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91)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91화(190/193)
외전 – 저승의 반란 (5)
내게 고개 숙여 인사한 아테나와 이리스가 쇠사슬에 묶인 프로메테우스를 바라보았다.
무장한 아테나가 먼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와서 입을 열었다.
“프로메테우스를 잡으셨군요.”
“그래. 에피메테우스는 찾지 못했지만, 도주하던 프로메테우스를 발견해서 붙잡았다.”
“그렇군요.”
“킬킬킬…”
프로메테우스의 킬킬대는 웃음소리를 듣던 이리스가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
“천구를 짊어지고 있던 아틀라스도 사라졌고, 제우스 님의 신수도 사망한데다, 프로메테우스의 행방도 묘연하였기에 올림포스에서 회의가 열렸습니다. 세계를 다스리는 주신 중에서 참석하지 않으신 분은 포세이돈 님과 하데스 님뿐이라 저희가 직접 와서…”
포세이돈이 올림포스에 없다는 사실은 굉장한 호재. 원래부터 올림포스와 바다를 왔다갔다 하던 놈이니 올림포스에 없는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지금 이 시기라면… 제우스와 다툼이 있었거나 그도 나처럼 반란을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겠네.
안 그래도 호시탐탐 신들의 왕 자리를 노리던 그였으니, 이번 일처럼 신왕의 권위가 실추된 때를 놓치지는 않겠지.
운명의 세 여신, 모이라이들이 내 반란을 긍정하는 것만 같구나.
“포세이돈이 바다에만 있다고? 쯧. 한번 올림포스를 엎으려고 했던 놈이니 의심이 가는데. 네 생각은 어떠냐, 아테나?”
“…디오니소스가 바다로 향했습니다.”
아테나를 한번 떠보았는데, 조금 수확이 있었다.
무슨 생각인지는 알기 어렵지만. 제우스가 포세이돈을 경계하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전령인 헤르메스가 아닌, 12신 중 제일 약한 신으로 꼽히는 디오니소스가 바다로 향했다?
만약 디오니소스가 바다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포세이돈이 반란을 일으키면 헤르메스가 포착하고 올림포스에 알린다는 계획이 아닐까.
분명 회의를 열었다고 했지. 그럼 지금 올림포스에 남은 신은 헤파이스토스, 아폴론, 아레스 등.
강한 신들은 모조리 남았고… 역시 아테나가 무장을 갖추고 이곳에 온 이유는 날 미약하게나마 의심하고 있어서인가.
그녀의 무례를 참아 넘기는 것도 이상하게 보일 테니, 한번쯤 찔러 보아야겠군.
“아테나. 그런데 너는 왜 무장을 하고 저승에 왔느냐? 포세이돈에게는 디오니소스만 보냈으면서, 프로메테우스를 사로잡은 내게는 무장한 전쟁의 여신이라… 제우스가 날 어찌 생각하는지 알겠군.”
“…이곳에 오는 것은 제가 자원했습니다.”
“스스로 일거리를 늘리려고 했다니. 그것 참. 네가 못 보던 사이에 제법 철이 들었구나. 대홍수 때 힘들어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성한데.”
내 추궁에도 아테나는 묵묵부답.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굳이 대답할 필요가 없든, 아니면…
“뭐. 됐다. 일단 프로메테우스를 제우스한테 다시 넘겨야겠으니 무지개 통로나 열어라, 이리스.”
나를 향해 고개를 슬쩍 숙인 이리스가 아테나를 보았다.
“이리스. 잠시.”
아테나가 그녀를 멈춰세우고,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와 말했다.
“혹시 아버지에게 반역하실 생각이십니까?”
오호.
* * *
아테나가 날 향해 그리 말했을 때, 나는 그녀가 아닌 이리스를 먼저 보았다.
그러나 아테나의 말을 듣고도 큰 동요를 보이지 않는 무지개의 여신. 저승으로 오기 전에 미리 이야기를 나누고 온 것일까?
지혜의 여신이 정말로 날 반역자로 생각하고 경계했다면 애초에 저승에 내려오질 않았거나, 이런 말을 꺼내지 않았겠지.
저승에서는 제우스조차도 이길 자신이 있는 나인데. 설마 내게서 도망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겠고.
그렇다면 아테나가 무장하고 온 것도 혹시…
“왜 그렇게 생각하지?”
“카프카스 산이 무너지고 얼마 되지 않아서 올림포스로 전령이 도착했지요. 마치 바위산이 무너진 다음에 바로 전령을 보내신 것처럼 말입니다.”
“호오.”
“이곳에 계신 프로메테우스 님은 아폴론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예언자, 전력으로 하데스 님의 손길을 피해 도망치려 했었다면. 이토록 빠르게 제압되어 잡히실 리가 없습니다.”
“그것뿐이냐?”
“얼마 전에 저승에 방문했던 헤르메스가 말하기를. 저승의 주인께서 크게 노하셨다고 하셨던 것도 있고, 마지막으로…”
아테나가 꽁꽁 묶여 있는 프로메테우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확신 어린 답변.
“아버지께서는 당신을 풀어준 자가 바다의 군주라고 의심하고 계시지만, 포세이돈 님은 절대로 당신을 설득할 능력이 없습니다.”
“킬킬킬! 포세이돈도 참. 조카라고 있는 년이 이토록 신랄한 비판이라니!”
“비판이 아니라 객관적인 능력을 평가한 것뿐입니다.”
