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192)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192화(191/193)
외전 – 저승의 반란 (6)
쉬이이잉- 푸우우욱!
“흐-어어어억!!!!”
정확하게 제우스의 고간으로 내리꽂히는 바이던트.
터져 나오는 황금빛 신혈(ichor)이 주변을 적시고 터져나온다. 신의 비명, 그것도 신들의 왕이 내지른 비명으로 인해 올림포스 신궁의 건물이 무너지고 바람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그 순간, 저승에서 밀려온 신들이 올림포스로 쇄도했다.
“타나토스, 휘프노스, 모로스와 케레스 신에… 젠장!”
“아니. 행방이 묘연한 프로메테우스와 에피메테우스가! 설마!”
“큭! 저승에서 공격해오다니!”
“비켜라, 어린 것들아!”
“아르테미스… 너는 나랑 잠깐…”
“저승의 군주시여!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순식간에 올림포스 신궁은 신의 권능이 난무하고 칼과 창이 휘둘러지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달빛과 광기의 힘을 끌어낸 아르테미스가 화살을 마구 난사하였고 태양신인 아폴론도 빛을 뿜어내며 저승의 신들에게 맞섰다.
쐐애애액- 화르륵!
헤파이스토스의 불길과 미의 여신의 매혹이 함께 발현되어 스틱스 강에 맞선다. 죽음과 가까운 잠기운이 올림포스에 은은하게 퍼져나갔다.
그야말로 올림포스의 종말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난장판이 되어가는 곳에서, 오직 헤스티아 여신만이 한숨을 푹 내쉬며 자신이 돌보던 화로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물론, 이 싸움터에서 나는 오직 제우스만을 노리고 있었다. 고간을 터뜨리는 선공으로 시작했으며, 지금도 그가 벼락을 잡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지만 제우스는 역시 강했다.
어떠한 징조도 없이 날아온 공격이 나의 것임을 깨달은 제우스가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으윽. 하데스! 포세이돈도 아닌 네가 반란을 일으키다니!”
제우스가 소리를 질러대며 마구 날뛰지만 나는 입을 다물고 제우스를 무력화시키는 데에 집중했다.
기껏 오랜만에 퀴네에를 쓰고 전투하는데, 투명 투구의 성능을 온전히 끌어내야 하지 않겠나.
그의 손에서 벼락이 일어나고 바람이 휘몰아친다. 하지만 저건 아스트라페가 아니야. 그냥 제우스의 권능이지.
내 몸에 제대로 된 상처를 입히려면 아스트라페를 가져오거나 권능을 직격시켜야 할 거다.
“으. 크윽. 아레스! 내 아들아! 아스트라페를 가져오너라!”
“예, 아버지!”
팔다리 이곳저곳을 찔려 황금빛 액체가 흘러나오는 제우스가 이대론 안 되겠다 싶었는지 아레스를 부른다.
물론 그의 손에 아스트라페가 들어온다면 위험하겠지만…
“어딜 가는 거냐? 너는 나랑 조금 더 놀아 보자꾸나.”
“치잇. 타나토스!”
“네가 항상 전쟁을 일으키는 통에 내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아느냐?!”
“뭐요? 아니, 애초에 그건 당신의 일…”
“이 어린놈이! 네놈이 죽음의 신이 되어봐라! 어디 얼마나 힘든지!”
항상 이승에서 전쟁이 일어날 때마다 분노하던 타나토스가 아레스를 붙잡는다.
저승이 아니기 때문에 둘의 전투는 아마도 결판이 잘 나지 않겠지. 그 사이에… 좋아, 아틀라스가 오는군.
콰아아앙!
“…아틀라스!”
“여어. 제우스! 이제부터 천구는 네가 좀 들어줘야겠다!”
온갖 신들의 격전을 뚫고 들어온 아틀라스가 제우스를 후려쳤다. 그 엄청난 충격에 제우스가 신궁의 기둥을 부수며 날아갔다.
다시 잔해를 헤치고 일어난 신들의 왕이었지만, 그의 앞에는 퀴네에를 쓴 내가 있었다.
