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88)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88화(187/193)
외전 – 저승의 반란 (2)
신들의 왕인 제우스를 향해 반기를 들기로 결심했지만, 넘어야 할 산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현실적으로 제우스는 무척 강하다. 나와 포세이돈이 힘을 합친다면 이길 수 있겠으나. 그 누구도 혼자 힘으로 제우스를 이길 수는 없다.
머릿수만 많은 저승의 군세는 3주신들의 전투에서 아무 도움도 되지 않으니, 나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차라리 가이아와 협상을 해서 그녀의 도움을 받을까?
…아니야. 분명 그녀는 타르타로스에 갇힌 티탄 신족들을 풀어주라고 하겠지.
내가 아무리 언변을 발휘해도 크로노스를 제외한 다른 티탄들을 풀어주는 것까지는 양보해야 할 터.
티탄 한둘도 아니고, 수많은 티탄들이 모조리 풀려나면 내 힘으로 제어할 수 없다.
그렇다고 호시탐탐 제우스의 자리를 노리는 포세이돈의 협력을 받을 수도 없어.
내가 신들의 왕 자리를 차지하고 올림포스를 바꿔놓으려면 나를 제외한 3주신들을 모두 제압하여야 하니까.
제우스를 몰아내도 하늘의 신격을 두고 포세이돈과 갈등이 벌어진다면, 수십 년간 이어지는 전투에 필멸자들은 계속해서 고통받겠지.
차라리 그를 이용하다가 뒤통수를 치는 것이 더 가능성이 높겠지만… 순순히 그가 당해주지도 않을 테고.
저승에 속한 신들은 내가 반기를 든다고 하면 대부분 따라줄 것이다. 이곳은 이미 포세이돈의 바다와 마찬가지로 내가 완벽하게 장악했기에.
이곳에서만큼은 내 권위가 신들의 왕보다 우선된다는 점이 다행이군.
저승에서 유일하게 불안한 요소는 타르타로스 입구를 지키는 헤카톤케이레스들.
우라노스에 의해 타르타로스로 던져졌으나, 제우스에게 구출된 그들이 이 사실을 안다면 어찌 반응할까.
아무리 타르타로스 입구에서 세상 물정에 어두운 그들이지만, 그들 역시 신족.
전쟁의 낌새를 눈치채거나, 나를 비롯한 대다수의 신들이 올림포스에서 싸우는 동안… 그들의 도움을 받으려는 제우스 측의 신이 소식을 전할 수도 있다.
내가 반란을 성공시켜도, 그들의 강력한 힘이라면 문제가 벌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
올림포스를 공격하기 전에 미리 설득하거나 그들을 묶어놔야 하는데…확실히 설득할 방법을 찾아서 가져가야 할까.
그러니 일단 내부부터 완벽하게 단속해야겠어.
“밖에 누구 있느냐?”
“예! 무슨 일이십니까. 하데스 님!”
“타나토스나 카론, 불화의 여신 에리스 님이나 망각의 여신 레테 님 등. 일정 수준 이상의 신들을 모조리 불러라.”
“카론 님도요?”
“그래. 내가 긴히 전해야 할 말이 있다고 한다면 알아들을 것이다.”
전령이 사라지고. 눈을 감아 앞으로의 계획을 더듬었다.
제우스를 향한 반란은 쉽지 않겠지만, 세상을 위해 어떻게든 해내고 말겠다.
* * *
얼마 후, 저승에 속한 신들이 알현실로 모여들었다.
타나토스, 휘프노스, 모르페우스, 모로스, 케레스, 에리스, 레테, 스틱스, 카론, 에리뉘에스 3자매 등.
수많은 신들이 한 자리에 모이자 알현실을 휘감는 은은한 기세가 퍼져나왔다.
“친애하는 신들이시여. 모두들 오셨습니까.”
“하데스. 망자들을 저승으로 인도하느라 바빠 죽겠는데. 왜 나까지 부른 거지? 안 그래도 얼마 전부터 온갖 자연재해가 이승에서 일어나…”
“그러니까 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아케론 강에서 망자들이 쌓이고 있을 텐데.”
