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34)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34화(34/82)
오토스와 에피알테스의 이야기 – (2)
쿵! 쿠웅!
올림포스 외곽에서부터 나는 소리는 점점 더 크게 들렸다.
구름 위인 신궁에서도 이런 소리가 들릴 정도면 땅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닐텐데…
헤파이스토스가 전력에 가깝게 망치를 휘두르면 이런 소리가 날까?
다른 신들도 점차 동요하는 눈치.
“누가 올림포스로 다가오고 있는 건가?”
“하지만 이런 소리는…”
“아앗! 다들 저길 보십시오!”
이름 모를 하급신 하나가 손가락으로 지상 어딘가를 가리킨다.
그곳에는 거대한 두 거인이 산을 쌓아 바닷물을 메꾸며 올림포스로 향하는 길을 만들고 있었다.
그들이 거대한 바위나 흙더미를 던질 때마다 나는 소리가 이 쿵쿵대는 소음의 원인이였다.
“올림포스에 누가 감히…”
“저 거인들은 신이 아닌 것 같으니 제우스 님께서 처리하시겠죠.”
“제우스 님께서 나설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제가…”
“잠깐, 예언! 예언이 있었습니다!”
감히 주제도 모르고 올림포스로 올라오는 괘씸한 거인들.
그들을 처리하기 위해 신들이 흉흉한 소리를 하고 있는 와중, 예언이 있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헤르메스가 신발에 달린 날개를 파닥이며 급하게 이쪽으로 날아오며 말했다.
“어떤 신과 인간도, 저 두 형제를 죽일 수 없다는 예언입니다!”
“뭐라고?!”
“그럼 이대로 보고만 있어야 하는 건가?”
“저 둘은 대체 누구야?”
죽일 수 없다…라
일단 여기까지 올라와서 뭐라고 하는지 들어봐야지.
별로 좋은 의도를 가지고 오는 것 같지는 않지만, 어쩐지 그들에게서 익숙한 힘이 느껴진다.
“올림포스는 평온한 날이 없구나…”
“온갖 사건이 일어나는 이곳보다는 역시 조용한 저승도 나쁘지는 않겠네요~”
순서대로 헤스티아와 아프로디테의 말이다.
아프로디테는 별 관심 없다는 듯 내게 눈웃음만을 보내고 있었다.
하기야 12주신쯤 되니까…
어느새 이 소음의 주인공들이 올림포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거대한 두 명의 거인.
그들의 얼굴은 기껏해야 10대 초반으로 보였지만,
몸의 크기는 인간 수십 명을 합쳐놓은 것처럼 거대해 기괴함이 느껴졌다.
“오, 이곳이 올림포스? 내 아내가 될 헤라는 어디 있지?”
“아르테미스! 네 남편이 여기 있다!”
미친놈들인가?
* * *
“너, 굉장히 예쁜데 네가 헤라인가?”
“흐음… 나는 헤라 여신님도 아니고, 넌 내 취향도 아닌데?”
한 거인이 아프로디테에게 손가락질하며 말한다.
그걸 또 능숙하게 받아치는 미의 여신.
“그럼 아르테미스는 어디 있지? 남편이 왔는데 모습도 보이지 않고 말이야.”
“올림포스를 조금 부수다 보면 나오지 않을까?”
정말로 미친놈들인가?
올림포스의 신들 중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자들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듯,
누군가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
“이 미친 놈들이! 대충 보아하니 어린 놈들 같은데 올림포스가 네놈들 놀이터인줄 아느냐!”
“음? 이 꼬맹이가 뭐라는 거야.”
“너는 누구냐?”
갑옷을 차려입고 거인들에게 보검을 겨누는 이는 전쟁의 신.
“나는 아레스다! 죽일 수 없으니 죽기 전까지만 패주마!”
“그 이쑤시개로 뭘 하겠다고?”
“시끄럽다! 전쟁의 무서움을 보여주마!”
아레스가 달려들지만… 저 거인들, 꽤 강해보인다.
올림포스 12주신의 최상위권쯤?
퍼억- 쨍그랑!
“크어억!”