푸욱.
“…큭!”
놈의 오른쪽 어깨를 뚫었다. 하지만 제우스가 바이던트를 덥석 잡으며 이쪽으로 벼락을 발산했고, 파지지직! 하는 소리와 함께 전신에 막대한 전압이 느껴졌다.
젠장. 이건 제법 아프군. 이제 더 이상 퀴네에는 소용없겠어.
“순순히 항복해라. 제우스. 포세이돈은 없고, 이아페토스(Iapetos)의 자식들 중 셋이나 나의 편이다.”
“흐흐… 신들의 왕 자리가 그리 탐났나? 하데스!”
“당연히 탐나지, 천둥벌거숭이마냥 날뛰는 신들을 제제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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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
“너는 추방이다. 아틀라스가 들던 천구나 들어라.”
퀴네에를 벗으며 한 말에 제우스가 크게 웃더니 소리쳤다.
“으하하하! 신들의 왕 자리가 탐난다면 어디 힘으로 빼앗아 보아라!”
“그걸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지.”
아틀라스와 나, 저쪽에서 아르테미스를 때려눕힌 에피메테우스가 제우스에게 다가갔다.
올림포스를 향한 반역을 마저 성공시키기 위해서.
* * *
올림포스 신궁의 전투는 머지않아서 끝났다.
결국 내 손에 제압된 제우스를 모두가 보았기 때문에.
고간을 터뜨리고 시작한 기습, 끝까지 아스트라페를 잡지 못한 제우스, 3주신 중 하나인 나와 위대한 티탄 신족인 아틀라스와 에피메테우스의 협공까지.
당연하게도 이런 결과가 벌어질 만도 하다. 물론 나도 부상을 입었긴 했지만, 제우스의 상태보다는 훨씬 나았다.
“이. 이런 제우스 님이…!”
“에이잇! 다 끝났군! 아버지께서 결국 당하시다니!”
“으음. 하데스 님께서…”
“전부 무기를 버려라. 이제는 내가 신들의 왕이다.”
저승에 속한 신들이 전장을 빠르게 정리하는 중, 완전히 폐허가 된 올림포스에 뒤늦게 나타난 헤라가 보였다.
그녀가 늦게 도착한 것은 아니었지만. 뒤늦게 저승에서 나온 이리스에게 잠시 설득당하고 있었던 모양.
제우스와의 의리, 그간 불륜의 신 때문에 고생한 원한, 자신이 제일 아끼는 최측근인 이리스의 배반까지.
헤라의 머리속도 굉장히 복잡할 것이다. 예전에 포세이돈과 힘을 합쳐 반란을 일으켰던 그녀이기에.
“헤라.”
“하데스, 당신이 반란을 일으키다니…”
“이리스와 약속한 것이 있어서 말이야. 너는 건들지 않겠다. 계속 가정의 여신으로 남아 있어라. 그리고 원치 않게 아이를 가진 자들에게는 관대함을 좀 보이도록.”
오묘한 표정을 짓던 헤라를 지나쳐 내가 향한 곳은… 올림포스 한쪽에서 시무룩한 표정으로 화로를 지키던 헤스티아였다.
올림포스의 치열한 전투에도 전혀 끼어들지 않고 그저 화로만을 지키고 있던 여신은 다가오는 날 바라보더니 입을 삐죽 내밀었다.
“헤스티아.”
“하아아… 하데스. 네가 올림포스에 자주 오기를 바랬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오는 것은 바래지 않았다고?”
“…네가 신들의 왕 자리가 탐나서 이런 일을 벌였다고는 생각되지 않아.”
“도저히 저승에서 두고만 볼 수 없어서 말이야. 전투에 끼어들지 않은 것에 감사를 표하지.”
헤스티아 여신은 그 온화한 성품과 화로라는 담당 관할과는 다른 강력한 여신.
비록 헤라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그녀의 힘은 티타노마키아 전쟁 당시에 많이 겪어보았다.
