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84)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84화(183/193)
외전 –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 (1)
오늘도 신격들이 바쁘게 일하는 저승.
이곳에 때아닌 제우스의 전령이 도착했으니, 바로 무지개의 여신 이리스였다.
“저승의 주인을 뵙습니다.”
“제우스가 보낸 건가?”
“예. 제우스 님께서 상의할 일이 있다고 급히 하데스 님을 올림포스로 부르셨습니다.”
제우스가? 왜 나를 부르려고 하는 거냐.
일단 이리스가 불러낸 무지개 통로를 건너서 올림포스에 도착하자… 정말 가관인 상황이 펼쳐져 있었다.
“아프로디테는 나의 것이다. 어딜 애송이들이…!”
“포세이돈 님. 차라리 아프로디테에게 직접 선택하라고 합시다. 힘으로 그녀를 빼앗는 것은…”
“흠. 흠. 저도 아직 결혼하지는 못했는데…”
“어떻게 이런 아름다움이 존재할 수 있지? 과연 미의 여신이구나!”
“하데스 형님. 왔나?”
그야말로 완벽한 아름다움. 신들의 여왕인 헤라조차 질투할 미모.
누구보다도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처음 보는 여신 하나가 그곳에 서 있었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욕망의 시선을 덤덤히 받아넘기며, 주변을 흥미롭게 둘러보는 그녀.
“이게 무슨 일이냐? 보아하니 저 여신을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남신들끼리 다툼이 일어난 모양인데.”
“하아… 할아버지 우라노스의 잘린 남성기가 바다에 떨어져서 태어난 여신이야.”
“그때부터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렀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이유는 잘 모르겠군. 일단 그녀는 스스로를 아프로디테라고 소개했어.”
아프로디테. 그 말을 듣자마자 뇌리에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미와 사랑을 담당하는, 올림포스에서 제일 아름다운 여신. 하기야 그 정도니 저 많은 남신들이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것이었구나.
원래 그녀의 남편이 누가 되었더라.
“아무튼 무슨 소리인지는 잘 알겠다. 남신들의 다툼을 중재하고 싶어서 날 불렀군.”
“맞아. 조금 도와줄 수 있나? 이러다가 올림포스에 내전이라도 벌어지겠어. 그냥 힘으로 윽박지르고 다른 남신과 엮어주는 방안도 생각해봤지만…”
“저 여신의 눈에 찰 정도의 외모를 가졌으면서, 다른 남신들도 납득할 만한 공적이 없다면 올림포스가 조용할 날이 없겠어.”
누구와 결혼시키든 무조건 싸움이 나겠지.
그나마 포세이돈? 하지만 포세이돈에게는 이미 암피트리테라는 정실 부인이 있다.
포세이돈에게 아프로디테를 넘긴다면,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남신들이 격렬하게 반발할 것이다.
“자. 자. 다들 그만 싸우도록 해라. 그만!”
“그래. 여기까지만 해라. 너희들은 나이가 몇인데 여신 하나를 두고 다투는 거냐? 저 여신이 누구와 결혼하고 싶어할지는 물어보지도 않고?”
제우스의 발언에 적당히 힘을 실어주었다.
이제서야 조금 조용해지는군. 아프로디테를 비롯해 다른 신들의 이목이 이곳으로 집중된다.
“저기. 방금 신들의 왕이시라는 제우스 님 옆에서 말한 저분은 누구세요? 아주 높은 신격으로 보이는데요.”
“응? 저승의 신인 하데스를 말하는 거야?”
내 얼굴을 흘깃거리며 바라본 아프로디테가 헤스티아에게 속삭인다.
어쩐지 눈빛이 조금 이상한데.
* * *
제우스와 나의 엄포로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포세이돈은 불만이 조금 많아 보이기는 하지만, 일단 수긍하는 눈치.
“아니. 이제 막 올림포스로 올라온 여신을 상대로 누구의 아내가 될 것인지 싸우고 있다니… 아주 잘하는 짓이다.”
“흥. 그러는 하데스 너도 아프로디테가 탐나는 것 아니냐? 뒤늦게 와서 잘난 척하지 마라.”
“포세이돈…”
조금 짜증이 나는데.
아무리 미와 사랑의 여신이라도 그렇지. 이 많은 남신들이 모조리 반해서 정신을 못 차린다고?
너무 위험한 여신이 아닌가. 만약 아프로디테가 아름다움을 무기로 휘두른다면…
“정말 못 봐주겠군! 아프로디테를 누가 차지할 것인지는 신들의 왕인 내가 결정하겠소!”
인상을 찌푸리던 제우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납게 남신들을 노려보았다.
어느새 그의 손에는 번쩍이는 벼락이 들려 있었다.
“우선 모든 것은 당사자인 아프로디테의 선택에 맡기겠소! 다만, 이미 정실 부인이 있는 자들은 아프로디테에게 더 이상 구애하지 마시오!”
제우스의 말에 희비가 엇갈렸다.
이미 적당한 여신과 결혼한 자들은 안타까움의 탄식을 흘렸고, 아직 결혼하지 않은 남신들의 입가에는 회심의 미소가 감돌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적당한 판단이다. 제우스 자신도 경쟁에서 물러났으니 포세이돈의 항의를 묵살할 수 있는 명분도 되고…
제우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화난 포세이돈이 등을 돌려 떠나가고, 온갖 남신들이 아프로디테에게 구애하기 시작했다.
“아프로디테. 저와 평생을 함께한다면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겠소.”
