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46)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46화(46/82)
오이디푸스의 비극 – (1)
이승에서 유일하게 하데스 신전이 있는 국가, 테베.
평화로워 보이던 이곳에도 짙은 암운이 드리워졌으니…
바로 테베의 왕인 라이오스와 이오카스테 왕비에게 예언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델포이의 신전에서 내려진 신탁에 따르면,
네 아들은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할 것이다.
이 신탁을 들은 라이오스 왕은 기겁했다.
자신의 아들이 본인을 죽이고 아내와 관계를 맺을 것이라는 신탁.
라이오스 왕은 한 양치기를 조용히 불렀다.
“이 갓난아기를 아무도 모르는 곳에 데려가서 조용히 죽여라.”
“네…? 하지만.. 폐하의 아들이…”
“아들이고 뭐고, 나를 죽이고 아내와 관계를 맺는다는데 살려놓을 수는 없다.”
그렇게 갓난아이를 받아들고 테베를 떠난 양치기.
그는 아이를 데리고 조용한 곳으로 떠났다.
하지만 갓 태어난 아이를 죽여야 한다는 죄책감에 갈팡질팡하던 그.
그런 모습을 지나가던 한 부부가 발견했다.
“이보시오. 그 아이를 어떻게 하려는 거요?”
“어… 그것이…”
“혹시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형편 때문이라면 내게 맡기시오. 마침 발이 부어있으니 이름은 오이디푸스(부은 발)라고 지으면 되겠군…”
그들은 마침 아이가 없어 고민하던 코린토스의 왕 부부였고,
그렇게 오이디푸스는 코린토스 왕 폴뤼보스의 아들이 되었다.
이후 장성한 오이디푸스는 왕의 연회 중에 폴뤼보스의 동생으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비록 포도주에 만취한 자의 말이였으나…
“끄윽… 너는 형님의 친자식이 아니다. 오이디푸스.”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작은아버지…?”
“형님 부부가 양치기로부터 받아온 아이가 바로 너라는 말이지.. 딸꾹!”
너무나도 충격적인 소리였기에 오이디푸스는 델포이로 가서 신탁을 듣는다.
예언의 신, 아폴론의 신탁이라면 그의 출생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너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할 것이다.
하지만 예언은 그가 친자식인지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오이디푸스의 비극만을 예언했을 뿐.
오이디푸스는 그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신의 양부모라고 생각하고 밤중에 코린토스를 떠났다.
그의 양부모는 코린토스의 왕과 왕비이니 이곳을 떠난다면 예언을 피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좁은 골목에서 다가오던 일행과 시비가 붙게 된다.
마차를 몰던 마부가 허름한 복장의 그에게 길을 비키라고 시비를 건 것이다.
“이런 좁은 골목에서 어떻게 비키란 말이오!”
“하! 이 안에 타고 계신 분이 누구신지 아느냐?”
“어딘가의 귀족인가 본데, 신분만을 믿고 행동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군.”
“이런 무엄한 놈이! 마차 안에 계신 분은 한 국가의 왕이시다!”
오이디푸스는 그 마부를 비웃었다.
어느 미친 왕이 왕궁에 가만히 있지 않고 도시 바깥으로 나돌아다니나?
신화의 시대에서 도시의 성벽을 벗어난 구역은 거의 무법지대.
켄타우로스, 님프, 각종 괴물 등 온갖 인외종들이 돌아다니며…
강도와 도둑을 심상찮게 만나는 야생의 땅이나 다름없었다.
“저 안에 있는 놈이 왕이라면, 나는 코린토스의 왕자다!”
“뭣이?!”
그 순간, 마차 안에서 이야기를 듣던 누군가가 팔을 뻗어 채찍을 휘둘렀다.
긴 채찍은 오이디푸스의 머리를 맞추고 그를 쓰러뜨렸다.
“크윽!”
“평민 주제에 건방지구나. 죽고 싶지 않다면 길을 비켜라.”