검을 휘두르며 기세 좋게 달려든 아레스의 검이 부러지면서 그가 날아간다.
전쟁에는 죽음이 필연적인데, 신이 그들을 죽일 수 없다는 예언이 있으니 아레스의 패배는 당연할지도.
“아야야. 조금 따끔하네.”
“그래봤자 이쑤시개지만.”
물론 그들 자체가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있겠다.
신과 인간에게서 죽음을 당하지 않고… 기본적인 힘은 올림포스 12주신 최상위권인 거인들이라…
“너희는 누구의 혈통이지? 이름은 뭐냐?”
내 질문에 그들의 눈길이 이쪽을 향한다.
“나는 오토스(Otus). 아르테미스의 남편이 될 자다!”
“나는 에피알테스(Ephialtes)다. 우리는 테살리아에서 왔다!”
테살리아? 인간들의 국가에서 이런 강한 거인들이 나왔다니.
분명 신의 혈통이 섞인 것 같아 보이는데…
“테살리아…?”
“대체 뭐하는 것들이지.”
“헤라 님을 자기 부인으로 삼겠다니 이게 무슨…”
신들이 술렁인다.
무적의 예언과 힘이 뒷받침되는 그들이 헤라와 아르테미스를 빼앗아 갈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걸까.
“으아악! 이거 놔라, 이놈!”
“너는 시끄러우니 거기 있어라.”
“….? 나를 여기에 가두겠다고?”
오토스와 에피알테스가 합심해 아레스를 붙잡은 다음 거대한 청동 항아리에 던지자 신들의 동요가 더욱 심해졌다.
저 놈들이 티폰도 아니고 그렇게까지 당황할 일은 아닌데 말이야.
“대체 올림포스는 왜 이러는 거지… 하데스, 네가 뭔가 저주라도 했나?”
“넌 또 뭐라는 거냐…”
데메테르가 심드렁한 얼굴로 저승 혐오를 표출한다.
사실 그냥 장난인 것 같지만, 요새 올림포스에 온갖 일이 일어나는 건 사실이다.
“예언에는 허점이 많으니… 하데스, 당신에게는 쉬운 일이겠죠?”
아프로디테가 내 곁으로 다가와 아양을 떤다.
조금 거슬리지만.. 저승에서 일할 귀중한 노동원이니 잠깐 참아주지.
많은 신들이 당황하지만 올림포스 12신들은 큰 동요가 없다.
심지어 아까 청동 항아리에 들어가기 직전의 아레스조차 어이없다는 듯 내 쪽을 힐긋 바라보았을 뿐.
조금 있으면 알아서 항아리를 부수고 나오겠지.
전쟁의 신을 고작 거대한 청동 항아리에 가둔다니,
자신들의 힘에 대한 과시욕구가 가득한 것이 눈에 보인다.
가진 힘은 올림포스 신들 기준으로 최상위권.
그러나 그 강력한 힘을 가지고도 아레스의 검에 긁힌 상처를 입었다.
어린 거인들이라서 전투 경험은 전무한데다, 죽일 수는 없지만 제압에 대해서는 별 말이 없는 예언.
반면 이 자리의 신들은 티탄 신족, 기가스, 티폰 등과의 전쟁을 경험한 노련한 신들이 수두룩.
심지어 나와 올림포스의 왕인 제우스까지 있었다.
“으하하! 빨리 헤라랑 아르테미스를 데려와라!”
“방금 항아리에 들어간 놈처럼 되기 싫으면 어서!”
시끄러워 죽겠네, 저 놈들 목소리에 귀가 따가워.
그냥 내가 직접 나서서 대충 제압해야겠다.
힘을 기를 수 없는 저승의 감옥에 잠깐 던져놓는 것도 좋겠지.
* * *
두 거인 형제 중 오토스는 야망이 있었다.
올림포스에 올라가 모든 신들을 쓰러뜨리고 아름다운 사냥의 여신을 아내로 맞이하고픈 욕망이.
“오토스, 그럼 나는 헤라를 아내로 삼겠다!”
“우리가 힘을 합치면 신들 정도야 가뿐하지!”
