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36)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36화(36/82)
우당탕탕 저승의 이야기 – (1)
그렇게 디오니소스가 낙소스 섬으로 조용히 내려가고…
나와 제우스는 구름 아래의 상황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이곳이 낙소스 섬인가?! 아르테미스~!”
“아무것도 안보이는데?”
낙소스 섬은 인간들이 살지 않는 무인도.
그렇기 때문에 기가스들이 이곳에 함정을 파놓은 것일지도 모르지.
우리들에게 신앙을 바치는 인간들은 우리의 눈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기가스라는 놈들, 빨리 나와라!”
“네놈들을 단번에 쳐죽여주마, 으하하하!”
우지끈. 콰직.
섬의 모든 것을 아래로 깔아보는 거대한 거인 둘이 소리를 지르며 나무들을 때려부순다.
자신들을 상대할 괴물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듯,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
하지만 기가스들은 우리의 할머니 가이아께서 올림포스를 무너뜨리기 위해 만든 괴물들.
심지어는 티폰을 이긴 우리에게 충분한 경계심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르테미스가 보이지 않는데?!”
“괴물들아! 우리 알로이다이(Aloadae) 형제들이 왔다아!!!”
절대로 저놈들처럼 방심하고 있지는 않겠지.
분명 어딘가에서 매복하거나 권능으로 인한 함정을 발동시킬 준비를…
그 순간, 낙소스 섬이 흔들렸다.
쿠구구구구-
“기가스들이 준비한 함정이 저건가?”
“데메테르를 훨씬 웃도는 대지의 권능.. 가이아 님께서 직접 만드신거 같네.”
낙소스 섬 전체에서 굉음이 울려퍼지고 땅이 갈라진다.
포세이돈의 트리아이나가 대지에 찍혔을 때처럼 섬의 지형지물이 모조리 부숴진다.
쿠쿠쿵! 콰쾅!
“큭! 이건 또 뭐냐! 기가스라는 놈들 짓이냐!”
“으아아! 이 비겁한 놈들이!”
스스로를 알로이다이라 칭하는 거인 형제들은 균형을 잃고 넘어졌다.
내가 발목을 찌른 에피알테스는 바닥에 크게 뒹굴어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무리 가이아 님의 함정이라도 저런 강력한 거인들이 속수무책으로 당할리가 없어.
무언가가 더 있다.
“우욱! 웩. 뭐야 이건…”
“함정?! 제우스 님이 설마 우리에게 거짓말을 한건가!”
일단 여기서 보이는 걸로는 맹독, 환각, 대지가 그들을 직접적으로 거부하는 권능.
가이아 님께서 아주 작정하고 함정을 파놓으셨군.
“오호… 헤르메스를 보내 수색하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
제우스가 심각한 얼굴로 낙소스 섬을 내려다본다.
올림포스 12주신을 겨냥한 것처럼 보이는 그 함정에 거인 형제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거대한 지진으로 섬이 초토화되자 땅 밑에서 기가스들이 우후죽순 나오기 시작한다.
넓게 갈라진 대지의 틈새 사이로 뱀과 인간을 합쳐놓은 흉측한 괴물들이 거인들에게 달려든다.
그런데 유난히 거대해 보이는 기가스 하나가 먼저 소리친다.
기가스들에게 지휘 개체가… 생겼나?
“흐하하! 과연 어머니의 말씀대로 대어가 걸렸군! 나는 에우리메돈
(Eurymedon)
왕 휘하의 아그리오스(
Agrios
)라고 한다!”
“죽어라, 올림포스의 개들아!!!”
“공격!!”
“…이놈들이!”
“아르테미스를 데려간 비겁한 괴물 놈들!!”
에우리메돈 왕이라고? 저놈들의 세력이 왕을 칭할 정도로 강해졌다는 말인가.
그리고 저 지휘관급 개체는 처음 보는 얼굴이다.
내 옆의 제우스도 왕이라는 말이 나오기가 무섭게 표정을 딱딱하게 굳힌다.