“으흠흠! 당신이 나, 아레스를 선택해준다면 전쟁에서 일어나는 모든 영광을 당신께 돌리…”
“아름다운 아가씨. 저는 전령신 헤르메스라고 합니다. 어디, 저와 함께 긴 여행을 함께하시는 것은?”
“아프로디테. 어찌 이름마저도 이리 고우신지. 저는…”
수많은 남신들이 그녀에게 다가가 구애할 때, 나는 헤스티아에게 다가갔다.
입을 삐죽 내밀고 허리춤에 손을 올린 화로의 여신이 날 보더니 팔짱을 낀다.
“흥. 뭐야. 하데스. 넌 저쪽으로 안 가봐도 돼? 결혼. 아직 하지 않은 거 아니였…”
“난 아프로디테에게 관심이 없다. 그것보다는…”
“뭐? 그럼 왜 이리로… 서. 설마!”
갑자기 얼굴이 붉어지고 말을 더듬는 헤스티아.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리 당황하는 건지. 아, 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구나.
“나. 나는 처녀신이라서. 미안하지만 네 마음을 받아줄 수는…”
“저 여신, 가이아가 보낸 것은 아닐까?”
가이아가 보낸 첩자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 * *
미와 사랑의 여신이 아프로디테라는 것은 기억나지만, 그녀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올림포스에 속하게 되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지금 남신들의 구애를 받는 모습을 보아하니… 혹시 올림포스를 분열시키려는 가이아의 계략이 아닐까?
대충 이러한 추측을 헤스티아에게 늘어놓았다.
“가이아 님이 보낸 것은 아닌 거 같은데?”
“어째서?”
“저 여신, 계속 바다 위에서만 떠돌아 다녔다고 들었어. 대지와 접촉한 적도 없었고, 올림포스로 곧장 올라왔는걸?”
그도 그런가.
하지만 남신들을 모조리 홀려버린 미모는 주의해야 할 대상이다.
“아프로디테! 당신을 얻을 수 있다면 내 모든 보물을 바치겠소!”
“찬란하게 아름다운 미의 여신과 비견될 자는 역시 나, 태양신인 아폴론이 아니겠…”
“다들 죄송하지만, 잠시 지나갈게요.”
남신들에게 둘러쌓여 있던 아프로디테가 그들을 헤치고 이쪽으로 다가온다.
…어? 그런데 왜 나를 바라보며 똑바로 다가오는 것이지. 뭐냐.
“저기. 잘생기신 분.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내 앞까지 다가온 아프로디테가 옅은 미소를 띠며 날 올려다본다.
아까 헤스티아에게서 내 이름을 들은 것 아니었나. 그리고 뒤의 남신들의 부러움과 질투 어린 시선까지.
저승으로 돌아가서 할 일도 많은데 벌써 머리가 아파오는군.
“…저승의 신, 하데스다.”
“어머. 이름도 참 멋있으셔라. 그럼 하데스 님. 혹시 결혼은 하셨나요?”
“나는 너한테 구애할 생각은 없으니, 다른 남신을 알아보도록.”
“흐으응. 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세요?”
반짝거리는 눈빛으로 내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미의 여신.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느냐고? 그 아름다움을 어느 남성이 벗어날 수 있을까.
사실 그녀를 가까이서 마주하자, 나 역시 마음이 동하는 것을 느꼈다.
“네가 마음에 들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나는 아직 결혼할 생각이 없다.”
“그런가요?”
“그래. 결혼은 서로 사랑하는 이들끼리 하는 의식이며, 평생을 함께할 반려자를 고르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니 널 사랑해주는 다른 남신을 찾아라.”
자신의 매력에 홀린 다른 남신들과 달리, 내가 관심을 보이지 않자 궁금해서 온 것이겠지.
하는 행동도 그렇고. 정말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신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평소에는 구름 위가 아니라 지하 세계에 사시는 건가요?”
“그래.”
“지하는 깜깜하고 축축하지 않나요? 거긴 너무 어두울 것 같은데…”
“누군가는 저승을 담당해야 하니까.”
“왜 결혼은 하지 않으셨나요?”
“그냥.”
궁금한 것이 많은지 이것저것 질문하는 아프로디테 여신.
하지만 그것마저도 백치미적인 느낌이 더해져 여신의 아름다움을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저도 저승으로 데려가 주세요.”
“뭐라고?”
“저. 하데스 님이 사는 저승도 보고 싶어요.”
네가 저승에 온다고? 모든 신들이 기피하는 지하 세계에?
단칼에 거절하려다가 잠시 그녀의 뒤를 보았다.
수많은 남신들이 욕망을 드러내며 아우성치는 그 현장을.
“뭐… 뭐라고?!”
“아프로디테. 저승은 그대와 같이 아름다운 여신이 갈 만한 곳은…”
“으으음! 아프로디테는 하데스 님의 차지인가…!”
“혹시나 저승에 가서도 절대로 음식을 입에 대면 안 되오! 그럼 당신은 저승에서 살아야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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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단칼에 거절한다면, 아프로디테는 어떻게 되는 거지. 올림포스에서 남신들은 계속 다투는 건가?
원래 신화에서는 아프로디테가 저승에 속했다는 소리는 듣지 못한 것 같은데.
제우스를 슬쩍 살피자,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올림포스에 던져진 불화의 씨앗을. 동떨어진 세계인 저승으로 보낼 수 있다는 안도감일까.
쯧. 그래. 저승의 일을 도와줄 신이 하나 늘었다고 생각해야겠군.
“네가 지하 세계에 머무르는 동안, 그곳의 일을 돕는다는 조건이라면 승낙하지.”
“후훗. 감사해요.”
그렇게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와 함께 저승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