타나토스와 카론에게서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들이야말로 저승에서 제일 바쁜 신들.
하지만 내 말을 들어보면 조금 다른 반응을 보일 것이다.
가볍게 손을 내저어 시종들을 움직였다. 내가 미리 준비한 자료들이 시종들의 손을 통해 신들에게 전해진다.
“다들 이 자료들이나 좀 봐주십시오.”
“이건 뭔가요? [저승으로 오는 망자의 현황] [올림포스 신의 패악질 목록]?”
“음… 확실히 점점 저승으로 오는 망자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긴 한데. 이게 올림포스와 많은 연관이 있었나?”
“[망각의 강을 건너도 기억을 잃지 않는 망자들의 증가 추이]… 아.”
“대충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네요. 올림포스 신들이 우리 일을 늘리고 있군요.”
내가 미리 준비한 자료들은 올림포스 신들의 만행을 정리한 것들.
주로 저승의 일거리가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중점으로 작성했다. 올림포스에서 사소한 다툼 한번이 일어날 때마다 저승이 고생한다는 사실은 제대로 넣었으니 설득력이 있겠지.
짜증을 부리거나 분노하는 신도 있었으며 한숨을 내쉬는 자들도 적지 않았다.
이만하면 올림포스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느껴질 때, 쐐기를 박아넣었다.
“그리고 그거 아십니까? 얼마 전부터 이승에 자연재해가 일어나 저승으로 오는 망자들이 급격히 늘어난 일.”
“분명 죽은 자들이 몇 배로 늘어났지. 올림포스와 관련이 있다고는 생각했지만…”
“헤파이스토스와 아레스가 아프로디테를 놓고 싸움을 벌였고, 제우스가 불륜을 저지른 일이 발각되어 완벽한 중재에도 실패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들의 다툼 때문에 필멸자들이 죽어나간 것이죠.”
이 말을 마치자마자 억울함이 가득 담긴 노호성이 터져나왔다.
죽음을 수확하는 저승의 노예, 아니 참된 일꾼인 타나토스였다.
“뭐야?! 요즘 내가 잠도 못 자고 일하는 것이 고작 그 어린놈들의 사랑 싸움 때문이라고!”
카론을 비롯한 다른 신들 역시도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근에 일이 잔뜩 늘어난 까닭이 올림포스의 신들의 사소한 다툼이라니, 당연히 황당하겠지.
“아니… 그것들은 저승 생각은 하지 않는 건가?”
“제우스는 대체 뭘 하는 건가요?”
“허. 허허. 나는 매일같이 이승에 잠을 전달하러 가는데, 구름 위에서는 이쪽 사정이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군.”
“….하아. 티타노마키아에서 올림포스 편을 제일 먼저 들어줬더니,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요. 헤르메스가 전해준 소식인가요?”
여러 신들의 말. 그리고 스틱스 여신님의 한마디가 마음을 울린다.
그때와는 달리 신들도 많이 달라졌는가? 아니지, 애초에 살기 위해 시작한 전쟁이었는데.
“그래서 제가 제우스를 몰아내고 신들의 왕이 되려고 합니다.”
“으음?!”
조금 놀란 눈으로 이쪽을 바라보는 그들을 향해서 미리 준비해둔 말을 꺼냈다.
물론, 신들의 낌새를 일일히 확인하면서.
“저희 저승이 언제까지 올림포스에게 휘둘려야 합니까? 제우스를 비롯한 올림포스의 불멸자들은 신이라는 책무를 조금 더 무겁게 느낄 필요가 있습니다. 당연히 여색에 눈이 돌아가 필멸자에게 피해를 끼치는 등, 무책임한 행동은 지탄받아야 마땅하고요.”
다들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하는 모양새.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거나 내 말에 반박하는 이는 단 하나도 없군.
“올림포스와 전쟁해서 제우스를 끌어내리고, 제가 신들의 왕이 되어 그들의만행을 통제할 것입니다. 다들 힘을 보태주십시오.”