만약 그녀가 제우스의 편에 섰다면 조금 더 곤란했을 것이다.
습격 당시에, 헤라와 포세이돈이 없었던 것도 천운. 정말로 운명의 여신들이 날 지지하고 있었구나.
* * *
올림포스를 향한 반란 이후, 내가 신들의 왕좌에 앉았다.
뒤늦게 온 포세이돈이 기겁했으나 이미 올림포스의 권력은 내게 넘어와 있었다.
파지지직!
제우스의 아스트라페와 올림포스 최강의 무기인 스퀴테도 내 손에 들어왔으니… 그 역시 내게 반항하지 못하리라.
물론 아틀라스나 프로메테우스 등 티탄들의 지지도 있었기에 가능한 일.
왕홀을 들고 황금 옥좌에 앉아 명령을 내렸다.
“제우스는 아틀라스가 들고 있던 천구를 대신 드는 벌을 명하겠다. 그리고 에피메테우스의 가족들은 정해진 약속대로 불로불사로 만들어 줄 것이고, 이제부터는 타르타로스를 지키는 헤카톤케이레스들에게 주기적으로 세상의 소식을 전해야 한다. 또한 모든 올림포스 신들은 저승의 일을 의무적으로 돌아가면서 도와야 하며…”
여태까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일들을 모조리 바꿔나갈 때가 되었다.
원래는 제우스가 했어야 할 일이었는데 말이지, 그 놈이 의무를 내팽겨치고 여색이나 밝히는 바람에…
“그리고 필멸자들에게 패악질을 부리는 행위를 일체 금지하겠다. 사소한 일로 저주를 내리고, 죽이거나, 필멸자를 강간하고 괴롭히는 자들은 전부 저승에서 노역형을 명하겠다. 정당한 이유로 그들을 벌하는 것은 막지 않겠으나, 만약 부당한 연유로 인간들을 괴롭힌다면 그 대가를 받게 될 것이다. 이는 기억의 여신 므네모시네 님과 정의의 여신 디케가 판단할 것이며, 만약 억울함을 호소한다면 내가 직접 재판으로 결정하도록…”
“으으음…”
“…크흠.”
올림포스 신들의 표정이 아주 묘하다.
왜, 제우스를 몰아내고 신들의 왕 자리에 앉은 내가 이런 선언을 해서 이상한가?
“물론 신의 피를 이어받은 반신 자식들을 잘 단속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고, 신들 사이에도 부당한 행위가 이뤄졌을 시에는 언제든지 개입하겠다. 그리고 이번에 아프로디테 건으로 말이 참 많았는데… 남편을 놔두고 불륜을 저지른 아프로디테는 저승으로 가서 깊게 반성하도록 하여라. 아레스는 5년 동안 타르타로스 입구를 헤카톤케이레스들 대신에 지키는 벌을…”
권력이 바뀐다면, 항상 뒷수습이 제일 문제다.
때로는 정치 보복이나 여태까지 쌓아둔 원한을 풀기 마련이지만… 일단 제우스를 제외한 다른 신에 대한 것은 여기까지만 하지.
손에 든 왕홀을 슬쩍 내려놓으며 분위기를 풀었다.
“오늘 올림포스에서 일어난 사태 때문에 다들 당혹스럽고 생각이 많을 것이라 생각하오. 하지만 이는 나 자신의 권력욕이 아니라, 세상을 위한 결단이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소. 여태까지의 죄는 묻지 않을 터이니 모든 신들은 앞으로의 언행에 주의하고, 신격의 의무를 다하는 책임감 있는 신이 되기를 바라겠소.”
짝짝짝!!!
내 말이 끝나자 신들이 박수를 친다.
떨떠름한 얼굴로 마지못해 호응하는 자들도 있었고, 정말로 제우스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품은 자도 보였다.
물론 포세이돈처럼 위험한 생각을 하는 신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명분도, 신들의 지지도, 힘도 내가 압도적이다. 감히 내게 반역할 자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제부터는 나, 하데스가 올림포스의 군주로서 세상을 통치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