심지어 그와 동등한 힘을 가진 쌍둥이 형제, 에피알테스도 힘을 보태준다면 가볍게 가능할 터.
그렇게 그들은 오사 산과 펠리온 산을 쌓으며 올림포스 신궁으로 가는 길을 만들었고…
결국 구름 위에 발을 디디는 것에 성공했다.
“으아악! 이거 놔라, 이놈!”
“너는 시끄러우니 거기 있어라.”
오토스는 자신에게 덤벼든 건방진 신 꼬맹이를 항아리에 가두고,
곧 자신의 부인이 될 아름다운 아르테미스의 자태를 생각하며 소리질렀다.
“으하하! 빨리 헤라랑 아르테미스를 데려와라!”
그 순간, 그들에게 정체를 물어보았던 한 남신(男神)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음울해 보이는 인상의 신이 깊은 한숨을 내쉰다.
“저승의 주인께서 직접 나서시다니… 저놈들은 타르타로스 행인가?”
“별 놈들이 올림포스에서 행패를 부리다니..”
“거기 거인들,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비는 것이 좋을 거다!”
그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자 당황하던 신들이 다시 냉정을 되찾는다.
저놈이 누구길래?
그의 쌍둥이 형제, 에피알테스도 궁금했는지 그자의 정체를 묻는다.
“그러는 너는 누구냐?”
귀찮다는 얼굴로 일어난 검은 머리의 남신이 허공에 대충 손짓을 한다.
그와 함께 나타나는 것은 끝이 두 갈래로 갈라진 이지창.
하지만 고작 저런 이쑤시개 따위로 우리를 상대한다고?
오토스는 비웃으며 거대한 주먹을 들어올렸다.
그가 가까이 다가갈 동안 흑발의 남신은 심드렁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볼 뿐.
어떠한 대응도 하지 않았다.
“흥. 네가 누구든 내 주먹에 맞으면 무사하지 못할걸?”
오토스의 무쇠같은 주먹이 공기를 가르며 휘둘러진다.
아레스를 한 손으로 집어올릴 정도의 거대한 거인이 일격을 날리자 무시무시한 파공성이 울려퍼진다.
후우우우웅!
‘파공성만’ 울려퍼졌다.
목표를 노리고 휘둘러진 주먹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그리고 손목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통증.
“아아악!”
“오토스!”
대체 내 주먹을 언제 피한 거지?
아무것도 안 보였는데 언제 내 손목에 이걸 꽂아넣은 거야?
귀찮음이 가득한 얼굴 그대로인 그의 몸에서 음산한 기운이 서서히 뻗어나온다.
밝은 낮, 그것도 이승보다는 태양과 훨씬 가까운 올림포스지만 어쩐지 주변이 점차 어두워졌다.
자신의 강력한 힘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오토스였지만 이번만큼은 두려움이 밀려왔다.
아까 달려들던 아레스라는 놈과는 비교도 되지 않아, 설마 이자가 제우스?
“신의 혈통으로 보이는데… 네놈들의 아버지는 자식 관리를 아예 하지 않는 건가?”
“안 돼! 오토.. 으악!”
자신의 손목이 꿰뚫린 것을 발견한 에피알테스가 흥분하며 달려왔지만..
순식간에 창에 찔려 발목에서 피를 흘리며 주저앉는다.
“일단 너부터 감옥행이다.”
날카로운 두 갈래의 이지창, 바이던트가 오토스의 눈에 가까워진다.
너무 빨라, 대응할 수 없어.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잠깐! 잠시만 기다려주게, 하데스 형님!”
“제우스?”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리고 눈동자 바로 앞에서 이지창이 멈췄다.
“흠. 흠. 올림포스에 온 귀한 손님들인데 잘 대접해야지.”
금발 머리의 근엄한 남신이 말려준 덕분에 눈이 머는 일은 피했다.
제우스랑 하데스라니, 그렇다면 이쪽이 3주신?
방금까지 이지창을 휘두르던 하데스를 말린 신들의 왕이 이쪽을 바라보며 옅은 미소를 띤다.
“그래, 헤라와 아르테미스를 받으러 왔다고?”
그러나 오토스는 어째서인지 그 미소가 오싹하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