“그래. 네가 제우스보다는 훨씬 낫겠지.”
“나도 찬성이다. 제우스 그 놈. 신들의 왕이 되더니 우리 같은 늙은이들을 공경할 줄도 모르고…”
“…저는 당신 편이에요.”
“어머. 얘 좀 보게. 호호… 아무튼 레테 네가 원하는 대로 하렴. 나는 네 선택을 존중하니까.”
타나토스와 카론, 레테 여신과 그녀의 어머니인 에리스 여신님의 말.
그들의 뒤를 이어 다른 신들도 한마디씩 보탰다. 대충 나를 지지하고 제우스를 끌어내리는 것에 동참한다는 언동.
“다들 감사합니다. 빠른 시일 내에 올림포스로 쳐들어 갈 가능성이 높으니, 다들 준비하고 계십시오. 그리고 그쪽에서 눈치채지 못하게 평소와 다름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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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이제 다음으로 향할 곳은 정해져 있다.
정면 대결로 제우스를 이길 수 없다면 계략을 이용한 변수로.
계략을 얻고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계획과 예언이.
계획과 예언을 얻기 위해서는, 과감하다 못해 파격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 * *
카프카스 산.
감히 신들의 왕의 명을 어기고, 인간들에게 불을 가져다준 중죄인이 존재하는 곳.
바위벽에 묶여서 매일 간을 뜯어먹히는 끔찍한 고통을 받아야 할 티탄 신족, 프로메테우스는 낮은 침음성을 흘렸다.
“으음…!”
후두두둑.
왜냐하면 그의 몸을 속박하던 헤파이스토스의 쇠사슬이 너무나도 쉽게 끊어졌으니까.
그것도 티탄의 감각에 전혀 잡히지 않는 누군가가 휘두른 단 한번의 공격으로 벌어진 일이었다.
예언의 티탄의 두뇌가 빠르게 회전한다.
티탄의 감각에도 잡히지 않는 은신을 가능하게 하는 물건은 오직 하나, 저승의 왕을 상징하는 신물인 퀴네에.
올림포스 12주신인 대장장이 신의 쇠사슬을 단번에 끊어버릴 수 있는 힘.
그렇다면… 크하하하! 제우스여! 업보를 돌려받을 때가 왔구나!
결코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될 너의 형제마저 창을 거꾸로 잡았으니, 네 파멸이 멀지 않았다!
“끌끌끌. 나도 동참하겠네.”
빠르게 계산을 끝낸 프로메테우스가 몸을 풀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허공에서 들려오는 나직한 목소리.
“…혹시 예언으로 미리 알고 있었습니까?”
“아니? 하지만 퀴네에를 쓰고 지상까지 나와서 내 쇠사슬을 끊어줄 자가 취할 행동은 단 하나밖에 없지.”
휘이이잉-
잠시 적막이 흐르고 하늘에서 제우스의 신수, 독수리가 그의 간을 뜯어먹기 위해 날아들었다.
과연 신수라는 이름에 걸맞게 매섭게 날아드는 짐승… 아아. 저 빌어먹을 짐승 따위에게 얼마나 고통받아야 했었던가!
하지만 헤파이스토스의 쇠사슬을 끊고 힘을 되찾은 프로메테우스는 위대한 티탄 신족.
올림포스 12신도 아니고, 고작해야 신수 따위가 그에게 위협을 가하지는 못한다.
터억.
푸드덕. 푸득.
예언의 티탄은 잠시 증오스러운 눈으로 자신의 손에 잡혀 퍼덕거리는 독수리를 바라보다가.
입을 벌려 산 채로 신수를 씹어먹기 시작했다.
찌익- 으적. 찍!
입 주변이 신수의 피와 깃털 범벅이 된 프로메테우스가 조금 충혈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광기와 희열이 넘치는 얼굴로 자신의 추측을 말하는 예언의 티탄.
“드디어 제우스에게 반역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데스? 저승의 왕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