“좋아, 어디 한번 해보자고!”
분노한 오이디푸스는 허리춤의 칼을 뽑아 호위병들을 비롯한 마차의 주인을 죽여버렸고,
오직 마부만이 가까스로 살아서 도망쳤다.
그러나 그 마차의 주인은…
테베에 나타난 스핑크스라는 괴물을 해결하기 위해 급히 신탁을 받으러 가던 라이오스 왕이였다.
오이디푸스는 예언대로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것.
* * *
여행을 계속하다 테베에 다다른 오이디푸스는 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스핑크스라는 그 괴물이 아직도 길을 막고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군.”
“아, 지나가는 사람이 네가지 수수께끼를 맞추지 못하면 잡아먹는다는 그놈?”
“과부가 되신 이오카스테 왕비님이 스핑크스를 없애는 자와 결혼하신다는군.”
“스핑크스의 수수께끼를 맞추면 나도 테베의 왕이 될 수 있는 건가?”
“벌써 플루토의 품으로 간 이들이 수십이야…”
오이디푸스는 그들에게 물어 스핑크스가 나온다는 곳으로 향했다.
과연 그곳에 도착하자 사자의 몸에 사람의 머리가 달린 커다란 괴물이 있었다.
그는 곧바로 괴물에게 도전했다.
“오호… 도전자인가? 네가지 문제를 맞추지 못하면 너를 잡아먹겠다.”
“빨리 수수께끼나 내와라, 괴물.”
“서로가 서로를 낳는 두 자매가 있는데 이것은 무엇인가?”
“낮과 밤.”
“아침에는 커지다가 정오에는 작아지며, 오후부터는 다시 커지기 시작하다가 밤에는 사라지는 것은?”
“그림자”
“아침엔 네 발, 점심엔 두 발, 저녁엔 세 발인 동물은?”
“인간”
세 가지 문제를 순식간에 맞춘 오이디푸스.
사자와 인간이 합쳐진 거대 괴물, 스핑크스는 그르렁대며 이를 드러냈다.
하지만 마지막 문제는 맞출 수 없을 것이다!
“모든 필멸자들이 제일 두려워하면서 동시에 은총을 받길 원하는 신은?”
오이디푸스는 잠시 고민했다.
두려움과 갈망이 공존하는 신은 너무나도 많다.
제우스의 벼락은 두렵지만 하늘의 은혜는 누구나 바라는 것.
헤라 여신은 결혼과 가정의 수호신이지만 불륜에는 분노하시고…
아르테미스 여신은 사냥과 수렵의 신이시지만 동시에 역병의 신격도 지니신다…
많은 신들이 상반되는 면모를 가지고 있는 상황.
하지만 이 괴물은 테베 인근에 나타났다.
테베에서 널리 퍼진 신은 술과 광기의 신 디오니소스와…
“저승과 자비의 신, 플루토.”
“크르르릉!!!”
마지막 질문의 정답은…
모두가 두려워하는 저승의 군주, 하지만 생자에게는 부드러운 면모를 보이는 자비의 신 플루토.
테베 전역에 자란 플루토 신의 상징, 민트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크르르! 내가… 이따위 놈 따위에게!”
스핑크스는 수치심을 이기지 못하고 절벽으로 뛰어내려 자살했다.
그렇게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친어머니,이오카스테 왕비와 결혼하고 테베의 왕이 되었다.
예언이 완벽하게 실행되었다.
* * *
테베의 왕이 된 오이디푸스는 선정을 베풀어 테베를 번영시켰다.
테베 왕가에 내려오는 보물, 하르모니아의 목걸이 덕분에 젊은 모습을 유지하는 이오카스테와의 사이에서 아이도 낳았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테베에 역병이 돌기 시작했다.
“오이디푸스 왕이시여! 오늘도 역병으로 인해 수십 명이 죽었습니다!”
