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더욱 많은 위업을 위해 강력한 바다 괴물을 차례로 사냥해가는 그 모습은 정말 영웅다웠다네.”
아킬레우스도 자신의 아버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테베 훈련소를 나와, 아르고 호 원정에 참여하고, 칼라돈의 멧돼지 사냥까지. 그리고 결국 여신의 시련을 이겨내며 불멸자와 결혼한 영웅.
아킬레우스 역시… 위대한 그의 아버지처럼 되고 싶어서 트로이 전쟁에 참여한 것이 아닌가?
“자네. 어머니인 테티스 여신님의 말에 따라 여장을 하고 숨어있었다면서? 그래도 그 사실을 들키자 전령들을 때려눕히고 도망치는 게 아니라 여기로 온 걸 보면…”
“…맞소. 나 역시 당신들처럼 영웅이 되고 싶어서 온 것이요.”
“그럼 왜 굳이 한낱 미녀에 연연하는가? 펠레우스는 과업을 쌓아 여신을 노렸는데, 그의 아들은 고작 인간 여성에 눈이 멀어 전쟁에 참여하지 않겠다니.”
“이.. 이익! 그런 게 아니오! 이건 아가멤논이…!”
“아가멤논이 잘못한 것은 맞지. 그래도 금방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화해를 청할 걸세. 자네도 이름을 떨치고 싶지 않은가? 부디 사사로운 감정은 일단 접어두게나.”
“……”
잠시 후, 아가멤논이 보낸 사절이 브리세이스와 많은 재물을 함께 데려오자.
아킬레우스는 아가멤논의 막사로 향해 그와 화해했다.
“음. 내가 속이 좁은 면이 있었다. 지금이라도 사과를 하고 싶은데, 받아주겠나?”
“아니오. 나 역시 총사령관에게 제대로 된 전리품을 바치지 못한 잘못이 있으니…”
그렇게 노련한 영웅들의 설득으로 연합군의 갈등은 임시로 봉합되었다.
* * *
구름 위의 올림포스 신궁.
신들의 왕 제우스는 올림포스의 모든 신들을 불러모았다.
“이승에 관심이 많은 신들은 잘 알겠지만, 지금 큰 전쟁이 일어났소.”
즐거운 유희거리를 찾았다는 흥미와 호기심, 걱정으로 가득찬 온갖 신들이 그를 보았다.
아테나를 비롯해, 이번 전쟁의 배후가 제우스라는 사실을 짐작하는 이들도 제법 있었다.
“트로이와 그리스 연합군… 저번에 가이아께서 영웅들의 수가 너무 많다고 한 것도 그렇고. 이참에 인간 영웅들의 수를 좀 줄여야겠으니. 모든 신들은 각자 원하는 진영을 지지하든지 마음대로 하시오.”
“당신이 아끼는 헥토르는 트로이의 왕자가 아닌가요?”
제우스의 선언에 헤라가 궁금증을 표하며 지적했다.
신들의 왕이 이승의 전쟁에 낀다면 그 반대편에 선 신들의 도움은 별 의미가 없어지기에.
“흠. 흠. 헥토르라는 인간이 제법 빼어나기는 하나, 나는 중립을 지킬 것이니 알아서 해도 좋소.”
“흐음. 그래? 그럼 트로이가 멸망해도 정말 상관없다는 것인가?”
“당연하지, 포세이돈. 트로이를 지지하든 마음대로 해도 좋아.”
트로이에 원한이 가득한 포세이돈의 말에도 여유롭게 흘러 넘기는 제우스.
물론 정말로 헥토르가 죽는다면 안타까운 일이지만, 트로이 편에 설 신들도 많았기에 상관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전쟁에 비관적이던 하데스가 트로이 편을 들 거 같거든.’
포세이돈이 끼었다고 균형은 무너지지 않는다.
* * *
드디어 트로이 땅에 발을 디딘 그리스 연합군.
어째서인지 트로이 군은 성 앞에서 진을 치고 있을 뿐, 그리스 연합군이 상륙하더라도 공격해오지 않았다.
불의의 습격을 경계하는 것도 잠시, 그리스 연합군이 천천히 움직인다.
그들은 일사분란하게 배에서 내려 진지를 구축하고 트로이 방향을 살피기 시작했다.
이상함을 느낀 아가멤논이 메넬라오스에게 다가갔다.
“트로이의 총사령관 헥토르가 전쟁을 모르는 우둔한 이는 아닐 텐데.”
“저도 그가 트로이 땅에서 제일 뛰어난 영웅이라 들었는데. 뭔가 수상하군요.”
“음… 일단 우리가 상륙하는 것을 기다려줬으니, 저쪽에 선전포고를 해야겠군.”
“그게 좋겠습니다. 여봐라! 내 말과 창을 가져와라! 파리스 놈의 낯짝이나 보고 오겠다!”
아내를 빼앗긴 구혼자가 일으킨 전쟁이라는 명분을 병사들에게 상기시켜 의욕을 고취시킬 목적.
트로이 측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구름 위의 올림포스 신들에게도 정당성을 어필할 수 있으리라.
다그닥.
메넬라오스는 한 손에 창을 움켜쥐고 말을 몰아 트로이의 진영으로 향했다.
저 멀리 보이는 웅장한 성 앞에 도열한 군대. 분명 태양의 빛을 받아 번쩍이는 투구를 쓰고 말 위에 선 자가 지휘관이리라.
“들어라! 나는 스파르타의 메넬라오스 왕이다! 감히 내 아내를 빼앗아간 파리스 놈은 어디 숨었느냐!”
스파르타의 왕은 이런 도발을 하면서도 파리스가 나올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 간의 전쟁이나 알력관계가 정의만으로 돌아갈 리가 없지 않은가?
아무리 자기 나라의 왕자가 불륜을 저질러 전쟁이 일어났다고 한들, 순순히 헬레네를 돌려줄… 어?
계속해서 도발을 이어 나가려던 메넬라오스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너무나도 뜻밖의 광경이 눈 앞에 펼쳐졌기 때문에.
일단 그 번쩍이는 투구를 쓴 자가 말을 몰아 앞으로 나와 말했다.
다그닥.
“그쪽이 위명 높은 스파르타의 메넬라오스 왕이로군. 나는 트로이의 총사령관 헥토르요.”
저쪽에서 번쩍이는 투구를 쓴 자가 헥토르거나, 어느 정도 지위를 가진 장수일 것이라는 건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뒤에서 힘없이 걸어나오는 두 인영은…!
“전쟁의 발단이 우리 쪽에 있는 것을 인정하지. 나의 아버지이신 포다르코스 왕께서 즉시 헬레네를 돌려주라 명하셨소.”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는 헥토르의 말은 메넬라오스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의 두 눈에 비친 것은…
“……”
“…아.”
누군가에게 잔뜩 두들겨 맞은 것처럼 눈이 시퍼렇게 부었고 다리를 절뚝거리는 그의 원수, 파리스의 낯짝과.
눈물을 뚝뚝 흘리며 메넬라오스를 바라보는 사랑하는 아내, 헬레네였기에.
“지금 나를 우롱하는 건가? 헥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