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g of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61)
저승의 왕은 피곤하다 61화(61/82)
페르세우스의 이야기 – (3)
퀴네에를 가지고 떠나는 아테나를 보낸 나는 성채의 옥좌로 돌아왔다.
이제 곧 정해진 운명대로 페르세우스가 메두사를 죽이고 영웅이 되리라.
“타나토스, 미리 메두사가 있는 곳으로 분신을 보내놓으시지요.”
“음. 벌써 그럴 때인가? 알겠네…”
검은 날개의 노신이 고개를 끄덕이고 움직인다.
조금만 기다리면 정해진 운명대로 죽음을 맞이한 메두사의 영혼이 저승으로 오겠지.
옥좌에 앉아 메두사에 대해 생각하던 중, 스틱스 여신이 다가오며 말을 건다.
“하데스. 페르세우스가 잘 해내는지 같이 봐요.”
“저는 일이 바빠서…”
“그러지 말고 같이 살펴요. 여러 신들도 그를 주목하고 있잖아요.”
페르세우스는 제우스의 아들이며 영웅의 운명을 점지받은 자.
그렇기에 수많은 신들이 자신의 무구를 아낌없이 빌려줬다.
올림포스 신들은 물론이고 저승에 거주하는 신들도 그의 여정을 구경하는 자들이 많다는데…
“그럼 잠깐만 이승으로 시선을 돌리겠습니다.”
* * *
페르세우스는 메두사가 거주한다는 동굴 앞에서 심호흡을 하며 숨을 골랐다.
이제 곧 그의 운명이 결정된다.
그는 눈을 감고 여태까지의 여정을 떠올렸다.
메두사의 앞에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페르세우스. 나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다. 이쪽은 전령신 헤르메스고.”
“올림포스 신들께서 제게…!”
“신들이 기꺼이 네게 무구를 빌려주었다. 우선 내 방패와 헤르메스의 신발, 아레스의 검과 하데스 님의 투구…”
“세상에.. 감사합니다!”
아테나 여신과 헤르메스 신이 그에게 신들의 무구를 빌려주었다.
그 중에서는 잠깐 보았던 플루토 신의 신물, 투명 투구까지 존재했다.
“그라이아이 세 자매들은 모든 것을 보는 눈이 있기에 메두사의 위치를 알고 있을 것이다. 노파의 모습을 한 그들은 3명이지만 눈과 이는 하나밖에 없으니 이를 잘 이용해라.”
“3명이 눈알 하나와 이 하나를 돌려쓰는 것입니까?”
“후훗. 많은 신들이 지켜보는 네 여정에 무운을 빌겠다.”
“보아하니 하데스 큰아버지의 가호도 있군. 그럼 힘내라!”
그렇게 페르세우스는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그라이아이 자매들에게 날아갔다.
늙은 노파의 모습을 한그들은아테나 여신의 말대로눈알 하나와 이 하나를 돌려쓰고 있었고,
페르세우스는 퀴네에를 쓰고 접근해 그들의 눈알을 빼앗았다.
“너희들의 눈알은 내게 있다. 메두사의 위치를 당장 말하지 않는다면 이걸 멀리 던져버리겠다!”
“아.. 아니?!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뭬야?! 당장 내놔라!”
“이놈이! 으으… 고르곤 자매의 위치는 이곳에서 서쪽으로 가다보면…”
“그렇군. 그런데 세 자매가 전부 뱀의 머리카락을 하고 있다면, 메두사는 어떻게 알아보지?”
“메두사 머리카락의 뱀은 독사라서 자기 언니들과 다르게 머리가 삼각형일거다!”
그들에게서 알아낸 고르곤 세 자매의 위치는 서쪽 끝의 섬.
평범해 보이는 작은 섬이였지만 안으로 들어와 수상한 동굴 앞에 서자마자 싸늘한 기류가 감도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동굴 바깥에 있음에도 느껴지는 압박감.
분명 고르곤 자매가 이곳에 사는 것이 분명하다.
아마도 메두사에게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욱 심해지겠지.
페르세우스는 퀴네에를 쓴 채, 아테나 여신의 방패를 들고 동굴 입구로부터 등을 돌렸다.