포세이돈의 성질이 많이 폭급하기는 하지. 생각해 보면 프로메테우스는 포세이돈과 사이가 별로 좋지도 않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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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올림포스에서 저승으로 내려오는 동안, 제법 빠르게 머리를 굴렸구나.
역시 지혜의 여신이라고 해야 하나?
여기까지 말했을 때, 슬그머니 프로메테우스가 쇠사슬을 걷어버리고 나왔다.
“만약 그렇다면? 내가 제우스를 몰아내고 신들의 왕이 될 생각이라면. 어쩔 것이냐?”
“지금 당장 올림포스를 급습하시면 분명 성공하실 겁니다. 올림포스에 있는 아버지께서는 포세이돈 님만을 경계하고 있고, 아스트라페는 회의 중이라 들고 오지 않으셨습니다. 헤라 님께서도 며칠 전에 크게 아버지와 다투신 이후로는 방에서 칩거중이십니다.”
“너는 분명 제우스의 편을 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째서 이러는 것이지?”
지금까지 그녀의 언행으로 보았을 때.
분명 저승으로 내려오기 전, 이리스와 미리 대화를 끝내고 온 것이 분명했다.
내가 배신할 것 같다는 추측과. 만약 그 추측이 사실이라면 올림포스에 창끝을 향하자고 했겠지.
이리스는 평소 제우스에게 수많은 추파를 받았으니 조금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아테나는 어째서 이런 행동을 하는 걸까. 그녀는 평소 제우스가 제일 신임하던 딸이 아닌가?
내 질문을 받은 아테나가 고개를 조금 숙이며 말했다.
“지금의 올림포스는 기가스들이 쳐들어온다면 절대로 막을 수 없습니다. 저는 그저 신들의 미래를 생각했을 뿐입니다.”
하기야. 지혜의 여신이 이렇게 생각할 만도 하다.
가이아 님의 미움을 받은 올림포스가 한데 뭉쳐도 모자랄 판에…
예전에 반란을 일으킨 포세이돈이나 헤라도 그렇고.
이미 제우스를 배신한 내게 티탄 신족 에피메테우스와 프로메테우스, 아틀라스까지 더해졌으니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겠군.
내 쪽이 이길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이니 이쪽에 붙겠다는 의미도 있겠네.
지금처럼 제우스가 신들의 왕이라면, 프로토게노이의 진노를 받아낼 가능성이 없으니. 나에게 기대를 걸어 보겠다?
“저승에 무장하고 온 이유는 너도 함께 싸우겠다는 거냐?”
“예. 허락해주신다면 저도 거들겠습니다.”
“아니. 너는 저승에 있어라. 이리스는 올림포스로 이어지는 통로를 만들고.”
혹시라도 올림포스로 넘어가서 아테나가 배반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그러지는 않을 것 같지만, 아직 반란을 성공시키지 못했으니 끝까지 방심할 수는 없지.
“알겠습니다. 하데스 님.”
공간과 공간을 잇는 권능을 발휘하는 무지개의 여신.
“만약 반역에 성공한다면, 네가 모시는 헤라는 건들지 않겠다.”
“감사… 합니다.”
“저승에 협력해준 대가라고 생각해라.”
제우스가 평소에 이리스에게 추파를 조금만 덜 던졌어도, 지금보다는 충성심이 더 있지 않았을까?
* * *
스르르륵.
지금 이 순간, 올림포스와 저승을 잇는 무지개 통로가 생성되었다.
올림포스에 생성된 통로의 위치는 미리 이리스가 말했던 대로… 올림포스 회의장의 바로 앞.
스윽.
투명 투구, 퀴네에를 착용하고 바이던트를 불러냈다.
언제나와 같이 내 손에 착 감기는 신기. 지금부터 제우스를 찌를 창이다.
“제가 먼저 들어가서 제우스에게 일격을 먹이고 시작할 테니, 다들 곧장 올림포스로 넘어와 신들을 제압해주시면 됩니다! 에피메테우스! 만약 혹시라도 포세이돈이 보인다면 그를 우선적으로 막아주시죠. 아틀라스! 너는 나를 도와서 제우스를 제압한다. 프로메테우스와 스틱스 여신님, 레테 여신님, 타나토스와 휘프노스 신은 올림포스의 12주신부터…”
미리 정해둔 계획대로만 한다면 패배할 일은 없어.
신들의 왕을 끌어내리려는 우리에게, 모이라이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터억.
이리스가 만든 통로를 넘어가자 역시 올림포스가 눈앞에 보였다.
구름 위에 만들어진 신궁. 불멸자들의 안식처이자 그들의 위세를 상징하는 휘황찬란한 건물.
“허허. 헤라도 없고… 잠시 이리 와보거라.”
“제. 제우스님. 저는 순결을 맹세한…”
“이리 와보래도?”
퀴네에를 쓴 내게 보이는 것은… 거대한 회의장에 앉아있는 올림포스 신들과, 옆에 다가온 아름다운 님프에게 시시덕거리는 제우스 놈의 얼굴.
아폴론, 헤파이스토스, 아레스, 데메테르 등 여러 신들이 있었으나. 헤라는 보이지 않았다.
목표를 정하고 다리에 힘을 줘서 높이 도약한다. 발밑의 구름이 푹 파이며 내 존재를 드러내지만 상관없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눈치챌 때에는, 이미 늦었으니까!
쉬이이잉- 푸우우욱!
“흐-어어어억!!!!”
전력으로 휘둘러진 바이던트가 제우스의 고간을 터뜨리자 섬뜩한 파열음이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