아직 예언에서 말한 인간 영웅은 태어나지 않았으니 전면전은 피하는 것이 옳지만…
곧 낙소스 섬이 거인과 괴물의 혈투로 박살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바위를 던지고, 나무를 휘두르는 기가스들.
“네놈들은 어떤 신이냐?! 아레스? 아폴론?!”
“크헉!”
“버러지 같은 괴물들아! 아르테미스를 내놓아라!”
쿠콰쾅! 콰직!
그에 맞서 근육질인 온 몸을 마구 휘둘러대며 기가스를 날려버리는 거인 형제.
우악스러운 손에 잡힌 기가스들이 통째로 터져나가지만 형제들의 몸에도 상처가 점점 생겨난다.
“크으윽!”
“에피알테스! 일단 여기서 도망간 다음… 컥!”
“오토스!”
먼저 지진으로 균형을 잃게 만들고, 맹독과 대지의 권능으로 약화시켰다.
그리고 섬의 지하에 매복한 기가스 수백 마리가 일제히 기습.
아무리 올림포스 12주신 최상위권의 강자라고 해도 저 정도의 기가스 무리를 혼자서는 이길 수 없어.
제일 큰 문제는 가이아 님의 권능, 대지 자체가 그들을 거부하고 있다.
자신을 에우리메돈 휘하의 아그리오스라고 소개한 기가스가 오토스의 등으로 뛰어올라 목을 조른다.
오토스가 발버둥치다가 결국 쓰러지고, 에피알테스가 울부짖는다.
“과연 거인들을 죽일 수 있군, 기가스는 신족이라기보단 괴물에 가까워.”
제우스가 잠시 일어나더니 조용히 자신의 아스트라페를 가져왔다.
손에 쥔 푸른 번개에서 강렬한 힘이 느껴지고 파괴적인 기세가 뻗어나오지만..
이 정도면 그가 가지고 있는 벼락 중에서는 약한 편에 속한다.
“오토스으! 커흐흑!”
“이 놈만 죽이면 된다!”
“몸으로 짓눌러!”
격렬한 싸움 끝에 수십으로 줄어든 기가스들이 에피알테스에게 바위를 던진다.
올라타 몸으로 짓누르고, 발목을 가격해 쓰러뜨린다.
“안.. 돼..”
“흐하하하!”
그렇게 올림포스에 도전한 알로이다이 형제들은 죽음을 맞이했다.
비록 수백의 기가스들을 쓰러뜨리긴 했지만, 가진 힘에 비해선 허무한 결말이였다.
* * *
낙소스 섬의 사투가 끝나자 제우스가 벼락을 들고 일어선다.
거인 형제들과의 싸움으로 지친 기가스들을 몰살시킬 생각이구나.
“이제 끝났으니 뒤처리를 해볼까.”
“살살 던져라, 바닷속에 영향이 덜 미치도록.”
파지지지직- 쿠르르릉!
눈을 비롯한 전신에서 번개가 튀기는 제우스.
하늘을 다스리는 신들의 왕이 잠시 팔을 들어올리는가 싶더니…
번쩍- 쿠콰콰콰쾅!!
낙소스 섬에 단 한번의 벼락이 내리쳤다.
그러나 그 일격으로 섬 전체가 가라앉고 기가스들은 떼몰살을 당했다.
섬이 아예 갈가리 찢겨졌으니 죽은 생명들도 참 많겠네.
내가 예언의 신은 아니지만, 타나토스가 또 내게 하소연을 하는 미래가 눈에 선한다.
“제우스, 그럼 나는 저승으로 다시 돌아가보겠다.”
“다음에도 올림포스에 놀러오라고, 하하하!”
“그때는 오늘 같은 일로 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저기 넥타르를 마시며 여신들과 대화하는 아프로디테가 보인다.
그녀를 데리고 저승으로 돌아가야지.
“하데스!”