방패의 면으로 등 뒤의 풍경을 바라보며 천천히 뒷걸음질치는 그.
‘메두사의 머리카락을 본다면 그대로 돌이 된다… 절대로 뒤를 돌아봐서는 안 돼!’
저승의 왕, 플루토가 빌려준 퀴네에는 대상의 기척과 소리 등 모든 것을 지워준다.
그래서 불멸자인 스테노와 에우리알레, 반신이라고 할 수 있는 메두사는 인간이 동굴로 들어옴에도 눈치챌 수 없었다.
하데스의 신기, 퀴네에와 아테나의 방패, 날개 달린 신발은 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손에 들린 아레스의 검도 단칼에 메두사의 목을 벨 수 있겠지.
하지만 문제는…
‘잠을 자고 있을 뿐인데 이런 압박감이…!’
페르세우스 그 자신에게 있었다.
영웅이 될 인간에게 나타난 아테나와 헤르메스, 하데스는 그를 배려했지만…
지금 잠을 자고 있는 고르곤 세 자매는 엄청난 기세를 그대로 발산하는 중.
그것을 그대로 받아내는 건 위업에 도전하는 인간.
잠든 자매들에게 조금씩 다가갈 때마다 점차 압박감이 거세진다.
동굴 입구까지는 버틸 만했지만.
여기저기 있는 바위와 종유석을 피해 잠든 세 자매에게 접근할 때가 되자…
페르세우스가 상상도 못한 위압감이 느껴졌다.
한 발자국.
페르세우스의 이마에 땀방울이 흘렀다.
터벅. 터벅.
다섯 번째 걸음.
아테나의 방패를 쥔 손에서 땀이 흘러 바닥으로 떨어졌다.
페르세우스는 이를 악물고 아레스의 검을 붙잡았다.
그러나 극심한 두려움으로 그의 몸은 점점 떨리고 있었다.
스무 번째 뒷걸음질.
고르곤 자매들에게 있는 머리카락의 뱀들이 혀를 낼름거린다.
순간, 그와 뱀들의 눈이 마주친 것 같았지만… 착각이리라.
플루토 신의 신물이 간파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똑. 또옥.
몸을 뒤덮은 땀이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퀴네에는 그의 몸에서 떨어진 땀마저 감춰주지 못했다.
메두사까지 단 한걸음.
메두사에게 거의 다가간 페르세우스는 다리의 저림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평소 검술로 단련된 몸이 본능적으로 그에게 경고하고 있다.
눈앞의 강대한 괴물에게서 전력으로 멀어지라고!
바닥에 떨어진 땀방울이 그의 위치를 알려주고 있었다.
만약 세 자매 중 하나라도 잠에서 깨어난다면, 그의 위치가 발각될지도 모른다.
쉬익. 쉭.
페르세우스는 천천히 검을 들어올려 메두사의 목을 겨누었지만 팔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괴물의 머리카락 역할을 하고 있는 뱀들의 울음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크게 들려왔다.
지금이라도… 아직 안 늦었으니 도망치는 게 낫지 않을까?
이게 아레스 님의 검이라도 내 힘으로 목을 베어낼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확신을 가지고 나아가라. 나 하데스의 축복이 너와 함께할테니.”
그래… 나, 페르세우스는 영웅이 될 자!
플루토 신의 품으로 향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페르세우스는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고 힘껏 팔을 움직였다.
그의 가슴에서부터 뜨거운 무언가가 솟구치며 몸을 옥죄는 기세에 저항했다.
스걱- 촤아아악-
“어..? 꺄아아악! 메두사!”
“이게 무슨! 어느 놈이 감히이이!”
아마도 그것은,용기라고 불리는 것이겠지.
* * *
이 순간, 저승에서 페르세우스를 지켜보던 신들은 감탄했다.
“…끝났네요.”
“위압감이 대단할 텐데, 결국 이겨냈네요.”
“거. 제법이긴 하군.”
페르세우스가 이를 악물고 휘두른 검에 메두사의 목이 베어졌다.
아레스의 검은 헤파이스토스가 만든 명검, 반신의 피부도 가볍게 베어버릴 수 있다.