“죽은 자들을 모아 민트 이파리와 함께 화장하도록 하여라. 환자들과 백성을 분리시키고…”
“역병의 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델포이에서 신탁을 받아보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후우…”
현명한 오이디푸스는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했으나,
어찌 된 일인지 역병의 세는 점차 커져만 갔다.
결국 그는 이오카스테의 오빠인 크레온을 보내 신탁을 받았다.
델포이의 사제가 한 말에 따르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아내로 맞이한패륜아를 벌하지 않는 한 역병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이에 오이디푸스 왕은 크게 분노하며 말했다.
“그런 패륜아 놈이 있다니! 그자를 찾으면 그의 눈을 멀게 하겠다!”
그리고 패륜아를 찾기 위해 장님 예언가 테이레시아스(Teiresias)를 초빙했다.
테이레시아스는 짝짓기 중인 뱀을 죽여 저주를 받아 여인이 되었고,
7년간 여자로 살다가 다시 뱀을 죽이고 남성으로 돌아온 인간.
뱀에게성별 전환의 저주를 두번이나 받은 그는 제우스와 헤라에게 불려가는데…
그 이유는 제우스와 헤라의 말다툼 때문이였다.
“테이레시아스, 너는 남성과 여성의 모습으로 모두 살아보았으니 누구의 말이 맞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두 신께서는 제게 무엇을 여쭤보고 싶으십니까?”
“너는 남성과 여성의 삶을 모두 살았으니 옳은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남자와 여자 중 어느 쪽의 오르가즘이 더 강한가?”
“그것은…”
잠시 고민하던 테이레시아스가 대답했다.
“남성의 오르가즘이 1이라면, 여성의 오르가즘은 9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크하하! 헤라! 내 말이 맞지 않소?”
“이익…”
테이레시아스는 분노한 헤라의 저주를 받아 눈이 멀었지만,
그를 안타깝게 여긴 제우스의 축복으로 예언의 능력과 긴 수명을 가지게 되었다.
아무튼 오이디푸스와 단둘이 마주한 장님 예언가는 한눈에 모든 것을 파악했다.
한참 동안 한숨을 내쉬던 예언가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 패륜아는… 선왕 라이오스의 아들이며 그의 아내와 결혼식을 올린 폐하십니다…”
“뭐.. 뭐라고?!”
만약 여기서 오이디푸스가 멍청한 인간이였다면 화를 내며 예언자를 쫒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스핑크스와의 지혜 대결에서 승리할 정도로 지혜로운 왕.
‘예언의 능력을 갖춘 테이레시아스의 말이 옳다. 그리고 내가 이런 예언을 듣는다면 그를 죽일 수도 있음에도 하는 말.’
혼란에 가득 찬 오이디푸스 왕의 표정이 점점 더 일그러진다.
‘테베의 왕인 내 앞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하는 말이다. 어찌 거짓일 수 있겠는가!’
“으.. 으아아아아!!!”
콰아앙!
“폐.. 폐하?! 예언가를 만나신다더니…?!”
“아니.. 폐하께서…!”
거기에 그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가는델포이의 무녀가 한 예언.
너는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동침할 것이다.
오이디푸스는 그 즉시 테베 밖으로 말을 몰고 뛰쳐나갔다.
미칠 듯한 자괴감, 분노, 원망.. 모든 감정이 그를 휩쓸었다.
사랑하던 아내가 어머니였고! 친아버지를 죽인 패륜아가 나라니!
나 때문에 테베에는 역병이 돌아 수많은 백성들이 죽었다!
“으아아아!! 빌어먹을! 빌어먹을!!”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는 산까지 달려와 바닥을 내리치는 오이디푸스.
한참을 씩씩대며 분노하던그가 양손을 움직여 자신의 눈으로 향했다.
패륜아의 눈을 멀게 하겠다는 맹약을 지키기 위해.
그 순간,
“저런… 아레스의 저주 때문에 한 필멸자가 고통받는구나…”
스스로의 눈을 파내려던 오이디푸스는 갑자기 들려오는 노파의 목소리에 멈칫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