슬슬 끝나가는 연회 한쪽 구석에서 날 바라보던 아프로디테와 눈이 마주쳤다.
저승에서 일할 생각에 눈웃음이 절로 나오는 건가.
그녀가 이쪽으로 걸어와 자연스럽게 내 앞에 선다.
“빨리 가요. 우리 갈 곳이 있잖아요?”
“그렇지.”
기대감에 찬 눈빛을 보내는 아프로디테가 나를 따라온다.
그런데 주변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헉! 하데스 님이 또..”
“대홍수 때… 나 저승에서 일하고 왔잖아..”
“불쌍한 아프로디테 여신님…”
…저기 저승에서 일하고 왔다며 몸서리치는 여신은 분명 편한 업무로 배정해줬던 것을 기억하는데.
* * *
“흥~ 흐흥~”
콧노래를 부르는 아프로디테를 데리고 저승의 입구로 들어서니 타나토스의 분신이 보인다.
밧줄로 거대한 거인의 영혼 둘을 포박한 것을 보아하니..
“고작 괴물들 따위에게 당하다니! 이거 풀어라!”
“헉! 하… 하데스 님?!”
아까 기가스들에게 죽은 오토스와 에피알테스가 저승으로 온 것이구만.
미노스에게 말해 노역형에 써먹으라고 해야겠다.
그들이 아프로디테와 함께 있는 나를 알아보고 발버둥을 친다.
“이거 풀어라, 하데스 님!”
“우리를 이승으로 돌려보내라!”
그러나 어림도 없다.
예언의 비호를 받던 살아있을 때라면 혹시 모르겠지만…
이미 죽어서 영혼이 되었는데 타나토스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타나토스의 분신이 두 거인의 영혼을 대충 집어던지자 그들은 땅바닥에 마구 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르테미스를 내놓으라는 등, 이승으로 돌려보내라는 등 헛소리를 하는 이들.
이대로면 뱃사공 카론의 업무에 지장이 있겠어.
“아프로디테, 저 놈들 정신을 빼놓을 수 있겠지?”
“그 정도야 쉽죠~”
미와 사랑의 여신이 싱긋 웃으며 말한다.
곧 애욕(愛慾)으로 점철된 여신의 눈길이 거인 영혼들에게 향했다.
“빨리 우리를 여기서 내보… 아…”
“비겁한 제우스! 분명 아르테미스와… 어어…”
저승으로 끌려온 영혼들이 행패를 부린 적이 한두번이 아니였는데,
미와 사랑의 여신이 망자를 통제하면 모두의 업무가 확실히 나아지겠군.
이 여신을 어디에 배정하지?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영혼들이 주저하는 코퀴토스 강?
아니면 방금처럼 행패를 부리는 자들이 많은 아케론 강의 강변?
이승에서의 기억 때문에 건너기를 주저하는퓌리플레게톤강?
옆구리에 손을 올리고 콧대를 치켜세우는 여신을 바라보는데 카론이 내게 말을 걸었다.
언제나 피곤해보이는 저승의 뱃사공이 투덜댄다.
“하. 이것들은 동전도 없는데, 내가 태워줘야 하나?”
“중죄인들이니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드라크마는 제가 대신 내죠.”
“쯧… 알겠네. 빨리 타라, 이것들아!”
정신이 나가버린 두 거인의 영혼이 차례대로 카론의 나룻배에 올라탔다.
먼저 오토스의 영혼이 올라타는데..
출렁- 기우뚱.
음? 카론의 나룻배가 저리도 약했나?
분명 영혼들이 아무리 많이 타도 멀쩡하도록 만들어졌는데.
“으음? 왜 이리 무거워? 어이, 너는 저쪽으로 타라!”
나와 같은 생각을 카론도 한 듯,
나룻배의 양 끝에 그들을 태워 배의 중심을 잡으려고 했다.
다음으로 에피알테스의 영혼이 나룻배에 올라가는..
쩌적- 콰지지직!
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