“타나토스. 이제 메두사의 영혼을 데려와 주십시오.”
그럼 이제 뒤처리를 해야겠지.
페르세우스의 운명은 여기서 끝이 아니지만 영웅담을 보는 것은 여기까지.
이제는 포세이돈과 아테나에게 당한 피해자를 만날 시간이다.
저승의 심판관인 미노스 3형제와 함께 재판장에서 잠시 기다리자,
곧 타나토스가 한 여인을 데려왔다.
아테나에게 저주를 받은 영향으로 괴물로 변했던 끔찍한 외형은 죽음에 이르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포세이돈이 반한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가 저승을 밝혔다.
하지만 그 자신은 빛나는 외모가 저주스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털썩.
“생전 아테나의 무녀였던 메두사가 맞느냐?”
내 말이 끝나자마자 바닥에 쓰러지듯 엎드린 메두사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올렸다.
끝없는 증오의 불길이 타오르는그녀의 눈.
“이제는 아니에요. 그렇게 부르지 말아주시죠.”
“…내가 실례했구나. 포르퀴스와 케토의 딸이여.”
메두사에 대한 것은 제법 고민을 많이 했었다.
괴물의 죽음은 영웅의 탄생에 있어서 확정된 미래지만, 정작 그 괴물이 탄생하게 된 배경은…
“너는 생전 포세이돈에게 불미스러운 일을 당했고 아테나의 화풀이에 휘말렸다.”
“까드득…”
두 신의 이름이 나오자 극심한 증오를 느끼는 듯,
그녀의 이가 갈리며 끓는 듯한 희미한 목소리가 새어나온다.
“저승의 주인께서는 저를 농락이라도 하시는 건가요?”
“아니, 너에게 사과를 하려 한다.”
억지로 분노를 가라앉히는 티가 역력히 드러나던 메두사의 눈에 혼란스러운 의문이 살짝 떠오른다.
“우리 신들에게 인생이 휘둘러져 괴물이 되고, 결국 영웅의 탄생을 위한 희생양으로 쓰인 자라면 그러한 대우를 받을 자격이 있지.”
“……”
“나는 너를 죽인 영웅에게 무구도 내려줬고, 포세이돈이나 아테나를 대신해 사과할 자격도 없지만… 필멸자의 종착점인 저승을 관리하는 자로서 네게 미안함을 표하겠다.”
메두사의 눈을 바라보고 덤덤한 어조로 사과의 말을 전했다.
정말 미안하지만 고개까지 숙일 수는 없다. 이쪽은 저승의 왕이라서 말이지.
“…저승의 군주가 자비의 신이라는 소문이 사실이였군요.”
잠시 시간이 흐르고, 메두사의 눈이 조금 누그러졌다.
내 사과로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다니, 이럴 때는 3주신이라는 직위가 다행이군.
“그럼 네게 주어질 배상에 대해 말하겠다. 이 중에서 한 가지를 골라라.”
“배상이요…?”
“우선 첫 번째로… 너를 제우스에게 말해 별자리로 만들어주겠다.”
하늘의 별자리로 화한다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며 그자를 기린다는 의미가 존재한다.
이름을 날린 영웅이나 동물, 신들이 제우스의 개인적인 판단으로 하늘에 새겨진다.
만약 첫 번째를 택한다면…
괴물로서 페르세우스에게 죽은 그녀의 명예가 상당 부분 회복될 것이다.
내 사과에 잠시 누그러진 표정을 짓던 메두사가 어안이 벙벙해졌다.
“…저 같은 괴물이. 하늘의 별이 된다고요?”
“제우스가 너를 벤 아들의 위업을 높이기 위해 거절하겠지만, 결국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포세이돈에게 미안함이 있다면 자신이 강간한 메두사의 편을 소극적이나마 들어줄 수밖에 없을 테고…
제우스도 내 항의를 쉬이 넘기지는 못할 터.
메두사를 괴물로 만든 아테나? 그녀도 생각이 있다면 받아들일 것이다.
만약 반대한다면… 훈계를 조금 할 수밖에 없겠지.
당황한 메두사를 앞에 두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그리고 두 번째는…”